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요리연구가이자수필가이다.대구한의대에서약선외식학으로석사과정을마쳤으며,현재는동그라미약선연구원원장,대구한의대외래교수로있다.음식을통해질병을예방하고치료하는요법인푸드테라피에인문학과약선을접목한푸드아트테라피스트,약선설계사,외식경영관리사,〈매일신문〉에‘노정희의추억의요리산책’,〈시니어매일〉에‘이야기따라맛따라’등음식에대한이야기를집필하는푸드스토리텔러이다.계간잡지《문장》의편집위원과편집장을하였고,인문학,글쓰기강사로도활동한다.지은책으로는수필집『빨간수필』,『어글이』,『하얀』이있다.
책을내며_속주머니에서끄집어낼추억의음식유년의뜨락호랑이보다더무서운곶감할머니가쪄준감자남의배를채워주는보리감자밥과열무김치파삭한식감의단호박전바다의신선,새우비타민듬뿍풋고추전바다의보리,고등어찌개아무맛도모를‘무’전한여름의추억,옥수수약이되는음식불로장생연잎밥여성에게이로운쑥약이되는건강밥,약밥노란소국小菊빛깔을닮은치자밥감기예방에좋은배숙정구지김치환절기감기에마시는목련꽃차茶추운날씨에모과차유래있는음식손이많이가는음식,강정정월대보름에깨무는부럼,호두궁중잔치음식초계탕醋鷄湯해파리의무한변신,해파리냉채독특한향의전호나물장수와풍요를바라는떡국역귀와잡귀를물리친다는동지팥죽봄을부르는냉이엄마생각콩나물밥쑤고쳐서먹는도토리묵입맛을돋우는상추쌈그리운어머니,원추리눈시울을뜨겁게하는쪽파고향의맛,더덕산적짭조름한간식,부각겨울철간식군고구마이야기따라맛따라쫄깃한꼬막하늘나라에서가져온식물,머위겨울철생선도루묵식물성해조류매생이붉은마음을전하는홍시말하는엄나무무더운여름을시원하게,오이냉국입맛돋우는건강식바다에서나는음식중제일,굴가을물고기,추어탕바다의산삼전복따끈한국물요리,밀푀유나베게눈감추듯먹는‘게’삼복의보양음식,삼계탕참나무정기먹고자란능이
호박한덩이머리맡에두고바라다보면방은추워도마음은따뜻했네호박한덩이머리맡에두고,함민복시인의시‘호박’에서책제목을따왔다.언제읽어도참정겹다.누렇게잘익은호박한덩이머리맡에두면겨울밤풍경이푸근해진다.‘방은추워도마음은따뜻’하다니.시인처럼‘품으로호박을/꼬옥안아본밤’을보낼수있으면좋겠다.초여름부터늦가을까지,호박잎과열매는색색깔로빛나며넘쳐난다.햇살이막퍼지는아침에호박꽃속을이리저리살피며꿀벌사냥을나선다.이슬젖은꽃가루에꿀벌이매달려있으면잽싸게꽃잎을오므려움켜쥔다.반딧불이대신벌을잡아만든호박꽃등속에서앵앵거리는소리가들린다.늙은호박한덩이속살을긁어내소금살짝뿌려숨을죽이고물기를꼭짠다.밀가루는재료가엉겨붙을정도로만넣어전을부친다.최대한얇게부치는게실력이다.머리맡에두고바라다보면방은추워도마음은따뜻했다는시처럼늙은호박이선명한색으로다가온다.읽으면약이되고건강해지는수필집음식은사랑이다.모든사랑은움직인다지만,음식사랑은변치않는다.인간에게있어음식에대한사랑보다더진실한사랑은없다.음식에는농사를지은사람의땀과사랑이있고,더해서차리는이의정성이담겨있기때문이다.그이전에자연의위대한보살핌이있고,무엇보다추억이자리한다.음식으로질병을예방할수있고,치료할수도있다.요리연구가이자푸드스토리텔러인저자는그런매콤달콤쌉싸름한40여가지음식이야기를한상차려냈다.전통음식과퓨전음식,효능과성질,궁합,음식에얽힌야사와옛이야기를손맛만큼이나감칠맛나는문체로소개한다.삼국유사에나오는약밥의유래,동의보감과본초강목에그효능이기록된배등음식에대한상식도한층높여준다.뜨끈한음식사랑에해박한지식과맛깔스러운요리,구수한추억을담은『호박한덩이머리맡에두고』는저자가독자에게대접하는따듯한한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