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신으로살기엔너무나엉망진창인세상,
나와공동체의안녕을함께구하기위해
정신과진료실에는차례를기다리는환자들이줄을서있다.사람들은우울증,불안장애,공황장애,번아웃같은내면의문제를설명해줄수있는병명을하나씩안고약을먹거나상담을받지만,어딘가석연찮다.이렇게많은사람이아프다면,어쩌면우리의문제는약이나상담만으로는해결할수없는게아닐까?
《정신나간세상에서아픈사람들》은우리의정신적고통이현재무너지고있는세상과긴밀히연결되어있다고지적한다.여름마다‘사상최악의폭염’이라는뉴스를마주하고,세계곳곳에서는전쟁이일어나사람들의목숨을앗아가고,불평등과차별이신뢰를좀먹고,타인과연결되는대신분열되고고립되는이세상.‘이따위세상에서제정신으로사는건애초에불가능하다’는사람들의말은투정도,엄살도아니다.우리를병들게하고,스스로도쓰러지고있는이세상에대한날카롭고간절한외침일뿐이다.
우리는증상에질병의이름을붙이고수백개의이론과수십개의치료법으로문제를해결하려하지만,이것만으로는충분하지않다.정신과의사이며심리치료사인조애나치크는우리의몸과마음에누적된광범위한스트레스요인,공동체와사회를지배하는심각한불균형,그사이의복잡한연결들을조명할것을제안한다.
이고통은생존을위한최후의경보시스템이다
사회적맥락에서정신건강의증상을이해하다
인간은위기로가득한세상에서살아남는방향으로적응했다.우울감,슬픔,수치심,분노등의감정은“우리가살아가는환경에생긴문제를제대로알아보고해결하라고알려주는신호”로활용할수있다.그러나감정경보를밀어내지않고수용하기는무척어렵다.“위험을반복적으로겪거나심각한위험을겪으면”우리몸은위험을더민감하게포착하도록조정되고,“그결과위험의낌새만느껴도습관적으로상대방의비위를맞추거나,싸우거나,달아나거나,얼어버리는반응이나타난다.”이렇게생존반응이발동될때는상황을깊이숙고하는능력이일시적으로정지되고만다.스트레스를받는상황에쉽게타인을적대시하고,비인간화하고,흑백논리에갇히고마는것도그런탓이다.
폭력과억압의역사는이반응을강화한다.치크는전쟁을겪은조부모의손에자란경험,오랜식민지배와인종차별,양육과정에서의스트레스,휴식을허락하지않고불평등을강화하는자본주의적사회,성소수자로서내면화된수치심등을예시로든다.몸과마음에지층처럼누적되는스트레스는여러세대에걸쳐모두에게,심지어는해를입힌이들과그들의자손에게까지전해져공동체전체에악영향을미친다.
역사적트라우마의증상은특정인,또는특정집단이사악해서생기는게아니다.여러세대에걸쳐모두에게전해진트라우마의영향으로지배(싸움반응의원인),분열(도주반응의원인),무관심혹은비인간화(얼어붙는반응의원인)의역학관계가고착되고,그것이모두에게해가된다.증상의근본적인원인을제대로알지못한채해로운역학관계가지속되면,우리는자멸로향한다.(146쪽)
이러한스트레스는상호의존과다양성의부재에서나온다.치크는상호의존을인식하지않는행위,“이기기위해서라면분열과정복도용인하는사고방식에는오류가있다.모두가함께살아가는시스템안에서다른구성원을힘으로제압하고‘승리’한다고해도,결국은모두가지는게임이될뿐”이라고설명한다.타인의행위에특정한규범과가치를적용해“비정상”인지를규명하는행위역시위험하다.치크는성적지향성을바꿀목적으로적용되었던전환치료와이어두운서구심리학역사의일원이었던데이비드발로의설명을예시로든다.
그럼도대체어떻게살아남아야할까?
답은타인을보살피는마음에있다
그렇다면“사람보다이윤을더귀중하게여기고,정의보다권력을중시하고,생명보다파괴를우선하도록만들어진이사회”에서어떻게살아남을수있을까?나의안위만살피는게아니라사람을,정의를,생명을우선시하려면어떻게해야할까?치크는위기를헤쳐나갈수있는열쇠로연민과공동체돌봄을강조한다.
혼란과분열이갈수록심해지는이세상에는연민이들어설자리가점점좁아지고있다.(중략)개인주의가팽배한문화속에서지배,분열,무관심의역학관계가내면화된우리는우리의행동이다른사람들에게미치는영향을잘실감하지못한다.여기에다스트레스를받고전전두피질의활성이감소해서공감과연민을더욱제대로발휘하지못하면상황은더나빠진다.기후변화를부인할수록세계곳곳에서화재와가뭄,폭풍으로죽어가는사람들이생겨난다는사실을직시하지못하고,자신이누리는불평등이누군가를굶주리게만들고우리모두를병들게만든다는것도이해하지못한다.(221쪽)
연민을발휘하면“누구나실수할수있고스트레스반응이일어나면행동을조절하지못해해가되는행동을할수있다고인정”하고,“개개인의행동은상당수가시스템상의문제에서비롯된다는사실을이해”할수있다.이는타인을이해하는일뿐만아니라회복력이있는공동체를만드는일,나자신을지키는일과도연결된다.“우리는사랑이나연민의양이한정되어있다고생각해,아껴놨다가남들에게줘야한다고믿는경우가많”지만,“연민과사랑은전염성이있다.자신이든다른사람에게든많이퍼줄수록더많이나눌수있다.”
공동체돌봄도마찬가지다.“우리가우리자신보다더큰무언가에속해있음을알고,뒤엉킨생명의관계망에함께있는모두의차이와서로의관계를소중하게여기고,이시스템의모든부분이건강해야자신도건강하다는사실을”알수있다.
하지만주변을살피고연민하며살기에는당장내가짊어진괴로움이너무나크다면?치크는자꾸만쓰레기처럼굴게되고,부정적인생각에빠져들고,삶의운전대를놓쳐버리는이들에게감정경보를의미있게받아들이고감정과행동을조절해연민을발휘하는구체적인실전가이드를5장에걸쳐제공한다.
나와타인의괴로움을끌어안는기술
개인의치유와공동체의회복은하나의과제다
〈5장인간쓰레기가되지않는법〉과〈6장뇌의운전대를사수하기〉에서치크는자기연민과능동적수용에주목한다.내면에서불쑥일어나는못난감정,충동,신체감각을외면하기보다이를잘만나고다스리는연습이감정을끌어안는데효과적이다.‘우리사회에는차별이없다’고말하는것보다‘우리사회에분명히존재하는차별을찾아내고밝혀해체하자’고말하는것이사회를건강하게만드는효과적인방법인것처럼말이다.
한편,이작업에는감정경보를의미있게수용하고그너머의메시지를읽어내는연습이필요하다.치크는찾아온감정을곱씹고원망하는대신수용하는노하우(〈7장머릿속에서빠져나오는법〉),안전감을잃어버리고뇌가만들어내는이야기에나와가까운사람이휩쓸릴때의대처법(〈8장뇌가만들어내는이야기,생각〉),몸을움직이고실천에나서감정을조절하는법(〈9장행동의조절과변화〉)을차근차근소개한다.
저자가자신의삶에서괴로움을이해해보고자고군분투했던경험,정신건강의사회적차원에관한다채로운예시들은이생존가이드에진정성과신뢰를부여한다.정신을붙들기위한가이드를공동체와환경과의관계속에서제시하고,우리가느끼는괴로움을돌봄과운동의동력으로삼아치유를모색하는점역시특별하다.
고통이살아남기위한당연한반응이라는치크의주장은위안이된다.그렇다면이렇게도해석할수있지않을까.우리가이렇게나우울하고,불안하고,세상의모든일에화가나고,수치스러워하고있다면,이는무수한고통에도우리가이세상에서살고싶다는뜻이라고말이다.그만큼우리가관계맺고있는이세상이온전하고평화롭기를간절히바라고,몸과마음으로분투하고있다고말이다.
치크는“우리는이세상을보살피는일에목숨이달린것처럼매진해야한다”고말한다.“세상은붕괴직전이고,모두의경보가크고또렷하게울려야시스템이다시균형을찾을수있다”는치크의말을함께곱씹어본다.가장먼저지금내몸과마음이울리고있는응급한경보에귀를기울이는것부터시작해보면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