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무기력증,어지럼증,신경성두통,온몸에끊이지않는고통…
몸에이상이없는데도여전히아프다면,답은바로마음에있다
20년넘게수천명의환자를만난
런던의정신과의사가짚어낸마음의증상들
만성피로증후군,신경성두통,무기력증,잦은기침등,현대의학으로도그원인을명확히밝혀내지못하는증상들이있다.환자는종합병원의여러분과를전전하며각종검사를받은후,결국“좋은소식입니다.검사결과완전히정상이에요”라는답을듣는다.하지만환자의증상과불안은사라지지않는다.분명히존재하는데원인을알수없는증상은환자에게두려움을안긴다.여기에‘건강염려증이다’,‘예민하다’등등주변에서아픈것자체를의심하기도한다.아픔을이해받지못한환자의불편한심리상태는더욱악화되고,몸에나타나는고통도이에따라더욱심화된다.
이처럼현대의학의사각지대에놓인환자들의마음을들여다보고그들의아픔을치유하는정신과의사의이야기《몸이아프다고생각했습니다(원제:HeadFirst,심심刊)》가출간되었다.이책을쓴앨러스테어샌트하우스는런던종합병원의정신과의사로,20년넘게수천명이넘는환자를치료해왔다.내과의사출신이었던저자는종합병원의응급실을거쳐내과진료소에서근무하며,몸이아픈사람들의증상을살피고진단명에따라치료하고처방하는일을했다.그러나수많은환자들을진료하면서,점차신체검사만으로는해결되지않는문제가많으며질병의심리적측면을무시하면안된다는것을깨달았다.그는환자한사람한사람의이야기를들으며진정으로그들의몸과마음모두를치유하는의사가되고싶다는생각에정신과의사가되기로결심한다.이후저자는종합병원의정신과진료소에서,병원내각종분과에서증상의원인을알아내지못한환자들의정신을감정하는일을하게된다.이일을통해건강은신체적측면과심리적측면양측이모두적용되며,두요소가서로영향을주고받는것이라는것을깨달았다고저자는말한다.
이책은저자가만났던수많은환자들의이야기를묶어낸책으로,종합병원정신과를찾아온환자들이겪었던증상과마음속에숨은아픔,그리고그들을치료하는과정을생생하게보여준다.저자는마음의고통이어떻게몸으로이어지는지,무엇이그고통을더욱깊게하는지,고통에서벗어나려면어떤과정이필요한지의학적인시선으로예리하게살핀다.“환자가무슨병에걸렸는지고민하지말고그병이어떤사람에게생기는지고민하라”고말한영국의학자윌리엄오슬러의말처럼,이책은우리의성격과정신건강이어떻게우리의삶을좌우하는지새로운관점으로접근하게도와주는,치유와회복을위한첫걸음과도같은책이다.
마음의고통은어떻게몸의고통으로이어지는가
고통에서벗어나온전한삶으로향하는치유와회복의여정
저자가속한종합병원에서정신과는‘원인불명의증상’으로고통받는환자들이가장마지막으로찾는곳이다.환자들을만나그들이어떤일을겪었고마음상태가어떤지당사자의이야기에귀를기울이며치료한결과,저자는이런환자들에게신체의상태를점검하는일못지않게내밀한심리치료가필요하며,무엇보다도환자스스로도모르던마음속결핍을채우는일이중요하다는것을알았다.어지럼증을호소하며병원을찾은한환자는18개월동안심장외과,류마티스내과,신경과,자율신경과,소화기내과,이비인후과까지전문의6명을거치고도그원인이밝혀지지않아결국정신과진료소로왔다(60쪽).업무도,약혼도미뤄두고온갖스캔과검사에몰두한그에게남은것은불안,분노,악화된건강상태.저자는그를만나대화를나눈뒤,그가‘불안장애’를겪고있으며어지럼증은불안장애에흔히따르는과호흡때문이라는소견을제시했고,환자는항불안제복용8주만에완전히정상으로돌아왔다.
사실능숙한의사는보통메모를힐끗보기만해도환자가호소하는신체건강문제가스트레스,불행,우울등온갖심리적?사회적요인에서비롯되었음을눈치챌수있다.복잡한가족관계,경제적압박,기분및불안장애도참고사항에기록된다.하지만그때쯤엔이미상황이늦기마련이다.의사들은이미환자의문제가신체질환이라는판단하에검사를진행해왔고환자도그렇게믿고있다.의사들이발견할가능성도없는신체질환을계속찾으려고했을리가없으니까.그러니전임자들이그랬듯환자와나눠야할대화를피하는편이쉽다.환자의신체질환이라는것이사실은심리적?사회적압박의결과일가능성을외면하는길을택하는것이다.(54~55쪽)
마음의치유는단순히질병치료를위한것만은아니다.한사람이삶을살아가는방식,태도를좌우하고더나은삶을누릴수있는토대가된다.이책은저자가만난다양한사연과증상을지닌환자들의이야기를총18장으로나누어,각사례에등장하는환자들이어떻게마음을마주하고삶을바꾸어나갔는지보여준다.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만성피로(111쪽)나신경성두통환자(362쪽)부터,세상이두려워집에틀어박힌광장공포증환자(37쪽),외모강박으로건강이망가진거식증환자(225쪽),자신의삶을방치하다병세가악화된당뇨환자(285쪽),자기혐오와우울로먹는것을멈출수없었던비만환자(151쪽),심지어보살핌을받고싶어일부러몸을망가뜨렸던환자(185쪽)까지,각양각색의이유로종합병원을찾은환자들의이야기가수록되어있다.
이책은환자들이가지고있던심리적문제를파악해그들에게진정으로필요한것이무엇인지찾아내고,환자에게적합한방법을제시해고통에서벗어나는과정을담고있다.매일끔찍한흉통을앓았지만신체검사에서아무런이상을찾아내지못한한환자는납치후후유증으로인한불안장애가통증의원인이었다.그에게필요한것은잦은검사가아닌,항불안제처방과심리상담이었다(265쪽).당뇨를평생관리해야한다는현실에서도피하느라지병을방치해건강이악화된한환자는,스스로자신의상황을객관적으로볼수있도록저자가던진질의응답을통해조금씩마음을열고자신을받아들일수있게되었다.이렇게내면을진정으로이해하는치료과정을밟은환자들은자신의내면을마주하고,신체적고통에서벗어났을뿐만아니라더나은삶을가꿀수있게되었다.
질병의신체적원인과심리적원인은구분할수있는가
현대의학이말하는‘건강’의범위
이책은환자의심리상태가신체상태에대한인식,지속적인건강관리,더나아가삶을유지하는방식에큰영향을미친다는것을과학적근거를통해밝힌다.이를테면스트레스를받은후두통을느끼는것은심리적인고통이몸까지전이되어나타나는현상중일상적인경우에속한다.그러나일시적이고가벼운증상이더라도,증상을느끼는당사자가이를어떻게인식하느냐에따라증상과고통이더욱심화될수도있다.실제로환자가자신의증상이심각한것같다고사전에선입견을가질경우더욱아프다고느끼는데,이는신경을통해전해지는감각을뇌가왜곡하여받아들이기때문이다.통각자체는그렇게심각하지않더라도,뇌가심각한요인이있을거라고단정하면실제보다통증을더욱과장되게인식하는것이다(259쪽).
우울증과불안장애로삶을비관적으로보는환자는신체의통증을더욱심하게느끼고염려하는경향이강하며(262쪽),이때문에스트레스를받아병세가더욱악화되기쉽다.실제로우울증은심장병과뇌졸중의발병확률을급격하게높이는요인으로꼽힌다(294쪽).하지만신체질환과우울증을모두갖고있는환자는주변에서(심지어의료진까지도)‘우울증에걸릴만하다’며우울증치료를방치하는일이잦아질병을빠르게회복하지못하는경우가많다.이로인해우울증환자가비관으로더욱자신의질병을방치하고,병이깊어지는악순환이계속되기도한다.
우울증환자가심장마비를겪고나면만성질환과사망가능성이높아진다.우울증으로인한화학물질분비변화때문이겠지만,어쩌면우울증이개인의사기에미치는영향이더욱중요한요소일지도모른다.우울증환자는건강관리에소홀하기쉽다.예를들어흡연을계속하거나,정적인생활방식을유지하거나,건강에해로운식사를고집하거나,후속진료를받을의욕이부족할수있다.앞서언급했듯이이모두가잘알려진사실이지만,심장질환치료의맥락에서우울증치료는결코심장약복용만큼강조되지않는다.이해할수없는모순이다.(295쪽)
꼭우울증정도로심각한정신적문제를겪는경우가아니더라도,환자가심리적으로얼마나위축되었는지는환자가자신의삶을관리하는큰요인이된다.심장마비이후회복과정에있는환자들의상태를조사한결과,환자가겪는객관적인불편함의정도보다환자본인의믿음이건강을좌우한다는연구결과가있다(22쪽).자신이“병세를통제할수있다고믿는환자”는재활치료에적극적으로참여하고사회활동을유지하는등질이높고긍정적인일상생활을이어나갔다.반면“자신의병이치명적이라고믿은환자는활동이위축되고정적인생활을유지했”으며,심장마비이후에는적당한신체활동을하는것이중요함을알면서도무력한삶을살아가는것이확인되었다.“환자의믿음이병의예후와진행을좌우하는것이다.”(23쪽)
정신감정부터존엄치료까지,
‘사람을위하는’의학이란무엇일까
이책은종합병원에서일하는저자가정신과의사로서다뤄야할‘의학’의영역이어디까지인지진중한고민을던진다.이책에서소개하는‘정신감정’의폭은꽤넓다.신장을기증하고싶다는사람이있을경우,정신과의사는그에게이성적이고합리적인이유로신장기증을결정한것인지기증자의정신을감정한다.자신이받을시술을거부하는환자가있으면,환자가치료를받지않을경우생길여파를판단할객관적능력,즉‘결정능력’이있는지감정한다.만일이들이비이성적인연유로시술을원하거나원하지않을경우,정신과의사가이를제지하고환자에게적합한조치가무엇인지제시해야하기때문이다.
이뿐만아니라,시한부인생을선고받은환자가마지막나날을편안히보낼수있도록의사가무엇을할수있는지생각할거리를안겨준다.살날이얼마남지않은환자앞에서의학이할수있는것이라고는그저연명치료를계속하는것뿐이라고들한다.하지만저자는죽음을앞두고두려움에떨고있는환자를‘어쩔수없다’며방치하지않는다.대신환자가다시활기를되찾을수있도록이야기를나누거나,새로운자극을줄수있는치료를실행하거나,환자가자신의인생을이야기하며그간의삶을되새기는‘존엄치료’를실행한다.저자는이런환자들에게필요한것은신약이나데이터에기반한치료가아니라,환자가스스로괜찮다고느끼는안녕감을확보하도록돕는심리치료라고말한다.
저자는현대의학이눈부신발전이낳은부작용인과잉진료와검사,의료진의번아웃과같은현상을예리하게비판하면서도‘좋은의료’로가는길을제시한다.그가말하는좋은의료란‘환자가살아온인생의맥락과환자가받은영향을이해하고환자스스로도이해받았다’고느끼게하는것이다.현대의학은기술적측면을넘어인간적측면까지포괄할수있을까?이책은그런희망의씨앗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