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에서- 작가마을 시인선 76

설산에서- 작가마을 시인선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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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보우

저자:보우
퇴수(退受)보우시인은1992년《시세계》로등단했다.속가명이있으나법명인보우(普友)를시명(詩名)으로함께쓰고있다.퇴수(退受)는법호이다.계간《사이펀》문학상운영위원,부산문인협회,부산시인협회,실상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으며실상문학대상,부산시인협회상(우수)을수상했다.시집으로『그산의나라』,『다슬기산을오르네』,『목어는새벽을깨우네』,『눈없는목동이소를몰다』,『화살이꽃이되어』,시조집『설화꽃』,한시집『감천에서매창을만나다』,『무명초는뿌리가없다』,장편소설『영혼의바람』등이있으며현재부산감천문화마을의‘관음정사’주지로있다.

목차

보우시집<설산에서>

序詩

제1부
얼음새꽃
흐르는물을보며
인류에희망을
물컵도비울줄안다
나는참행복합니다
내가주인이다
물방울
단추달린가슴
마음이곧사리舍利입니다
비누의미끄러운충고
아버지의핏줄
핏줄
전원을끄며
나를버려라
설산에서

제2부
내몸의염전
하루살이의기행
행간에피는꽃
매창의일편단심
대나무의삶
정지의시간
모과의서러움
상고대에핀편지
비움의자리
반지
책갈피속
한방울의물이라도
그리운봄날
현해탄에묵념
토굴
나는연애중
산소같은여자
모두가사랑이더라

제3부
꽃피운한강
안타까운봄
상추의미소
꽃샘추위
봄은머물고있었다
봄날해질무렵
시월을보내며
소쩍새울고
여름날해질무렵
작약이피는계절
이가을풍년이고싶다
낙엽쓸기
계절의길목
가을의단상
겨울냇가에서
겨울봉정암
가을날해질무렵

제4부
매화마름꽃의희망
행복이란
행복이라
여름밤
누이야
하루살이의기행
감천동연가
감천의밤
감천아리랑
시화에옷을입히다
그소녀보고싶다
개혁
인생이란
담쟁이
아침일출

제5부
사과나무를보며
성류굴
어설픈계엄령
혼밥은외롭지않네
들꽃
흔들리며피는꽃
버스지나간다
일출
푸른산
세한歲寒
파도
파도를보며
바다의꿈
석류의열꽃
비누의미끄러운충고
허물을벗으며
쌈밥이라
그겨울의일기

해설-세사괴로움의법을풀어대자유와깨달음으로

출판사 서평


보우시집『설산에서』는연기법을터득하고일체만물이마음에서비롯된다는알음알이로정진수행하는출가수행자의목소리로가득하다.비단종교의시각에서읽지않아도우리마음깊숙한곳에서울려퍼지는내면의음성에귀기울이다보면보우스님의시편에수긍하지않을수없을것이다.작은일에도감정의롤러코스터를타고오르락내리락하는중생의처지에서보면시편전반에흐르는,세계를참된실상을헤는눈으로여여하게바라보는시인의맑은목소리가고요하다못해귀에또렷하게들어오지않을수도있겠다.이런느낌은아무래도독자들이번잡한언어로무의식과감각의복잡한현상을비일상적이고난해한언어로붓칠하는오늘날의현대시에강하게중독되어있는사실도한몫하지않았을까.이런현상을목격하면무릇‘문학’의기능과목적을다시한번곱씹지않을수없다.세계의실상을파악하여사람들에게존재와사물의본바탕과진실을전하면서각자가지닌마음의참된통로를열어주는문학작품의다양한기능을생각한다.지금까지고전으로남아있는동서양의수많은작품들은우리에게세상의진실과아름다움이무엇인지고민하는계기를마련해준다.그래서이런느낌으로작품을감상하다보면작품에서작가가말하는메시지와음성을단순하고간명하게받아들이기보다는왜곡하거나복잡한셈법으로각색할우려가있음을부인할수없다.
이렇게문학에대한선입견으로보우의시를읽어도일상에서쉽게사용하는언어로우리의소박한느낌과정서,그리고사시사철변하는자연의외관을깨끗한눈길로읽어내는시인의언어를두고오히려시원한느낌마저들게하는것이다.이런일이벌어지는까닭가운데하나는,아마도시인이비록몸은우리와같은공간에있지만출세간을누비는수행승이기때문이지않을까생각한다.따라서시편에형상화한소재와대상이필자처럼중생의시각으로잡아낸소재와대상이라기보다는이미삼보(三寶)에귀의한존재의시각에서들여온소재와대상이라고이해하는게옳다.이번시집은시인의그런‘실존적’처지와배경에서읽으면다른시인의작품을읽는것보다더욱시인의마음자리를헤아리게될것이다.
-정훈(문학평론가)

시인의말

序詩

누가그랬다
운명을믿느냐고
그래서나는
믿고안믿고를떠나
내가태어남자체가
운명이라말했다
미명의세계에서
인연법에의하여이세상
오고싶다오고싶지않다는
단어는해당되지않은논리다
자연의법칙선택된
인연의생명체로서로의
마주침은지극히자연스럽다
흙과꽃,바람과빛의
형제들이과거현재미래
항상함께였으니
오고감이어찌둘이겠는가?
기록의현재들은모두를아우른다
이시집이나오기까지수고로움하신제위께
감사함을전하며

-천마산금당에서2026년가을보우합장

책속에서

<흐르는물을보며>

산비탈맑은물말없이흐르고흘러
잔돌에부딛히고소란스레굽이처흐르지
세상의온갖더러운것말없이모두받아
가슴에품어흐르고때론땅속으로쓰며들며
웅덩이머물다가높다란낙수가되기도하지
저굽이치는물결속에
당신의굽이치는마음도들끓고
그래도가끔씩은고요한마음을만나보는
말없는물앞에발길멈추어깊은뜻을읽는
역류의아픈상처도그래도물은말이없다
물살에쫓기는시대도잔돌을만나소란스럽고
깊은물은소리가없지
시대여오늘또수없이소리치며지나갔는가
굽이굽이수많은계곡의물줄기도
맑은명경은있는그대로모든걸되비쳐주는데
산산이옷을입으면입은대로아름다움을비추지
잎이저나목이된나무들도
겨울의쓸쓸한바람만가지사이드나들고
힘차게흐르던물도얼어
돌덩이같지만봄이오면졸졸흐르지
사계절의낮과밤그어떠한모습도남김없이돌고돌아
우리와함께만나지않았던가귀하게도본래의모습을,,,

<물컵도비울줄안다>

말없는물컵
나는한번씩물컵에게자문을하며
너는어디서왔느냐고컵은말하지않아도
흙에서왔노라는표현을하고있었다
맡은일은잘하고있었고
끼어져버림받기전까지는생활을즐기고있는것
전날밤잠들기전컵에
자리끼를채워머리맡에두고
컵도시장기를채운것이다
그리고실내공간함께잠에들었다
자다가갈증으로손을뻗어
컵의자리끼물을목에넘긴다
컵의담긴물나의입속으로한줄기비워
나역시채우면비운다는오줌한줄기비운다
오늘하루도유기체와무기체가
같은삶의운명을이시대살아간다
결국하나로분해되겠지만그렇게

<마음이곧사리舍利입니다>

노송의그늘에서작은솔씨두개
대지에떨어져자랐다
한씨앗은황무지바위틈
둥지를틀고어렵게자랐고
형체는비틀어지고왜소하였지
또한씨앗은평지에떨어져어려움없이
우람한체구로멋지게잘자라뽐을내었고
하루는우람한소나무가
이웃왜소한소나무에게말하였지
너는어찌그렇게말라비틀어져
작은체구로자랐느냐고핀잔을주었다
그러거나말거나대꾸하지않은작은소나무
어느날은많은비가오고태풍이불어
우람한소나무는힘없이쓰러졌지
이를본작은소나무는말하였다
그래고행의어려움없이자라고
어려움의준비되지않으면어찌한치앞을보리

<상고대에핀편지>

눈이내린다
산하대지쌓이고쌓인
하얀설경위
내마음여백처럼
풀어놓고고백한다
지난날가시돋은붉은장미로
송두리째붉게물들이며
청춘을사로잡고싶었던
한영혼꺼들린
미완의숙제들생을접는
목청껏소리치고싶었다
산산이메아리치도록
그대는들었느냐
나의하얀고백을
잔솔가지핀상고대
피고지는이유를

<산소같은여자>

겨울과봄사이이월어느날
나에게카톡이울렸다창을열고바라보니
슈만의문장으로오는달밤독자와의대화라는메시지
어!머지하면서자연스레인물표지를보았다
옆얼굴에귓밥이보이며손으로턱을받치고있는모습
처음본느낌상큼하다였다
이끌리듯발길은행사장으로
접수처에책을한권받고
필자에게사인을받으며인사를하였다
마주한얼굴처음표지느낌대로
상큼하고산소같은여자그분이웃는다
글내용이슈만의음악적감성을스파크이루듯
섬세하게잘쓰여독자들에게사랑을받겠다하고
나의감정을조절하며뒤풀이함께못하고
이석하며다음으로미루었다
시간이흘러송년을앞두고문학상행사에서
다시조우,저녁식사를하면서
이런저런이야기속고향이근저였고반가웠다
자리가무르익으며여성작가는
술을좀합니다
소주잔을서슴없이기울인다그러면서
그누구에게도한번도이쁘다는말을
들어본적이없다고하였다
그래서말하길그대는이쁜것이아니고
처음본날느낌그대로말해주었다
상큼상큼산소같은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