과자의신을모시는나라
일본에서과자가차지하는위상은한국에서의그것과는매우다르다.애초에과자(일본에서과자는떡,만주,양갱에서부터케이크,페이스트리,초콜릿,사탕까지포괄하는넓은단어다)는신사에바치던신성한음식에서출발했으며,과자의신을기리는신사까지있다니말다했다.심지어1장에등장하는‘이치몬지야와스케’라는과자점은서기1000년에세워졌으니무려천년이넘도록운영되고있다.이뿐인가.역사가100년이넘는과자점이수두룩한데다,이들은아무리많은주문이쏟아져들어와도맛이변할우려가있다며분점은커녕대량생산까지고개를단호히내젓는다.과자하면흔히불량식품을떠올리는한국과는사뭇다른모습이다.어쩌면바로그렇기에오미야게과자만으로하나의산업이일궈졌는지도모른다.일본을한번도가본적없는사람에게도‘도쿄바나나’라는이름은익숙하지않은가.일본여행을다녀온사람마다손에도쿄바나나한상자씩은들려있게마련이니,이작은바나나모양빵을한번쯤은먹어봤을것이다.
그런데왜도쿄‘바나나’일까?지역명물과자답게,오미야게과자는지역색을반영하는재료를쓰거나해당지역에서만들어진다.가령한국에서도익숙한센베이과자의일종인‘야쓰하시’는천년고도교토에서300년이넘게먹어온오미야게과자다.얇은쿠키와화이트초콜릿으로이루어진‘시로이고이비토’는그하얗고반듯한모양새며설산이박힌패키지디자인에서눈雪의고장으로유명한홋카이도를고스란히반영하며,탄광촌광부들의간식에서출발한‘히요코’는후쿠오카산밀가루로만들어진다.그렇다면장어파이를뜻하는‘우나기파이’는?설마정말로장어가들어갈까,싶겠지만정말로장어가들어간다.다만분말형태로.장어로유명한도시(하마마쓰)에서만들어지는오미야게과자다.
이들에비하면,도쿄바나나는별종에가까워보인다.잘알려져있듯바나나는열대·아열대지방에서재배된다.일본에서는오키나와등지에서만일부재배되는정도.그렇다고해서도쿄에서생산되는과자도아니다.서울이그렇듯도쿄도지대가높은대도시이기때문에,인접한다른도시에공장을두고있다.그럼에도도쿄바나나는도쿄를상징하는오미야게과자로자리잡았다.지역색이부재한대도시특유의감수성을오히려지역색으로내세운덕분이다.
말하자면오미야게과자를맛본다는것은지역색이뚜렷한일본각지를맛보는일이기도하다.≪프라하의도쿄바나나≫가한편으로는관광객의시선으로,또한편으로는저자의오랜이력이었던기자의시선으로이들다섯가지오미야게과자를따라다섯개도시를찬찬히걸어보는여행기인이유도여기에있다.
과자만으로하나의산업을일군나라
일본오미야게과자시장규모는연간9,400억엔을넘는수준으로알려져있다.한화로10조원에가깝다.2018년서울시복지예산이10조원임을상기하면,그야말로엄청난액수다.1년동안오미야게과자를팔아벌어들이는돈이인구천만도시의한해복지예산에버금가는것이다.심지어오미야게과자는오로지그지역에서만살수있다.시즈오카오미야게과자를홋카이도나후쿠오카에서찾아볼수는없다는말이다.이런고집스러움에일본특유의장인정신이더해지면서오늘날에까지이르렀다.언제어디서나사먹을수있는과자가아니기에오히려선물로서나기념품으로서갖는의미가퇴색되지않은것이다.무엇하나성공을거두면줄줄이분점이생겨나고온라인이며홈쇼핑이며대량판매라인이세워지는한국을떠올려보면실로놀랄만한광경이다.여러가지조건이다른양국을단순히비교할수야없는노릇이지만,이들오미야게과자제조사들이수렁에빠지기도하고마케팅에열을올리고시대에조응하는신제품을계속내놓으면서성공을이어가는과정은분명한국에서도곱씹어볼만한고민거리를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