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 (그리스 신화로 읽는 현대 남성 내면의 원형들)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 (그리스 신화로 읽는 현대 남성 내면의 원형들)

$22.00
Description
일그러진 남성성의 시대,
그리스 여섯 남신이 보여 주는 남성 원형의 다채로운 맨얼굴
이대남 현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극단적 여성 혐오 문화 확산 등 젊은 남성들의 폭력성과 보수적 가치로의 회귀는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신간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은 남성성 위기에 대해 ‘흔들리는 가부장 질서에 대한 반발’이라는 그간의 분석을 넘어, 인류 무의식의 깊은 곳에서부터 본질적인 답을 구하며 남성성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시도다. 2024년 복간되어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여신의 언어》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신화학자이자, 꿈 해석과 신화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트라우마 치유에 매진해 온 고혜경 교수의 신작이다.
제목인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은 일차적으로 ‘건강한 어른 남성’이 부재한 상황에 놓인 오늘날의 젊은 남성들을 뜻한다.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내면을 온전히 마주하는 법을 잃은 채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에만 자신을 욱여넣느라 깊이 병들어 가는 현대인 전체를 향한 은유이기도 하다. 《아버지 없는 세상의 아들들》은 “남신과 여신들은 인간 정신을 이루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힘들을 의인화한 것”(10쪽)이라는 심층심리학·원형심리학적 시각으로 그리스 신화 속 여섯 남신을 들여다본다. 올림포스의 12신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듯, 우리 내면의 여러 원형 역시 균형 있게 통합되어야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게 된다. 정여울 작가는 추천사에서 “이 험난한 사회에서 아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한 부모는 물론, ‘요즘 남자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모든 세대들, 그리고 끝내 ‘내 인생의 나침반을 과연 어디에 둘 것인가’를 끈질기게 질문하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7쪽)라고 했다. 이 책은 특정 성향만이 과잉된 현시대 남성성의 위기를 진단하는 동시에, 피상적인 삶을 좇느라 ‘참자기(True Self)’를 잃어버린 모든 이에게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새롭고도 신비로운 시야를 틔워 줄 것이다.
저자

고혜경

신화학자,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교수.미국퍼시피카대학원대학교에서신화학으로석·박사학위를받았고,오클랜드창조영성대학원에서제러미테일러박사에게‘그룹투사꿈작업’을배웠다.2013년에는5·18민주화운동피해자들의트라우마를치유하는과정을이끌었다.이는국가폭력피해자를대상으로한국내최초의꿈작업시도였으며,개인의꿈을사회적맥락속에서읽어내는일의의미와가치를알리며많은주목을받았다.현재꿈과신화를통해개인과집단의상처를어루만지고무의식을탐색하는일에매진하고있다.
지은책으로《마음오디세이아1》《나의꿈사용법》《꿈에게길을묻다》《꿈이나에게건네는말》《선녀는왜나무꾼을떠났을까》《태초에할망이있었다》가있으며,옮긴책으로《여신의언어》《당신의그림자가울고있다》《꿈으로들어가다시살아나라》《꿈이이끄는치유의길》등이있다.

목차

추천사
들어가는말:그림자에묻혀있는보물을찾아서

1장제우스:통합하고성찰하는진정한아버지신
아버지이미지의현주소|악랄하고잔혹한첫세대아버지,우라노스|크로노스의승리와새로운질서의도래|혁명가크로노스는왜독재자가되는가?|건강한성장에는파괴적아버지도필요하다|군림하지않는새시대의통치자|신성한아이,제우스|고대여신들의계승자제우스|제우스로새로운아버지상상하기|‘아버지고픔’의시대에서

2장헤파이스토스:상처로마침내거룩해진신
태어남과동시에거부당하다|절뚝이는남성성과어머니를향한은밀한열망|렘노스,소외된마음세계에대한은유|자연을모방하여자연처럼창조하다|헤파이스토스는왜아프로디테와결혼했을까?|원형적삼각관계와섹슈얼리티|헤파이스토스와디오니소스|현대인의가장억압된세그림자|상처로신음하는남성속의헤파이스토스

3장아폴론:멀리서빛나는아름다운신
섬에서태어난아폴론|용,땅,어머니,그리고아폴론|아폴론,오염없는신이아닌정화하는신|오라클의성지델포이|영웅의귀가비극을낳는다|여성은왜찬란한아폴론을거부하는가?|뉴턴의심장에는아폴론이살았다|아폴론의횃불을들고,다시가이아의품으로

4장헤르메스:경계를넘나드는신비로운신
천부적트릭스터,헤르메스의탄생|언제어디서든사랑받는신|기회,타이밍,순발력의신|모두를승자로만드는장사꾼헤르메스|어리석음은죄인가?|표현의자유는헤르메스의선물이다|헤르메스가지닌여성적지성의힘|리미널리티의순간,헤르메스가나타난다|한낮에밤의신비를펼쳐내는신

5장디오니소스:억압을부수고환희를깨우는신
‘두번태어난신’디오니소스|매드,크레이지,사이코시스의차이|미치거나,갈기갈기찢기거나|디오니소스의선물,엑스터시|야만은디오니소스신의그림자|왜여성은디오니소스남성에끌리는가?|디오니소스의미궁도풀어낼아리아드네의실타래|열정으로불태운자리는신으로충만해진다

6장하데스:깊은그림자로유배된구원의신
하데스의탄생과지하세계의은유|하데스의징벌,영원성|헤라클레스는지하에서광인이된다|영혼의깊이,깊이의부|하데스는우리의무덤이자자궁이다|삶의위기는곧하데스로의초대|기꺼이하강하는사람만이풍요를누린다

출판사 서평

잡아먹히는아들들,상처입은남성들:
폭력의대물림을끊은제우스와
결핍을창조로승화시킨헤파이스토스

1장에서는오랜시간‘가부장적독재자’로인식되어온제우스신화를전복하며새로운시대가요구하는통합적아버지상을발굴한다.제우스이전세대인우라노스와크로노스는자식을땅에감금하거나삼켜버리는‘잡아먹는아버지’였다.저자는이비극적이미지에서기성세대의억압에눌려체념과무기력,우울에빠져버린현대청년들의초상을읽어낸다.저자는“제우스를건강하고온전한아버지모델로간주하는데분명편치않은지점이있다”(63쪽)고고백하면서도,신화적·심리학적해석을통해그가이전세대와는확연히다른아버지신임을보여준다.헤라를두고서도수많은다른여신을아내로맞거나심지어억지로범하는기존의폭력적인이미지는,내면의여성성(아니마)을기꺼이수용하면서다른12신과의공존을이루어내는통합적리더십으로재해석된다.이러한제우스의유연함은“‘아버지고픔’의시대”(68쪽)를사는뭇남성들에게새로운가능성을열어준다.
2장에서는부모에게버림받은상처와신체적결함을딛고위대한장인으로거듭난헤파이스토스를조명한다.올림포스에서유일하게노동하는절름발이신인그는현대인이깊이감추고싶어하는수치심,열등감,존재론적부적절감을상징한다.특히“헤파이스토스유형의남성이일평생즐겨부르는노래는〈불효자는웁니다〉라는곡”(102쪽)이라며,헤파이스토스를통해모성을갈구하면서도그결핍을연인이나아내에게서채우려드는일그러진남성성의단면을포착해내는지점은흥미롭다.
이장은인셀문제나과잉된남성성이면에도사린깊은상처를가장직접적으로다루고있다.아프로디테를둘러싼삼각관계에서드러난헤파이스토스의나약하고찌질한면모나,헤파이스토스의거울쌍인아레스가보여주는과장된허세와폭력성모두‘근원적배제와소외’에서비롯되었음을신화는말해준다.저자는“‘아레스’가발붙일곳을아예없애버린우리모습은어떠한가?”(108쪽)라고물으며,이들을단순히사회밖으로밀어내서는안된다고지적한다.나아가자신의결함을창조의에너지로승화시켜당당히올림포스에입성한헤파이스토스의궤적을통해상처와소외속에서길잃은남성들과현대인에게자기삶을되찾을눈부신가능성을제시한다.


우리를지배해온신,우리가잃어버린신:
이성에갇힌아폴론과경계를유영하는헤르메스

3장에서는찬란한이성과합리를상징하는아폴론을통해인류문명의눈부신성취와그이면에드리운짙은그림자를동시에조명한다.저자는“아폴론은현재의우리를이해하는데특히중요한신”(131쪽)이며,무질서를몰아내고인류에게이성과추상이라는진일보한개념을선사한신임을말해준다.하지만아폴론의‘맹목적인빛(이성)’은오히려‘영혼의목소리’를듣는귀를멀게했다.애매모호한신탁의숨은뜻을곱씹지않아파국을맞은오이디푸스의비극처럼,현대인역시오직명료함만을좇느라삶의복잡성을견디지못하고있다.
저자는또한올림포스최고의미남이자,주로긍정적이미지로인식되어온아폴론이정작구애한여성들에게는번번이거부당하는아이러니와그이유에도주목한다.아폴론은신화에서자신으로부터도망치는여성들을포기하지않고탐하려들다끝내파멸로몰아넣는다.저자는이를통해땅(여신)의에너지,감정적언어,무의식을억압한극단적이성주의가얼마나폭력적이고파괴적인충동으로돌변할수있는지를경고한다.
4장에서는이승과저승,의식과무의식의경계를자유롭게넘나드는헤르메스를살펴본다.자주도둑이나사기꾼으로오해받곤하지만,형아폴론의소를훔친뒤수금을내어주어모두를승자로만든일화(179~181쪽)에서알수있듯헤르메스는재기넘치는교환과협상의신이다.특히헤르메스가‘경계의신’으로서우리를내면깊은곳으로안전하게이끄는영혼의길라잡이역할을한다는점은,삶의전환기나위기앞에서방황하는현대인에게작은위로가되어줄만하다.
현대사회는과학적사고와합리성을최우선가치로두지만,안개처럼모호한삶의전환기마다우리를자유롭게하는것은아폴론적명료함이아니라헤르메스의유연한지혜다.저자는이장의마지막에서“지금껏우연이라여긴일들이헤르메스의설계”(210쪽)가아닐까를스스로물으며,삶에등장한숱한우연을혼란이나혼돈이아닌헤르메스가건넨선물로받아들인다.세상과현상을논리적언어로통제하고설명해야만직성이풀리는강박적현대인들에게,우연이야말로신이열어주는기회이자풍요라는저자의신비로운통찰은깊은울림을선사한다.


현대문명이철저히추방한신들:
광기와환희의디오니소스와
존재를거듭나게하는미지의신하데스

5장에서는야성과억압된감정을해방하는광기의신디오니소스의진정한의미를복원한다.“현대인은디오니소스신을망각했다.”(216쪽)디오니소스는오랜세월알코올중독이나파괴적광란의대명사로폄하되어인류의깊은무의식속으로유배되었다.하지만그는이성중심문명이거세해버린생명력과몸의영성을대변하는신이다.
저자는‘미치다(mad)’‘제정신이아니다(crazy)’‘광증(psychosis)’이혼용되곤하지만엄연히다른뜻임을짚으며(226쪽),디오니소스를오해해온우리에게그가이끄는‘환희와황홀경의세계’를조금이나마가늠해볼수있도록해준다.특히저자가직접겪거나들은엑스터시체험을진술하는대목에서는좀처럼닿을수없는이성저너머의신비가엿보인다.흔히‘묻지마범죄’나각종중독,전체주의적광기등현대사회의병리적현상을디오니소스적광기로치부하지만이는오히려그에너지를억압하고배척한데서비롯된‘디오니소스의그림자’다.이성에얽매인현대인에게디오니소스는두렵고막연할수밖에없지만,“신화는디오니소스신을위한자리를우리안에마련할수록벌이아니라오히려신의선물을받게된다고분명히이야기한다.”(252쪽)경직을풀고내면의열정을뜨겁게연소할때진정한자유와황홀경을누릴수있다는디오니소스의매혹적인초대는,무채색의일상을견뎌내는현대인들에게벅찬해방감을선사한다.
6장은가장깊숙하고어두운심연,하데스의세계를탐험하는여정이다.이장은《아버지가없는세상의아들들》이이끄는내면탐색의도착지이자모두가향해야할궁극적인목적지다.하데스역시디오니소스만큼이나크게오해받고있는신이다.그는흔히죽음의신으로여겨지지만,그가상징하는특질은‘무(無)’나‘공허’가아닌‘비가시성’그자체다.저자는지상최고의영웅헤라클레스조차지하세계에서는그저환영에불과한피상을향해헛방망이질을해대는‘까막눈’에불과했음을꼬집는다.자기내면세계깊이로는몸을던지지못한채,눈에보이는세상의표피에만몰두하며얄팍한자아의힘만으로모든문제를다루고돌파해내려는현대인의슬픈자화상을돌아보게한다.
이와대비되는오디세우스여정에대한해석은단연이책의가장아름다운대목이다.오랫동안바다위를떠돌다마침내하데스세계에서만난현자테이레시아스의혼백을통해‘방황의의미’와‘내삶의목적은무엇인가’라는본질적질문에대한답을구하게된오디세우스,낡은자아를허물고기꺼이어둠속으로하강한사람이‘진정한나’로다시태어나는모습은독자누구에게나깊은울림과감동을선사할것이다.

그리스세계관에서는어느한쪽만을숭배하고다른한쪽은외면하는태도를‘불경’이라여겼다.오늘날남성들이겪는균열과방황,자기자신으로부터멀어진채떠도는삶은결국이불경의다른이름일지모른다.고정적의미,박제된언어로세계를온전히드러낼수있다는착각역시마찬가지다.“본래정신의언어는단어가아니라이미지”(11쪽)라는저자의말은그래서의미심장하다.《아버지없는세상의아들들》은그간단편적인이미지로만소비되어온그리스의여섯남신을새롭게읽게하며,경이롭고도무한한은유의향연속으로독자를이끌것이다.이성과논리로는좀처럼가닿을수없는세계그너머의숨결을느끼게해주는것이바로신화가지닌힘이다.《아버지없는세상의아들들》이보여주는다채로운남신들의모습과신비로운신화의언어는새로운남성성,나아가아름답고새로운인간상을상상하게하는장미창이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