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와 소고기 : 성균관과 반촌의 조선사

노비와 소고기 : 성균관과 반촌의 조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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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500년 조선왕조와 성균관의 버팀목은
쇠고기 팔던 노비들의 피와 땀이었다
넓고 깊고 촘촘한 강명관 표 ‘역사 그물’
역사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왕조를 중심으로 시대를 구분하기도 하고, 인물이나 사건의 추이를 따라 파악하기도 하는 식이다. 이 중 키워드를 중심으로 역사를 읽어내는 방법은 꽤나 유용하다.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세밀화’를 그려낼 수 있어서다. 이 책의 지은이 강명관 전 부산대학교 교수는 이미 풍속화, 열녀 등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쌓았고, 그리하여 고정 독자층을 확보한 이 방면의 대가다.
그가 이번엔 ‘노비’와 ‘쇠고기’란 낯선 조합으로 조선사를 파고들었다. 어쩌면 사회사, 혹은 음식문화사로 읽힐 법하지만 두툼한 책 두께가 시사하듯 조선의 정치사회사를 관통하는 역작이다. 조선이란 사족국가의 국가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던 최고의 교육기관 성균관이 공노비 신분이었던 반인의 노동에 바탕했으며 그들이 도축해 팔던 쇠고기에 대한 ‘세금’이 버팀목이었음을 치밀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증명해내기 때문이다.
저자

강명관

부산대학교한문학과교수로재직하며한문학을현대의텍스트로생생히살려낸다는평가를받고있는작가.그는1958년부산에서태어나부산대학교국어교육과를졸업했으며한국정신문화연구원한국학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성균관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

그는"조선후기서울의도시적분위기에서활동했던여항인들의역사적실체와그들의문학을검토하여조선후기한문학의연구지평을넓힌역저(『조선후기여...

목차

머리말

01쇠고기
1.삼한에서고려까지
●삼한과삼국시대
●고려
원간섭기이후
2.조선전기
●금도령과‘달단화척’
●불법도축과쇠고기소비의증가
3.조선후기
●서울의사도
●지방사도
●관포
국가가설치한공식관포|국가가묵인한지방의관포
●법의무력화

02반인
1.반촌
2.반인
●반인의유래
●반인의수
●반인의노역
3.반주인
4.반인의성격과문화
●반인의언어와폭력적성향
●반인의지식과한시문학및예술

03성균관과삼법사
1.성균관
●조선전기성균관의재정
●임병양란이후재정의붕괴
임병양란이후재정상황|성균관의재정수요|성균관의토지|성균관의절수어장|노비신공
2.삼법사
●삼법사와속전
●이예와금란

04현방
1.반인과도축업
●반인의생계수단
●반인과소의도축
2.현방
●현방의출현시기
●현방의수와위치
●현방의구성과구성원
●소의도축방법과부산물

05수탈
1.속목,속전과1707년의감축
2.사헌부속전의복구와성균관의현방수탈
3.1712년현방의빚과공금대출의시작
4.삼법사의본격적수탈의전개
●1724년삼법사속전감면요청의실패와공금의대출
●1728년조지빈의상소,궁핍해지는반인과성균관
●삼법사속전감축요구와반복된실패
대사성정우량,김상규,김약로,서종옥의요청과좌절|1740년대사성심성희의해결책제안|왕과조정의무능과책임회피
●1750년균역청설치이후의사정
●1812년궐공과대책의실패
5.새로운수탈의주체,궁방
6.명문화된대책,〈현방구폐절목〉
●1857년〈현방구폐절목〉
●1862년〈현방구폐절목〉

06대응
1.현방의확장과첩도
●현방의확장
●첩도
2.건전과창전,우방전
●건전
●창전
●우방전
3.어물전과염해전등
●어물전
●침어전
●염해전
●빙계

07저항
1.식당도고
2.게판
3.집단행동,철도
4.궐공

08해방
1.제도의변화
●1895년〈포사규칙〉
〈포사규칙〉의내용|〈포사규칙〉과현방|현방의포사세|포사와포사세의관할권을둘러싼논란
●1905년〈도수규칙〉
●1909년〈도수규칙〉
2.갑오개혁이후반인의활동
●회사설립을위한시도
●검포소
●균흥조합소
3.숭의학교설립

09끝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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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눈이번쩍뜨일뜻밖의사실

조선은내내소의도축을금하고,쇠고기를먹은사람까지처벌했다.원칙적으로그랬다.하지만17세기에서울에는속전을물고쇠고기를파는‘현방’이공공연히존재했다.책은현방을운영하던반인泮人과이들이살던반촌이야기를촘촘히풀어간다.성균관주변의‘반촌’에살던그들이고려시대성리학을처음전한안향이기증한노비에뿌리를두었다든가,‘제업문회’란일종의학교를자체적으로운영하기도했다는등여느역사책에서는만나기힘든사실을소개한다.1866년병인양요때는반인들이자비로무장을갖추고참전했다는이야기도마찬가지.반인들은1년에여섯달을입역하고,7~8세부터입역하는가하면성균관유생들에게회초리를맞아가며봉사했다는수탈상도그려진다.노예들이기록을남겼을리없으니다양한사료를꼼꼼히뒤져낸공력이감탄스럽다.그런가하면한반도음식문화중심에쇠고기가있었으니불교국가인고려에서도개성시전에서고기를팔았다든가,18세기조선에선해마다약20만마리의소가도축되는‘쇠고기국가’였다는사실등도만날수있다.

무릎을칠만한흥미로운이야기

반인들이수탈의대상에만그친것은아니었단다.성균관과일종의경제공동체가되어삼법사의수탈에반발하기도했고,유생들이나과거를치러온이들이묵는여각의주인은‘반주인’이라하여과거합격잔치를반주인집에서치르는등내내이익을공유했다.과도한‘세금’을피해생계를도모하기위한다양한방법도등장한다.반인들이얼음판매업을독점하려‘빙계’를만든이야기도그중하나다.조선후기에육류·어류의소비가늘어나면서,여름철에육류·어류의부패를막기위해국가는물론이고의열궁義烈宮이나성균관에서도얼음이부족하면사빙을사서썼다.반인은1768년빙계氷契를조직하여사빙私氷을독점하고자했다.빙계가창설되기전에경강변에는사빙업자가30~40곳있었기에결국실패로돌아갔지만.
1789년궁방의마직들의횡포에맞서사흘동안현방문을닫아서울시민들제사상에돼지고기를올리도록한‘철도’,반인들이성균관식당에식사제공노역을거부한‘궐공’,이로인해유생들이성균관에서물러나는‘공재’등그자체로한편의소설이될만한이야기들이곳곳에실렸다.

번득이는예리한비판의식

현방,즉조선의공식적쇠고기판매는‘눈가리고아웅’이었다.농사도장사도할수없는성균관공노비들의생계수단을위해허용한현방은점차형조,사헌부,한성부삼법사의먹잇감이되었다.이들의실무관리인하예에게는따로급여가없었으니이를마련하기위해불법행위단속을빌미로가혹한속전을물렸다.차인들이구하기어려운소의특정부위를구입하겠다고나선뒤이에응하지못한현방에게돈을받아내는‘방전’이그런예다.종내에는성균관까지‘현방등치기’에가담했으니조선후기성균관은현방에서수탈하는돈으로운영되었다.이를두고지은이는“사족체제의정점에있던자들은성균관을존중한다고입버릇처럼말했지만실제재정이무너지는것을목도하고도근원적인대책은관심밖이었다고”고비판한다.정조는각군문의군졸들이밤에현방을찾아와돈을요구하는일을막기위해‘고입인가율’을적용하도록하는‘게판’을허용했는데이역시흐지부지되는등논의만무성했지효과적인대책은서로미루기만할따름이었다.
무엇보다“반인과현방의입장에서는삼법사와성균관으로부터이중의수탈을당하게된것이었다.그것은조선사족체제의최고교육기관과경찰기구가반인과현방의수탈위에존립할수있었다는것을의미한다”고갈파한대목은이책의핵심이라할수있다.

책은역사서로는이례적으로각종수치자료까지인용했기에읽기만만치않다.하지만쇠고기를중심으로조선사를관통하면서곳곳에담긴흥미로운이야기덕분에조선정치비판서로도,풍속사로도공들여읽어볼가치가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