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다양성과 불평등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사회언어학)

언어 다양성과 불평등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사회언어학)

$32.18
Description
언어 다양성은 어떻게
불평등을 고착시키고 차별을 정당화하는가
언어 다양성은 인간 사회의 보편적 특성이지만, 언어 다양성이 중립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세계에서 언어 다양성은 언제나 언어의 계층화와 언어적 종속을 수반한다. 이 책은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가 일상화된 시대에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언어 불평등을 생생한 사례를 바탕으로 적나라하게 분석한다. 언어 다양성이라는 차원이 추가될 때, 경제적 불평등, 문화적 질곡, 정치적 참여의 불균형과 같은 우리 사회의 부정적 측면이 어떻게 더 왜곡될까? 이 책은 고용, 교육, 커뮤니티 참여와 같은 사회 정의에 중요한 영역에서 언어 다양성과 불평등의 관계를 깊이 있게 성찰한다.
저자

잉그리드필러

(IngridPiller)

응용사회언어학자로오스트레일리아매쿼리대학교응용언어학과석좌교수(DistinguishedProfessor)이다.문화간의사소통,언어학습,다중언어주의,이중언어교육에관한연구성과를인정받아오스트레일리아인문학술원(AustralianAcademyoftheHumanities)펠로이자오스트레일리아학술위원회(AustralianResearchCouncil)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국제사회언어학학술지인『멀티링구아(Multilingua)』편집장을역임하였으며,유명학술블로그인‘움직이는언어(LanguageontheMove)’를운영하며사회언어학연구를매개로다양한사람들과소통하고있다.

목차

1장서론

언어다양성은사회에어떤영향을미치는가|사회정의|책의개괄|대화에참여하기

2장계층화된언어다양성

언어,다중언어주의,언어다양성|다양성에서의위계|언어피라미드|‘다양한’사람은누구인가|초다양성바라보기|동일성의발명|요약

3장종속된언어다양성

언어속지주의|언어의공간적분리|언어속지주의논쟁|언어다양성과개인의책임|몰입환경에서의풀뿌리언어학습|화자판단하기|언어다양성과도덕가치|언어학습자새롭게만들기|요약

4장노동과언어다양성

언어능숙도와고용장벽|이름이뭐길래?|취업면접|중첩되는취약성|생계노동과탈숙련화|노동현장에서의언어학습|언어다양성억압하기|대안적언어체제|요약

5장교육과언어다양성

다중언어학교의단일언어아비투스|서브머전교육|복잡해지는불리함|언어다양성에반하는시험|잘못된언어능숙도측정|부정당하는다중언어주의의장점|요약

6장참여와언어다양성

참여를막는언어장벽|언어와젠더격차|언어가이유가된폭력|
미세공격|언어소외|요약

7장전지구화와언어다양성

언어와국제원조및개발|정의롭지못한영어교육|학술국제어인영어의부당성|영어권중심에조공바치기|국제어로서의영어가가져오는심리적폐해|요약

8장언어정의

언어특권|현실적인언어유토피아|언어정의를위한투쟁

출판사 서평

평등을극복하고정의로운사회를실현하기위한과제는시대에따라달라진다.세계가하나로연결되고한지역에서다른지역으로의이주가일상화된시대에는그에걸맞은불평등과정의의문제가제기된다.오스트레일리아응용사회언어학자인잉그리드필러는그선두에서사회정의와차별의문제를제기한다.그는글로벌화된세계가평등과자유를향해나아가기위해서언어다양성과불평등의문제에주목해야한다고말한다.

사용하는언어가달라서당연하게여겨지는문제들

수많은불평등문제중에서왜하필언어인가?언어는모든불평등과차별의문제와긴밀하게연결되어있기때문이다.
2008년,이라크성인557명은오스트레일리아정부프로그램에따라영주권을받고오스트레일리아에이민하여정착했다(책에서는557명중223명을조사한결과를소개한다).정부의이민프로그램을따른것이었지만,이들은3년이지난시점까지새로운사회에적응할수없었다.2011년오스트레일리아의전체실업률은4.9%였는데,이이라크이주자들의취업률은4.9%였다.
사용하는언어가다르니당연히새로운사회에적응하기가어려웠을것이라고생각하는가?이들은이라크전쟁당시오스트레일리아군에협력하여통ㆍ번역사로일했던이들과그가족들이다.영어로의사소통하는데어려움이없고,심지어오스트레일리아인들과함께일해본경험도있었다.이들중135명은대학교육도받았고,전공을살려일한경험도있었다.다양한이유가중첩되어있었겠지만,이이라크이주자들은영어를못할것이라는편견의영향을받았을것으로추정된다.
반대로어떤이주자들은언어를잘하기때문에차별을받기도한다.그들은언어를잘못한다는편견에부합하지않아서적법한권리를누리지못한다.오스트레일리아의스리랑카난민알렉스씨는그가알렉스라는영어식이름을가지고있고,미국식영어억양을가지고있기때문에난민으로인정받지못했다.그는살아남기위해선박을타고스리랑카를탈출하여바다위를떠돌다가나포되었음에도자신이“영어를한다고,고향에있는미국남자미션스쿨에서교육을받았다는이유로,학사학위가있다는이유로,인도에서MBA를마쳤다는이유로”난민이될수없냐고항변한다.
이주자가실제로언어를못한다면‘언어를배울의지가없다’며차별받는다.이주한국가의언어를못하는이들에게책임을전가하기는쉽다.어떤이들은SNS에서,또다른이들은광장에모여“우리말을배우지않겠다면당신은우리나라에살자격이없다.”,“여행하기위해서도언어를배우는데살기위해언어를배우는게뭐가어렵나?”,“우리말을못하는이유는당신이게으르기때문이다.”라며이주자들을비난한다.그러나누구나경험해본것처럼온전히언어학습에만집중해도익히기어려운것이외국어인데,새로운환경에적응하고생계를위해일하면서틈틈이다른언어를배운다는것은환상에가깝다.더군다나이주노동자들이생활에밀접한표현을배울수있는언어학습프로그램은거의발견하기어렵다.
이주자들이새로운사회에정착하지못하는데에는많은이유가있다.그러나언어가이유가된차별은다른차별들보다좀더관대하게받아들여지곤한다.심지어언어는다른차별을묵인하거나정당화하는근거로도사용된다.사용하는언어가달라서고용을못한다는데어쩌겠는가?말이안통하는데어쩔수없지않은가?적어도언어는배우려고노력해야다른문제가해결될것아닌가?라고말이다.


언어의차이가인권침해와권리박탈로이어지는순간

언어에관한편견은이주자들이고용의문턱을넘기까지거대한장벽으로작용한다.그러나입사의장벽을통과한후에도언어는지속적으로이주노동자들을괴롭히는수단으로사용된다.어떤직장은이주노동자들이공식어를제외한다른언어를쓰지못하도록강제한다.그런데대체‘다른언어’란무엇인가?오스트레일리아의한병원은간호사들이점심시간에필리핀에서사용하는‘타갈로그어’를사용했다는이유로해고했다.담당변호사는간호사들이‘점심시간에’사용한언어가그저영어에타갈로그어를섞어서쓴것일수도있다고말한다(간호사를해고한병원은간호사들이정확하게어떤언어를어떻게사용했는지설명하지않았다).심지어그들이쓴타갈로그어는‘한단어’일수도있다.그리고그단어는필리핀음식이름일수도있고,‘바궁’이라는생선소스를가리키는말일수도있다.이렇듯병원이나호텔같은직장에서공식어사용을강제하는사내규칙은아주그럴싸하지만,자세히뜯어보면이주노동자를차별하고자유롭게해고하는데악용되기십상이다.
언어다양성을적극적으로고려하지않는다면한집단과민족이교육받고미래를영위할권리를완전히박탈할수도있다.예를들어루마니아세케이지역에사는세케이헝가리민족은헝가리어를모어로사용한다.이들은가정에서지역사회에서헝가리어로의사소통을하지만,루마니아의교육정책에따라국어시간에는루마니아어를배우고헝가리어는외국어로배운다.당연히루마니아어도제대로배우지못할뿐더러헝가리어를높은수준까지배울기회도얻지못한다.루마니아어로배워야하는다른과목은말할것도없다.인접한유럽연합회원국인헝가리의국가수준교육과정을빌려와사용할수도있지만,이는루마니아의교육주권을침해하는문제이기때문에루마니아는세케이헝가리민족이모어로직업교육과고등교육을받을권리를박탈하는편을선택했다.
말할수없고이해될수없는고통은극단적인환경에서더욱비극적으로드러난다.파키스탄난민수용소에서태어나오스트레일리아로이주한마르지에라미히는2007년14년간의결혼생활끝에남편에게목이졸려숨졌다.늘가정폭력에시달렸던마르지에는도움을받기위해오스트레일리아긴급전화서비스인트리플제로에두번이나전화를했다.그러나전화상담사는마르지에의어설픈영어를알아들을수없었고,마르지에는결국죽임을당했다.
이렇듯한사회속에서말할수없고이해될수없다는것은사회가제공하는기본권을누릴수없음을의미한다.서로다른언어가그저‘다양성’으로치부되고진지하게고려되지않을때,언어로인한불평등과인권의박탈은매우극단적으로드러날수있다.


언어다양성을어떻게인정하고포용할것인가

그렇다면언어의차이로인해발생하는문제를온전히개인이감내해야할까?저자는세계화로인한이익과번영을모두함께누리는만큼그에따른비용을한사회가함께지급하는것이마땅하지않느냐고반문한다.한사회의필요에의해이주노동자를‘초청’해오는만큼,이주노동자들이언어를배울수있도록프로그램을운영하고통번역서비스를제공하는등비용도함께부담하자는것이다.
나아가세계에서‘초핵심부’언어인영어를모어로사용하는사람들은영어를모어로사용하지않는사람들에비해훨씬큰언어적혜택을누리고있음을지적한다.또한전세계적으로언어가위계화되고계층화되어있기때문에국제사회가전지구적차원의언어정의를위해언어적실천을성찰해야함을촉구한다.
이책은세계각지에서발견할수있는언어다양성과불평등의문제를다루며,저자가오스트레일리아에서경험하거나연구한사례를다수포함한다.오늘우리의모습도이책의이야기와전혀다르지않다.서울은세계인과세계문화가응집한거대도시가되었으며,전국방방곡곡에서이주민과정주민이어울려살아가고있다.우리가살아가는바로이곳에서부터언어다양성과불평등에관한성찰을시작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