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왜 도전받는가?

정의는 왜 도전받는가?

$18.00
Description
정의롭지 않은 인간들의 ‘정의’ 독점을 비판하다


법은 언제나 정의로운가. 국가는 누구를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가. 민주주의는 왜 점점 더 많은 문제를 법원에 맡기게 되었는가. 르몽드코리아가 펴낸 신간 『정의는 왜 도전받는가? - 사법의 위선과 추락』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정면에서 던지는 책이다. 안-세실 로베르를 비롯해 페리 앤더슨, 디터 그림, 뱅상 시제르, 라파엘 켐프, 필리프 데캉, 로랑 보넬리, 마틸드 고아네크 등 세계적인 언론인·법학자·정치사상가들이 집필한 30편의 글을 엮어, 현대 사법이 직면한 위기와 민주주의의 균열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법을 선악의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법원을 무조건 비난하지도, 사법을 절대적인 정의의 상징으로 신성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사법이 정치의 실패를 대신 떠안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다. 정치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갈등이 법정으로 밀려들고, 판사는 점점 정치적 판단을 요구받는다. 결국 사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의 모순을 가장 먼저 떠안는 기관이 된다.

책은 네 개의 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첫 번째는 치안국가의 확대다. 범죄 예방이라는 이름 아래 방어권은 축소되고, 검찰과 경찰의 재량은 확대된다. 두 번째는 법 앞의 불평등이다. 같은 법이라도 권력자와 사회적 약자에게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된다. 세 번째는 사법의 정치화다. 언론과 여론, 헌법기관과 법원이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오면서 판결은 더 이상 법률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마지막으로 법을 누가 만드는지를 묻는다. 로펌과 거대 자본, 국가권력은 입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법은 점차 시민보다 권력의 언어를 닮아간다.
이 책에는 특히 오래 곱씹어야 할 문장들이 많다. ‘법의 지배’는 정말 ‘법치국가’와 같은 의미인가. ‘공권력’은 언제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고, 언제 시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하는가. “불복종이 아니라 저항하라”는 선언은 어디까지 정당한가. 각각의 글은 하나의 사건을 다루지만, 결국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정의는 누가 정의하는가.

한국 독자에게도 이 책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검찰개혁, 경찰권 확대, 보완수사권, 헌법재판, 여론재판 등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논쟁 대부분이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들과 정확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프랑스나 미국, 브라질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를 떠올리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느 한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권력은 보수 정부에서도, 진보 정부에서도 남용될 수 있으며, 사법은 언제든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기에 저자들이 끝까지 지키려는 것은 특정 이념이 아니라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정의를 자기 편의대로 이해한다. 자신이 원하는 판결이 나오면 정의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정의는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 권력이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 행사되는 과정이며, 민주주의는 그 과정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감시하는 시민의 태도 위에서만 유지된다는 것이다.
『정의는 왜 도전받는가?』는 법률 전문가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교양서이며, 동시에 우리가 너무 쉽게 믿어왔던 '정의'라는 단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더 이상 "법은 정의로운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묻게 된다.
우리는 지금도 정의를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정의라는 이름을 빌려 권력을 정당화하고 있는가. 『정의는 왜 도전받는가?』는 르몽드 코리아가 펴낸 〈마니에르 드 부아르〉 시리즈의 23번째 책이자, ‘왜?’라는 의문부호를 달고서 단행본으로 출간된 4번째 책이다. 『유대인은 왜?』, 『팔레스타인은 왜?』, 『미국은 왜?』와 함께 일독을 권한다.
저자

안-세실로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