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감염에의한조현병발병가능성을비롯해수많은연구를실시했으며,중증정신질환은사회적요인때문이아니라생물학적요인들때문에생기는것이라는개념을널리알리는활동으로유명해졌다.그는이책에서아동기트라우마가조현병을일으킨다거나(226쪽),나쁜가족또는나쁜문화가조현병발병의원인(230쪽)이라고주장한이론들을비과학적이라며정면으로반박한다.저자는유전자로인한발병(213쪽),감염으로인한염증과면역반응에따른발병(218쪽),신경전달물질과의연관성(219쪽),태아의뇌발달시기에뇌의특정부분손상이병을초래할가능성(220쪽)등최신과학이조현병의원인으로주목하는이론들을소개한다.그는지난10년사이염증,감염,면역과관련된이론들이조현병의원인에관한가장유망한이론으로등장했다고밝히면서도조현병의원인은아직한가지로말할수없으며,“여러이론이상호배타적이지않으며,최종답은여러이론을조합한것일수도있음을염두에두었으면좋겠다”고당부한다.
조현병에걸린사람에게공감하기힘든가장큰이유는아마도그들의뇌안에서무슨일이일어나는지알수없기때문일것이다.정상적인사람의뇌는들어오는자극을분류하고해석한다음적절한반응을선택해내보내도록작동한다.예를들어선물을받으면“감사합니다”라고말하고,누군가“점심같이먹을래요?”라고물으면나의일정,상대방에대한호감도,점심식사가가져올긍정적/부정적영향등을뇌에서즉각계산해반응한다.하지만조현병에걸린사람의뇌가가진결함은이렇게분류하고해석하고반응하는능력이훼손되는것이다.이는생각뿐아니라시각,청각자극,감정,일부행위에도영향을미친다(39쪽).이런점은조현병환자가대인관계를맺기매우어렵게만든다.
이들이텔레비전이나영화를잘보지못하는것은매우전형적인증상이다.사람들이흔히예상하는것과는정반대로정신과병동에서텔레비전을보는조현병환자는놀라울정도로드물다.텔레비전앞에앉아있는사람은있을수있지만그들은마치조정화면을보는것처럼단지시각적인움직임만을보기때문에방송내용이무엇인지설명하지못한다.이점은지능이나교육수준과는상관없다.-43쪽
또놀라운점은“조현병환자의행동이자기내면의논리와이성에는완벽히부합한다”는점이다.그들의감각과사고의기준으로는충분히합리적인이유에서한행동이남들에게는‘정신나간’,‘미친’행동으로보일수있는것이다(91쪽).저자는다른책에서시도하지않았던,조현병환자의내부세계에주목한다.그는“조현병환자가어떤일을겪는지알아보는가장좋은방법은당사자의말을들어보는것”이라며오랜연구를통해축적한수많은조현병환자의목소리를담았다.감각변화,망상,환각,감정/동작/행동의변화,질병인식불능증등각각다른증상을겪은다양한조현병환자의이야기를읽고나면조현병의증상은한가지로규정되지않는다는것을알수있다.
이책은대중문화와미디어에서접한조현병에대한오해를지우고과학적으로조현병을이해하고싶어하는사람들에게필독서다.‘조현병은다중인격또는인격분열과다르다’(128쪽),‘망상과환각은조현병의주요증상이지만필수요건은아니다(56쪽)’,‘조현병을설명하는가장좋은질병모델은당뇨병이다’,‘평균적으로노화가조현병증상을개선한다’등조현병에관해몰랐던지점들을일깨워준다.
조현병을설명하는가장좋은질병모델은비슷한점이참많은병인당뇨병이다.조현병과당뇨병모두아동기유형과성인기유형이있으며,발병원인이한가지가아닌것으로추정되며,여러해에걸쳐재발과완화가거듭되는과정을거치고,약물치료로완치는안되더라도대체로통제는잘되는편이다.우리가당뇨병에대해서완치보다는증상을통제해비교적정상적인삶을영위할수있도록노력하듯이조현병치료도그런관점에서접근해야한다.-236쪽
조현병에걸린여동생을둔,조현병환자의가족이기도한저자는이책에서입원치료와좋은의사찾는법(6장),항정신병약물의종류와구체적인치료계획(7장),재활치료(8장),환자와가족의생존전략(11장),도움이될옹호단체와피해야할단체(15장)등조현병환자와가족들이‘생존’할수있는구체적이고실질적인방법들을소개한다.그는조현병연구뿐아니라‘치료옹호센터’TreatmentAdvocacyCenter(TAC)를창립,정신질환자의권익,치료,지원서비스를개선하는데혁혁한공을세웠다.치료옹호센터는미국전역에서중증정신질환을진단받은사람들의입원과치료를쉽게하기위한개별주들의기준을홍보하고필요한경우지원치료이용을적극권장하며시대에뒤떨어진법률들을고치고기존법률을더잘활용하도록관료들을교육하는비영리단체다(592쪽).
이책은부록을보는것만으로도큰충족감을준다.‘조현병에관한최고의책과최악의책목록’과‘온라인자료’는단순히목록만나열하지않고구체적인선정이유와활용방법을상세히덧붙였다.‘추천참고문헌’은조현병에대해더알고싶어하는사람들에게매우유용하다.또한영화와문학작품에서그간조현병을어떻게다뤘고,그것이조현병에대한낙인과편견에어떤영향을미쳤는지에관해서는13장‘대중의눈에비친조현병’을참고할수있다.
토리는“공감이있을때조현병은개인적비극이다.공감이없을때조현병은가족의재난이된다”라고말한다.조현병은뇌의만성질환이자개인과가족에게닥쳐온불행이다.그들이공감을받는다면관리할수있는규모의불행이되겠지만,그들이공감을받지못한다면더큰규모의불행이닥칠것이다.“조현병에대해더많이알수록조현병에대한올바른태도를갖기가더쉬워진다”는저자의말은조현병환자와가족뿐아니라조현병을대면하는모든사람을위한제언이다.공감을바탕으로전문지식을차곡차곡쌓아올린이책을읽고나면조현병이주는불안과공포에서보다자유로워질것이다.
조현병을이해한다는것은병을둘러싼무지의안개를걷어내고신비의영역에서끌어내이성의햇빛아래세우는일이다.조현병을이해할수록우리눈에보이는광기의얼굴은공포의얼굴에서점점슬픔의얼굴로변해간다.조현병에시달리는사람에게이것은매우중요한변화다.-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