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로 사이세이 시선

무로 사이세이 시선

$19.61
Description
시, 소설, 하이쿠, 수필, 평론 등 다이쇼(大正), 쇼와(昭和) 문단을 누볐던 전방위 문학자 무로 사이세이. 약 60년간의 시력(詩歷) 가운데 1000편에 가까운 시를 남긴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번 시선집에는 첫 시집 《사랑의 시집(愛の詩集)》(1918)을 비롯해 무로 사이세이 시 세계를 대표하는 14개 시집에서 104편의 대표 시를 뽑아 번역했다. 사이세이 시 세계의 변화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작품을 연도순으로 배열하였으며, 초판본의 원문을 함께 수록했다.
저자

무로사이세이

무로사이세이(室生犀星,1899∼1962)
무로사이세이는다이쇼(大正)시대부터쇼와(昭和)시대에걸쳐시·소설·하이쿠·수필·평론등다양한장르를넘나들며방대한양의작품을남겼다.단행본기준150권이상의저서를간행했으며그가운데20여권의시집과80여권의소설집을펴낸일본의대표적시인이자소설가다.
하급무사출신인아버지와하녀였던어린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그는생후일주일만에인근절의주지승을통해양자로입양된다.주지승의내연의처에게입양되어자라면서친부모와는가깝게교류하지않았고열살무렵친부가사망한뒤친모는자취를감추어평생한번도만나지못했다.이러한환경에서비롯된자격지심과그로인한반항과고독에서사이세이는일생동안자유롭지못했다.사이세이의삶과문학세계를관통하는중요한테제는이러한태생적결함을극복하고그속에서어떻게독립을도모할것인지에대한것이었다.
사이세이문학은전통시가인하이쿠에서시작한다.양모의권유로14세무렵고등소학교를중퇴하고지방재판소에급사로취직을한그는직장상사에게하이쿠의기초적인작법을배운다.이후지역신문이나문예지에시가나산문을발표하는등문학에대한열의를쏟아붓는다.초기에는본명인데루미치(照道)와필명인잔카(殘花)를썼으며17세무렵부터는사이세이(犀西)라는필명을쓰기시작했다.사이세이(犀西)라는이름은당시가나자와출신의고쿠부사이토(国府犀東)의필명속에담긴‘사이강의동쪽(犀東)’이라는의미에상응하여붙인것이다.그는강의서쪽에서나고자랐다는의미를담아필명을‘사이세이(犀西)’라고지었으며나중에같은음의한자인‘사이세이(犀星)’로바꾼다.
1907년그의나이19세때《신성(新声)》에발표한시를계기로고다마가가이(児玉花外)의지원을받으며본격적으로시에몰두한다.아울러1910년22세때에는포부를품고상경하지만무명시절에맞닥뜨릴수밖에없는경제적궁핍과불안정함으로힘겨운시간을보낸다.도시생활에지친그는미련없이고향가나자와로돌아간다.그러나고향에서의삶역시녹록하지는않았으며가슴속에품은문학을향한열망은그를몇번이고다시도쿄로돌아오게만든다.도쿄와가나자와를오가며이상과현실속에서좌절을반복하는동안그의시에는고향에대한애착과고된삶의모습이현실적인감각과이상세계로의환영으로발현된다.
값싼하숙방을전전하며곤궁한생활을하는생활속에서도사이세이는뜻이맞는문인들과시사(詩社)를결성하거나동인지를간행하는등시인·편집자·발행인등으로다양한활동을이어간다.20대중반부터는기타하라하쿠슈(北原白秋)를비롯하여우에다빈(上田敏),하기와라사쿠타로(萩原朔太郎),다카무라고타로(高村光太郞),아쿠타가와류노스케(芥川龍之介)등과친분을이어가며문단의중심에선다.
시인으로이름이알려지던시기사이세이는소설창작에도힘쓴다.그가소설로영역을확장하게된까닭은불우한성장기를극복하고자하는공명심과경제적자립에우선하는것이었다.1919년31세에〈유년시대(幼年時代)〉를《중앙공론(中央公論)》에발표하여높은반응을얻게되고그해에〈성에눈뜰무렵(性に眼覚める頃)〉,〈어느소녀의죽음까지(或る少女の死まで)〉를발표하며소설가로서명성을다진다.초기자전소설3부작이라할수있는〈유년시대〉,〈성에눈뜰무렵〉,〈어느소녀의죽음까지〉는태생적속박과자신의상흔을정면으로마주한다.
이와더불어사이세이는한해30~40여편의소설을발표하는창작욕을보인다.그런성과로46세에양모와절에서함께자란형제들을소재로소설〈남매(あにいもうと)〉(1934)를발표하며1935년제1회문예간담회상(文芸懇話会賞)을수상한다.이작품은오랫동안많은사랑을받아오다1953년에는영화화가되기도하고1972년에는드라마로방영되기도한다.
소설이많은관심을받은것에반해사이세이는점차시를쓰는일에소홀해진다.1932년간행한시집《철집(鐵集)》에서‘더는시집을엮을마음이없다’는것을고백한이래1934년8월에는〈시여그대와헤어지노라(詩よ君とお別れする)〉(《문예(文藝)》)라는글에서마침내시작중단을선언하기에이른다.이는변화에대한의지와시와소설두분야에서성공을거둔이후침체기를겪다가〈남매〉의성공으로자신의문학적생명을소설에걸겠다는의지를표명한것이다.이러한문학적변혁기를보내며사이세이의문학은더욱깊이를더한다.
그는타고난미적감각으로전통적아름다움이살아있는일본의정원을소재로하는글을다수남기고있다.수필집《정원을만드는사람(庭を造る人》(1927),《정원과나무(庭と木)》(1930),《일본의정원(日本の庭)》(1943)이그것이다.그는1931년가루이자와에별장을짓고매년여름을그곳에서보내며집과정원을직접가꾸는것을취미로삼는다.이별장은자신과친분이깊은호리다쓰오(堀辰雄),가와바타야스나리(川端康成),시가나오야(志賀直哉)등많은문인들이드나드는교류의장소가되었으며사이세이자신역시이별장에서〈성처녀(聖處女)〉(1935),《살구아이(杏っ子)》(1956)등과같은작품을저작한다.
전시기에이르러사이세이는《천황의군대(美以久佐)》(1943)와《일본미론(日本美論)》(1943)에서전쟁을찬양하는시를발표하여전후논란의중심에선다.이에도미오카다에코(富岡多恵子)는‘시인은대중의감수성을풍부하게해주는능력자로서국가에게이용당하는시대도있다.전쟁시대에시인은국책에봉사하는선전가·선동가로만기대되었을것이다’라며사이세이를옹호하기도한다.사이세이는《무로사이세이전시집(室生犀星全詩集)》(1962)에서‘오늘이들시를지우는것은마음속의더러움을보고싶지않기때문’이라며논란이된전쟁시를삭제한다.
오랜문학활동을통해높은문업을이룬사이세이는제1회문예간담회상(文芸懇話会賞)(1935),제3회기쿠치간상(菊池寬賞)(1941),제9회요미우리문학상(読売文学賞)(1958),제13회마이니치출판문화상(毎日出版文化賞)(1959),제12회노마문예상(野間文芸賞)(1959)등을수상한다.
1961년10월73세에폐암진단을받고치료를받던중쇠약증세로입원과퇴원을반복하다1962년3월1일도쿄도라노몬(虎の門)병원에입원한뒤의식불명에이른19일로부터일주일후3월26일영면한다.

목차

《사랑의시집(愛の詩集)》

만인의고독
저녁노래
고향에서겨울을보내다
늦가을비
끝끝내오지않을그대
비의시
아름다운밤에쓴시

이길도나는지난다

《서정소곡집(抒情小曲集)》
소경이정
여행길
유랑
여행에나서다
갈매기
바닷가에서혼자부르는노래
모래언덕에내리는비
때를모르는풀
영원의날
모래언덕위
우에노역
무로사이세이씨

《제2사랑의시집(第二愛の詩集)》
작은가정
아직모르는친구
어린잎이빛난다
노트
처음으로〈카라마조프형제〉를읽은밤의일
초원
봄눈

《쓸쓸한도시(寂しき都会)》
제2의고향

구원할수없는사람들
봄부터여름에느끼는것
새로운밤

《별에서온사람(星より來れる者)》
세속의먼지
은어의그림자
도시의강
사람을찾아
시골
훔치는마음
바다

《시골의꽃(田舎の花)》
먼피리
산위의불
이상한얼굴
시나가와
해뜨기전

《망춘시집(忘春詩集)》
망춘
필름
코끼리
복숭아나무
머뭇거림
깊은밤
양말
우리집꽃
체념하지않는마음
낙타
가을날

《푸른물고기를낚는사람(靑き魚を釣る人)》
봄의절
만나고온밤은
산줄기
고향에서
푸른물고기를낚는사람
스사키바다
눈오기전
밤장수
고향에머물며보내는다른소식
벽위에비친슬픈노래
죽은이를그리는노래

《고려의꽃(高麗の花)》
돌하나
옛날옛날
살벤자리
저녁식사준비는아직멀었나
고려의꽃
남포등
가족

《학(鶴)》
애타는마음을아네
먼지속
인가의바닷가
우정이라는것
언제나낚시하는아이

《참새집(鳥雀集)》
겨울이왔다
쓸쓸한나무

급행열차

《철집(鐵集)》
검을가진사람
잿빛산
지구뒤편
붉은배지빠귀
말없이서있는자

《일본미론(日本美論)》
평원
사람은
참새
우아한여인
요즈음

《하얼빈시집(哈爾濱詩集)》
황해
사람을그리워해도
거대한형상
슬라브의거문고
다오와이
조선

《어제와주세요(昨日いらつしつて下さい)》
어제와주세요
아침정리
수염
코끼리와파라솔

해설
지은이에대해
지은이연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무로사이세이(室生犀星,1889~1962)는시인,소설가,수필가,평론가로서여러방면에서문학적역량을발휘했던일본의대표적인문학자이다.그의시는단카(短歌)나하이쿠(俳句)와같은전통적인시가(詩歌)의고전적인정취와구어자유시의형식적활달함이서정적내용과결합된독창적인면모를지니고있다.생활자의삶을중요한가치로여겼으며관념적이고이상적인것을취하더라도매순간다양하게변주되는감정을자연스럽고솔직하게표현했다.대체로시형이짧으며응축되어있는것이특징이며난삽하거나난해하지않다.사이세이의14개대표시집에서104편의시를뽑아국내에처음소개한다.

고향은멀리서그리워하는것
《서정소곡집(抒情小曲集)》(1918),《푸른물고기를낚는사람(靑き魚を釣る人)》(1923),《참새집(鳥雀集)》(1930)은사이세이특유의서정이흘러넘치는시집이다.사생아로불우하게자란유년시대의비극과애환,문학을향한꿈을안고상경한이후겪게되는도시에서의고단한삶과,망향을노래했다.도쿄에서의불안정한생활속에서방탕하게살아가던사이세이가육체는타락했어도정신만은고결하기를바라는격절의정서를표출한것이다.이시집들의간행으로사이세이는‘과거의서정시어디에서도발견할수없는진귀한날카로움’이라는상찬을받으며다이쇼(大正)시단의큰주목을받았다.

고향은멀리서그리워하는것
그리고쓰리고아프도록노래하는것
설령
초라해져타향에서빌어먹게될지라도
돌아갈곳이아니네
혼자도시의노을을보고
고향생각에눈물짓네
이마음품고서
머나먼도시로돌아가고싶네
멀고먼도시로돌아가고싶네
-〈소경이정(小景異情)〉일부,《서정소곡집(抒情小曲集》

입말로구축한일상속의순간들
값싼하숙방을전전하며곤궁한생활을이어가던사이세이는뜻이맞는문인들과시사(詩社)를결성하거나동인지를간행하는등시인,편집자,발행인등으로다양한활동을이어갔다.20대중반부터는하기와라사쿠타로(萩原朔太郎),아쿠타가와류노스케(芥川竜之介)등과친분을이어가며문단의중심에섰다.이시기사이세이는이전의응축된문어체에서벗어나호흡이긴구어체로접어들었다.주로20대후반에서30대초반에쓴시편을모은것으로《사랑의시집》,《쓸쓸한도시(寂しき都会)》(1920),《별에서온사람(星より來れる者)》(1922),《시골의꽃(田舎の花)》(1922),《망춘시집(忘春詩集)》(1922),《고려의꽃(高麗の花)》(1924)등을꼽을수있다.사이세이자신이“사람과자연과의관계속에촉발되는감정의복잡한동요를응시하고침잠하는방법”을‘시’라고정의하고있듯이이시집들의시는사실적인경향을띠지만,상념의깊이를그대로포착하며일상속의순간들을구축했다.

오고가는사람의모습도모두물위에비치고
고요히사라져간다
연기는여전히피어오른다
아이의엄마인듯한여자가
푸른파한다발을씻고있다
모든것이고요한빗속에다리의그림자가되어있다
-〈도시의강(都會の川)〉일부,《별에서온사람(星より來れる者)》

사이세이문학의변혁기
관동대지진,아쿠타가와류노스케의죽음,친구사쿠타로와가족과의사별등의체험이녹아있는시집《학(鶴)》(1928)의서문에서사이세이는‘자신에게고착된무엇인가를격파하는기분으로부딪쳐가고자한다’고선언한다.시인으로서과거의시업과구분짓겠다는이러한의지는장절한자연의발견과경이로움에대한공감이준열하게드러나는《철집》(1932)을비롯해조선과만주를여행하고난후쓴시를모은《하얼빈시집》(1957),그리고생애후반부의시집이라고할수있는《어제와주세요》(1959)까지이어졌다.이시기의시집에는가루이자와(軽井沢)에별장을짓고도쿄의거처를옮기며변화를추구했던사이세이의모습,1930년대중반이후급박하게돌아가는전황,패전이후의시대적전경이직간접적으로드러나있다.

검을이고서있는험한산들,
높은산은검을지키며줄지어서있다.
검은아주오랜시간에도녹슬지않고
검은독하게거친쇠를달구어두드려
말없이우뚝솟아있다.
검게갈라진산주름에,
희미한먼지를더해,
아주검은빛으로빈틈없이누군가와칼을맞대고있다.
그소리울려퍼져들려온다.
-〈검을가진사람(剣をもつてゐる人)〉전문,《철집(鐵集)》

단행본기준150권이상의저서를간행했으며,그가운데80여권의소설집과20여권의시집을펴낸문호무로사이세이.이번시선집으로다이쇼,쇼와문단에남긴무로사이세이의족적을살펴볼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