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개성상인과 인삼업

근대 개성상인과 인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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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개성상인들이 이끈 ‘가삼家蔘에서 고려 인삼까지’
“인삼업은 이미 19세기 중엽 ‘산업화’ 이뤄”
우리나라는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인삼 종주국’이다. 그러니 진작 이런 책이 나왔어야 했다. 식민사관이 아닌 우리 눈으로, 약효에 관한 흥밋거리 일화 모음이 아니라 산업사의 측면에서 인삼업 전반을 아우르면서 인삼업의 주역인 개성상인의 역할에도 주목한 그런 책이 필요했다. 개성상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양정필 제주대학교 사학과 교수는 이런 주제를 다루기에 맞춤인 역사가이다. 그래서 그의 노작인 이 책은 그 자체로 반갑고 값지다.

역사가의 눈으로 실증적ㆍ입체적 분석
역사 연구의 성패는 사료가 크게 좌우한다. 지은이는 근현대 150년간의 인삼업을 살피기 위해 승정원일기 등 널리 알려진 사료는 물론 당시 개성부의 〈호적세표〉, 이성계의 사저를 중건하는데 쓰인 〈목청전중건원조성책〉, 《외상장책》 등 숨어 있는 자료까지 들춰내 인삼업 발달사를 촘촘히 그려냈다. 예를 들면 1832년 공식 홍삼 수출량 8,000근을 제조하기 위해 삼포가 얼마나 있어야 했는지, 일제강점기에 홍삼 수출을 독점한 미쓰이물산의 수익이 얼마였는지 등을 숫자로 보여준다.
이뿐 아니다. 초창기, 전성기, 소강기로 나눠 황실과 일제 총독부의 홍삼 정책, 이에 대한 개성상인의 대응과 삼업계 개편, 삼포 경영 자금과 노동력 등 인삼업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설득력 있는 ‘개성 인삼’ 성공 비결
당초 경상도 지역에서 시작됐던 인삼 재배는 어떻게, 왜 개성에서 뿌리를 내렸을까. 지은이는 개성이 1820~30년대 인삼 주산지로 각인된 원인으로 의주상인과의 협력관계, 홍삼을 제조하는 증포소의 이전, 개성 특유의 신용제도를 꼽는다. 개성의 ‘지방 출상인’들이 재배법을 들여왔고, 농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웠던 개성의 자연조건 탓에 개성 사람들이 수익성 높은 인삼 재배에 매달렸던 것이 큰 이유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중개인을 두고 무담보 신용대출이 가능한 개성 특유의 시변 제도 덕분에 6년이란 재배 기간에 투여할 자금을 융통하기 쉬웠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원료인 수삼을 구입하는 데 편리함 등을 이유로 당초 한강 변에 있던 증포소를 개성으로 옮겨온 것도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저자

양정필

제주도서귀포에서태어났다.연세대학교상경대학경제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대학원사학과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박사학위주제는개성상인이었다.현재도개성상인과인삼을계속연구하고있다.2013년가을학기부터현재까지제주대학교사학과에재직하고있다.최근에는제주도역사도공부하고있다.그동안몰랐던제주역사를새롭게알아가면서재미와즐거움을느끼고있다.

목차

책머리에
연보

Ⅰ.서론

Ⅱ.19세기개성상인의투자와근대인삼업의성장
1.19세기초인삼재배의확산과개성상인의인삼업투자
2.19세기개성상인의투자확대와인삼업의성장
3.인삼업관계자의유형과사례

Ⅲ.대한제국의홍삼정책과일제의인삼업침탈
1.황실의홍삼전관과정책의특징
2.인삼업변동과일제의침탈에의한위기
3.삼포민의대응과분화

Ⅳ.일제의홍삼전매제시행과거대삼포주의등장
1.일제의홍삼전매제시행과특징
2.일제의인삼업재편과거대삼포주의활동
3.거대삼포주개성공씨가의삼포경영과자본전환

Ⅴ.일제강점기인삼업자의활동과백삼산업의성장
1.개성상인의백삼상품화와판매촉진활동
2.금산지역인삼업자의활동과금산백삼의성장

Ⅵ.인삼업의자본구성과투자방식
1.인삼경작법과생산비구성
2.삼업자본조달과투자방식

Ⅶ.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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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흥미로운주요개성상인들의면면
그렇다고이책이딱딱하지만은않다.개성지역의교육계몽운동을이끈개성학회의회장을지낸‘인삼대왕’손봉성,차인제도를이용해무역회사등다수‘기업’을운영했던공씨일가,격심한정책변화와일본인삼적蔘賊의횡포에치여한때최대삼포민이었다가몰락한끝에결국죽음에이른강유주등이곳곳에서흥미를돋운다.1910년대말중국,타이완은물론멀리남양까지백삼을수출했던고려삼업사를설립한박우현이일제를무시할수없었던재계거물로서“일선동화론에대해극히동정을표한다”해야했던고충은또어떤가.
이중가장눈길을끄는인물은개성인삼상회를운영했던백삼전문상인최익모다.그는백삼허리를금띠로감싸고,영롱한상표를붙여봉한뒤화인花印을찍은상자에담아고급화를꾀한마케팅의귀재였다.이미지가좋지않은‘송백삼’대신‘고려인삼’이라이름지은것도그였다니알만하지않은가.

우리가몰랐던인삼의굴곡진역사
인삼업에관해정사에서제대로다뤄지지이야기를만날수있는것도이책의가치를높인다.1898년조정의삼업정책을통괄하던이용익이인삼업을관영화하려하자개성사람들이들고일어났다.‘개성민요’다.이들은“우리는삼업에의하지않아도선조의제사를끊이지않을수있다”며각자소유한인삼종자를모아길에뿌리거나태워버렸다니반발이얼마나컸는지짐작할수있다.나아가인삼농사를다시짓는자는화장하기로결의까지했단다.
일본인과조선인삼포주간의수삼거래방식엔화매和賣라는것이있었는데착수금을미리주고수확기에잔금을준뒤몰래채굴해가면삼포주는모르는척도난당했다고신고하는식이었다.한데일본인들이이를악용해가짜삼포주를내세워계약했다며저가로후려치거나아예삼적100여명이병기를들고1,000칸삼포를도채盜採해가기도했다니사업은예나지금이나만만치않은듯하다.

19세기이후일제강점기까지150까지150여년의인삼업역사를다각도로꼼꼼하게짚은지은이는일제강점기때수출량을이미19세기중엽에생산했음을들어인삼업이근대산업으로일찍이자리잡았다고주장한다.굳이기계에의한대량생산만을근대산업의기준으로삼을것은아니란이유에서다.판단은독자들이할일이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