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책읽기 : 책과 사회와 미스터리에 관한 에세이

편집자의 책읽기 : 책과 사회와 미스터리에 관한 에세이

$24.00
저자

김영준

저자:김영준
1968년서울출생.여러출판사에서근무했다.열린책들편집이사를지냈다.존르카레,E.M.포스터,줄리언반스,줄리언시먼스,에릭앰블러등의책을냈다.푸시킨전집,프로이트전집,도스토옙스키전집,을유문화사와열린책들의세계문학전집출간에관여했다.퇴직후도서관야간사서,문화센터글쓰기강사로일한다.한겨레‘크리틱’난에칼럼을,『미스테리아』에추리소설서평을기고하고있다.
지은책으로『작가,업계인,철학자,스파이』가있고,옮긴책으로체스터브라운의『너좋아한적없어』가있다.

목차

머리말

1부깊이읽기

그것은예술이아니어야한다
너무많이아는작가
지나치게충족
정의롭고도덕적인쇼핑
그레이엄그린과순진한미국인
죽음의집의기록
읽고쓸줄아는놈들은모두죽여라
예술가에대한,예술로서의소설
이집에여자는없습니다
어쩌면시작될필요가없었던실험
두려운정열의이야기
공정한게임의한계선
지미호파실종사건
서명을위조한여자
상상의자서전,9.11,그리고오토픽션
중국스파이소설가의고뇌
에세이에서소설로

2부책바깥을읽기

5000권과한권
각본을책으로낸다고?
번역과정보
역자후기는없나요
왜구글에안물어봤을까?
원고는불타지않는법
위키피디아와싸운사람
인공지능이라는스승
작가란무엇인가
찾아보기의운명
책버리는도서관
책을버리고계시나요
책의진정한가격

3부빠르게읽기

없애지못하다
자기심장을뜯어먹기시작하면
어느부치지않은편지에대하여
균으로만든거대서사
바빌론에서평양까지
어느집안의윤리적선택
황제라는기이한배역
여객선에서사라지다
엘리아스의공백에서
간결한메시지에저항하라
왜이민자요리를탐구하는가
영안풀리는남자들
낸시의줄자
생각이사라지는날
회계장부와일기사이
대담한자와신중한자
도둑질의임계점
내가이일을할자격이있을까
저작권이폐기될수있는가
조선족은역사의패배자일까
문학에귀순하기를원치않는다
중국의애늙은이세대
중산층은늘어날까
당파성과부족의시대
6월인가7월인가
세상을바꾸고,세상을망치고
슈퍼전파자,오버스토리,임계량
당신은우리미술관에서해고야
배제된자를떠올리게하다

4부일상읽기

9대언어가된한국어
토르의모험
두번째주제
가격이알려주는것
노코멘트
녹음기와인터뷰
당신정체가뭐야
두개의스포일러
로봇청소기
머리를두고온사람
멀티태스킹
명필과붓
무슨말하는지다안다
선물재사용
스노비시
시네이드오코너사건
아이러니의실패
아이콘과예술가
오후12시
우마렐
우연의도움으로
유체이탈
정보실패
초인종을누르기전에
초코파이를주는소년
커다란장부한권
타인의취향
TV토론의승자는
필기체

5부미스터리읽기

아무도체포되지않지만용서도없는
장르의권장선을초과하다
불가능한추리소설
미국소도시유토피아의곤경
이들중한명은사라진다
과학대신마술
아닌척하는유토피아
쇼와시대사회파추리소설의역설
죽은딸이걸어들어왔다
리오,당신은미쳤습니다
속죄하는탐정의탄생
여기어떤부자가놀고있다
아메리칸드림과죽음의저항값
도덕에미쳐있는철학자들
내면으로의섬뜩한여행
엘레나가금지한것
움베르토에코에게힌트를주다
인종주의의배를가르면
40년전으로내려가다
추리소설의난문에관하여
추리소설에서역사소설로
기념비적전작출간
마지막에죽음의배가온다
추리소설,뒤렌마트의중간기착지
미국흑인의하드보일드

본문에서다룬책목록
발표매체및시기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책형식의변화를몸으로기억하는사람

편집자,그것도업력이긴베테랑편집자가생각상자를열때,독자가기대하는것중하나는책이라는문화형식에대한남다른관찰이만들어낸어떤지적모멘텀일것이다.이책은그러한기대를한껏충족시켜준다.업계에오래몸담은저자는책의형식이조금씩계속바뀌는것을몸으로기억한다.밀란쿤데라는“책의글자크기가점점작아지고있”는데서문학의종말을상상한적이있다.김영준은역자후기가사라지고색인이생략되는데서인문학붕괴의조짐을읽는다.그는어느날서점에갔다가두툼한평론집을펼쳐봤는데,거기엔색인이없었다.다른신간평론집들도살펴봤더니사정은마찬가지였다.“이건서점이나출판사가문을닫았다는소식못지않게좋지않은징조로보였다.”평론집에굳이색인을넣어야겠냐고반문할사람도있겠지만,그는평론집이비평서와동시대문학자료집의성격둘다를지니므로필요성도두배라고본다.

색인은본문이아니다.따라서이게사라지는현상을눈치채거나아쉬워하는사람은적을것이다.저자의생각은다르다.편집마지막과정에서색인작업을빠뜨리지않았던그에게는이것이“신비로운성분분석표”이자출판사의성의를가늠하는잣대가된다.

역자후기가사라지는현상역시예사롭지않다.얼마전까지만해도역자후기가없는책이오히려눈에띄었지만,이제는들어간책이드물정도다.사실번역가의후기를읽어보면마지못해쓴티가나며,아무도관심갖지않을번역중의병치레같은것을적어놓기도한다.하지만“이런솔직함이역자후기의본질아닐까”.역자는오랜세월저자의그림자처럼여겨져왔고,그래서인지저자의글에뒷말을보태는걸겸연쩍게생각해왔다.하지만후기의생략이본격화되는듯한현상을접하며김영준은“인문적세계의영토가점점축소된다”고느낀다.사라질역사의마지막페이지를포착하는것은이처럼오래된편집자만이할수있는일일지도모른다.

김영준의글쓰기는종종제3자적거리감과온도감을보여준다.「책의진정한가격」에서그는인터넷중고책방에정가의다섯배쯤높게올려놓는판매자들을보면서불만을제기하지않는다.일반소비자들은정가와의격차때문에울분을터뜨리지만,사태를꿰뚫는데는감정의개입보다관점을재고하는게더현명한방법일지모른다.살면서새책보다헌책을더많이샀던그는신흥중고시장의가격메커니즘을밝히는데집중한다.그리고절판되기한참전부터책정가의두세배가격을책정해두고기다리는판매자들을규정하는한마디말을한다.“이들은시간과싸우고있지않다.시간은이들의편이다.”인문학책이빠른속도로절판되는것은결국빠른속도로줄어드는독자때문이고,그러니은폐돼있던진정한가격의시간이도래하도록부채질하는것은다름아닌독서대중이라고할수있다.

확신을덜어내고,유보하는글쓰기

김영준의글은분명하게자르거나누군가를전적으로편드는것을꺼린다.그에게중요한것은확실한신념과이념이아니며그것들사이에있는틈이다.그틈이바로그의메시지다.그는정답을내리길유보한다.그유보속에서나와다른타인들이자리할공간이넓어진다.그의서평들은함의를끌어내고저자를옹호할때조차단정적이지않다.‘…일지도모른다’는그가가장자주쓰는종결형이다.이처럼불확정적인애매성속에서사유하는것은지크프리트크라카우어가강조한‘인본의방식’이라할수있다.모든고정된것을두려워하는마음혹은대의나철학적사변에대한불신같은것으로서말이다.예를들어토마스만,카프카,쿤데라,아도르노가보여준‘현대’의개념을짚으면서그는한발더나아가려시도한다.하지만그게무엇인지독자로서정확히잡히지는않는다.그는논객이아니다.그렇지만많은논쟁의틈에서서다른사람들이말하지않은방식으로무언가를드러낸다.그는,비유하자면소설적태도로사는사람이라고할수있다.세상에참여적메시지를던지기보다참여하지않으려는소설적태도(쿤데라와랑시에르는소설이세상에참여적메시지를던지는순간타락의길을걷게된다고말했다).『편집자의책읽기』에서다루는책들은그가사고와정서의기초를놓는데자원이되기도했지만,동시에그텍스트들은그의글을통해새로운모습으로태어난다.

그의문장은재치있다.이를테면순수한문학성과장사꾼의언어를결합시킨“죽음은에세이의사업을좌절시킨다”“문화산업은이런식의의심없는내러티브의공장이다”“문학은어떤지식을산출한다고이야기되지만그양은투입비용대비무한히작은수준이다”와같은아포리즘적문장은독자에게쾌감을안겨준다.

수많은외서를기획하고편집하면서도퇴근후그가주로들른곳은헌책방이었다.‘의도’와‘기획’으로포화된사무실에종일있다보면사람은직선적으로되고뻣뻣해지기마련이다.그래서일을마친그는의도의세계와는정반대인,우연한발견과즉흥적결정의세계즉헌책방으로가곤했다.그런성격이기에어쩌면책뒤에실리는색인작업을하는데에만꼬박일주일을쓸수있었는지모른다.또는절판된책을복간시키며처음부터다시원서대조작업에들어간다거나.이런모습은그꼼꼼함이회계사나경리의치밀함과언뜻비슷해보이면서도실은그와는정반대에위치해있음을우리에게알려준다.

*

김영준은‘왜일까’‘정말그럴까’와같은의문형문장을종종쓴다.언뜻이것은평범해보이지만,상당한분량의글을어떤사람이나사태의전모를밝히는데쓴다음에나오는질문이기에반전을예고하는듯한뉘앙스를풍긴다.이런사고방식은다루는대상에대해추정과추측의여지를남겨둔다.사고의문을닫지않는것,결론을쉽게내리지않는이런습관은그가전문적으로편집해온‘미스터리읽기’를통해형성되었을수도있고,아니면반대로이런태도가그를미스터리의세계로끌어들였을지도모른다.관습에서벗어나불가능한탐험을해보는자세는이책을관통하는일관된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