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용한 치료 (테라피스트, 침묵으로 치료하다)

아주 조용한 치료 (테라피스트, 침묵으로 치료하다)

$22.79
Description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병들고 왜 치료되는가
모래와 그림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들

“회복은 언어를 반드시 필요로 하진 않는다”
현장에 ‘뛰어드는’ 논픽션 작가, 사이쇼 하즈키가 바라본 심리치료 세계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병들고 또 왜 치료되는가? 『아주 조용한 치료: 테라피스트, 침묵으로 치료하다』는 이 질문에 관한 치열하고도 밀도 높은 논픽션이다. 사이쇼 하즈키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나, 일본에서는 빈틈없는 취재와 성실한 태도로 정평이 나 있는 작가다. ‘절대음감’이라는 재능에 대해 취재한 『절대음감』으로 쇼가쿠칸 논픽션대상을, 쇼트-쇼트 소설의 대가 호시 신이치의 삶을 기록한 『호시 신이치: 1001편의 이야기를 지은 사람』으로는 제29회 일본 SF 대상, 제29회 고단샤 논픽션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책에서 사이쇼 하즈키는 정신의학의 장에 몸소 뛰어들어 5년여의 취재를 거친다. 그가 특히 파고드는 분야는 비언어적 표현을 통한 심리치료다.

언어는 인과관계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따라서 언어로 하는 상담은 때로 치료를 왜곡시키거나 정체시킨다. 그리하여 사이쇼는 일본 융 심리학의 선구자인 가와이 하야오가 일본에 소개한 ‘모래놀이치료’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살핀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치료자와 내담자를 비롯해 정신의학 및 상담·임상심리학계에 몸담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직접 임상심리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 내담자로서 카운슬링을 받기도 한다. 저자는 일본 임상심리학계의 거장 나카이 히사오에게 직접 그림치료를 실습하고, 가와이 하야오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을 인터뷰하며 모래놀이치료의 실제 사례들을 기록한다. 또한 직접 클라이언트(환자, 내담자)를 찾아가 치료 당시 상황과 내면의 변화에 대해 취재하기도 한다. 그중 모래놀이치료를 통해 중도 실명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던 이토 에쓰코와의 대화는 심리치료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저자가 그림치료를 실습하는 과정에서 자기 고통을 인지하고 응시하는 모습은 이 책만의 독특한 지점을 만들어낸다. 『아주 조용한 치료』는 일본 안에서 심리치료가 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기록한 논픽션인 동시에 그 과정에서 저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해가는 순간을 현장감 있게 담은 사적인 에세이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두 갈래는 모래놀이치료와 그림치료 등 ‘비언어적 표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서로를 보강한다. 저자가 취재 및 정리한 심리치료의 역사와 사례는 책의 주제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며, 저자가 나카이를 비롯한 테라피스트(의사, 카운슬러)와 대화하며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순간은 치료 과정에서 발아하는 용기와 희망을 경험하게 한다.
저자

사이쇼하즈키

1963년도쿄에서태어나고베에서자랐다.집중적인취재와연구를통해서한가지주제를파고드는성실한글쓰기로유명한논픽션작가다.논픽션외에도자전적인이야기를담은에세이부터대담,칼럼,교육등으로분야를넓히고있다.
1998년베스트셀러에오른『절대음감』으로제4회쇼가쿠칸논픽션대상을수상했으며,SF작가호시신이치평전『호시신이치:1001편의이야기를지은사람』으로제34회오사라기지로상,제29회고단샤논픽션상,제28회일본SF대상,제61회일본추리작가협회상비평및기타부문을수상했다.
『아주조용한치료:테라피스트,침묵으로치료하다』는국내에처음소개되는사이쇼하즈키의저서다.그는이책에서치료자와내담자를비롯해정신의학및상담·임상심리학계에몸담은다양한사람들을만난다.그들을통해정신질환및신경학적장애가있는이들이마음을회복하는동안어떤감정을겪게되는지,회복과정을지켜보는치료자는어떤경험을하는지,치료자는내담자의곁에서어떤태도를취해야하는지질문하고답을찾아나선다.

목차

축어록상上

제1장소년과모래상자
제2장카운슬러를만들다
제3장‘나’의모래상자
제4장타고난치료자

축어록중中

제5장모래와도화지
제6장흑선의도래

축어록하下

제7장앓지못하는병
제8장회복의슬픔

맺음말
부록
참고·인용문헌

출판사 서평

언어를쓰지않고자기이야기를펼치기

국내에도도입된모래놀이치료는1929년영국의소아과의사마거릿로언펠드가아이들을위해준비한모래놀이터혹은상자에미니어처인형을배치하게만드는놀이치료로부터탄생했다.아직자신의내면을언어로표현할능력이없는아이들은모래상자위에자유롭게세계를꾸미면서숨겨진감정을드러냈다.이후스위스의아동치료사도라칼프가이기법에융의분석심리학적요소를가미해새로운스타일로발전시켰다.가와이하야오는이모래놀이치료가언어로자신을설명하는데서툰이들에게큰도움을주리라생각하며적극도입해왔다.
모래놀이치료에서는클라이언트가언어대신모래위에직접피규어를세워가상의세계를만들면서치료를진행한다.테라피스트와클라이언트의만남은바로이모래상자를중심에두고진행된다.모래와피규어로만드는세계는자연스레클라이언트의마음을들여다보게하며,나아가클라이언트가용기를얻고세상으로나아가게만드는원동력이된다.
‘카운슬링’이라고하면의사와환자가마주앉아대화를나누는장면을떠올리는독자들에게‘모래놀이치료’는낯선광경일것이다.그러나가와이가도입한모래놀이치료내에서이는지극히자연스러운치료과정이다.여기서클라이언트는자신에게주어진모래상자를다양한방식으로변모시킨다.한가운데를갈라강을만들거나가장자리를높이쌓아산맥을조성한다.피규어를놓는방식또한다양하다.자기자신을다양한연령대의피규어로분류해여기저기배치하는사람이있는가하면,외부환경에불안과두려움을느끼며도망쳐온이들도이곳에서만큼은자유롭게자신이원하는세계를만들어낼수있다.이때테라피스트는클라이언트의모래상자를판단하는일없이조용히그과정을지켜보고기다려준다.그들은대화만큼이나‘침묵’과‘경청’을중요시한다.“침묵을견딜수없는의사는심리치료사로서부적합하다”고말할정도다.자신을배려하는침묵과기다림속에서클라이언트는차차모래상자너머의세계를마주할용기를얻는다.
그외에도이책에등장하는많은테라피스트는비언어적표현에주목하며심리치료를진행하고있다.나카이가진행하는‘그림치료’역시그중하나다.나카이는저자를비롯한클라이언트들이그림을그리는과정에서발현되는내면의움직임을응시하면서“언어적면에서간과하고있던것”들이시각적표현으로서살아나는순간을주목한다.
환자이토에쓰코의사례는특히주목할만하다.삼십대에갑작스레중도실명을한후로그는심각한우울과불안에사로잡혀목숨을끊을생각까지했다.하지만삶을포기하지않기위해심리학에발을들였고,그과정에서가와이의강연을접하고는모래놀이치료를알게된다.외부세계에대한공포에시달리는이토에게모래놀이치료는자기자신을구해낼수있는길로보였다.그는가와이의제자인기무라하루코에게치료를받으며자신을받아들이고긍정하는방법을찾게된다.
매달한차례,이토는모래상자위로강을만들거나마을을짓고산을쌓는다.시간이갈수록그의모래상자에는열매가가득열린나무와서로에게연결된길,그리고산정상을향해올라가는인물들이등장한다.그는1년여간모래상자속에서한차례죽었던자신을부활시키고길러내는과정을겪었다.현실에서는불가능해보이던“삶의이야기를다시쓰는과정”이모래상자를통해서새로움튼것이다.

풍경의구조나색을통해심상을마주하다

책에서저자는자신을객관적관찰자나취재인으로만두지않는다.그는한층더직접적인현장으로뛰어든다.카운슬링내부에서일어나는관계와대화를이해하기위해서다.그는클라이언트로서다양한테라피스트를만나며카운슬링의장에서벌어지는대화에집중한다.이중나카이와진행한그림치료과정이특히눈에띈다.나카이와의치료과정을담은‘축어록’에서,저자는그의집에주기적으로방문해풍경구성법,색채분할화,자유연상화,바움테스트등의검사를거친다.저자자신이직접테라피스트의역할을맡아서수행해보기도한다.
이과정에서클라이언트는일상과는다른방식으로자기자신을드러낼수있다.그림치료에서는아주세부적인변화가클라이언트의내면을표현하기도한다.도화지가장자리에테두리가있느냐없느냐에따라색과면을묘사하는방식이변하고,풍경의구조를어떻게만드느냐에따라상태를달리설명할수도있다.여기서테라피스트가갖춰야할태도는클라이언트를함부로판단하거나평가하지않는것이다.정신적으로힘든시기에있는사람들은예민하고날카로운눈빛을지녀때로는클라이언트들이테라피스트를꿰뚫어보기도한다.
테라피스트는클라이언트가그린그림을들여다보고그세부적요소에대해질문하거나제안하는형식으로이야기를전개해나간다.그림의형태와색채에대한자연스러운대화속에서클라이언트는차차자신의내면에오랫동안가라앉아있던심상을마주하게된다.
저자역시그림치료과정에서그간제대로의식하지못하던자신내부의그늘을마주한다.그는가족에대한책임과일에서오는부담등으로인해저도모르게지쳐있던내면을직시하고치료의필요성을절감한다.저자는자신이체험한치료과정을여타클라이언트들의사례를기록할때만큼이나세밀히기록해나간다.여기서한발더나아가자신이클라이언트로서겪은시스템의문제점을지적하며,어려운상황속에서도자신의이야기를경청하는과정을만나며삶을되돌아보는과정을진솔하게기록한다.저자가만나온여러테라피스트와클라이언트가증언했듯이그역시카운슬링을통해자기삶을정면으로마주하고앞으로나아갈힘을얻은것이다.
사실상저자가만난사람들이나저자자신이겪는우울과불안등은현대인에게흔히나타나는증상이다.이중에서어떤것은질병의형태로까지자라나며,스스로모르는새에마음을파먹고삶을소진하게한다.책에서다루는다양한사례,특히자신의증상에대해서제대로설명하지못한채막막한허무와마주하는현대인의이야기는오늘날한국독자들에게도크게공감할수있는일화로다가올테다.

“방법은반드시찾아질테니까함께고민해봅시다”

현대인에게우울증이나불안장애뿐아니라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경계선성격장애는익숙한질병이되었다.일본에서도우울증등기분장애와공황장애등의신경장애를앓는이가계속증가하고있다.반면이들을상대하는테라피스트의수는충분하지않다.지방의상황은더욱열악해서,의사1명이100명의환자를상대해야하기도한다.
사정은한국에서도크게다르지않다.2021년보건복지부와국민건강보험공단이발표한바에따르면중증정신질환으로진단받은환자규모는연평균3.4퍼센트의증가율을보였다.같은해보건복지부가진행한정신건강실태조사에따르면성인4명중1명은평생한번이상정신건강문제를경험한다.그러나정신장애로진단받은이들중전문가의도움을받는경우는12.1%에불과하다.2019년WHO의GHO데이터를보면국내정신건강분야에서종사하는인력은OECD국가중최하위에머문다.전문가의도움이필요한사람은늘어가는데,그들이믿고기댈수있는시스템은충분히구축되지않은셈이다.
이책에서저자가비판하고있듯이,의료인력이부족한상황에서는클라이언트들역시충분한치료과정을갖지못한다.가와이를비롯한여러테라피스트가실천해오던‘조용한치료’에는시간과기다림이필요하다.오늘날의테라피스트들에게는클라이언트를주의깊게살필시간이없으며,많은클라이언트역시테라피스트를주기적으로만나는경제적조건에부담스러움을느낀다.그러나사람의마음이란그토록쉽고빠르게치유되는것이아니다.자신이가진마음의병을이해하고받아들이며마침내새로운언어로이를표현하려면,각자가충분히고투할수있는기간과요건이뒷받침되어야한다.
저자는단순히새로운형태의치료방식을소개하는일을넘어서오늘날우리가마음을살피고세계를마주보기위해필요한것이무엇인지재차질문한다.개개인의노력,테라피스트로일컬어지는전문가의훈련,의료적지원과사회구조의변화……저자가만난한테라피스트가클라이언트에게건넸던“방법은찾아질테니함께고민해보자”는말은우리가다함께취해야할태도인지도모른다.『아주조용한치료』는어떻게그러한태도를지닐수있으며또그과정에서주목해야할지점이무엇인지따져묻는,느리지만치밀한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