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영화를통해살피는한반도의정치사회풍경
한국전쟁과냉전,탈냉전의시대를지나며한반도에서영화는단지허구의이야기를넘어서남북한양국의이데올로기를정당화하는도구로기능해왔다.각시대가요구하는국가이데올로기는영화라는매체와충돌하거나교차하며,한국에서만찾아볼수있는독특하고기이한장르를형성했다.『분단시대의영화학』은남북한영화에담긴한반도현대사의다양한쟁점을탐색하며,영화가한국사회의정치·문화구조와어떻게얽혀있었는가를탐색한다.
오랫동안전쟁·반공·분단영화장르를정치사회학적시각으로연구해온정영권은이책에서남북한영화의서사와그배경을분석하며한국전쟁의재현,민간인학살,젠더및탈북자문제등을조명한다.이책은단순한영화분석을넘어,분단된한반도의역사와이념,그리고그속에서살아가는개인들의삶이영화를통해어떻게형상화되는지를추적한다.
▶한국전쟁과냉전,영화로다시쓰는분단의기억
1부는기억,민족,젠더라는주제로한국전쟁을다룬네쌍의영화를비교분석한다.먼저민간인학살을다룬극영화와다큐멘터리를분석하며전쟁기억의형식과젠더적시각을대비시킨다.이어인천상륙작전을주제로한남북한영화를비교하며두국가가민족을어떻게그리는지그차이를분석한다.전후여성의욕망과좌절을다룬1960년대한국영화를통해저자는성불구가된남편을중심으로아내의성적·도덕적갈등을다룬두방식을대비시킨다.마지막으로저자는전형적인영웅서사를통해애국주의를강조하는〈포화속으로〉와전쟁의비인간성과허무함을통해희생의의미를근본적으로질문하는〈고지전〉을비교하며전쟁속남성성의재현방식을살핀다.
2부는1960년대영화를통해냉전시대분단상황을분석한다.저자는남한의간첩영화가5·16쿠데타이후반공병영국가의이데올로기를반영한다고주장하며,시대흐름에따라국내스릴러,해외첩보물,다시국내반공영화로변화해간과정을보여준다.북한영화〈성장의길에서〉는4·19혁명과6·3항쟁을남한민중의자발적혁명으로해석한다.저자는미제의억압에맞서는청년지식인의각성과투쟁을그린이영화가‘남조선혁명론’을선전하는이념적서사를담고있다고분석한다.
▶탈냉전시대,국가의서사뒤에가려진존재들
이후2000년대이후의남북한영화가젠더,세대,탈북디아스포라를어떻게그려내는지를중심으로,개인의삶과정체성이어떻게국가서사속에서억압되거나재구성되는지를분석한다.3부는2000년대북한영화의젠더와세대문제를짚는다.저자는‘선군시대’의군인으로서살아가는젊은여성을어떻게재현하는지살핀다.영화에서묘사되는여성은주도적역할을하는듯하지만그이면에는남성의가르침과지원이있다는것을지적한다.또한북한이과학기술중시정책과청년중시정책을영화에어떻게투영하고있는지,청년들의혈기와용기,패기를어떤식으로동원하는지설명한다.
4부는2000년대남한영화에나타난탈북인들의디아스포라를다룬다.저자는영화〈역도산〉이민족성을삭제하는방식을분석하며,이는단지한일양국에서흥행성을확보하기위한상업적전략이아니라고주장한다.또한역도산의조국이남한이아닌북한이라는사실과마주하게되는두려움이야말로민족성을제거한심층적맥락이라고결론짓는다.뒤이어저자는탈북자서사를그린두편의독립영화를비교하며탈북자들에게남한이뿌리내릴수있는장소가아니라뿌리뽑힌공간임을드러낸다.
▶주체사상이정착되기전,북한의세계영화수용의역사를파악하다
5부는북한에서유일사상체계가확립된1967년이전의외국영화수용을다룬다.북한영화의형성에끼친소련영화의영향에관한연구는대체로정책적·제도적측면에집중된경향이있다.저자는당대의북한신문,잡지기사·평론등을분석하여기존의거시적접근이담지못했던실증적담론과문헌연구등미시적차원에집중한다.
북한은1960년대까지는외국문화와영화수용에있어개방적이었으며,특히소련과동유럽등에서유학을하고돌아온문화예술계엘리트들은선진적사회주의문화예술을소개하고서구의진보적예술을비판적으로수용·평가하였다.그러나1967년이후북한내에서영화를비롯한문화예술전반에걸쳐주체·자주·민족이최우선시되었다.이런점에서‘주체혁명’직전북한의세계영화사서술을일별하는것은국내에서거의연구된바없는북한의세계영화사인식을파악함과동시에,주체·자주·민족일색인지금의북한영화관과구별되는역사적단면도를그려볼수있는실마리를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