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삶의 흔적과 결핍, 사라진 것들을 향한 깊은 성찰
김윤한 시인의 신작시집 『달의 얼룩』이 시와에세이에서 나왔다. 1995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30년 넘게 시를 써온 김윤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물과 풍경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삶, 상실과 그리움의 깊이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오랜 시간 시와 함께 살아온 그에게 이번 시집은 단순한 작품을 넘어, 살아오면서 겪은 시간과 기억,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그것을 시의 언어로 보듬어 온 기록이다.
이 시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독특한 시선이다. 폐타이어, 양은 대야, 목도장, 놋그릇, 신발, 구두, 연필, 반창고, 괘종시계, 리어카, 거울, 작대기, 볼펜과 같은 평범한 사물들이 시인의 시선에 들어오는 순간 한 사람의 생애와 기억을 품은 존재로 바뀐다.
모든 것을 담았지만 흐르는 시간은 담아둘 수 없었다/낡아서 뚫어져 버린 구멍을 감당할 수 없어 엿장수 리어카를 타고 사라지고 말았지만/단맛에 취해 오래도록 존재를 잊고 있었다//어른거리며 보이던 그 시절의 내 얼굴과 가득히 담겨 있던 구름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오늘 아침 세면대 앞에 선 내 얼굴이 문득 낯이 설다
-「양은 대야 속 시간」 부분
아버지의 조상들이 차례대로
자식에게 그릇과 가난을 물려주었고
그 그릇 덕분에 후손들은 어쨌든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지만
찬장 가득하던 그릇들
언제부턴가 밥상에 오르지 않고
금빛으로 울던 쇳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놋그릇」 부분
「양은 대야 속 시간」에서는 한 가족의 가난과 눈물, 지나가 버린 시간이 대야 안에 고여 있는 듯 형상화된다. 「놋그릇」에서는 한 끼 밥을 위해 살아온 부모 세대의 삶과 죽음이 오래된 그릇의 울림을 통해 되살아난다. 이처럼 시인은 사물의 표면에 머물지 않고 그 안에 축적된 사람들의 시간과 생애를 읽어낸다.
시집의 표제작 「달의 얼룩」은 이번 시집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달 표면의 얼룩을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의 흔적으로 받아들인다. 달은 아름다운 자연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부재와 상실을 기억하게 하는 존재가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 하나가 있었다 누군가 시간이 가면 당연히 눈물은 마르기 마련이라고 이야기했다 거짓말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는 뜨고 졌다/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샘물이 되어 조금씩 고이고 있었던 거다 검붉은 마그마와 만나 끊임없이 끓어오르고 있었던 거다 정작 나는 까맣게 몰랐던 거다/그러다 명절 오후쯤 흘러간 시간을 되감다 보면 갑자기 뜨거운 것이 눈물샘을 타고 터져 나왔다 구토처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북받쳐 올랐다/죽기 전에는 아마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일정한 주기도 없이 예정된 시간도 없이 불쑥 솟아올라 모든 것을 적셔버리는 뜨거운 간헐천 하나가 있다
-「울컥」 전문
「울컥」과 「슬픈 분모」에서는 더욱 직접적인 상실의 기억이 드러난다. 시인은 아내와 함께 간직하고 있는 깊은 슬픔을 ‘슬픈 분모’라고 표현하며,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상처가 어느 순간 갑자기 솟아오르는 모습을 ‘간헐천’에 비유한다. 개인적인 아픔은 이 시집에서 한 가족의 사적인 기억에 머물지 않고, 누구나 삶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상실과 애도의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된다.
김윤한 시인은 「시인의 산문」을 통해 자신의 시를 ‘결핍과 부재’라고 밝힌다. 살아가면서 얻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것이 많아지고, 그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고 아파하는 과정에서 시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결핍과 부재를 외면하지 않고 시로 보듬어 가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달의 얼룩』은 결국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시집이다. 그러나 그 사라짐을 단순히 슬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폐타이어와 낡은 신발, 멈춰버린 시계와 오래된 거울, 느티나무와 고목 등 시인이 마주한 평범한 존재들의 시간을 따라가며, 그 안에 깃든 생애의 무게와 흔적을 되살린다. 사라진 것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시의 언어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시인은 조용하지만 깊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 시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독특한 시선이다. 폐타이어, 양은 대야, 목도장, 놋그릇, 신발, 구두, 연필, 반창고, 괘종시계, 리어카, 거울, 작대기, 볼펜과 같은 평범한 사물들이 시인의 시선에 들어오는 순간 한 사람의 생애와 기억을 품은 존재로 바뀐다.
모든 것을 담았지만 흐르는 시간은 담아둘 수 없었다/낡아서 뚫어져 버린 구멍을 감당할 수 없어 엿장수 리어카를 타고 사라지고 말았지만/단맛에 취해 오래도록 존재를 잊고 있었다//어른거리며 보이던 그 시절의 내 얼굴과 가득히 담겨 있던 구름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오늘 아침 세면대 앞에 선 내 얼굴이 문득 낯이 설다
-「양은 대야 속 시간」 부분
아버지의 조상들이 차례대로
자식에게 그릇과 가난을 물려주었고
그 그릇 덕분에 후손들은 어쨌든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지만
찬장 가득하던 그릇들
언제부턴가 밥상에 오르지 않고
금빛으로 울던 쇳소리도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놋그릇」 부분
「양은 대야 속 시간」에서는 한 가족의 가난과 눈물, 지나가 버린 시간이 대야 안에 고여 있는 듯 형상화된다. 「놋그릇」에서는 한 끼 밥을 위해 살아온 부모 세대의 삶과 죽음이 오래된 그릇의 울림을 통해 되살아난다. 이처럼 시인은 사물의 표면에 머물지 않고 그 안에 축적된 사람들의 시간과 생애를 읽어낸다.
시집의 표제작 「달의 얼룩」은 이번 시집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달 표면의 얼룩을 자신이 잃어버린 것들과 지워지지 않는 상처의 흔적으로 받아들인다. 달은 아름다운 자연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부재와 상실을 기억하게 하는 존재가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아픔 하나가 있었다 누군가 시간이 가면 당연히 눈물은 마르기 마련이라고 이야기했다 거짓말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해는 뜨고 졌다/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샘물이 되어 조금씩 고이고 있었던 거다 검붉은 마그마와 만나 끊임없이 끓어오르고 있었던 거다 정작 나는 까맣게 몰랐던 거다/그러다 명절 오후쯤 흘러간 시간을 되감다 보면 갑자기 뜨거운 것이 눈물샘을 타고 터져 나왔다 구토처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북받쳐 올랐다/죽기 전에는 아마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일정한 주기도 없이 예정된 시간도 없이 불쑥 솟아올라 모든 것을 적셔버리는 뜨거운 간헐천 하나가 있다
-「울컥」 전문
「울컥」과 「슬픈 분모」에서는 더욱 직접적인 상실의 기억이 드러난다. 시인은 아내와 함께 간직하고 있는 깊은 슬픔을 ‘슬픈 분모’라고 표현하며,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상처가 어느 순간 갑자기 솟아오르는 모습을 ‘간헐천’에 비유한다. 개인적인 아픔은 이 시집에서 한 가족의 사적인 기억에 머물지 않고, 누구나 삶에서 경험할 수밖에 없는 상실과 애도의 보편적인 감정으로 확장된다.
김윤한 시인은 「시인의 산문」을 통해 자신의 시를 ‘결핍과 부재’라고 밝힌다. 살아가면서 얻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것이 많아지고, 그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하고 아파하는 과정에서 시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는 결핍과 부재를 외면하지 않고 시로 보듬어 가는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달의 얼룩』은 결국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시집이다. 그러나 그 사라짐을 단순히 슬퍼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폐타이어와 낡은 신발, 멈춰버린 시계와 오래된 거울, 느티나무와 고목 등 시인이 마주한 평범한 존재들의 시간을 따라가며, 그 안에 깃든 생애의 무게와 흔적을 되살린다. 사라진 것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시의 언어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시인은 조용하지만 깊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달의 얼룩 (김윤한 시집)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