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말했다.‘이세상가장먼길이머리에서가슴까지’라고.특히소위글줄깨나쓰는사람들에게있어이말은얼마나의미심장한말인가,저머리에서가슴까지오기까지얼마나많은낮과또얼마나많은밤들과함께동고동락해야하는지…보이는것이다라면우리는결코이길을선택하지않았으리.보이지않아더보고싶어하고갖지못해더갖고자하는,그것이시인의길이고또한詩의길이기에우리는오늘도힘들지만마다하지않고이길을가고있는것이아닐는지.
오목한저그릇뉘볼까숨긴걸까
이오름정상에서숨죽인듯사발하나
한편엔고승사영감산불감시하고있다
자녀부축받아가며산행하는팔순노인
젊은이도힘겨운데꿋꿋하게오른정상
저그릇달을품고서보름달을기다리네
―「다랑쉬오름」전문
시인에게있어보폭즉시야를넓힌다는의미는어떤의미일까.집에서해안도로로해안도로에서다시오름으로.그뿐인가이제는시인의주변들에까지.‘비자림남동쪽1킬로미터남짓의거리에우뚝솟은매끈한풀밭오름.비단치마에몸을감싼여인처럼우아한몸맵시가가을하늘에말쑥한.행정구역상세화리에속하며서쪽일부가송당리에걸친.송당리주민들은“저둥그런굼부리에서쟁반같은보름달이솟아오르는달맞이는송당에서아니면맛볼수없다”라며마을의자랑거리로여겼다던(김종철,『오름나그네·Ⅰ』,다비치,2020,42~44쪽.).그다랑쉬오름에오늘은시인이섰다.자녀부축받아가며산행을하는팔순노인.숨죽인듯숨죽인듯저사발하나가달을품고서보름달을기다리고있다.다랑쉬오름이고승사영감인지고승사영감이다랑쉬오름인지는몰라도자연과사람,사람과자연이완전한합일을이루는.그래서오름을두고‘식게때반받듯’하다는말이있지않나싶다.어쩌면여기에서우리는시인이이번에낸두번째시집의제목을‘다랑쉬오름’이라고한그이유를조금은알것같기도하고.뉘볼까숨겨왔던숨죽인사발하나.더나아가그사발이이제는이온우주와하나의완전한합일을이루는.결국,보폭을넓힌다는말은이우주의주인이우리자신이아니라자연이그중심이되었을때저절로우리자신은그뒤를따라가기만하면그중심이될수있는.이것이바로오늘날우리가모두궁극적으로도달하고자하는길이아닐는지.
*시인의말
폭염의연속인요즘에도
주말이면해안도로걷기운동나선다.
그렇게묵묵히걸어갈때
갑자기내등밀치며앞서가는
저곡조하나인귀뚜라미함성은
문득나의시조집발간에대한부끄런표현일까.
여기미흡하나마
한줄한줄을모아펼쳐보일때
다랑쉬오름정상한편에선
소사나무한그루가내게손짓하는것같다.
2023년구좌바닷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