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형법정원칙과 법원 1

죄형법정원칙과 법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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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올해 2023년은 형법제정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대한민국 형법은 1953년 9월 18일 법률 제293호로 제정되어 10월 3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23차례 개정되었습니다.
우리 한국형사법학회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1957년 5월 22일 창립되었으니, 올해가 학회창립 66주년입니다.
형법은 ‘사람을 처벌하는 법’입니다. ‘범죄’ 때문이 아니라 ‘형벌’ 때문에 존재하는 법입니다. ‘형벌’이라는 특수한 강제력을 사용하는, ‘수단의 특수성’이 있는 법입니다. 형벌권은 국가가 갖습니다. 즉 형법은 ‘공형벌(公刑罰) 체계’를 제도화한 법입니다. 그러므로 형법은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처럼 형법은 절제되어야 할 가치체계인 것입니다. 개인은 형법의 제1차 수신자가 아닙니다. 국가가 형법의 제1차 수신자입니다. 형벌 권력의 속성을 우리는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죄형법정주의,죄형법정원칙
형법의 기본원리는 「죄형법정주의」,「죄형법정원칙」입니다. 죄형법정원칙은 헌법의 원칙이자 가장 중요한 형법의 법치국가원칙이며, 형법해석의 기본원칙입니다.

“법률 없으면 범죄도 형벌도 없다”(%00;um crimen, %00;a poena sine lege)

이 법언은 죄형법정원칙의 상징이고 깃발입니다. 근대 형법의 상징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국가형벌권 남용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것이 법치국가(法治國家)의 헌법상 요청이며 삼권분립(三權分立)에 기초한 죄형법정원칙의 본질적 내용입니다.
죄형법정원칙은 형법의 팽창과 과도한 형벌 욕구를 제약하는 작용을 담당합니다. 형법의 입법자를 구속하는 원칙입니다. 무엇보다도 형법의 해석적용자?법원을 구속하는 원칙입니다. 만일 법원이 형법 해석과정에서 법해석이라는 미명하에, 마치 입법자처럼 입법영역을 잠식하고, 준입법자 마냥 법창조를 감행한다면, 개인은 자유의 이익을 그만큼 잃게 됩니다. 자유의 보루인 법원에 의해 오히려 자유의 이익을 잃게 된다는 것은 역설이자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법원은 자유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러한 역설은 다른 법과 달리 형벌이라는 특수한 수단을 사용하는 형법에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법원은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닙니다. 다만 ‘공형벌’을 다루는 헌법기관입니다. 즉 국가형벌권을 대리하는 국가기관(검사)에 대한 관계에서, 법원은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헌법 책무를 수행하는 헌법기관입니다.
죄형법정원칙은 개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핵심 원칙입니다. 헌법재판소도 역시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국가 형법의 기본원리”(헌재 1991.7.8. 91헌가4)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실체형법에서 양대 축은 범죄자와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형법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과제를 ‘보호 과제’, 범죄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과제를 ‘보장 과제’라고 합니다. 양자의 ‘균형’이 형법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피해자는 실제 범죄피해자(과거 피해자)가 아니라 일반화된 피해자 즉 일반인(미래 피해자)을 뜻합니다(형사소송에서 피해자는 실제 피해자이지만, 실체형법에서 피해자는 일반인이라는 뜻입니다). 현대 형벌론의 목적에 따르면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장래의 범죄예방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며, 공형벌은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현실의 피해자)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일반인을 위한) 오늘의 ‘보호’ 과제를 강조하고 우선한다면, 이것은 (범죄자를 위한) 오늘의 ‘보장’ 과제를 그만큼 위협?약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호와 보장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더구나 ‘보장’의 약화는 단지 오늘의 보장을 그만큼 허물어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나아가 내일의 보장까지도 그렇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범죄자와 일반인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그 구별이 상대적인 것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오늘의 일반인도 얼마든지 내일에는 범죄자?범죄의심자 집단에 속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반인에 대한) ‘오늘의 보호 우선’은 곧바로 (오늘의 일반인에 대한) ‘내일의 침해가능성 확대’를 그 대가로 요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호 목적의 상대적 우위가 광풍처럼 지배하는 현실에서 ‘보장 기능의 강화’를 외치는 것은, 흔히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오늘의 범죄자를 위한 것은 아닙니다. 형벌 권력에 대한 관계에서 일반인의 내일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즉, ‘오늘의 보장’은 정확하게 (오늘의 일반인에 대한) ‘내일의 보호’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보장은 보호를 위한 수단입니다. 이러한 모순적 성격은 형법이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형벌이라는 법익박탈 수단을 사용하는 특수성 때문입니다.
전문가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도 오늘의 젊은 세대는 물론 우리 모두 적어도 이 사실만큼은 똑바로 직시해야 합니다. 이러한 보장 과제는 당연히 법원에게 그 헌법상 책무가 맡겨져 있습니다.

『죄형법정원칙과 법원』
뜻깊은 형법제정 제70주년을 맞이하여, 많은 원로 형법학자들께서 한 목소리로 의견을 주셨습니다. 학회 차원에서 죄형법정원칙의 실현을 위한 법원의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고, 판례 법리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특단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셨습니다(법원은 ‘인권의 최후 보루’인가 아니면 죄형법정원칙의 ‘적’인가? 가히 ‘분노 아닌 분노’를 일부 피력하시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학회 차원에서 2023년 1월 이사회, 2월 상임이사회를 거쳐 『죄형법정원칙과 법원』 발간을 기획하고 《판례연구위원회》 안에 《간행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우선, 주제는 논란의 중심에 선 대법원 판례 총 26개를 엄선하고, 2개의 총설을 더하였습니다. 1개 주제당 200자 원고지 기준 100장 정도의 분량을 원칙으로 하였고, 일관된 형식(포맷)을 추구하였습니다. 2023년 3월 24일, 4월 14일 및 21일 대면회의를 개최하는 등 준비과정을 거쳐, 5월 말까지 주제 선정?집필진 선정?집필 의뢰를 완료하였습니다. 그 후 8월 말까지 원고를 수합하고 10월 말까지 2번에 걸쳐 편집?교정을 경유하였습니다.
둘째, 집필진은 학계의 여망을 담아 그야말로 그 대부분을 평생 한국 형법 연구에 헌신하신 원로 형법학자 분들로 모셨습니다. 형법에 진심이신 정말 많은 원로 형법학자들께서 한국 형법 현실의 문제점에 대해 적극 공감하시고, 판례 법리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한다는 대의(大義)에 기꺼이 동참해 주셨습니다. 흔쾌히 집필에 동의하시고 뜨거운 여름 원고 집필에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해 주신 원로 형법교수님들을 비롯하여, 의견제시와 집필에 참여한 모든 형법학자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따라서 이 책의 편저자는 단지 개인이나 소수의 집단이 아니라 한국형사법학회이고, 넓게는 ‘한국 형법학계 전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셋째, 글의 형식은 논문형 글쓰기를 지양하였습니다. 판례 법리의 노력과 성과를 평가하고, 나아가 판례 법리의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그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비판?제안?비유?은유 등 모두 가능하다는 점을 공유하였습니다. 전체를 조망하면서 핵심 내용을 전달하고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였습니다.
넷째,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은 물론 법원?변호사 등 형사실무에 종사하는 법률가?실무가들입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대학 과정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 형법 현실에 대한 이해 내지 문제의식이 있는 일반인들도 당연히 염두에 두었습니다. 단지 법학자와 법률가만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국 사회를 위해 기획?출간하는 작업인 만큼, 이 책이 실무와 학계의 가교 역할이 되어 주기를 염원하였습니다. 형법이론적 근거를 실무가들이 재판에 반영하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학생?젊은 세대?일반인에게 단지 법의 기술(skill)이 아니라 통찰(insight)을 줄 수 있는 형법 서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다섯째, 이 책은 그저 단발성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집필진의 범위를 넓혀서 이번에 포함되지 않은 주제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을 확장, 지속적으로 발간할 작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과정을 통하여 논란이 있는 형법 판례에 관한 공론의 장이 크게 확산하기를 소망합니다. 판례 법리가 헌법원칙인 죄형법정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확립되고 헌법합치적 형법이 정확하게 구현되기를 진정 소망합니다.

감사인사
마지막으로 원로 형법학자 두 분의 말씀을 직접 인용하고자 합니다.

“표어적으로 말하자면 ‘법률 저편에서 펄럭이는 추상적 정의의 깃발은 공허하다. 죄형법정원칙의 요구를 허물면서 강행되는 추상같은 정의는 더 이상 실체적인 정의가 될 수 없다.’ 법원이 피고인의 인권의 최후 보루(Bollwerk)라는 지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죄형법정원칙이 오래 간직해 온 범죄인의 자유와 안전을 위한 이 구체적인 정의를 늘 중심에 새기고, 그 길로 지향해 나가기를 바란다.” - 김일수 교수

“사법부는 사회 전반에 걸친 범죄예방을 일차적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이러한 정책적 목표가 달성되기도 어렵다. 형사사법에서 사법부의 임무는 부당한 형사처벌로부터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개인을 희생해서라도 범죄로부터 일반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을 가져서는 안 된다. 최근 언론과 입법부의 엄벌화 경향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 - 오영근 교수

참여해 주신 형법학자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출판에 애쓰신 창립 70년 박영사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이 책의 의미를 공감하고 성원을 아끼지 않은 그리고 않을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책은 형벌을 확장하려는 동기와 충동에 맞서서, 한국의 형사법학계가 형법이론적 관점에서 오늘의 법원과 한국 사회를 향해 던지는 ‘분명한 문제제기’이자 ‘확고한 외침’입니다. 냉엄한 질책과 힘찬 응원을 담았습니다.

2023년 11월 11일
사단법인 한국형사법학회 제38대 회장 이주원 드림
저자

한국형사법학회

강동범명예교수(이화여자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김일수명예교수(고려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박광민명예교수(성균관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손동권명예교수(건국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신동운명예교수(서울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신양균명예교수(전북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오영근명예교수(한양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이용식명예교수(서울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이정원명예교수(영남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하태훈명예교수(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원장,고려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허일태명예교수(동아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김성돈교수(성균관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김재봉교수(한양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김재윤교수(건국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김태명교수(전북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김혜경교수(계명대학교경찰행정학과)

김혜정교수(영남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노수환교수(성균관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류부곤교수(경찰대학법학과)

류전철교수(전남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문채규교수(부산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교수(경희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원혜욱교수(인하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이승호교수(건국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전지연교수(연세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최석윤교수(한국해양대학교해양경찰학부)

최준혁교수(인하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하태영교수(동아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

목차

제1장총설

1.죄형법정원칙의기능과법원의역할3

2.죄형법정주의에대한대법원판례의성과36

제2장형법총칙

3.형법제1조제2항의적용범위문제55

4.보안처분의소급효문제―보안처분과소급효금지의원칙―71

5.외국에서의미결구금과형의산입문제86

6.부진정결과적가중범과고의범의죄수문제―부진정결과적가중범과중한결과에대한고의범의죄수―104

7.부진정부작위범에서작위의무의발생근거와한계문제121

8.협애한정당방위성립범위의문제―싸움상황과정당방위를중심으로―137

9.양해와승낙의문제146

10.형법제10조의규범구조오해와‘심신장애’의의미문제163

11.위법성조각사유전제사실의착오체계문제183

12.형법제16조와법률의부지문제―형법제16조의적용대상에서법률의부지를배제하는것―209

13.공모공동정범문제224

14.공동정범과예견가능성문제244

15.소극적신분과모해목적의신분(형법제33조)규정적용문제262

16.집행유예기간중의집행유예허용여부문제280

17.상상적경합과실체적경합의구별문제292

제3장형법각칙

18.상해죄동시범특례규정의적용범위문제309

19.명예훼손죄의공연성판단기준문제―전파가능성이론―323

20.폭력범죄에서‘위험한물건을휴대하여’의문제336

21.사자(死者)의점유문제352

22.특수강도중야간주거침입강도죄실행의착수시기문제379

23.배임죄의법적성격및손해발생의구체적위험판단기준문제394

24.부동산이중매매의배임죄인정문제414

25.사전자기록등위작죄에서‘위작’에무형위조포함문제431

26.직권남용죄의‘직권없이남용없다’는해석문제447

27.범인의자기은닉·도피교사,범인의자기범죄증거인멸교사문제462

28.양벌규정의역적용문제―해석을통한수범자범위의확대―479

대상판결목록499

출판사 서평

죄형법정주의,죄형법정원칙

형법의기본원리는「죄형법정주의」,「죄형법정원칙」입니다.죄형법정원칙은헌법의원칙이자가장중요한형법의법치국가원칙이며,형법해석의기본원칙입니다.

“법률없으면범죄도형벌도없다”(%00;umcrimen,%00;apoenasinelege)

이법언은죄형법정원칙의상징이고깃발입니다.근대형법의상징을누구나알고있습니다.국가형벌권남용으로부터개인의자유와안전을보장해야합니다.이것이법치국가(法治國家)의헌법상요청이며삼권분립(三權分立)에기초한죄형법정원칙의본질적내용입니다.

죄형법정원칙은형법의팽창과과도한형벌욕구를제약하는작용을담당합니다.형법의입법자를구속하는원칙입니다.무엇보다도형법의해석적용자?법원을구속하는원칙입니다.만일법원이형법해석과정에서법해석이라는미명하에,마치입법자처럼입법영역을잠식하고,준입법자마냥법창조를감행한다면,개인은자유의이익을그만큼잃게됩니다.자유의보루인법원에의해오히려자유의이익을잃게된다는것은역설이자모순이아닐수없습니다.법원은자유를지키는최후의보루입니다.

이러한역설은다른법과달리형벌이라는특수한수단을사용하는형법에서는결코허용되지않습니다.형사재판에서법원은‘국가형벌권을행사하는주체’가아닙니다.다만‘공형벌’을다루는헌법기관입니다.즉국가형벌권을대리하는국가기관(검사)에대한관계에서,법원은‘인권의최후보루’라는헌법책무를수행하는헌법기관입니다.

죄형법정원칙은개인의인권보장을위한핵심원칙입니다.헌법재판소도역시“국가형벌권의자의적행사로부터개인의자유와권리를보장하려는법치국가형법의기본원리”(헌재1991.7.8.91헌가4)라고밝히고있습니다.

물론실체형법에서양대축은범죄자와피해자입니다.그리고형법은피해자보호를위한과제를‘보호과제’,범죄자의인권보장을위한과제를‘보장과제’라고합니다.양자의‘균형’이형법의궁극적인목적입니다.그런데여기서피해자는실제범죄피해자(과거피해자)가아니라일반화된피해자즉일반인(미래피해자)을뜻합니다(형사소송에서피해자는실제피해자이지만,실체형법에서피해자는일반인이라는뜻입니다).현대형벌론의목적에따르면범죄자를처벌하는것은장래의범죄예방을위해필요하기때문이며,공형벌은어떠한경우에도개인(현실의피해자)을위해활동하는것이아니기때문입니다.

만일(일반인을위한)오늘의‘보호’과제를강조하고우선한다면,이것은(범죄자를위한)오늘의‘보장’과제를그만큼위협?약화시킨다는것을의미합니다.보호와보장은마치동전의양면과같습니다.더구나‘보장’의약화는단지오늘의보장을그만큼허물어뜨리는것뿐만아니라나아가내일의보장까지도그렇게만든다는것을의미합니다.그런데문제는범죄자와일반인이고정되어있는것이아니며그구별이상대적인것이라는데에있습니다.오늘의일반인도얼마든지내일에는범죄자?범죄의심자집단에속할수도있기때문입니다.그렇다면(일반인에대한)‘오늘의보호우선’은곧바로(오늘의일반인에대한)‘내일의침해가능성확대’를그대가로요구한다는것을의미합니다.보호목적의상대적우위가광풍처럼지배하는현실에서‘보장기능의강화’를외치는것은,흔히오해하는것과는달리,오늘의범죄자를위한것은아닙니다.형벌권력에대한관계에서일반인의내일을위해서그렇게하는것입니다.즉,‘오늘의보장’은정확하게(오늘의일반인에대한)‘내일의보호’를위한수단이될수있다는것입니다.결국보장은보호를위한수단입니다.이러한모순적성격은형법이법익을보호하기위해형벌이라는법익박탈수단을사용하는특수성때문입니다.

전문가라면누구나알고있는사실이지만,전문가가아니라도오늘의젊은세대는물론우리모두적어도이사실만큼은똑바로직시해야합니다.이러한보장과제는당연히법원에게그헌법상책무가맡겨져있습니다.

『죄형법정원칙과법원』

뜻깊은형법제정제70주년을맞이하여,많은원로형법학자들께서한목소리로의견을주셨습니다.학회차원에서죄형법정원칙의실현을위한법원의노력과성과를평가하고,판례법리의올바른방향을모색하는특단의작업이필요하다고역설하셨습니다(법원은‘인권의최후보루’인가아니면죄형법정원칙의‘적’인가?가히‘분노아닌분노’를일부피력하시기도하였습니다).그래서학회차원에서2023년1월이사회,2월상임이사회를거쳐『죄형법정원칙과법원』발간을기획하고《판례연구위원회》안에《간행위원회》를꾸렸습니다.

우선,주제는논란의중심에선대법원판례총26개를엄선하고,2개의총설을더하였습니다.1개주제당200자원고지기준100장정도의분량을원칙으로하였고,일관된형식(포맷)을추구하였습니다.2023년3월24일,4월14일및21일대면회의를개최하는등준비과정을거쳐,5월말까지주제선정?집필진선정?집필의뢰를완료하였습니다.그후8월말까지원고를수합하고10월말까지2번에걸쳐편집?교정을경유하였습니다.

둘째,집필진은학계의여망을담아그야말로그대부분을평생한국형법연구에헌신하신원로형법학자분들로모셨습니다.형법에진심이신정말많은원로형법학자들께서한국형법현실의문제점에대해적극공감하시고,판례법리의올바른방향을모색한다는대의(大義)에기꺼이동참해주셨습니다.흔쾌히집필에동의하시고뜨거운여름원고집필에말그대로최선을다해주신원로형법교수님들을비롯하여,의견제시와집필에참여한모든형법학자들께이자리를빌려다시한번깊이감사의말씀을드립니다.따라서이책의편저자는단지개인이나소수의집단이아니라한국형사법학회이고,넓게는‘한국형법학계전체’라고말할수있겠습니다.

셋째,글의형식은논문형글쓰기를지양하였습니다.판례법리의노력과성과를평가하고,나아가판례법리의문제점을지적함과동시에그올바른방향을모색하는것이라면,비판?제안?비유?은유등모두가능하다는점을공유하였습니다.전체를조망하면서핵심내용을전달하고설득력을높이기위한다양한시도였습니다.

넷째,이책의주된독자층은물론법원?변호사등형사실무에종사하는법률가?실무가들입니다.그러나법학전문대학원?대학과정에서법학을전공하는학생들,형법현실에대한이해내지문제의식이있는일반인들도당연히염두에두었습니다.단지법학자와법률가만을위해만든것이아니라는점입니다.한국사회를위해기획?출간하는작업인만큼,이책이실무와학계의가교역할이되어주기를염원하였습니다.형법이론적근거를실무가들이재판에반영하는데기여하기를기대합니다.또한학생?젊은세대?일반인에게단지법의기술(skill)이아니라통찰(insight)을줄수있는형법서적이되기를기대합니다.

다섯째,이책은그저단발성에그치는것이아닙니다.앞으로집필진의범위를넓혀서이번에포함되지않은주제에대한추가적인분석을확장,지속적으로발간할작업도계획하고있습니다.이러한지속적인과정을통하여논란이있는형법판례에관한공론의장이크게확산하기를소망합니다.판례법리가헌법원칙인죄형법정원칙에부합하는방향으로제대로확립되고헌법합치적형법이정확하게구현되기를진정소망합니다.

감사인사

마지막으로원로형법학자두분의말씀을직접인용하고자합니다.

“표어적으로말하자면‘법률저편에서펄럭이는추상적정의의깃발은공허하다.죄형법정원칙의요구를허물면서강행되는추상같은정의는더이상실체적인정의가될수없다.’법원이피고인의인권의최후보루(Bollwerk)라는지칭을자랑스럽게여긴다면,죄형법정원칙이오래간직해온범죄인의자유와안전을위한이구체적인정의를늘중심에새기고,그길로지향해나가기를바란다.”-김일수교수

“사법부는사회전반에걸친범죄예방을일차적목표로해서는안된다.법원의판결을통하여이러한정책적목표가달성되기도어렵다.형사사법에서사법부의임무는부당한형사처벌로부터개인을보호하는것이다.사법부는개인을희생해서라도범죄로부터일반인을보호해야한다는잘못된신념을가져서는안된다.최근언론과입법부의엄벌화경향에대해좀더강력한제동을걸어야한다.”-오영근교수

참여해주신형법학자들의노고에다시한번심심한사의를표합니다.출판에애쓰신창립70년박영사여러분께도감사드립니다.이책의의미를공감하고성원을아끼지않은그리고않을여러분께도깊이감사드립니다.

이책은형벌을확장하려는동기와충동에맞서서,한국의형사법학계가형법이론적관점에서오늘의법원과한국사회를향해던지는‘분명한문제제기’이자‘확고한외침’입니다.냉엄한질책과힘찬응원을담았습니다.

2023년11월11일

사단법인한국형사법학회제38대회장이주원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