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트라우마센터장이자정신과전문의가들려주는
우리가트라우마를마주하고회복하는길
트라우마란무엇일까.트라우마가나의삶에스며들어평범하고평온했던내일상을뒤흔드는일이나혹은나의주변사람들에게일어날거라생각을하고사는사람들이얼마나있을까.하지만불행은예고없이찾아오는법.미디어를통해사건·사고를접하면서도이는나와는관계없다는우리의생각을깨고트라우마는다양한모습으로찾아온다.
이처럼트라우마는소수에게만찾아오는특별한불운이아니라,누구나살면서한번이상맞닥뜨리게되는인생의불청객이다.(p15)
원치않던일을마주하고괴로워하는당사자들은하나같이입을모아자신을탓한다.하지만조금만용기를내어고통의실체를마주하면비로소그안의내가보인다.마주할용기도,이겨낼힘도,또누군가를위로할따뜻한마음도우리에게있다고이책은말한다.직접당사자들을마주하며느낀생각과사실을통해간접적으로우리사회에‘처방’을내려준다.
여느이들과같이‘안전’이라는걸당연하게여기고살아왔다는저자는올해로11년째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트라우마로고통받고있는사람을만나고있다.책의시작에서“지금은저는삶의유한함을자주생각하며가족의소중함과인간이갖고있는회복력의경이로움을알게되었다.”(p8)라고고백한다.트라우마는인생의한부분임을받아들이고나아갈수있음을단단한목소리로말한다.
인생의불청객,트라우마
오늘도우리는회복을위해조금씩나아갑니다
트라우마는갑작스러운사고와재난,범죄,성폭행,부고등큰위협의‘빅트라우마’도있지만,이와는상대적으로자주접하게되는사건들도있다.학창시절의따돌림,미세한차별과모욕,갈등,사랑하는사람과의이별등‘스몰트라우마’라고분류되는일상속의상처다.또우리사회전체에일어난큰규모의사건을말하는‘집단트라우마’가있다.개인이아닌공동체에벌어진일을접하고도우리는심각한고통과일상생활에어려움을느낀다.
그러면우리는어떻게회복에가까워질수있을까.트라우마의회복은당사자들이이뤄내는것이며놀랍게도많은사람들은트라우마경험을자신의한부분으로받아들이고삶을살아나간다.이과정에서‘외상후성장’을이루어내기도한다.하지만혼자만의힘으로이겨낼수는없으며,안전한환경에서주변으로부터공감과위로를받게된다면회복의과정이더욱원활해진다.
이책에는그회복의길을묵묵히지켜본이의생생하고도묵직한이야기가담겨있다.트라우마를능숙하게다루는사람은아무도없을것이다.나만이렇게힘든것인지자책하고자신의노력을평가절하한다.타인에게는베푸는다정이자기자신에게는행하지못하며괴로워한다.나를가장아끼고돌봐야하는것은나자신임이분명한데도말이다.나를마주할용기를내고자신의내면에반짝이는부분을발견하고주변과나눈다면트라우마는비로소힘을잃게된다.회복의골든타임을놓치지않기위해필요한적절한도움을받는것도회복을촉진시킨다.그렇게누군가자신만의동굴에서나와다시세상으로나아가려고할때우리는그곁에서따듯한손길을내어주어야한다.
공감과연결의힘은강력한힘을갖고있다.혼자가아니라더불어살아가는우리는,나혹은타인의회복을응원하며연대하고보호해주는사람들속에서‘진짜안전’을위해나아가야한다.
몸과마음이지친상태,소진(번아웃)된상태에서마주한경미한사건으로도고통받는이들은자신만의위험수위를정확하게알고스스로를돌봐야한다.사랑하는사람,반려동물,더나아가배속의아이를먼저떠나보낸상실앞에서마음의고통을겪고죄책감과좌절감,분노까지느끼는이들이건강한애도의여정을밟아나가기위해서는대상이누구이든무엇이든상실로써인정받을수있는사회가되어야한다.
저자는책의말미에서이태원참사생존자의말을빌려당부한다.“우리서로에게조금더다정해지면어떨까요?”
이책을쓰며그동안재난현장에서만났던사람들과진료실에서만난환자들의얼굴이주마등처럼스쳐지나갔습니다.지금그분들은긴여정의어디쯤을걷고있을까생각해봅니다.주춤할때도있고난관을만나잠시뒷걸음치기도하겠지만,그들이지금도여전히계속나아가고있을거라고믿습니다.(p164-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