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말들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미끄러지는 말들 (사회언어학자가 펼쳐 보이는 낯선 한국어의 세계)

$15.46
Description
구어, 지역방언, 신조어, 노동 현장의 언어, 이주민의 한국어…
한국어가 아닌 한국어‘들’로
지금, 여기를 낯설게 살펴보다
‘오함마’에서부터 ‘할말하않’까지 ‘뭔가 다른 말들’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회언어학자의 일상 언어 관찰기.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외계인’의 눈으로 살펴본다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우선 하나의 언어, 하나의 영토, 하나의 민족이라는 삼위일체의 신앙에서 벗어나는 수많은 한국어‘들’을 새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단 이런 한국어‘들’을 발견하게 되면 다음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다라이’ ‘벤또’ ‘빵꾸’ ‘구루마’ 같은 말들은 식민 시대의 잔재인 일본어일까, 지역방언일까? ‘미싱’이나 ‘오함마’, ‘공구리’ 같은 노동 현장의 언어는 꼭 순화되고 고쳐야 하는 언어인 걸까? 이 땅에 존재하는 250만 이주민들의 언어(와 그 차이)는 한국어로 볼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위와 같은 수많은 ‘왜?’에 대한 의심과 탐구로 채워져 있다. 그럼으로써 성별도, 연령도, 계층도, 국가도 모두 다른 다종다양한 언어 사용자와 이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 이를 둘러싼 삶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저자

백승주

1976년한국의변방제주에서나고자랐다.제주의작은방에서보르헤스와로맹가리,롤랑바르트,고종석이라는이름을가진선생들을만나세상에대해읽고쓰는법을배웠다.섬을탈출해육지로건너와서는서강대학교한국어교육원에서10년동안외국학생들에게한국어를가르쳤다.이시간동안한국과한국어를타자의눈으로보는법을익혔다.지금은전남대학교국어국문학과에서한국어교육학과사회언어학을연구하고가르치고있다.지은책으로『어느언어학자의문맹체류기』가있다.

목차

프롤로그:우주선이도착했다

1.낯선한국어의세계에어서오세요
:표준어와일상어를대하는우리들의온도차

혀의연대기/다중우주,아니다중언어를상상하라/사전에빵꾸내기/도대체순수는어디에/미싱은잘도도네돌아가네/다시찬드라의경우

[책속칼럼]금지된언어1

2.지금,여기말들의풍경
:폭력과재난,혐오와차별의현장에서

말들의풍경/어느식민지출신의고백/당신의혐오가당신을찾아온다/긴의자/분노를팝니다/금지된글/1956년5월18일,맑음/한국인이라는문제적집단에대하여/그리고아무도없었다/너의이름은

[책속칼럼]금지된언어2

3.지금,여기배움의풍경
:한국어교실에서는한국어를가르치지않는다

시험에대한열정/꼬리가몸통을흔든다/만날수없잖아느낌이중요해난그렇게생각해/한국어,착취의언어/그녀가갈수없는곳

[책속칼럼]금지된언어3

4.그말은‘진짜’가될수있나요?
:언어와그너머의것들

근로하지말고노동하라/도둑맞은말/보이지않는도시/현실은글자네개밖에있다/용서,불가능한/인공지능이라는가짜믿음/MBTI와나/시간의재발명/아파트

에필로그:나의자매들에게
그리고남은말들:한국이라는‘언어의서식지’를탐구하면서내가발견한것들

출판사 서평

|혐오와차별의시대,
지금여기의말들을다시들여다보다

“순수와정상을내세운차별과혐오에대항하려면
서로엉겨붙고물들어섞이는수밖에없다.”
-여성학자권김현영,응용언어학자김성우추천!

아침에일어나잠자리에들기전까지,우리의매순간은언어로이루어져있다.인사를하거나,과제혹은보고서를작성하거나,SNS에오늘뭘먹고누구를만나고어디를갔는지를써올리는등의일은개개인의일상을,나아가사회의한장면을구성한다.
이렇듯개개인의일상으로부터길어올려지고확장된,우리사회를빚어내고있는말들의지형은어떤모습일까?우리는서로에게어떤말을가르치고배우고있는걸까?재미와재치를가장한‘○밍아웃’‘○린이’‘○○충’‘암걸리겠다’같은밈들에서부터요즘아이들사이에서무분별하게쓰이고있다는‘휴거(휴먼시아거지를줄인말로,임대아파트인휴먼시아에사는사람을비하하는말)’‘엘사(LH아파트에사는사람)’‘전거(전세로사는사람)’같은표현까지.어렵게분석할필요도없이현재한국사회를점거하고있는것은혐오와차별,폭력과배제의말들이다.
하지만이게우리사회의풍경전부일까?사회언어학자백승주는한국사회라는언어의서식지로들어가혐오와차별의말들아래숨죽이고있던‘다른말들’을찾아낸다.각지역의방언,외국인노동자의말,통속어,트라우마생존자의드문드문끊어진말들을.이같은말들의존재가,그리고이말들이서로자유롭게섞이고넘나들수있을때차이나결핍,장애는배제와억압의수단이아닌소통을위한자원이될수있음을역설한다.

|외국인도아닌외계인의눈으로한국어를바라보면
어떤세계가펼쳐질까?

당연하다는듯지나치는‘접촉의순간’들을
정지버튼을누르고살펴보다

한국사람들은단일언어세계에살고있을까?다시말해우리사회구성원모두는동일한장면에서동일한말을사용하고있을까?만일‘그런당연한걸왜묻지?’라는생각이든다면,다음의물음들에도답해보자.‘다라이’‘벤또’‘빵꾸’‘구루마’같은말들은식민시대의잔재인일본어일까,지역방언일까?‘미싱’이나‘오함마’,‘공구리’같은노동현장의언어는꼭순화되고고쳐야하는언어인걸까?이땅에존재하는250만이주민들의언어(와그차이)는한국어로볼수있는걸까?
전작『어느언어학자의문맹체류기』에서‘문맹’이되어타국에들어가낯선리듬으로작동하는세계를탐험한바있는저자는,이번에는너무나당연하고자연스러운언어,자신의모어이자모국어인한국어를‘외계인’의눈으로들여다보기로한다.그런그가펼쳐보이는한국어의세계는생각보다낯설고기이한모습이다.제주사람이제주친구에게제주어로편지를쓰다가어색함을느끼고는기형도산문집에서본편지투를따라해편지를쓰는모습.‘미싱’‘오함마’같은건설·공장의노동언어는순화어로바꿔사용하자고하면서‘블리딩’‘컨스티페이션(변비)’‘가스아웃’같은의료현장의언어는신비한주문을보는것마냥감탄하면서듣는모습.코로나19라는감염병이이주민들만피해서전파되는것은아닐텐데오로지한국어로만긴급재난문자가전송되는모습.
저자는이처럼우리가당연하다는듯지나치는말들을둘러싼장면들에,그‘접촉의순간’들에정지버튼을누르고,이를자전적성찰과정치한메타포,비판적담화분석과SF적상상력까지품는섬세한글쓰기로꼼꼼히살펴본다.

|“끊임없이변하는관계속에서말들의의미는
고정되지못하고언제나유예된다.”

유예되고미끄러지는말들을붙잡아
언어-사람-사회의관계를그려보려는시도

이책은사회언어학자백승주가2020년부터〈한국일보〉에연재중인‘언어의서식지’라는칼럼을중심으로다른매체에쓴글들,논문,에세이그리고추도문등을함께묶은것이다.1장부터4장까지는표준어와일상어를대하는우리들의온도차,폭력과재난,혐오와차별의사회를고스란히반영하는‘지금,여기’말들의풍경,한국어를가르치지않는모순의한국어교실등언어와언어그너머의세계를다룬다.언어를중심으로여러갈래로퍼져있던이야기는결국‘유동적이고유예되고미끄러지는’언어의필연적인속성으로묶이게되었다.
저자가이책을통해독자에게전달하고싶은메시지는이것이다.순수한언어는존재하지않는다는것.아니,언어는순수하게존재하지않는다는것.그러니언어에대해서생각할땐언어의사용자인사람들간의관계,사람들이세상과맺는관계를들여다봐야한다는것.그렇게봤을때야만비로소‘자연화’되어마치상식처럼존재하던말들은상식적이지않은것으로,그러나실제에가깝게이해될수있다는것이다.
『미끄러지는말들』은한국어와한국사회,그리고그사이에존재하는삶의장면들을낯설게보기위한프로젝트이기도하지만,혐오와차별대신조용히연대의손을잡으려는이들에게보내는은밀한서신이기도하다.다른생각,다른프레임을만들려면우선은다르게말할수있어야한다.이는순수와표준,효율과경쟁력을가장한말로는불가능하다.다른세계를상상하기위해서는다양한정체성들을인정하고경계를넘나드는말‘들’,‘서로에게말걸기위해기꺼이엉켜들고오염된말들’이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