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부터라캉,캔델과다마지오까지
소포클레스부터헨리제임스,주요섭과윤동주까지
정신분석학,뇌과학,문학이합쳐진신개념마음지침서
『생각의속임수』로기억을,『감정연구』로감정을다룬저자가『균형잡힌뇌』로3부작을완결지었다.저자권택영은영문학에서출발해정신분석학,뇌과학까지뻗어가며연구를수행해온연구자다.특히미국에서출간한PsychologyintheFictionofHenryJames:Memory,Emotions,andEmpathy는제임스와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을뇌과학과융합한저서로,학문의경계에갇히지않는저자의자유롭고도창의적인사유를잘보여준다.이번에선보이는『균형잡힌뇌』는3부작의대단원으로서공감을다루고있다.
‘공감’이라는말자체는흔히쓰인다.그러나그의미를제대로알고쓰는사람은많지않은듯하다.단순히남과생각을같이한다는의미에서의‘동감’이아니다.그렇다고남과감정을일치시키는‘감정전염’만도아니다.진정한공감이란그두가지가함께일어나는것이라고저자는말한다.남과충분한거리를두어그를이해하면서도,동시에그와충분히가까워져정서적으로반응해야한다는것이다.남과너무가까워져그에게집착해서도안되고,너무멀어져그와유리되어서도안된다.
이렇듯까다로운일을제대로수행해내려면어떻게해야할까?뇌과학은한결같이그답을‘인문학’으로내놓고있다.사실뇌과학은늘인문학과융합해서발전해왔다.시냅스연결등인지적인발달뿐아니라공감능력등정서적인발달까지도인문학을통해이뤄질수있다는연구가수행되었기때문이다.프로이트가무의식이라는빙하의수면아래를발견한이래로우리는의식만을가지고우리를정의할수없게되었다.이제뇌과학과인문학사이,동감과감정전염사이의기묘한연결고리를살펴볼차례다.30여년간일궈온저자의사유를들여다보자.
공감을못하는뇌와남에게집착하는뇌
하부와상부의균형을이루려면
저자는우리뇌의구조를이층집에비유한다.아래층만가지고태어나성장하면서위층을쌓아올린다.여기서아래층과위층은각각뇌의하부와상부를빗댄말이다.하부는나와남을구별하지못하고,상부는나와남을똑똑히구별한다.그두층사이의균형이중요하다.상부에매여나와남을구별하는데만집중하면공감을못한다.반대로하부에매여나와남을한몸으로여기면남에게집착하게된다.어느한쪽에고착되지않고둘다적절히발휘하는게삶의기술이다.문제는그게쉽지않다는것이다.뇌의하부에우리는직접접근할수없기때문이다.무의식은오직에둘러서만,상부로떠밀려오는신호를면밀히살펴서만접근이가능하다.비밀혹은은폐의육중한철문처럼.
서투른마음과세련된마음,인지할수있는마음과그럴수없는마음…….낯설지만어쩐지익숙하지않은가?저자가책전체에걸쳐강조하는이비유는사실프로이트의이론을바탕으로한다.인지할수없는뇌의하부는무의식,인지할수있는뇌의상부는전의식이다.그리고무의식과전의식사이를우회적으로연결하는부분이바로의식이다.
프로이트는21세기들어뇌과학의선구자격으로재평가되고있다.생전엔공개하지않았던논문「과학적심리학초고」덕이다.이논문에서그는무의식,전의식,의식을세종류의뉴런으로명명하며뇌의구조도를그렸는데,놀랍게도이것이현대뇌과학의견해와일치한다.프로이트가말한전의식은전두엽,무의식은뇌간,의식은해마등변연계다.기능적자기공명영상이나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도없던시절이다.뇌를들여다볼수있는기술도없던시절에추론만으로뇌를해부해낸그의통찰력은놀랍다.
주관적인기억은왜중요한가
우반구와좌반구의균형
뇌하부와상부의수직적균형을강조하던저자의탐구는이후수평적으로뻗어나간다.우리몸의왼손과오른손,우리뇌의우반구와좌반구이야기다.우리의왼손은우반구가조종하고오른손은좌반구가조종한다.그중왼손과우반구는한데묶여온갖핍박을당하고있다.왼손으로젓가락질하면꾸중을듣고,글씨를쓰면지적을받는다.심지어좌반구와우반구가담당하는기능마저차별을받고있다.우반구가감성,정서,예술을담당한다면좌반구는이성,논리,기술을담당한다.현대에중시되는것은물론좌반구다.좌반구의기술과학이무서운속도로발전하고있고,학교에서도수학,과학등이과과목을더중요하게여긴다.
이또한우리뇌가진화해온순서와는다르다.하부가발달한뒤에상부가발달하듯,우반구가진화한뒤좌반구가진화했다.일찍이진화한부분답게맡은역할도더중요하다.우반구는‘삽화적기억’,즉‘기억’이라고할때가장먼저떠오르는주관적이고도개인적인기억을저장한다.반면좌반구는‘의미적기억’,즉객관적인지식을저장한다.인간의정체성은물론삽화적기억에있다.우리는우리가알고있는정보(의미적기억)보다는우리가경험한일들(삽화적기억)로자기자신을설명하기때문이다.
진화의순서와도다른차별대우가이렇듯만연한이유는무엇일까?미셸피크말은크게두가지근거를든다.전투중에는심장을보호하기위해왼손으로방패를,오른손으로는칼을드는데,승리에는칼이더중요하기때문이라는게하나다.나머지하나는태중에서의자세와관련되는데,보통태아는오른손을더자유롭게움직일수있는자세로배속에들어가있다는것이다.물론이러한차이가‘차별’로까지번진데는이후문화의영향이컸다.
역사적,생물학적,문화적편향을모두뚫고탄생한왼손잡이는비범하다.확률만낮다고비범한게아니라뇌자체도범상치않다.왼손잡이는오른손잡이보다뇌량이더발달한다.뇌량은뇌의좌반구와우반구를이어주는다리다.이부분이튼튼한왼손잡이는좌반구만집중적으로발달시키는오른손잡이에비해뇌를더조화롭게사용할수있다.비단우반구의기능인감성,정서,예술에만특화된다는말이아니다.우반구와함께좌반구도더욱더잘활용할수있으므로왼손잡이들은창의적이고감성적이면서동시에정보처리에도이점을갖는다.
뇌의불균형이불러온
정신질환의시대
이렇듯뇌의균형은중요하지만,현대사회는어쩐지반대로향하고있다.현대기술문명이자꾸만균형을깨뜨리는탓이다.뇌의하부와상부가사이좋게지내야건강한데,둘중어느곳에갇히게한다.예를들어과잉경쟁과빠른속도는스트레스를높여우울증을일으킨다.스트레스를받으면코르티솔이라는호르몬이분비되는데,이것이뇌의상부를약화하여하부로퇴행시키기때문이다.우반구와좌반구는또어떤가.둘이조화롭게작동해야건강한데둘중하나로퇴행하게만든다.예를들어인간을소외시키는풍조는우울증을일으킨다.세상으로부터고립되면좌반구의기능이약해져우반구로퇴행하기때문이다.
비단우울증만그런것이아니다.모든정신질환은뇌의불균형과연관이있다.이를테면자폐증은우반구의결함으로인해발생하는질환이다.우반구는정보를통합하는기능을하는데,여기에문제가생기니사물의부분만을보고전체적으로파악하지는못하는것이다.또한상부에치우치면사이코패스가,하부에치우치면조현병이발병하기쉽다.치매는뇌의상부가파괴되어하부에동그라니서있는상태다.그외에도불면증,PTSD,분노조절장애등많은질환이뇌의불균형에서비롯된다.그리고그러한불균형의원인은흔히현대기술문명에서찾아진다.
기술이발전했음에도우리는여전히바쁘다.우리를돕고우리일을대신해줄기술이무수해졌지만,우리는이전보다더숨가삐허덕이고있다.기술의속도와방식이인간과맞지않아서그렇다.쉴틈없이돌아가는인터넷과영상매체의속도는그동안인류가경험해온속도와는다르다.어떤언어든금세해석해내는번역기는직접언어를학습할기회를앗아간다.그렇게다들기술에매달리게된다.왼손이먼저고오른손이나중이라는사실은안중에도없이우리는오른손의속도에의존하다궤도를이탈하게된다.
문학은어떻게
뇌의균형을잡아주는가
그렇다면어떻게해야할까.우리힘으로어찌할수없는기술문명이칼이되어돌아오고있는이때,어떻게해야뇌의균형을되찾을수있을까?
저자는그길이문학에있다고말한다.현대기술문명이오른손에만치중하니,반대로왼손의관점에서오른손의폐해를드러내는문학을향유하면균형이맞춰진다는것이다.이를단적으로드러내는작품이니콜라이레스코프의단편소설「왼손잡이」다.주인공인왼손잡이는대단한실력을지닌미니어처장인이다.그는고향러시아를떠나영국에서수많은찬사를받지만,고국을사랑하는마음에서귀환하다심한병이든다.그리고신분이비천하다는이유로치료받지못해죽고만다.비참한결말이우리에게시사하는바는무엇일까.왼손잡이가상징하는우반구를도외시해서는안된다는것이다.좌반구의뜻에따라인간의외면,신분,재산따위만을따지다보면,정말중요한우반구의보석같은면들은사라지고말거라는경고다.
한편문학은상부와하부의균형을강조하는역할을하기도한다.이를테면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왕』이그렇다.프로이트의‘오이디푸스콤플렉스’개념의원형인이비극은뇌하부,즉무의식의중요성을드러낸다.‘아버지를죽이고어머니와결혼한다’라는신탁이바로무의식을상징한다.오이디푸스는신탁의주인공이자기자신임을모른채그신탁을실현시켰다.자신의의지로,판단으로살아가고있다고믿었지만,결국무의식을실현시킨셈이되었다.이러한플롯은우리마음속에미처의식할수없는부분이있음을보여준다.또한그부분이의식할수있는부분보다훨씬더힘이세다는점을주지시킨다.상부만강조하고하부는없는것으로취급하는현대사회에이는크나큰자산이다.무의식을인지해야비로소우리가누구인지알수있으며,그렇지않으면크게실수하고말거라고경고하기때문이다.
이처럼우반구의중요성을일깨워주고뇌하부를경험하게해주는문학은우리뇌의균형을수호하는데도움이된다.그렇게이루어진균형은물론정신건강에보탬이된다.그러나그보다훨씬더놀라운일도가능하게하는데,그것은바로공감이다.문학을통해우리는타인의삶을간접적으로체험해볼수있다.등장인물의입장에서세상을바라보고생각하고느끼며시뮬레이션을돌려볼수있다.그러는과정에서공감이자라난다.남을남으로만봐철저히외면하지도,남을나자신으로여기며집착하지도않는진정한공감.이성과논리에사로잡혀기계처럼판단하지도,감성과본능에사로잡혀현실과유리되지도않는건강한공감이말이다.이는“타인의신발을신어보는것”과도비슷한일이라고저자는말한다.남과적당히거리를두면서도그의입장과상황을이해할때,우리는비로소공감을백퍼센트발휘할수있게된다.
우리본성에위배되는속도를잠시라도외면해보자.스마트폰을내려놓고TV를끄고대신이책을들여다보자.우리뇌의균형,나아가삶전체의균형을되찾게하는놀라운지혜를얻을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