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반할 꽃시 : 한시로 읽는 우리 꽃 이야기

알고 보면 반할 꽃시 : 한시로 읽는 우리 꽃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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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겨울 보내고 봄 기다리며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부터
늦가을 그윽한 향기 속에 홀로 빛나는 국화꽃까지

52가지 우리 꽃의 아름다움을 한시와 함께 읽는다
한반도 곳곳에서 피어나는 우리 꽃들은 각기 계절을 알려 주며 피어나 자태를 뽐낸다. 겨울을 보내고 가장 먼저 피는 동백꽃과 매화, 봄이 왔음을 알려 주는 진달래와 산수유꽃, 무더운 한여름에도 향기를 뿜는 수수꽃다리와 찔레꽃, 그윽한 향기로 가을을 알려주는 국화 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우리 꽃들을 본 조선의 시인들에게는 어떤 감흥이 일었을까?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이 그들에게는 어떤 존재였으며, 꽃들은 그들의 시에서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알고 보면 반할 꽃시』는 52가지 우리 꽃에 관하여 조선의 시인들이 읊은 한시(漢詩)를 살펴보는 ‘조선의 꽃시’ 이야기이다.

저자인 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교수는 모두 울산대 국어국문학부에서 고전문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한국한시학회에서 인연 맺어 왔다. 최근 몇 년간 동백꽃 필 무렵부터 국화꽃 질 때까지 매주 모여 해당 시기에 피는 꽃시들을 읽고 감상해 왔고, 이번에 성범중 교수의 퇴임을 기념하면서 그동안의 성과를 모아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저자들은 단순히 꽃에 관한 시만이 아니라, 각종 문헌 속에 남아 있는 꽃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아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서 꽃이 지닌 역할과 의미를 찾고자 했다.
저자

성범중,안순태,노경희

경북상주출생.상주중,경기고졸업.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교대학원에서한국한문학관련논문으로석·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울산대학교국어국문학부교수로있다.한국한시의맛과멋,한시에담긴선인의삶에대해관심이많고,한시의매력을사람들에게널리전하는작업을진행하고있다.『역주목은시고』1~12(2000~2007)(공역),『한시속의울산산책』(2010),『한시로여는아침』(2014),『역주울산지리지』I·II(2014),『역주울산백련암실록』(2015),『역주집청정시집』(2016),『역주성재실기(2020)』를비롯하여다수의한문학저술과한시번역집이있다.

목차

서문

겨울의끝에서봄기다리며

동백꽃─겨울에느끼는봄의싱그러움
매화─향기로운입술로구슬같은새벽이슬마시네
수선화─달빛아래물결밟는선녀의발자국

봄꽃만발하다

진달래꽃─꿈에도그리는고향의꽃
산수유꽃─어찌도리화와봄을다툴까
서향화─천리로퍼지는그윽한향기
난꽃─천향을사랑하여저녁바람앞에섰네
산반화─그윽한향좋은데물들이는쓰임더욱좋구나
개나리꽃─갓태어난병아리의봄빛을담았네
앵두꽃─부질없는세상못내가련하여라
살구꽃─청명시절혼을끊는고향의꽃
자두꽃─나무가득빛나는순백의아름다움
복사꽃─무릉의신선이보낸선물
팥배나무꽃─봄과의이별,생과의이별
장미─아름답기에다가설수없는꽃
해당화─고운자태,장미부럽지않네
배꽃─소매걷으니드러나는여인의살결
목련─시를그려내는담박한붓

봄과헤어지고여름을만나네

오동나무꽃─봉황이깃드는성스러운꽃
보리꽃─제비와꾀꼬리는걱정도없는지
수수꽃다리꽃─풍경에향기를더한꽃
할미꽃─백발할머니절로떠오르네
계수나무꽃─월궁의선녀와어울리는자태
월계꽃─늙지않는화려한신선
철쭉─나그네발걸음붙잡는아름다움
송화─차와함께하는은은한다식의향기
등꽃─연자줏빛꽃잎흩날리며여름을알리네
모란꽃─제왕으로군림하는독보적꽃
찔레꽃─아찔한향기병풍
작약꽃─모란부럽지않은화려한자태
나리꽃─붉은연지찍은꽃술,푸른잎사귀자랑하네
치자꽃─하얀꽃잎사이그윽한향기
석류꽃─초록빛속에홀로붉게반짝이네
접시꽃─오로지해를따르는한가지마음
여뀌꽃─거친들판에붉은점들흐드러졌네

여름한가운데서

봉선화─여인의손톱에깃든봉황
연꽃─명리에물들지않는고결한군자
무궁화─피고지고또피는우리나라꽃
패랭이꽃─교태를모르는강인한생명
배롱나무꽃─백일의붉은절조
자귀나무꽃─밤마다끌어안는부부의정
회화나무꽃─종이물들이는학자의꽃
콩꽃─꽃지고열매기다리는백성의꽃
원추리꽃─오로지자식만생각하는어머니의꽃
능소화─장마내내하늘에서늙어가는세월
맨드라미꽃─담장밑에웅크린수탉의볏
박꽃─새벽녘지붕의반짝이는별
옥잠화─비녀꽂은여인의아름다움
금전화─돈으로살수없는웃음

홀로가을을맞이하네

억새꽃─가을산야에환히빛나는꽃
갈대꽃─물가에피어난호젓한가을
국화─꽃과술과차와함께하는가을

출판사 서평

꽃시,꽃그림,꽃문화

저자들은이른봄부터늦가을에이르기까지계절에따라피는52가지우리꽃을가려뽑아,각꽃에관한대표적인한시를우리말로번역하고그에대한해설을수록하여,우리꽃의아름다움을한시로읽을수있도록했다.또한꽃에대한간략한정보,꽃에얽힌재미있는일화,세시풍속과연관된문헌기록등을수록함으로써‘우리의꽃문화’도들려준다.한편,우리나라화가가그렸거나우리꽃을직접보고그린외국화가의꽃그림,공예품등을풍부하게수록하여글을읽는즐거움만이아닌옛사람들의시선에비친꽃을보는즐거움까지선사하고있다.

특히미국개신교목사존커티스크레인의부인인플로렌스헤들스턴크레인이1913년에남편의부임지였던전남순천에와서그지역의야생화들을직접보고그린『머나먼한국의야생화와이야기(FlowersandFolk-LorefromFarKorea)』(1931)의꽃그림들을다수수록하여,20세기초서양여성의눈에비친우리꽃의아름다움도함께소개하고있다.

옛시인들,꽃을노래하다

옛시인들역시꽃을사랑했다.그들은절묘한비유를들어아름다움을찬양하기도하고,자신의처지를꽃에빗대기도했다.또한꽃에서자신의처지와상황을발견하거나,꽃을보며고향을그리워하기도하고,백성의삶을떠올리기도했다.그러므로이책에수록된‘꽃시’들에는우리선인들의삶과정서가함께담겨있다고할수있다.

나무를푸르게감싼모난잎코뿔소가죽같고
강가에가득핀붉은꽃학의머리인듯(성현)

동백꽃을보고이렇게표현한성현의비유가감탄스러운데,그는살구꽃을보고는“박씨같은흰이에붉은입술말아올리고”라는이채로운표현을하기도했다.“요염한꽃송이짙은초록사이에서빛나니/금가루로곱게꾸미고교태부리네”라한이규보의장미는눈에선하고,그가모란꽃에보낸“중후한색깔은온통닭의얇은볏인양속이고/짙은향기는응당사향노루의미묘한배꼽을비웃으리”라는찬사에는절로고개가끄떡여진다.

오색구름사이날던자줏빛봉황깃털
어느바람타고찬뜰에떨어졌는가?
다시는천길위로높이날지못하고
가을바람에한송이꽃향기로남았네(성현)

봉선화를보고이렇게노래한성현의시는가히절찬이라할만하다.박지원은“나무아래오두막은바위처럼둥근데/지붕위박꽃은별처럼반짝이네”라며박꽃을밤하늘에빛나는별들에비유하기도했는데,이런시들을통해선인들의섬세한관찰력과재기발랄한감성을엿볼수있다.

‘꽃시’에서읽는옛사람들의마음

가여워라,향기머금고푸른바다굽어보는데,
누가붉은난간아래옮겨심을까?
무릇초목과는다른품격이거늘
나무꾼이똑같이볼까두렵구나.(최치원)

바위틈사이로핀진달래를보고읊은최치원의시에는신라시대6두품으로태어나어린나이에당나라로유학가서빈공과에합격했음에도끝내골품의벽을넘지못했던한이서려있다.한편,제주도로유배간추사김정희는한양에서그렇게도귀한취급을받던수선화가제주도에는지천에널려있어백성들에게파헤침을당하고수모를받는모습에서자신의가련한처지를발견하기도한다.그러나수선화를보고“맑은물가에서진정해탈한신선을보는구나”라고읊어,척박한제주도까지밀려온자신또한고결한기품을간직한신선의풍모를잃지않겠다고스스로에게거듭다짐하고있다.

저아래습기찬밭을보니,
콩꽃이만개하려하는구나.
백성의목숨오직여기에달렸으니,
다행히가뭄귀신을멈출수있으려나.(조경)

장마가끝나면들판여기저기피어나는볼품없는콩꽃또한시인의눈에는예사롭지않았다.콩꽃이피고져야백성들이배고픔을견딜수있었기에이렇게간절히기다리는꽃으로그린것이다.

북악산푸른봉우리몇층으로솟았는가?
쌍계에흐르는물은맑디맑아푸르네.
일만그루복사꽃이바다처럼붉으니
도원이무릉에만있는게아니로다(서거정)

쌍계재는조선초기의문신김뉴의집으로,한양의성균관동편에있었다고한다.예로부터이곳에는복숭아밭이많아서도화동이라불렀다고하니봄철이면복숭아꽃을구경하려는장안의풍류객들이모여들었음직하다.일만그루의도화가넓은바다인양붉은장관을연출하는것을보고서거정은도원경이무릉에만있는특별한곳이아님을확인하고있다.

우리꽃의문화사

한편,저자들은‘꽃시’를해설하면서꽃에관한다양한정보,일화,관련문화등을다채롭게들려준다.

쓰임은산반이요모습은옥꽃술이니
예쁜이름하나가아닌들무슨상관이랴?
깊은봄온산과들에향기퍼지니
칠리향이라불러도마땅하네(김창업)

김창업이산반화에대해읊은시인데,저자는우선산반화가노린재나무꽃임을알려주고이어서,“염색을위한매염제로명반대신에쓰였기에‘산반’이라불렀지만,작고하얀꽃잎과꽃술이두드러지기에‘옥예화’라고도하였다.또한향기로운풀‘운향(芸香)’에서따와‘운화(芸花)’라부르기도하였으며,그향기가7리밖까지퍼진다하여‘칠리향’이라이름붙였다.‘노린재나무’라는이름또한산반화의매염제로서의성격을잘보여준다.”라고해설한다.이로써우리는한가지꽃에붙은다양한이름의연원을알게되는것이다.

앵두꽃을소개하면서는오늘날에도궁궐에앵두나무가많은이유를“조선시대에는궁궐에앵두나무가많았다.세종의맏아들문종은효성이지극한것으로유명했다.(…)세종은앵두를좋아했다.그래서효성지극한아들문종은세자시절경복궁후원에손수앵두나무를심어앵두가익으면따다세종에게바쳤다.세종은세자가바친앵두를맛보면서‘외부에서바친것이어찌세자가손수심은것과같겠느냐.’며기뻐했다고한다.이후궁궐여기저기에앵두나무를잔뜩심어봄이되면궁궐에앵두꽃이만발하였다고한다.”라고들려주기도한다.

살구꽃은서울의봄을상징하는꽃이었다고한다.김종직은한양에봄이오면온통살구꽃천지여서마치뿌연안개가낀듯하다고하였고,자하신위도“무릇도성의십만호가,봄들어온통행화촌이네.”라읊었다고한다.서울에는그만큼살구꽃이많았던것이다.살구꽃으로특히유명했던곳은필운대로,지금의배화여대경내에있던필운대에살구꽃이만개하면꽃구경온사람들로날이저물도록북적였다고한다.박지원은〈필운대에서살구꽃을구경하며〉라는시에서그러한인파를“꽃아래천만인(花下千萬人)”이라하였는데,얼마나많은사람들로북적였던가를짐작할수있다.

복숭아꽃에관한글에서는관련민속을소개하기도한다.동양민속에서복숭아나무가지는귀신을쫓는힘이있다고믿었다.음력정월초하루에복숭아나무판자두개에신도(神?)와울루(鬱壘)라는두귀신의그림을그리거나이름을써서문양쪽에걸어둔것을도부(桃符)라고하였는데,이는벽사의기능을담당하였으며,섣달그믐날이면이것을새것으로바꾸어걸곤했다고한다.남쪽지방부터동백,매화,수선화,산수유가차례대로피고진다는봄소식이한참들려오는이시절에,이책을펼쳐꽃과더불어살아가는옛사람들의정취와풍류를함께느낄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