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오름 - 금알 시인선 274

다랑쉬오름 - 금알 시인선 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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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에게 있어 보폭 즉 시야를 넓힌다는 의미는 어떤 의미일까. 집에서 해안도로로 해안도로에서 다시 오름으로. 그뿐인가 이제는 시인의 주변들에게까지. ‘비자림 남동쪽 1킬로미터 남짓의 거리에 우뚝 솟은 매끈한 풀밭 오름. 비단 치마에 몸을 감싼 여인처럼 우아한 몸맵시가 가을 하늘에 말쑥한. 행정구역상 세화리에 속하며 서쪽 일부가 송당리에 걸친. 송당리 주민들은 “저 둥그런 굼부리에서 쟁반 같은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달맞이는 송당에서 아니면 맛볼 수 없다”라며 마을의 자랑거리로 여겼다’던. 그 다랑쉬오름에 오늘은 시인이 섰다. 자녀 부축받아가며 산행을 하는 팔순 노인. 숨죽인 듯 숨죽인 듯 저 사발 하나가 달을 품고서 보름달을 기다리고 있다. 다랑쉬오름이 고승사영감인지 고승사영감이 다랑쉬오름인지는 몰라도 자연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그래서 오름을 두고 ‘식게 때 반 받듯’ 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싶다. 어쩌면 여기에서 우리는 시인이 이번에 낸 두 번째 시집의 제목을 ‘다랑쉬오름’이라고 한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뉘 볼까 숨겨왔던 숨죽인 사발 하나. 더 나아가 그 사발이 이제는 이 온 우주와 하나의 완전한 합일을 이루는. 결국 보폭을 넓힌다는 말은 이 우주의 주인이 우리 자신이 아니라 자연이 그 중심이 되었을 때 저절로 우리 자신은 그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그 중심이 될 수 있는.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길이 아닐는지.
- 송인영(시인)
저자

오창래

1955년제주우도출생,2016년『시조시학』신인상으로등단하여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국자로긁다』가있고,현재정드리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1부보름달뜨는그릇

한여름밤의저건·12
다랑쉬오름·13
바다를매질하다·14
어떤계약·15
지진·16
일출봉에서·17
사표를던지다·18
개똥벌레에게길을묻다·19
소라게·20
우산을돌려받다·21
문어낚는날·22

2부허공을자르다

윤슬에뜨다·24
봄날에·25
흰구름하나·26
5월에·27
비오는날·28
강풍에·29
시력·30
장맛비내리면·31
왕거미·32
그리운날·33
늦갈바람·34
골절되다·35

3부섬에서섬을보다

여서도1·38
여서도2·39
소나무분재·40
별난착시·41
자르다·42
고적한밤의시·43
우리는…·44
네가학이되기까지·45
생선·46
그리움낚다보면·47
모성애·48
귀뚜리하나·49

4부별똥별에게침맞다

허공에침을놓다·52
바람부는날의시·53
쥐똥한방울·54
불청객·55
외출하는바다·56
회상·57
이밤엔·58
동백애도哀悼·59
겨울사냥·60
설명절,그연휴에·61
거울을보며·62

5부제주어시편

봄날에·64
엿날엔ㄴㆍㄹ쳐났젠·66
돗도고리·68
ㅅㆍ랑ㅎㆍ염져·72
쉐섬牛島에서·74
이녁혼자중중ㅎㆍ멍·78
ㅂㆍ름불던날·80
얼다·84
홀아방이사는법·86
몽셍이·88
낙시ㅎㆍ는날·90
ㄴㆍ물꼿·92

해설|송인영_‘길’,그부름에관한물음·94

출판사 서평

혹자는말했다.‘이세상가장먼길이머리에서가슴까지’라고.특히소위글줄깨나쓰는사람들에게있어이말은얼마나의미심장한말인가,저머리에서가슴까지오기까지얼마나많은낮과또얼마나많은밤들과함께동고동락해야하는지…보이는것이다라면우리는결코이길을선택하지않았으리.보이지않아더보고싶어하고갖지못해더갖고자하는,그것이시인의길이고또한詩의길이기에우리는오늘도힘들지만마다하지않고이길을가고있는것이아닐는지.

오목한저그릇뉘볼까숨긴걸까
이오름정상에서숨죽인듯사발하나
한편엔고승사영감산불감시하고있다

자녀부축받아가며산행하는팔순노인
젊은이도힘겨운데꿋꿋하게오른정상
저그릇달을품고서보름달을기다리네

―「다랑쉬오름」전문

시인에게있어보폭즉시야를넓힌다는의미는어떤의미일까.집에서해안도로로해안도로에서다시오름으로.그뿐인가이제는시인의주변들에까지.‘비자림남동쪽1킬로미터남짓의거리에우뚝솟은매끈한풀밭오름.비단치마에몸을감싼여인처럼우아한몸맵시가가을하늘에말쑥한.행정구역상세화리에속하며서쪽일부가송당리에걸친.송당리주민들은“저둥그런굼부리에서쟁반같은보름달이솟아오르는달맞이는송당에서아니면맛볼수없다”라며마을의자랑거리로여겼다던(김종철,『오름나그네·Ⅰ』,다비치,2020,42~44쪽.).그다랑쉬오름에오늘은시인이섰다.자녀부축받아가며산행을하는팔순노인.숨죽인듯숨죽인듯저사발하나가달을품고서보름달을기다리고있다.다랑쉬오름이고승사영감인지고승사영감이다랑쉬오름인지는몰라도자연과사람,사람과자연이완전한합일을이루는.그래서오름을두고‘식게때반받듯’하다는말이있지않나싶다.어쩌면여기에서우리는시인이이번에낸두번째시집의제목을‘다랑쉬오름’이라고한그이유를조금은알것같기도하고.뉘볼까숨겨왔던숨죽인사발하나.더나아가그사발이이제는이온우주와하나의완전한합일을이루는.결국,보폭을넓힌다는말은이우주의주인이우리자신이아니라자연이그중심이되었을때저절로우리자신은그뒤를따라가기만하면그중심이될수있는.이것이바로오늘날우리가모두궁극적으로도달하고자하는길이아닐는지.

*시인의말

폭염의연속인요즘에도
주말이면해안도로걷기운동나선다.
그렇게묵묵히걸어갈때
갑자기내등밀치며앞서가는
저곡조하나인귀뚜라미함성은
문득나의시조집발간에대한부끄런표현일까.

여기미흡하나마
한줄한줄을모아펼쳐보일때
다랑쉬오름정상한편에선
소사나무한그루가내게손짓하는것같다.

2023년구좌바닷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