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머묾 세계문학 시절 3부작

여름- 머묾 세계문학 시절 3부작

$19.00
저자

이디스 워튼

저자 : 이디스 워튼 (Edith Wharton)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1862-1937)은 1862년 1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이른바 '올드 뉴욕'이라 불리는 상류 귀족 사회의 심장부에서 성장했다. 학교 교육 대신 가정교사와 아버지의 서재가 그녀의 교실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고전 문학과 철학, 시를 탐독하며 문학적 감수성을 키웠고, 열한 살에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글쓰기에 대한 열의를 보이는 딸에게 어머니는 냉담했다.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체면을 깎는 일로 여겨지던 시대였다.
1885년 에드워드 워튼과 결혼했으나, 지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불안한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8년간의 공허한 결혼 생활은 그녀를 만성적 신경쇠약으로 몰아넣었지만, 동시에 글쓰기라는 탈출구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주치의가 처방으로 권한 것도 소설 쓰기였다. 두 편의 단편집을 발표한 후 1905년 출간한 장편 《환락의 집》은 단숨에 그녀를 미국 문단의 주요 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부와 지위에 집착하는 상류 사회가 한 여성을 어떻게 파멸시키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한 이 소설은 당대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전환기, 문학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실주의의 전통이 흔들리고 모더니즘의 물결이 밀려들던 시대였다. 조이스와 울프가 의식의 흐름을 탐구하는 동안, 워튼은 확고한 사실주의의 방법론을 고수했다. 그녀는 톨스토이, 발자크의 계보를 자신의 문학적 유산으로 삼았고,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를 냉철하게 관찰하는 방식으로 시대의 모순을 포착했다. 헨리 제임스와 깊은 지적 우정을 나누면서도, 그의 현학적 문체와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명료하고 단단한 목소리를 지켜냈다.
1907년 파리에 정착한 후 워튼은 더욱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이선 프롬》(1911)으로 뉴잉글랜드 농촌의 가혹한 현실을 묘사했고, 《관습의 나라》(1913)로 미국적 물질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아냈다. 1917년에는 뉴잉글랜드 산골 소녀의 성적 각성과 욕망을 정면으로 다룬 《여름》을 발표해 당시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겼으며, 후대에 워튼 문학의 가장 대담하고 개인적인 작품으로 재평가받았다. 1920년 출간된 《순수의 시대》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여성으로서는 최초였다.
퓰리처상 수상 이후에도 《달빛 한 조각》(1922), 《어머니의 보상》(1925), 《허드슨 강의 브래킷》(1929) 등 꾸준히 장편을 발표했으며, 소설 기법에 관한 비평서 《소설 쓰기》(1925)를 통해 자신의 문학적 원칙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자서전 《뒤를 돌아보며》(1934)를 통해 자신의 삶을 회고하기도 했으나, 가장 내밀한 감정들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그녀가 생전에 봉인해둔 편지와 일기들이 사후에 공개되면서 비로소 억압 속에서도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지켜온 한 여성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파리에 남아 전쟁 구호 활동을 이끌었다. 난민 구호소를 운영하고 전쟁 고아를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인 공로로 프랑스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이디스 워튼은 1937년 8월 11일, 파리 근교 생브리스수포레의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향년 75세에 생을 마감했다.
생애 동안 장편소설 15편, 중편소설 7편, 단편소설 85편, 다수의 시와 에세이와 여행기를 남긴 워튼은, 상류 사회의 내부자이면서 동시에 그 세계의 가장 냉철한 해부자였다. 오늘날 그녀는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예리한 사회 비평가이자, 억압에 맞서 자신의 삶과 문학을 동시에 일구어낸 작가로 자리한다.

역자 : 민지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면서, 출판 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동물농장》 《카피캣》 《갤럭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셜록 홈스의 모험》 《톨스토이 단편선》(완역본) 등이 있다.


목차


작가에 대하여 19
이 책에 대하여 23
제1장 27
…
제18장 300
작품 해설 (문학평론가 성현아) 319

출판사 서평

머묾 세계 문학
아름다움을 입고
곁에 두고 싶은 이야기로 재탄생하다

“환상을 깨뜨리면서도 여전히 삶을 기대하게 하는 이디스 워튼의 소설은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눈부신 여름 한 자락을 꺼내 보인다.”
-문학평론가 성현아

이디스 워튼 〈여름〉
이디스 워튼은 전쟁 중에 《여름》을 썼다. 1916년, 파리는 포화 속에 있었고, 워튼은 그 한복판에서 전선을 시찰하고 난민 구호소를 운영하며 매일 죽음과 폐허를 목격했다. 그러나 바로 그 소진의 한가운데서, 그녀는 전혀 다른 세계를 - 뜨거운 여름, 젊음, 욕망의 세계를 - 이야기로 써내려갔다. 작품은 미국의 대중 잡지 《매클루어스》에 연재되며 독자들과 처음 만났고, 1917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훗날 워튼은 이 작품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자와 그 친밀한 지인들에게 'the Hot Ethan'으로 알려진 작품"이라고 불렀다. 전쟁의 냉기 속에서 탄생한, 가장 뜨거운 소설이었다.
《여름》은 워튼의 작품 중 가장 육체적이고 가장 개인적인 소설이다. 뉴욕 상류 사회의 사교 지형을 해부해온 워튼이, 이 작품에서는 한 번도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던 영역 - 가난한 시골 여성의 성적 각성 - 을 파고든다. 혼외 임신과 계층의 벽, 그리고 그 결말을 워튼은 도덕적 판단 없이 끝까지 따라간다.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는 "워튼의 덜 중요한 작품"이라 했고, 《뉴 리퍼블릭》은 "공허한 이야기"라고 혹평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 재평가된 《여름》은 오늘날 전혀 다른 위치를 차지한다. 채리티 로열은 워튼 문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자유롭고 가장 솔직한 여성 인물로 재발견되었고, 계층과 장소가 한 여성의 삶을 어떻게 결정짓는지에 대한 냉철한 해부로 새롭게 조명받았다.


책 속에서

6월의 오후가 막 시작되는 무렵이었다. -27p

의존한다는 것이 어쩌면 달콤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44p

“모든 게 다 마음에 안 들어.”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29p

아주 멋진 하루였어요! 내일은 어디로 데려가줄 건가요? -90p

떠나야 한다면, 그가 간직하고 갈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그가 자신을 원한다면, 스스로 그녀를 찾아와야 한다. 줄리아 호스 같은 여자들에게 남자들이 그러듯이, 순간적인 충동에 이끌려 자신을 가볍게 취하게 둘 수는 없었다. -129p

채리티는 오직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만 그를 바라보았을 뿐, 그의 감정이 어떠할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다만 직감적으로 그가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지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채리티는 그가 진실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134p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좀 더 행복하고 덜 외롭게 지낸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당신의 삶에도 곧 조금씩 변화가 찾아올 겁니다. -145p

자신의 독립을 주장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헵번 피크닉에 대해 거짓말까지 한 것은 자신의 행복이 속되게 짓밟힐까봐 두려워하는 은밀한 본능 때문이었다. 루시어스 하니와 함께 있을 때마다 그녀는 꿰뚫을 수 없는 산안개가 자신을 감싸 숨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150~151p

채리티는 대체로 무심하고 둔감한 편이었으며, 그녀도 자신의 그런 점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빛과 공기, 향기와 색채에는 온몸의 피가 즉각 반응했다. 손바닥에 닿는 마른 풀의 거친 촉감, 얼굴을 묻을 때 눌렸던 타임이 피어내는 향기, 머리카락을 헤집고 면 블라우스 안으로 스며드는 바람, 바람결에 흔들리며 삐걱대는 낙엽송 소리를 사랑했다. -42p

바람을 느끼고 풀에 뺨을 비비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럴 때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온한 충만감에 젖어들었다. -42p

8월이 끝나갈 무렵의 어느 오후였다. -19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