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은 처음부터 갑각류가 아니었다 (박잠 시집 | 양장본 Hardcover)

호박은 처음부터 갑각류가 아니었다 (박잠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4.25
Description
박잠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인 『호박은 처음부터 갑각류가 아니었다』가 〈문장시인선〉 스물세 번째 시집으로 발간되었다.
표제작 「호박은 처음부터 갑각류가 아니었다」를 포함한 「미안하다, 미리벌」, 「사랑한다 서라벌」, 「고맙다 골벌」, 「작약 있는 곳에 제가 있습니다」 4부 55편의 시편이 실려 있다.
“그리움 한 움큼 … 아름답고 어진 이름 차례로 부른다”(「가인, 그곳에 가면」), 박잠 시인이 애틋함과 그리움으로 되새기는 먼 과거 속의 사람들, 장소, 사물, 기억에 관한 시적 사유를 응축한 구절이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라며 “억산 골짝 골짝”으로 보내는 시인의 온기 가득한 마음이다.
저자

박잠

朴潛
1965년미리벌에서태어났다.
시집으로『하늘뼈나무』(황금알,2016),
『정월영묘사』(북랜드,2019)가있다.

목차

작가의말

1부미안하다,미리벌
가인(佳仁),그곳에가면/헌옷위로내리는눈〔雪〕/도시락을생각한다/호박은처음부터갑각류가아니었다/말다,박재금/열무/그냥고무신/나비/나무의시간/필통(筆筒)/골목길/고드름/미리벌가는길

2부사랑한다,서라벌
봄을보내다/나의자작나무/부처님전상서/용산서원은행나무/오월,서악(西岳)에는/그가을,헌화가/괘릉(掛陵)에서향가(鄕歌)를만나다/감포바다/무열왕릉/도리천,그곳에가면/쪽샘44호분,신라공주이야기/괘릉에서만난석인(石人)/석류(石榴)의시간/대나무가춤출때

3부고맙다,골벌
스승/노계(蘆溪)/가을,충효재(忠孝齋)/명마의꿈/비내리는날,조양각에는/탱크와제비꽃/광릉을지나며/적멸(寂滅)/영지사대웅전/유월이오면/금호강(琴湖江)/봄,북안도천리에는/사룡산(四龍山)에올라/능소화

4부작약있는곳에제가있습니다
가을,반구서원/삶/석남사승탑/만대루유감(晩對樓有感)/詩/언양가는길/내가아는접시꽃/고산(孤山)은험산(險山)이아니었다/『연필로쓰기』를읽고/밥/고인돌,뼈의꿈/별리(別離)/온막리,그이름으로/송(頌)하회구곡(河回九曲)

출판사 서평

‘미안하다,미리벌’1부에서시인은‘삼종지도(三從之道)’로표출되는유교적도덕관념의살아있던미리벌(밀양)에서의어린날을회고하면서“따듯하고넉넉한숨결”같은“연민”의정서를담아그때의모든시간을위로한다.
“몸보다마음이더가난했던/아득한그길끝한자락/하얀보자기여전히흔드는/흑백사진으로남은모정…”(「도시락을생각한다」)의어머니부터“마른칡넝쿨로골목길에남아/굶주림과벗하며전쟁터를누비던/포탄속의그날처럼위태롭게서있”(「골목길」)는아버지,“순아,니는이못사는집에서/뭘먹고그리통통하노?”(「말다,박재금」)친정조카질녀챙기느라애를쓰던,다정했던고모,“비명에간이땅의/모든영령”(나비)까지.또,“사내의발도아낙의발도/멋부리지않고/고집부리지않고/뾰족한발두터운발원하는대로/입벌려받아주고다시감싸오므리는/無차별無코”였던「그냥고무신」부터“쪼글쪼글지우개/몽당몽당연필/한통속부푼꿈”(「필통」)차오르던가족,“결코뜨거워지지않는빙점에서/하중을견딘채절명”하는고드름까지“나무가종이되는시간을가늠”하듯“종이가책되는시간을헤아”(「나무의시간」)리듯“아픔이박제된”그때의모든것을온기의구절로찬찬히녹여낸다.

”내가아는나무는결코가볍지않아서/더가벼울수있는영혼이쉬어가는/쉼터가될수있다면좋겠습니다”(「나의자작나무」).자연스럽고담백하게,특별한시적기교없이진솔한시인의시편들은2부‘사랑한다,서라벌’에서남산,무열왕릉,괘릉,알영정,도리천,용산서원등신라의고도서라벌(경주)의곳곳을모티프로한,“슬픔과적막”뿐인생사윤회를벗어날지혜로운자아되기와꿈꾸기에관한생명력넘치는사유이다.
“봄을보낸다는건/목련을처음부터끝까지바라본다는것”(「봄을보내다」),“신공사뇌가(身空詞腦歌)/숲이된노래하나허공(虛空)에떴다”(「괘릉에서향가를만나다」),“눈부신햇살이수직하강한다머리통이몸통인문어처럼,수면위로머리만내민대왕암.실핏줄로연결된꼬리들로환태평양을팽팽하게조이고푼다”(「감포바다」),“서악에와서/천년이넘도록꿈꾸는이들을본다”(「무열왕릉」),“즈믄해돌아낭산오르면…다시올즈믄해맑은눈으로/고즈넉이기다리는여왕을만나지”(「도리천,그곳에가면」),“이파리하나조차중력으로버티며/뼈마디를에이는아픔까지인내한/절제된춤출수있었다”(「대나무가춤출때」)등,까마득한시간을넘나드는맑고싱싱한자유의감성이담긴시편들이다.

임고서원,노계,충효재,금강산성,조양각,광릉,한천승첩지,영지사,금호강,북안도천리,사룡산등,영천의유적지를시로다룬3부‘고맙다,골벌’의시편들은선인들이중히여겼던학문의길,청빈,충효,의로움,높은문장같은유교적도리와덕목을숭상한다.“청산에집지으니/청빈이벗이되고/부귀영화떠난자리/도가흘러넘치네”(「노계」),“꽃이라부르고싶은나뭇잎들이/천운을알고온듯충효재마당에내려…한백년전그날처럼두주먹을쥐었다편다”(「가을,충효재」),“어떻게살아야비신하나남길까/목숨을내놓고다시찾은이땅에”(「비내리는날,조양각에는」),“어느가문의묻어둔이야긴가/실핏줄로전해오는노오란그빛/우의도효성도동색이라일러준다”(「광릉을지나며」),“어느날나는문득영천한천승첩지에가서/보현과팔공을붕새의날개로삼고/긴언덕위에앉아하염없이시간을보낼것이다”(「적멸」),“도잠서원지나서/까마득히높은그곳/내마음걸어둘/천정하나보았네”(「영지사대웅전」)등역사속서사와마음속서정이조화로운시편들이다.

“우리도시간을먹으며/시나브로죽음과마주하는것은아닐까”(「삶」),4부‘작약있는곳에제가있습니다’의시편들은삶에대한득도와도같은깨우침과달관의마음을담고있다.그마음은“알고보면사람들은다온막리가는길아닌가”처럼따뜻하고환한구절들로그려진다.
“댓잎솔잎사이로/바람한줄기/나또한바람으로/언젠가오리라”(「석남사승탑」),“말타고가는길아니어도/흙먼지날리면서가지않아도/숲길어딘가에작은석비하나/접시꽃물고물끄러미쳐다본다”(「내가아는접시꽃」),“고산은홀연히/이세상에왔다가그렇게갔다”(「고산은험산이아니었다」),“돌과함께있어도/뼈는외롭다/돌만남기고/흙이되는뼈/외로움끝에꿈을이룬다”(「고인돌,뼈의꿈」),“오늘,온막리갑니까?/이름만으로도즐겁고/빈손으로가도귀천이없는/세상은그야말로/온막같은가을이다”(「온막리,그이름으로」)등.

박잠시인은「詩」에서자신의시와시쓰기에관하여“굳어가는몸속의세포를살려내고/콘크리트담장속갇힌종족의오래된언어를불러내는일”,“깊은잠속의언어들이눈을뜨고/갇힌새의날갯짓으로오는여명”이라고말했다.그말그대로우리는『호박은처음부터갑각류가아니었다』에서“깊은삶의사유가차오른신성(信誠)을마주한뒤에라야/노란속살과단단한씨를품은/갑각류의따뜻하고넉넉한숨결을느끼게”(「호박은처음부터갑각류가아니었다)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