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

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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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45년 히로시마 피폭 생존자 쇼다 시노에의 가집 《참회》를 국내 최초로 완역 소개한다. 1947년 엄혹한 검열 속에서 비밀리에 출판된 이 책은, 원폭 투하 직후의 참상과 생존자들의 처절한 고통을 100수의 단카(短歌)에 사진처럼 생생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단순한 피해 호소를 넘어 전쟁에 대한 책임과 살아남은 자의 죄의식을 깊이 성찰하며 ‘참회’의 마음을 노래한다. 전쟁의 비극을 증언하고 인류애 회복을 호소하는 귀중한 기록이다.
저자

쇼다시노에

쇼다시노에(正田篠枝,1910∼1965)는히로시마현에다시마시(江田島市)에서태어났다.아키(安芸)고등여학교를졸업한후22세에결혼했지만일찍사별했고,어린아들과함께친정으로돌아와가업을도왔다.그녀의집안은대대로제분업을경영해왔지만부친이1920년대에들어철공소를열고용접과소형선박의엔진수리등을시작했다.전쟁중에어선의엔진을개량한제품이육군의상륙용주정(舟艇)에채용되면서크게번창했다.군수물자생산으로부를축적한것인데,이러한직접적전쟁협력행위는뒷날스스로를가해국국민으로인식하게되는바탕이었다고여겨진다.
1945년8월6일8시15분,히로시마에원폭이투하되었을때쇼다는폭심지에서약1.7킬로미터떨어진자택에서부친과함께피폭당했다.건물붕괴로인한열상을입었으나다행히목숨을건져피난길에올랐는데,공장은무너지고쓸만한가재도구와귀중품은피난중에모두도난당했다.당시는방사선피해에대한지식이없어전혀예상하지못했지만얼마후부친이위암을선고받았고,자신도악성빈혈과이명,만성쇠약등피폭후유증에시달리게된다.
1948년재혼해차남을낳았으나얼마안가남편의외도로이혼했다.이후홀로장남을양육하며여관을운영했는데,부친의병원비로사용한대출금을갚지못해늘생활고에쫓겼다.1953년부터는원폭후유증이심해져서입원과퇴원을반복하는나날이었다.이무렵루이주(涙珠)라는법명을받고유발비구니가되는데,독실한불자였던그녀의인생관은정토진종을교육이념으로한여학교에서비롯한것이다.1963년유방암진단을받은후에는치료를거부하고창작활동과사망자들의명복을기원하는기도에전념했다.‘나무아미타불’여섯자를30만회쓰는‘30만명호서사(書寫)’를발원하고사망5개월전에마침내완성했다.그장절한과정과투병기록은NHK다큐멘터리로2회에걸쳐방영되었다(1965.4/11).1965년,향년54세로영면했다.
단카를창작하기시작한것은20세무렵부터로,잡지에투고하며야마즈미마모루,스기우라스이코등에게사사했다.원폭투하직후부터창작한것으로여겨지는《참회》의작품에도불교사상의영향이짙게깔려있다.특히가집의간행과배포가사망자에대한애도와고통의공유를목적으로하고있다는점으로보아,그녀에게단카의창작은단순한문학활동을넘어구도적삶을추구하는과정이었다고여겨진다.1959년‘원수폭금지어머니회’결성에참여해반핵·평화운동및일본의재군비추진에반대하는활동을전개한것도그연장으로볼수있다.1961년부터는기관지《히로시마의강(ひろしまの河)》발행에관여해단카외에시,동화등도발표했다.여관을운영하며만난히로시마사람들의신산한삶을기억하고,전쟁과원폭의두려움을다음세대에전달하고자하는작품이주를이룬다.
1주기에맞추어유고집으로《백일홍−이명이후(百日紅−耳鳴り以後)》와동화집《피캇코짱(ピカッ子ちゃん)》이발간되었다.동화집을편집한구리하라사다코는쇼다와원수폭금지운동을함께한동지이자진정한이해자로서,반핵·반전운동과정에서그녀의삶과작품을지속적으로언급했다.원폭문학사는구리하라를피해자이기이전에‘가해국국민으로서피폭자’라는인식을표현한선구적인작가로기록하는데,그러한인식은《참회》에서이미시작된것이다.구리하라의대표작〈히로시마라고말할때(ヒロシマというとき)〉는쇼다와의인연을출발점으로해서그정신을계승한것이라고해도좋을것이다.

목차

참회
서문

원폭투하
지옥의히로시마
임시치료소
전쟁때문인가
살아남은자의고통
애처로운근로봉사학도여
희생학도의어머니
가난한학도의어머니
이재민수용소
전재고아수용소
혈육이찢어지는탄식
불쌍한몸
멸망하는세계
복원병
조용한자연
아귀의모습
원폭전날의회고
원폭후유증임상기
혼돈속에서태어나는것
가집《참회》의삽화에대해
가집《참회》의서문에대해
가집《참회》의제목에대해
가집《참회》의발행일에대해

부록−에세이
피폭의계보−나의경우
‘피카동’전후
죽음의거리

부록−시
모기장의걸고리
주둔군
아버지의죽음

손님을나무라다
왜이렇게나른한것일까
방사선장해

오해
종이학
목편을찾는소년
눈을뜨고자는교코
특효약
평화대회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원폭의참상을최초로증언한금지된기록
1945년8월,인류역사상유례없는비극인원자폭탄투하가히로시마를덮쳤다.그지옥같은현장한가운데서살아남은쇼다시노에(正田篠江)가피폭체험을31자의짧은정형시,단카(短歌)에담아낸가집《참회(さんげ)》를국내최초로완역소개한다.
이책은단순한시집이아니다.1947년,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엄격한검열하에발각되면목숨을잃을수도있다는공포속에서단100부남짓비밀리에인쇄된‘금지된기록’이다.저자는“번쩍쾅”하는섬광의순간부터,불길을피해강물로뛰어든사람들,산더미처럼쌓인시체들,그리고살아남은자들의끔찍한고통을마치사진을찍듯생생하고즉물적으로포착했다.미사여구를배제한거칠고핍진한묘사는그어떤서사보다강력한리얼리티로당시의참상을증언한다.
《참회》는전후일본사회에만연했던‘피해자의식’이나거창한반전평화구호에머물지않는다.저자는“책망해야할대상속에는자신도있다”며전쟁에협력했던과거와살아남은자로서의죄의식을깊이성찰한다.“무기를들지않는대참회의마음”을노래한그의시선은,원폭의비극을단순한피해의호소가아닌,전쟁책임에대한자각과인간성회복을위한처절한물음으로승화시킨다.
이번완역본은저자의해설과수정이반영된1962년재수록본을저본으로삼아이해를도왔으며,초판본과대조해서빠진작품까지복원해완전성을기했다.또한저자의에세이와관련시를함께수록해작품세계를입체적으로조명했다.
원폭투하80년,핵무기의위협이다시고조되는오늘날,《참회》는우리에게묻는다.‘왜이런일이일어나야했는가?’이책은일본만의기록이아닌,인류의과오를기억하고평화를지키기위해우리가함께읽어야할뼈아픈역사의증언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출간한《히로시마라고말할때(ヒロシマというとき)》[구리하라사다코(栗原貞子)지음,이영화옮김,2016],《시체의거리(屍の街)》[오타요코(大田洋子)지음,정향재옮김,2024],《하라다미키단편집(原民喜短篇集)》[하라다미키(原民喜)지음,정향재옮김,2016]등과함께읽으면원폭문학을이해하는데도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