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 (돌봄부터 자립까지,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사는 법)

$17.00
Description
“어느 날 갑자기, 열세 살 아이가 조현병을 진단받았다”
불안·환청·망상과 18년째 동거하는 청년 ‘나무’와
그 가족이 삶을 함께 쌓아가는 이야기
“우리 엄마 내놔, 엄마 내놔! 우리 엄마 어딨어?” 어린 나무의 눈에 내가 처음 ‘가짜 엄마’로 보였을 때, 나는 죄책감에 빠졌다. 건강하게 성장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환청을 듣고 걷잡을 수 없는 불안으로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웅크리고만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중략) 그 절망도 절망이었지만 엄마가 가짜로 보이는 망상은 나를 더 깊고 짙은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했다. _90쪽

《내 아이는 조각난 세계를 삽니다》는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조현병을 진단받은 아들 ‘나무’ 씨의 엄마이자 공무원으로 일하는 저자가 가족으로서 함께 삶의 조각을 쌓아온 18년의 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한겨레21〉에 연재했던 글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 엮은 이 책에서 저자는 완치의 개념이 없는 만성 정신질환인 이 병과 함께해온 세월을 “삶 밖으로 튕겨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중심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저항의 시간”(11쪽)이었다고 고백한다. 질환과 치료법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 안갯속을 걷는 듯 불안했던 발병 초기 보호병동 생활부터 퇴원 후 서른 살 청년이 된 자녀와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현재까지, 질환·돌봄·자립의 키워드를 통해 정실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현실적인 고민과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현병은 100명 중 한 명이 인생에서 만나는, 생각보다 흔한 병이다. 조현병 환자의 3분의 2는 치료약을 복용하면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작가 은유의 말처럼 “고통도 생물처럼 변하는” 법이다. 이 책에는 “집채만 한 파도처럼 가족을 덮쳤던 ‘고통’을 파도타기가 가능한 ‘일상’으로 살아내는 비법과 처방이 담겼다.”
저자가 아들 나무 씨와 함께 출연한 유튜브 채널 ‘씨리얼’의 인터뷰 영상은 단기간에 조회 수 100만 회를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흔들려도 균형점을 되찾고 삶을 쌓아가 고유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나무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정신질환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는 뜨거운 위로로, 사회적으로는 조현병에 대한 단편적 오해를 거두고 정확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로 읽히기를 바란다.

나무는 환창, 망상 그리고 불안을 가지고도 자신의 취향과 자질을 잃지 않으며 고유한 세계를 쌓아왔다. 조각난 세계를 살면서 유일무이한 자아를 만들어온 것이다. 좀 특별하고, 좀 다른, 그래서 더 아름다운 청년. 나무의 서른은 그냥 오지 않았다. _11쪽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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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서

저자:윤서
방송작가로시작해지금은어쩌다공무원으로일하고있다.돌지난아이를업고원서를내러간대학원에서교육학과여성학을공부했고,가족정책을주제로연세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
누군가기댈수있는사회적지지망을만들고,인간을비롯한모든생명체가살아갈만한지구를만드는데관심이많다.조현병과18년째함께살아가고있는자녀‘나무씨’의베스트프렌드이다.

목차

추천의글
프롤로그:고유한세계를쌓아온시간

1부.함께발맞추는연습

엄마,내가미치고있는건가요?
병동안의질문들
…정신과입원을고민하기에앞서
조현병을마주할결심
…정신질환에대해더자유롭게말하기위하여
망상씨,환청씨와함께사는법
완치는없다,완화만있을뿐
…맞는치료약을찾아서
돌봄을나눌수있다면
…나무아빠의일기:보통명사‘아버지’가되기까지
사랑을위한거리두기
우리관계는병으로무너지지않았다

2부.세상으로내딛는걸음

학교에서삶의감각을배우다
…특수교육제도의필요성에대하여
도쿄에서의나날들
사회적자리를찾아가는길
도전!캠퍼스라이프
…나무동생의편지:영원한고통은없으니까
불안이말을걸어올때
…서로의눈으로볼수있다면
자기돌봄의기쁨
…생활훈련,다시일상을되찾기위하여
누구나일할자유가있다
아주보통의퍼펙트데이즈
세상과마주서는용기
다시,사랑의풍경

에필로그:그럼에도계속말하는마음

출판사 서평

★“조현병은치료가어려운질환이지만
증상은그사람의전부가아니라일부일뿐이다”_하지현(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추천

★“병에대한두터운편견을뚫고나온엄마이자동료시민의언어는
우리사회풍경을너그럽게바꿔낼것이다”_은유(작가)추천

“어떻게병과함께오랫동안잘살수있을까?”
사랑과돌봄노동사이에서,
삶의중심을잡기위한저항의시간들

‘카그라스증후군(Capgrassyndrome)’,가까운사람이똑같은모습으로분장한다른사람으로뒤바뀌었다고믿는증상의갑작스러운발현은저자를슬픔과절망에앞서깊고짙은죄책감에빠지게했다.하지만부모가끝없는‘최선’을다하는것이상황을더좋게만드는유일한방도는아니다.1부‘함께발맞추는연습’은질환과돌봄의이야기로,아이의망상·환청·불안증세의발현이후정신병동입퇴원을12회반복하며맞는치료제를찾는여정,그리고조현병과함께잘살기위해적정한거리를찾아가는가족의시간이담겼다.

저자가나무씨를돌보며체득한만성정신질환과함께사는법은,병에대한‘정확한이해’그리고증상과환자,환자와보호자를떨어뜨려바라보는‘건강한거리감’이었다.밤낮으로책과인터넷을뒤져조현병을공부한저자는카그라스증후군이조현병의흔한증상중하나이고부모됨과무관한뇌의신경세포문제로인한것을이해하게된후,비로소죄책감으로부터조금씩벗어날수있었다고말한다.쉽진않지만,증상과환자를객관적으로이해하고바라보는것은정신질환자의가족으로함께살아가는데에큰도움이된다.알아야그다음을해나갈수있다.

만약앞으로오랫동안조현병과함께해야한다면나는,우리는어떻게살아야할까?사랑이라는이름으로나를헌신한다고아이가좋아질까?나를더갈아넣는다고우리가버틸수있을까?어느날,문득머릿속에이런물음이떠올랐다.그질문에대한답은‘아니다’였다.인정하고싶지않지만아이의병이평생가는질병이라면,그병과함께살방법을찾아야했다.그것은나와아이의건강한‘거리두기’였다.(중략)이것이나를돌보는것이었고,아이들을위하는것이었다._86쪽

특히조현병환자는청각·촉각등모든감각에예민하며,환자마다증상이제각각이기때문에약물치료·주사치료·전기경련치료등을시도해보며증세를안정적으로완화시킬수있는치료법을찾는데까지시간이오래걸린다.치료법을찾는다하더라도세밀하게용량과횟수를조정하며부작용을줄이는조합을모색해야한다.약물치료의부작용은몸이처지고잠이많아지고침이많이분비되는등쓰는약마다조금씩다르다.이때,병원에입원해있지않는이상약물반응과증상기복,부작용으로인한어려움을세세하게관찰하는것은돌봄보호자의몫이다.

더군다나나무씨의경우,초등학생나이에발병했기때문에가족이맡아야하는역할은더중첩되고가중되었다.저자는질환과치료약부작용으로힘든환자를환자의증상이촉발하지않도록조심히돌보는간병인이자,퇴행한일상습관을회복하도록돕는양육자,학업을따라가도록돕는교사,그리고다른가족구성원의삶을지탱하는가사노동자의역할을동시다발적으로수행해야했다.한계없는‘최선’에몸을내던지는대신,저자는돌봄을다른가족구성원과,마을공동체와,사회복지시스템과강제로나누고출근하기시작했다.매일어딘가출근해집중할일이없었다면나무의병을견디지못하고서로원망했을거라고회상한다.사랑과돌봄노동사이에서거리를잘유지하고“내세계를가지고살아야한다는결론”(86쪽),그것이아이를위하는법이자아이를돌보는자신을돌보는법이었다.
“이아이에게도생활이있고,취향이있고,하고싶은것이있다”

진로고민,취업,독립…
정신질환자가사회적자리를찾아가는길

‘나이렇게살아도되나?’‘앞으로뭘해먹고살아야할까?’성인이라면누구나하게되는고민이다.정신질환이있는청년이라고다르지않다.진로·취업·독립의고민은20대나무씨의고민이기도했다.1부에서병을이해하고받아들이는과정을담았다면,2부에서는불안과증세를갖고도생을꾸리고자신을돌보며청년으로커가는과정을보여준다.해야할일이있고어딘가에소속되어있다는느낌은당사자의자존감을향상시킨다.특히조현병환자의경우자존감과만족감이증상완화에큰도움이된다.하지만정신질환을안고사회적자리를찾아가는길은쉽지않다.저자가곁에서기록한나무씨의칠전팔기도전기는그만큼정신질환에대한사회적이해와제도적뒷받침이부족한현실의한계를보여준다.

이책은교육·복지·복무·생활등저자가가족으로서정신질환자의사회적자립에관해체득한지식과경험을가감없이나눈다.우선,초등학생때발병한나무씨가특수교육대상자로선정되어학교특수반에들어가는것부터난관이었다.증상이잡히면,사회적기능훈련과관계학습뿐아니라,일상을유지하기위해루틴과소속될커뮤니티가필요하다는점에서학교교육은중요하다.하지만일반학교교육으로는질환자의특수성을반영하기어려워,상담·보조인력·학습보조기기·통학등의서비스를지원해주는특수교육제도가필요하다.그러나나무씨는특수교육대상자로선정되지못해대안학교와검정고시학원,지역청소년센터를전전하며고등학교과정을자체적으로보냈다.6년간의대학생활역시도전의연속이었다.저자는나무씨가혼자좌충우돌노력해온과정을이야기하며특수성에맞는교육제도의기회부족,비연속적교육연계,학습권이보장되지않는현실의아쉬움을토로한다.

나아가,취업역시빼놓을수없는중요한문제이다.지역사회에서한시민으로인정받는것도사회적관계를넓히는것도노동할기회가주어졌을때가능하기때문이다.저자에따르면,“최고의치료제는일자리다.”(167쪽)저자는나무씨가바리스타로첫출근해근무하고돌아왔을때의말간미소,“노동한자의자기효능감”(167쪽)으로가득찼던얼굴을잊지못한다.
이모든사회적삶의지속을위해무엇보다중요한것은정신질환당사자의생활훈련이다.자기돌봄은필수다.때로는불안이찾아와나무씨의저녁을삼킬지라도,스스로하루를계획하고약을챙겨먹으며자신을돌보며“하루를보내는것이그에게살아있다는느낌을줄것이고,또내일을살게할것이다.”(157쪽)

이제는불안도망상도환청도조금씩친해지는중이다.(중략)일주일에한두번은쌀을씻어저녁밥을하고,반려동물을보살핀다.이아이에게도생활이있고,사랑하는사람이있고,취향과취미가있고,하고싶은것이있다.사울레이터가창문을통해어렴풋이사물을본것처럼,아이는조현병이라는필터를끼고세상을살아간다.이아이의세상은어떨까.나도살아보지못한세계다.그냥엿볼뿐이다.해줄수있는것이별로없다.다만포기하지않고지치지않는것이그를위해할수있는것이다._148~149쪽
“사랑하면서도부끄러운마음이여기저기에있다”

사회적낙인과편견을안고
정신질환에대해계속말하는마음

책원고를마무리하면서새삼글안에서의나와현실에서의내가달라서놀랐다.현실에서는나무에게짜증내고잔소리하는내가글속에서는너무우아하기만한것아닌가?(중략)이글을계기로출연한유튜브채널의영상댓글에‘훌륭한엄마네’‘엄마가대단하네’이런글들이있었다.나는결코훌륭한엄마가아니고,대단한엄마는더더구나아니다.나의모성은불완전하고,불완전할수밖에없다.나는그저‘괜찮은사람’이고싶었다._10쪽

2010년,환자에대한편견을강화하고치료에부정적인인식을키우는것을막기위해기존‘정신분열병’이었던병명은조현병으로개정되었다.조현병의조현은‘현악기의줄을고르다’라는뜻으로,현악기의줄을잘관리하면좋은소리를낼수있듯조현병환자역시치료를하면정상적인생활이가능하다는긍정적의미를담았다.그러나기대와달리,사회적편견과낙인은강화되었다.“연일보도되는조현병환자의강력범죄기사를접할때마다환자와환자가족들은어디론가숨고싶다.가슴에박힌,조현병이라는주홍글씨를들킬까봐.”(42쪽)

저자의가족역시끊임없이혐오어린시선에맞서야만했다.솔직하게아이의병을밝히고주변에제도적·인적도움을요청하는것도큰용기가필요한일이었다.나무씨는대안학교에진학하기전까지는학교안팎에서멸시적인눈초리를받았고,“사람으로”(105쪽)대우받는다는느낌을받지못했다.나무씨의동생은“아픈오빠의동생이라는이유로”(74쪽)따돌림을받았다.가족의잦은이사도이때문이었다.사람들은아이의행동이조금만이상해도오지말라고했다.동네탁구장에서도,검도장에서도쫓겨났다.

저자는조현병당사자를계속사랑하고지지하는것이주변인이갖춰야할기본중의기본이라고말하면서도,“조현병이라는질병앞에서항상그마음을유지하는것은어렵다”(186쪽)는어려운고백을털어놓는다.“사랑하면서도부끄럽고,숨기고싶으면서도애끓는부모의마음”(188쪽)이곳곳에있다고.그러나,저자의글은기어코그마음너머로향한다.부끄러움과낙인에휩쓸리지않는저자의글쓰기는“사랑을잃지않으려는수행”(188쪽)에가깝다.저자는18년이지난지금도질병에대한사회적말하기는용기가필요한일임을인정한다.동시에,질병과함께살아가면서고통만큼이나무엇이소중하고의미있는지삶의깨달음을얻었다고말한다.

조현병에대해한마디도하지못하던저자가두터운편견을뚫고말할수있게되기까지,질병이삶의일부가되기까지의변화를가능하게했던것은주변인들의‘사랑’이었다.조현병은무시무시한병이아니다.진정한이해가넓혀질때,조현병당사자는이름그대로증상을잘조율해좋은소리를내며성원으로서충분히잘살수있을것이다.지금도고통받고있을조현병환자와그가족들이이책을통해위로받고병에대한정확한정보를얻기를,그리고동료시민독자들에게는이책이조현병에대한올바른이해를돕고사회적인식을변화시키는기회가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