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 (우리 시대의 서정 시집들황정산 평론집)

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 (우리 시대의 서정 시집들황정산 평론집)

$25.00
Description
우리는 말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뉴스와 광고, 정치적 구호와 인터넷의 댓글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말의 양은 늘어났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과 감정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상투화된 언어는 세상을 선악의 구도로 단순화하고, 때로 혐오와 폭력을 부추기는 도구가 된다. 황정산의 평론집 『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는 이러한 현실에서 서정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얘기한다. 이 책이 붙들고 있는 핵심 개념은 ‘언어의 두께’이다.
저자에게 시는 납작해진 말을 다시 부풀리는 작업이다. 사물과 사물의 관계를 이어주고, 말과 존재에 깃든 기억과 정서의 심연을 탐색하며, 일상의 언어가 지워버린 삶의 진실을 되살리는 일이 시 쓰기의 본질이다. 시인은 익숙한 질서 앞에서 “왜?”라고 질문하는 사람이며, 두꺼워진 언어를 통해 세상의 두려움과 억압에 저항하는 존재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의 서정시를 읽고 그 안에 축적된 감성과 사유의 깊이를 헤아린다.
제1부 「서정시의 힘」은 이 책 전체의 비평적 토대를 보여준다. 저자는 서정시를 자아와 세계의 행복한 합일이라는 전통적인 규정에서 해방한다. 근대 이후의 서정은 주체와 세계의 거리, 나와 타자의 긴장,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열 속에서 형성된다. 그 긴장을 견디며 언어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아이러니가 현대 서정시의 중요한 원리가 된다. 개인의 기억이 공동체의 경험과 만나는 순간 서정시는 역사의식을 획득하며, 타인의 상처를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치유의 가능성을 연다. 또한, 저자는 시어의 함축성과 침묵의 힘을 강조한다. 적은 말로 존재를 더 넓은 시간과 공간에 연결하는 데 시의 경이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제2부 「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는 이러한 논의를 구체적인 작품 속에서 확인한다. 이 시대의 별은 모든 사람의 길을 밝혀주는 절대적인 가치로 머리 위에 떠 있지 않다. 별은 꽃과 이슬방울, 돌과 바람, 타인의 손길과 마음의 그리움 속에 잠시 나타난다. 시인은 사라진 별을 슬퍼하면서 자기 몸 안에 새로운 별을 키운다. 해야, 남택성, 김백겸, 김영미를 비롯한 여러 시인의 작품을 읽어가는 과정은 우리 시대 서정시가 순수와 부재, 슬픔과 불안, 자유와 탈주를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제3부에서는 시의 시선이 삶의 구체적인 현장으로 더욱 깊이 들어간다. 죽음과 질병, 가난과 노동, 상실과 그리움, 자연과 생명의 문제가 다양한 작품을 통해 탐색된다. 평론가의 시선은 아픈 존재들이 서로의 등과 어깨와 체온을 빌려 살아가는 장면에 오래 머문다. 서정시가 즐겨 다루는 그리움은 충족되지 못한 욕망에서 생겨난 슬픔을 삶의 깊이로 바꾸는 정신적 힘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제4부 「서정으로의 초대」에 실린 서평들은 사라지는 것, 아픈 몸, 자발적 외로움, 자연, 진정성의 언어를 폭넓게 다룬다. 짧은 글 안에서도 작품의 핵심 이미지와 시인의 정신적 지향을 정확히 포착한다. 인용한 작품들의 한 단어, 한 장면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시집 전체의 세계로 나아가는 세밀한 읽기는 이 평론집의 중요한 장점이다. 이론은 작품을 재단하는 기준으로 군림하지 않고 작품 속에서 발견한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밝히는 도구가 된다.
『별이 사라진 시대의 서정시』는 우리 시대 서정시의 다양한 지형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정시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서정은 사라진 관계를 되살리고, 타인의 고통을 기억하며, 상투적인 삶과 언어에 균열을 내는 힘이다. 별이 사라진 시대에도 시인은 별을 찾아 나선다. 때로는 꽃잎에서, 때로는 아픈 몸과 외로운 마음에서, 때로는 사라지는 존재의 마지막 흔적에서 희미한 빛을 발견한다. 이 평론집은 그 빛을 따라 우리 시대의 시와 삶을 읽어가는 냉철하지만 따뜻한 안내서이다.
저자

황정산

1958년목포출생.1992년『창작과비평』평론활동시작,2002년『정신과표현』시발표.저서『주변에서글쓰기』,『쉽게쓴문학의이해』,『소수자의시읽기』『별이사라진시대의서정시』등.시집『거푸집의국적』.

목차

서문서정시와언어의두께

제1부서정시의힘

서정시라는오명/서정시와역사의식/서정적언어의힘/
상처와치유로서의서정시/시가길지않아야할세가지이유


제2부별이사라진시대의서정시

순수의눈으로다시보는세계
-해야시집『맨발로별까지』해설

부재와현존사이에서찾은무심의시학
-남택성시집『너는없고나는있고』해설

시뮬라크르와새로운주술의언어
-김백겸시집『거울아,거울아』해설

별이사라진시대의서정시
-김영미시집『내몸에는별이산다』해설

슬픔의두가지이유와그것을견디는두가지방법
-금별뫼시집『몇분의안도감』해설

벗어나거나다시붙잡히거나
-김연숙시집『눈부신꽝』해설

은근히아나키스트
-김윤선시집『절벽수도원』해설

다른것되기와다르게말하기
-김태영시집『매일밥짓는하느님』해설

불안하고불완전해서불온한
-김명이시집『사랑에대하여는쓰지않겠다』해설

제3부서정시로읽는세상의깊이와두께

아픈것들이서로를업는저녁
-박윤일시집『솜사탕증후군』해설

맑은눈이찾아낸삶의지혜
-박태진시집『가장늦게,가장낮게』해설

생명있는것들은모두슬픔을안다
-석연경시집『독수리의날들』해설

그리움의두께
-신재화시집『핑크,펑크』해설

생활의깊이와사유의구체성
-이은봉시집『생활』해설

자연속의삶,삶속의자연
-정금윤시집『가족오락관』해설

납작해진세상생명의언어로일으키다
-정영주시집『달에서모일까요』해설

주체의확장과스밈의미학
-지하선시집『미지의하루에불시착하다』해설

제4부서정으로의초대

잠으로의초대
-김재근시집『같이앉아도될까요』서평

사라지는것들을위하여
-오민석시집『그리운명륜여인숙』,
-김승기시집『여자는존재하지않는다』서평

아픔을대하는두가지방식
-주선미『통증의발원』,
-이수『오늘의표정이구름이라는것은거짓말이야』서평

살아있는것과사라지는것사이
-이영춘시집『노자의무덤을가다』서평

자발적외로움의언어
-이명수시집『바람코지에두고간다』서평

자연으로또는자연에서
-문효치시집『별박이자나방』,
-김완하시집『절정』서평

진정성의언어와그힘
-김도연시집『엄마를베끼다』서평

삶의상투성에대한두가지저항
-정병근시집『눈과도끼』,
-김예강시집『오늘의마음』서평

출판사 서평

시,특히서정시는이렇게점점납작해지는언어를부풀려풍부한언어로만드는일이다.그것은언어의상투화와폭력성으로부터원래의생생한힘을되찾게하는작업이다.시를쓰는것은지시적이고환기적인언어의본래적기능을회복하여감추어진세상의진실을파헤치고삶의현장에서우리가우리의정신에축적한많은사유와정서를기억하게하는일이기도하다.시적환유를통해서로관계되는사물을연결하여우리삶이가지는복잡한그물망속을헤집어언어의의미를끊임없이확장하기도하고,은유를통해말과사물에깃들어있는사유와정서의가늠할수없는심연까지탐색하기도한다.그렇게해서언어는풍부해지고언어의두께는두꺼워진다.

시인은꿈을꾸는사람이다.사람들이보지못하고듣지못하고알지못하는것을시인은꿈을통해발견한다.그것은세상에없는것이긴하나세상에있었으면하는시인의소망때문에보이는것이다.그래서시인이꿈꾸는세상은더아름답고충만한그런세상일것이다.그러나현실에서그런세상의모습은항상요원하기에시인은그리워하는사람이기도하다.그그리움은현실에는아직존재하지않는것에대한이룰수없는사랑이며소망이기도하다.한용운이그의시집『님의침묵』첫작품「군말」에서“그리운것은다님이다”라고말하는것은바로이런의미일것이다.이그리움이커지는만큼언어는두꺼워진다.그래서우리는서정시를쓰고또읽어야한다.

우리의언어를풍부하게만들어감성의두께를쌓아가는시인들의노력에이책을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