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의 역사 (지금 내 앞에 놓인 한 그릇)

냉면의 역사 (지금 내 앞에 놓인 한 그릇)

$28.00
Description
문학ㆍ과학ㆍ경제학ㆍ사회학을 고명으로 얹어
‘찬 국수’에 관한 온갖 궁금증을 풀어내다
진흥왕의 별식에서 조리법ㆍ분화까지-냉면의 역사
사소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책이다. 신라 진흥왕이 순행 길에 얼음을 띄운 메밀국수를 먹었다는 ‘기원’에서 시작해, 진주냉면의 부활과 물냉면의 탄생에 이르는 ‘분화’까지 냉면의 발자취를 밝혀냈다. 15세기 《산가요록》을 비롯해 《음식디미방》, 《주방문》, 《계미서》 등 고조리서를 뒤져내 선조들의 국수 조리법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에 문학, 과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냉면을 조명하기에 냉면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룬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이색에서 장유를 거쳐 이광수까지-문학 속 냉면
냉면, 그리고 국수가 우리 곁에 온지 오래인 만큼 이를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이 없을 수 없다. 고려 문인 이색이 노래한, 회화나무 잎 즙이 들어간 ‘도엽냉도’를 노래한 고려 문인 이색의 〈하일즉사〉며 장유의 시 〈자줏빛 장물에 말아낸 냉면〉, 1930년대 서북 지방에선 메밀국수가 대세임을 전하는 이광수의 여행기 〈남유잡감〉, 함경도 냉면이 가장 검지만 맛은 평양냉면이나 서울 냉면에 비해 낫다고 평가한 이효석의 에세이 〈유경식보〉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여기에 “냉면을 먹었더니 발바닥이 차가워졌다”해서 한국 음식문화사에서 처음으로 ‘냉면’이란 낱말이 등장하는, 조선 인종 때 선비 이문건의 《묵재일기》 1558년 기록도 놓치지 않는다.

국수틀에서 아지노모도까지-냉면과 과학
지은이의 엽렵한 손길은 냉면을 둘러싼 ‘과학’에까지 미친다. 찰기 없는 메밀로 보다 편리하게, 보다 맛있는 국수를 만들기 위해 ‘세판’이 도입되었다거나 국수틀의 모양을 복원하고, 서울식과 평양식은 어떻게 달랐는지 설명하는 대목이 그렇다. 국수의 쫄깃한 식감을 돋우기 위해 국수 반죽에 넣었던 응이가루 대신 가성소다를 쓰면서 냉면 애호가들의 위장병이 늘었다든가 1939년을 전후해 박병천, 최응도란 인물이 “인력과 시간을 줄이고 위생을 개량한” 국수기계를 개발했다는 기사도 마찬가지다. 냉면 육수의 감칠맛을 높이려 인공조미료 ‘아지노모도’의 첨가가 늘어나자 비용 부담에 겨웠던 면옥업자들이 가미제 중단을 금하기로 결의했다는 내용도 냉면에 스며든 과학 에피소드라 하겠다.

국수가게에서 자전거 배달까지-냉면의 경제학
냉면의 쉬 상업화 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국수틀 도입으로 노동력이 절감되고, 균질한 국수를 별다른 준비 없이 제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서 이미 18세기 후반 황윤석은 대궐에서 하인을 시켜 국수를 사 오게 해 먹은 기록을 남겼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지방의 장시場市에서 국수를 누르고 닭을 잡고 돼지를 잡는다”고 메밀국수를 파는 국수가게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다. 갑오개혁 이후 인천 등 개항장을 중심으로 외식업이 활성화하자 이미 19세기에 “사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었던 냉면은 ‘직장인의 음식’ 메뉴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또한 종이 연에 붙였던 갈개발을 이용해 홍보를 하는가 하면, 전화 주문을 받아 자전거로 배달하는 시스템이 도입하는 등 냉면은 도시화ㆍ근대화의 선두에 섰다. 냉면 경제학의 자취다.

‘식중독’에서 면옥노조 파업까지-냉면의 사회학
냉면이 확산하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문제도 부각됐다. 냉면에 올린 돼지고기의 부패로 인한 식중독이 늘어나자 해방 직후인 1946년엔 냉면 제조 및 판매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고, 일제강점기인 1940년엔 업자들이 냉면 가격 동결을 피하기 위해 양을 줄이자 조선총독부가 나서 아예 냉면 가격과 국수 양을 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또한 반죽꾼, 발대꾼, 앞자리, 고명꾼에 배달부까지 냉면 노동자들이 늘면서 권익 확보를 위한 노조가 결성된다. 1925년 평양에서 105명의 면옥 노동자가 참여한 최초의 면옥노동조합이 결성되어 그해 임금인상 등을 위한 파업을 시작했다. 지은이는 이들의 요구조건, 투쟁 과정과 결말은 물론 다른 지방의 노조 활동까지 촘촘하게 추적해냈다. 가히 냉면의 사회학이라 할 만하다.

지은이는 방대한 한문 텍스트를 뒤져내 독특하면서도 굵직한 저작을 내온 한문학자. 자칭 ‘냉면주의자’인 그가 어느 날 문득 이런저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파고든, 거창하지 않되 맛깔난 ‘냉면 책’이다. 냉면을 맛있게 먹기 위해 혹은 만들기 위해 필요한 책은 아닐지라도 냉면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이야기가 풍성하다.
저자

강명관

부산대학교한문학과명예교수.조선중기서울의도시적분위기에서활동했던여항인의역사적실체와문학을검토해한문학의지평을넓혔으며,방대한한문학텍스트에근거한,풍속사,사회사,음악사,미술사를포괄하는다양한저서들로독자에게다가가고있다.근래에는조선시대지식의생산과유통이인간의사유와행위로연결되어어떤인간형을만들어내는가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지은책으로《노비와쇠고기》,《이타와시여》,《가짜남편만들기》,《조선풍속사》(전3권),《열녀의탄생》,《책벌레들조선을만들다》,《조선의뒷골목풍경》,《허생의섬,연암의아나키즘》,《독서한담》,《조선에온서양물건들》,《조선시대책과지식의역사》,《그림으로읽는조선여성의역사》,《조선후기여항문학연구》,《공안파와조선후기한문학》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1]냉면이란무엇인가

[2]냉면의전사前史
⚫신라의냉면-진흥왕의전설
⚫고려의냉면
《고려도경》의국수|사원의국수|이색의도엽냉도

[3]조선전기의국수
⚫15세기의국수조리법,《산가요록》의국수
메밀로만든음식들|면법,일곱가지종류의국수조리법|세면과창면|
국수7종의재료와제조방식|《산가요록》국수의전승
⚫이문건이먹었던국수와뜻밖의‘차가운국수’
《묵재일기》의국수|국수의재료,밀가루와메밀가루|뜻밖의차가운국수

[4]국수에서일어난변화와국수틀의출현
⚫《음식디미방》등조리서에나타난국수의변화
《음식디미방》속국수|《요록》과《주방문》에담긴국수|세면과창면,차가운국수의탄생|〈자줏빛장물에말아낸냉면〉
⚫국수틀과새로운제면방법
국수만드는방식의변화|국수재료,메밀가루로단일화되다|
메밀국수는국수틀에눌러뽑아야맛이좋다|국수틀은이런모양이었다|
서울식국수틀과평양식국수틀|국수틀,출현하다|국수틀,확산되다

[5]냉면의시작
⚫평안도에서시작된동치밋국냉면
메밀국수,동치밋국에들어가다|18세기중반,평안도에서냉면은유명했다
⚫황윤석이서울에서먹었던냉면
《이재난고》에기록된냉면|국수가게도있었다|여름철에냉면을어떻게먹을수있었을까

[6]냉면의확산
⚫정약용의냉면
‘눌러뽑은국수는붉은실이차갑고’|‘눌러뽑은냉면에배추김치푸르네’
⚫19세기각지방의냉면
냉면,전국으로|평안도,냉면은평안도지방의특미|
함경도,함경도냉면도동치밋국에말아먹는메밀국수|
강원도,냉면이널리퍼져팔리고있더라|황해도,평양못지않게냉면이맛있는지역|
서울,평안도와황해도의냉면이흘러들어오다|남쪽지방으로의확산
⚫국수틀의보급
값비싼기구도,갖추기어려운도구도아니었다|남쪽지방에서국수틀은흔치않은도구
⚫냉면의상업화
냉면가게,냉면상업화의방증|냉면장수,시장에서냉면을팔다|국수의건면화와상품화
⚫조리법의변화
냉면,경화세족가문에침투하다|고조리서에담긴조선시대냉면재료와조리법

[7]근대이후,냉면의시대
⚫근대와외식업
외식업의본격적출현|근대외식업은19세기음식점의연장|
냉면,시정에서가장선호하던음식중하나
⚫냉면점의성황176
서울,냉면의대중화|평양과평안도,대표적인냉면지역|
황해도,평양냉면못지않은진미|함경도,그럴듯한냉면을뽐내다|
강원도,막국수지역이지만냉면점도있었다|
전라도와경상도,냉면점이극히드물지만없지는않았다|
해외진출,한국인따라냉면도흩어져(러시아,중국,하와이)|민족의음식냉면
⚫근대식도구의조력,자전거와전화그리고냉면기계
전화와자전거의도입|냉면기계의발명
⚫냉면에일어난변화
겨울냉면과여름냉면|생치냉면과가정냉면|가성소다와아지노모도
⚫냉면식중독
중독의양상과원인|예방과치료|식중독사례
⚫냉면값
냉면가격,물가와재료값에따라오르락내리락|총독부,가격과양을정하다
⚫면옥노동자와면옥노동조합
면옥노동자와냉면배달부|면옥노동조합의활동

[8]8·15해방이후의냉면
⚫각지의냉면점
해방후음식점의폭발적증가|서울의냉면점|경기도,강원도,충청도의냉면점|전라도,제주도의냉면점|경상도의냉면점
⚫냉면기계판매
냉면기계제작·판매광고의등장|서울의냉면기계제작소
⚫냉면식중독과단속
⚫냉면의분화

⚫끝맺음
⚫후기
⚫주석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