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시스 잠 시와 산문

프랑시스 잠 시와 산문

$22.80
Description
한국인이 사랑한 시인 백석과 윤동주가 시에 이름을 새겨 넣은 프랑시스 잠의 작품집이다. 이 책은 특히 백석과 윤동주가 읽은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어 번역서 《프랑시스 잠 시초(フランシスㆍジヤム詩抄)》[호리구치 다이가쿠(堀口大學) 옮김, 1928]와 《밤의 노래(夜の歌)》[미요시 다쓰지(三好 達治) 옮김, 1936]의 프랑스어 원전을 우리말로 바로 번역한 것으로서 의미가 깊다. 잠의 대표 시집 《새벽 종소리에서 저녁 종소리까지》, 《앵초의 슬픔》을 비롯한 다섯 권의 시집에서 엄선된 시 68편과 산문집 《노래하는 밤》의 산문 31편을 실어 잠의 문학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저자

프랑시스잠

프랑시스잠(FrancisJammes,1868∼1938)은1868년프랑스남서부피레네산맥기슭의투르나유에서태어났다.이작은마을에서여섯살까지지내고,징수원이었던아버지의근무지가바뀜에따라포,생팔레,오르테스,보르도등으로옮겨다니며소년기와중등학교시절을보냈다.대부분피레네산맥을지척에둔소도시로시인이자연과고향의감정을키우는바탕이되었다.1888년아버지가심장병으로갑자기세상을떠나자잠의어머니는가족을데리고오르테스로이주한다.잠은33년동안이곳에머무르며주요작품을집필했다.
잠은1891년처음으로《여섯편의소네트》를발간한다.이어1892년부터1894년까지《시》라는똑같은제목의작은시집세권이매년나온다.그가운데1893년판《시》를당시오르테스에머물던영국시인휴버트크래칸소프가파리문단에알리면서,그의삶에새로운전기가마련된다.잠은무명시인에서벗어나말라르메와앙리드레니에,앙드레지드등당시의주요문인들과교류하게된다.이어출간한대화체의장시《어느날》(1895)과《시인의탄생》(1897)은그의재능을증명하고인지도를높여주었다.1896년앙드레지드를처음으로만나는데,당시지드는출판비를지원할정도로잠의적극적인지지자였다.그러다1898년《새벽종소리에서저녁종소리까지》가출간되며잠은최대전성기를맞는다.프랑스시가오랫동안박대했던소재와주제로점철된이시집을읽고,폴클로델은“당신에게있는모든게독창적이고순수하다”라며찬사를보냈다.
이시기잠의첫번째소설《클라라델레뵈즈》(1899)가나왔고,뒤이어《알마이드데트르몽》(1901),《산토끼의소설》(1903),《폼다니스》(1904)등이출간된다.이후에도여러편의소설을쓰지만,소설가로서는문학사에남을만한성공을거두지는못했다.
1901년두번째시집《앵초의슬픔》이출간되며시인으로서의명성을다졌다.이시집은열일곱편의비가를필두로대화체또는기도문형식의작품들로구성되어있다.제목과비가형식의시편들이암시하듯,고통스러운사랑의경험이저변에깔려있다.또다른문제작《하늘의빈터》(1906)가세상에나올때도사랑의실패가동력과계기를제공했다.
1907년7월잠은한여성독자로부터편지를받고교류하다그해8월에루르드에서그녀와약혼하고두달뒤결혼식을올린다.첫딸이1908년태어나자루르드에서성모를본소녀의이름을따베르나데트라부르고,그녀를위해《나의딸베르나데트》(1910)란산문집을썼다.
잠의영향력은1910년을전후하여최고조에이르지만,이때부터는《새벽종소리에서저녁종소리까지》나《앵초의슬픔》처럼문단의주목과대중의호응을널리받는작품이나오지않는다.기독교적색채가짙어진그의시는전통적작시법으로회귀하는경향을띠었다.1912년발표한《기독교농경시》는신과농부와전원을찬양하는내용으로호흡이긴시편들을담고있다.
1914년1차세계대전이발발했을때,마흔여섯살에네자녀의가장인잠은동원되지않았으나오르테스에설치된야전병원관리자로임명되어부상자와간호사를돕는등열성적으로활동했다.전쟁으로고통받는사람들을위로하는《전시를위한다섯개의기도》를1916년발표한다.1917년에는프랑스한림원(아카데미프랑세즈)이전작품을대상으로그에게문학대상을수여한다.그러나파리친구들의후원에힘입어1919년입후보한프랑스한림원회원선거에서는고배를마셨다.1924년선거에서또다시낙선한다.
그의별명가운데하나가“오르테스의백조”다.그러나경제적문제로1921년삶과문학의터전인오르테스를떠나야했다.다행히가까운신부의도움으로바스크지방아스파랑에거처를장만했다.오르테스만큼전원적인이곳에서《거룩한시대에서배은망덕한시대까지》(1921)를비롯한회상록세권을집필한다.그리고1923년부터하이쿠풍으로“삶전체의성찰과드라마”를네행속에응축한《사행시》연작이발표된다.시집《나의시적프랑스》(1926),산문집《신성한고통》(1928)과《노래하는밤》(1928)도1920년대에나온작품이다.
중·후기에는산문의양이늘어나는데경제적문제와도무관하지않다.말년에는후미진아스파랑에칩거하면서소외감과고독감을맛보아야했다.1937년파리여행은말년의고독감과섭섭함을위로해준사건이다.파리만국박람회(엑스포)를계기로개최된문학강연회에초청되어,은둔자처럼살던잠은오랜만에파리에간다.그의강연은성황리에끝났고언론은그에게경의를표하는기사를쏟아냈다.그러나그는곧건강을잃기시작해이듬해인1938년11월1일가족이지켜보는가운데아스파랑에서숨을거둔다.

목차

새벽종소리에서저녁종소리까지

불쌍한사감이…
내죽으면…
집이온통장미로가득할텐데…
나는나귀를좋아하네…
구름이흘러가도록…
나는사랑하네…
일요일엔…
부엌
한젊은이가…
오래된마을은…
기러기들이…
난즐거웠고…
푸른물가에…
젊은처녀…
성탄절자정에는…
평화가숲속에…
물이흐른다…
연민으로난죽을지경이네…
구름한점이…
촌부가…
수액이흐르네…
체로친가루가…
그대적적한가요…
정오의마을…
당신이편지를썼다…
네가가난하다는걸알아…
바야흐로가을날이다…
눈이내리리…
자그만구두장이가있네…
낡은정자에서글을쓴다…
정원에서들어보렴…

앵초의슬픔

첫번째비가
두번째비가
일곱번째비가
아홉번째비가
열네번째비가
열일곱번째비가
지난해일들이되돌아오는…
그들이내게말했다…
브뤼헤
다른이들의행복을위한기도
별하나를간청하는기도
아이가죽지않기위한기도
고통을사랑하기위한기도
나귀와나란히천국에가기위한기도

정원의상념

박식한나귀
마무리하며

하늘의빈터

밤고요한데…
한시인이말하길…
빗방울하나가…
사람들이말하는걸믿지마…
나를위로하지마오…
소녀가역서를읽는다…
난롯가에발을쬐며…
가을이오면…

사행시

공간
가시돋친말
유동성
두가지푸념
아버지가어린자식들에게
시인의아내에게
매력적인대꾸
앞으로나아가라
건널목
목가(牧歌)

노래하는밤

첫번째야상곡
파랑새의야상곡
오래된집의야상곡
성요한의야상곡
포에서만난야상곡
열에덮인야상곡
저녁식사후아이들의야상곡
성탄절의야상곡
초등학생의야상곡
사춘기사랑의야상곡
사랑스러운집의야상곡
공원에서부르는야상곡
스무번째해의야상곡
노는아이들의야상곡
구운도요새의야상곡
황량한영혼의야상곡
부르고스에서부르는야상곡
밤나팔꽃의야상곡
알프레드드뮈세에관한첫번째야상곡
알프레드드뮈세에관한두번째야상곡
알프레드드뮈세에관한세번째야상곡
알프레드드뮈세에관한네번째야상곡
가톨릭교도의야상곡
스페인오두막의야상곡
돈키호테의야상곡
데오다드세브라크의야상곡
마호메트의야상곡
복음의야상곡
화면위의야상곡
콜럼버스의야상곡
요정의야상곡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프랑시스잠,백석,윤동주
백석과윤동주를사랑하는한국독자들에게프랑스작가프랑시스잠의이름은낯설지않다.백석과윤동주가자신들의시〈흰바람벽이있어〉와〈별헤는밤〉에서그의이름을불렀기때문이다.시어의토씨까지고심하는시인이자신의시에다른시인의이름을언급한것은남다른일이다.일제치하의엄혹한시절,두청년에게프랑시스잠은이역만리의별이었다.
당시,우리말로번역된잠의시는단여섯편에불과했다.프랑스어원본이나영역본을구하는것은더욱어려웠으므로백석과윤동주가읽은잠의작품집은일본어번역본이었을확률이상당히높다.당시잠의일본어본중에서호리구치다이가쿠의번역시집《프랑시스잠시초(フランシスㆍジヤム詩抄)》는단연눈에띈다.이일본어본은잠의대표시집《새벽종소리에서저녁종소리까지》등다섯권의시집에서시71편을골라번역하고해설까지곁들임으로써잠의시세계를집결했다.호리구치의번역을통하지않고서당시잠을접하는것은거의불가능했다.또한미요시다쓰지가번역한산문집《밤의노래(夜の歌)》(1936)는윤동주의책꽂이에꽂혀있던것이현재박물관에소장되어있어윤동주와의연관성이분명하다.김용민역자는두일본어본의프랑스어원전을곧바로우리말로번역해잠의문학세계를새롭게국내독자들에게선보인다.
※《프랑시스잠시초(フランシスㆍジヤム詩抄)》의시71편중소실된3편은이번책에서제외됐다.

자연,고향,가족그리고사랑을소박하게노래한프랑시스잠
백석과윤동주와의관련성을차치하고서도프랑시스잠의문학사적위치는독보적이다.19세기말~20세기초프랑스문단은한때를풍미한상징주의시풍이쇠락하고있었다.이때잠은투명하고단순하며즉물적으로자연과고향,가족그리고사랑을노래하며문단에새기운을불어넣었다.예컨대잠에게는정신을질식시키고심장을갉아먹는보들레르의실존적·형이상학적우울이나,한인간을빗물처럼눈물로적시는베를렌의기질적멜랑콜리같은게없었다.그역시삶앞에서밀려오는슬픔을피할수없었지만,그가사는세계는출구가없는비극적공간이아니었다.잠이사는곳은어둠속에서도부드러운빛이빛나는,밤조차부드럽게노래하는,따듯하고선한곳,요컨대살만한곳이다.이를테면조촐한지상의낙원인것이다.
시는정직해야하고정직한것이아름답다는게잠의지론이다.거짓과꾸밈은복잡하지만,진실은단순하다.마치단순해서진실한어린아이와도같다.이러한진실의추구가잠의단순성의미학을형성했다.

문단과대중의사랑을한몸에받은프랑시스잠
문단에파란을일으킨잠은당대를주름잡던문인말라르메,앙드레지드,레니에,사맹,구르몽등에게찬사를받았다.그뿐아니라프랑수아모리아크,쥘로맹,생존페르스나쥘쉬페르비엘같은후대의작가들도그에게직간접적으로영향을받았다고밝히며존경을표했다.잠은문단에서인정을받았을뿐아니라활동당시대중들에게도크게사랑받았다.그가머물던오르테스에는방문객이끊이지않았고문인과독자들로부터편지가쇄도했다.
그의인기는국내에머무르지않고타국에까지전해져,독일의작가릴케는그의대표작《말테의수기》에서잠이바로“내가되고싶었던시인”이라고말했고,카프카역시자신의일기에서잠의글을읽고대단히행복한상태를맛보았다고했다.그의명성은유럽을넘어아시아에까지전해져결국백석과윤동주의시에그의이름이새겨짐으로써오늘날한국인에게까지친숙한이름으로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