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희 시선집

이돈희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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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돈희의 『이돈희 시선집』에서 전개하는 시편들은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서 분출하는 원형성과 자연 파괴에서 비롯된 근원적 고향의식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집약할 수 있다. 시인은 민족과 국토의 분단이라는 강렬한 체험을 통해 분단의 상처와 그 상처 속에 처한 인간의 실존의식에 대한 질문들을 던지는 한편, 고향의 근원적 생명의식을 바탕으로 파괴와 훼손으로 형성된 정신적 결핍에 대한 전통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개의 커다란 축은 한국적 원형심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시적 상상력이 지닌 원초적 심상과 본능적 감정의 내적 원천에서 비롯한 심상들을 일상이 삶과 융합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여 나간다.
-김병호(시인·협성대 교수)
저자

이돈희

이돈희 시인은 1938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경기도 연천에서 성장하여 살고 있다.
1997년 『내일의시』로 작품 활동 시작. 1997년 연천 〈그리고문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하고, 1998년 연간동인지 『놀란흙』을 창간했다. 시집으로 『솔개의 눈』 『한탄강의 노래』가 있다.
현재 (사)한국시인협회, (사)한국통일문인협회 회원이며 (사)한국문인협회 연천군지부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사)한국경기시인협회 경기시인상을 수상했다.

목차

1부

겨울 휴전선·12
끝나지 않은 전쟁·13
길 2·14
6월·16
변방의 비가·17
변방에서·18
남방한계선에서·20
불안 2·22
솔개의 눈·23
새, 휴전선·24
신탄리·26
아 - 이러니irony·28
월정리역·29
열쇠 전망대에서·30
입영한 아들·32
점등식·34
태풍전망대에서·36
통일은·37
한 1·38
한 2·39
횡산리에 비 내리다·40
하얀 통일·42
평화·44
이 가을의 노래·45

2부

갈대·48
거미·49
겨울 한탄강·50
겨울, 선사유적지에서·52
깃발·54
꿈꾸는 군남호·55
넝쿨장미 1·56
넝쿨장미 2·57
놀란흙·58
도감포에선·60
도감포의 봄·62
무제 2·64
무죄·65
발정·66
부엌에서·67
뱀에게·68
빈집 2·70
소나무·71
숲 1·72
숲 2·73
시골등기소·74
약수·75
어떤 과거·76
어떤 귀향·77
어미 참새·78
울고 있는 강·79
전곡리에 비 내리다·80
전곡역에서·82
조화·84
포세이돈의 경고·85
한탄강 자작나무·86

3부

가을 강가에서·88
겨울 연가·90
겨울비·91
겨울 횡산리·92
겨울 숲·94
길 위에서·95
그 사람 2·96
권영한·98
길 1·100
냉이 캐는 여인·102
눈 오는 저녁·104
빈 들녘에서·105
늙은 바다·106
빈집 1·108
산다는 것·110
새똥·111
십이월의 귀로·112
아버님의 빗소리·114
어머니·116
위로·118
정연리의 봄·120
하얀 모교·122
시 쓰는 날·124

4부

가을·126
강원도·127
겨울 나그네·128
겨울 바다·129
겨울 섬·130
기우제 축문祝文·132
길 위의 선물·134
또 하나의 고향·135
무제·136
보리고추장·137
불탄소·138
산장 카페에서·140
서리, 봄·141
술병病·142
실수·143
아침, 정동진·144
어떤 산·146
저녁 새·147
어떤 폐교·148
오월, 그 화장장에서·150
오월의 꿈·152
저녁산·154
후회·155

5부

겨울 화석정·158
공원에서·160
나무·162
뒷골목에선·163
목련·164
봄·165
비 내리는 횡산리·166
아이들에게·167
사랑·168
장미·170
오일장터·171
진달래·172
청명·173
칠월이여·174
폐비닐의 말·176

출판사 서평

이돈희는 전통적 감각을 통해 분단 경험을 내밀하게 결합한다. 분단의 현실적 상황에서 시인의 내적 풍경을 대변하는 물오리 떼는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도감포에 내리지 않고 “비무장지대로 회항해 버린다”. 시인은 슬픔의 현실을 근원적인 조건으로 인식하고 “비무장지대로 회항해 버린다”.

남방한계선을 코앞에 둔
금강산 가는 녹슬은 철교가
여기서 금강산은 225리란다

물소리 청랭한 여울목에
물오리 한 떼 내리려다 인기척이 싫어
비무장지대로 회항해 버린다

외로운 전략촌 강변에서
알몸으로 서서 겨울난 갈대들도 새순을 올린다
약속의 봄볕이 온도를 높이면서
언제나 변방의 봄은 노루꼬리만 하다고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온종일 머믈다 가란다.

-「정연리의 봄」 부분

시인은 슬픔의 현실을 근원적인 조건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슬픔의 차원을 넘어 ‘봄’으로 상징되는 화해와 사랑의 차원적 공간을 선택한다. 사람이 싫어서 회항해 버리는 물오리 떼를 통해 인간이 배제된 원초적 공간의 평화를 그려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이 낳은 분단이라는 상실의 정서 속에서 ‘물소리’와 ‘새소리’를 통해 생명에 대한 경외와 사랑 그리고 사람 사이의 근원적이고 숭고한 유대를 회복하고자 하는 몸짓으로 봐야 할 터이다.
시인이 “산과 들의 짐승들아 강물도 얼어붙었다/ 너머 오고 너머 가”(「하얀 통일」)라고 소리 높여 울부짖는 까닭도 “결빙을 거부하고 북에서 흘러온/ 강물이 반짝”이는 이유도 모두 한가지다. 또한 남과 북에서 흘러오는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도감포는 사랑과 통일을 위해, 시인이 만든 근원적 공간으로 그려진다. 시인은 도감포에서 “하얀 새들은 자유를 먹고 살아”가고, “수면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낮은 몸짓만이/ 참 평화를 느낄” 수 있게 하며, “모래톱에 누워 눈을 감으면/ 낮볕이 내려와 가슴에 안기는/ 꿈도 꿉니다.”(「도감포에선」)라고 고백한다.
분단의 상황과 그에 대한 인식의 편모들은 부단히 펼쳐져 이돈희 시세계에서 ‘도감포’와 ‘한탄강’은 시인의 생명 의지이며, 근원 지향의 상상력이며, 결과적으로 시인의 시적 의지가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로 현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