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청을 설립하라 (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

번역청을 설립하라 (한 인문학자의 역사적 알리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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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모국어만 읽어도 노벨상을 탈 수 있는 나라 『번역청을 설립하라』. 지난 2016년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학교 명예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면서 일본은 3년 연속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배경은 국가 정책, 일본의 독특한 문화, 학계의 노력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모든 이유에 바탕이 되는 한 가지를 꼽는다면 ‘번역’이 아닐까 합니다. 일본은 공부하는 사람들이 읽지 않으면 안 되는 모든 학문 분야의 기초 고전과 주요 도서들이 일본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번역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거죠. 번역된 콘텐츠는 마치 공기와도 같아서 풍부한 양질의 번역 콘텐츠를 보유한 일본의 학자들은 좋은 공기를 한껏 마시며 연구할 수 있는 셈입니다.

우리가 사는 한국은 어떨까요. 번역된 콘텐츠를 만드는 출판 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출판사들은 아무래도 ‘팔릴 만한’ 책들을 중심으로 책을 펴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렇다면 공익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정부는 지적인 한국 사회의 토대랄 수 있는 번역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한국연구재단에서 운영하는 명저번역사업 정도가 유일한데, 그나마도 2011년의 24억 원에서 2017년에는 10억여 원으로 예산이 감소해서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에서 ‘전셋값’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저자

박상익

저자박상익은번역하는인문학자.1953년청주에서태어났다.우석대학교에서서양사를강의하면서인문사회과학대학학장을지냈다.역사ㆍ문학ㆍ종교의학제연구에관심을갖고저술및번역을하고있다.
번역을통한한글콘텐츠확충의중요성에대한우리사회의무관심과몰이해가21세기한국의앞날에걸림돌이되리라는암울한전망과대안을담은저서『번역은반역인가』로한국출판평론상을수상했다.17세기영국의시인이자혁명가인존밀턴의탄생400주년을맞아『밀턴평전:불굴의이상주의자』를썼고,밀턴의대표산문인「아레오파기티카」를완역하고주석을단연구서『아레오파기티카:언론자유의경전』을지었고,서양사를통해한국현실을돌아보는역사대중서『나의서양사편력1ㆍ2』,구약예언정신의핵심을정의로파악한『성서를읽다:역사학자가구약성서를읽는법』을출간했다.
『서양문명의역사1ㆍ2』,『나는신비주의자입니다:헬렌켈러의신앙고백』,『호메로스에서돈키호테까지』,『뉴턴에서조지오웰까지』,토머스칼라일의『영웅숭배론』과『의상철학』,『러셀의시선으로세계사를즐기다』,『새로운서양문명의역사(상)』등을옮겼다.

목차

머리말:영어로읽을수있는데왜번역해?
모국어와민족이상
조선말수업에반발한제1고보수재들
번역청설립,서둘러야한다
세종대왕이지금살아온다면
일본보다128년늦게번역된보수주의경전
번역으로역사변혁의스타게이트를열자
하멜의교훈
우리역사의단절
정체성발견과새역사창조
번역은국가경쟁력
부끄러운무임승차이제는그만둬야
인간은모국어를사용할때가장창의적이다
비非독서국민의탄생
불통의인문학
인문학,지금부터‘새역사’를써야
맺음말:나의역사적알리바이

출판사 서평

이제라도번역에대해목소리를높여야하는이유
박상익선생은번역을통한한국어콘텐츠확충의중요성에대한우리사회의무관심과몰이해가21세기한국의앞날에걸림돌이되리라는암울한전망과대안을담은책『번역은반역인가』를쓴이후로도한국어콘텐츠확대를위해정부에서번역지원사업에소매를걷어붙이고나서야한다고목소리를꾸준히내왔습니다.유감스럽게도『번역은반역인가』를낸지12년이지난지금도한국의번역환경은전혀개선되지않았습니다.선생은“누군가의말처럼100년후한국어가경쟁력을잃게될경우,후손들이지금의우리를못난조상으로지목하지나않을까걱정스럽다”고탄식하면서번역문제가우리사회에서진지한의제로다루어졌으면하는간절한의지와희망을담아자신이쓴글들을모아『번역청을설립하라:한인문학자의역사적알리바이』를펴냈습니다.선생은번역문제와관련해어떤단체나유력자의힘에의존할의향이없으며오직한국어를쓰는공동체의지속적번영을위한토대를만드는데단단한벽돌하나를쌓는심정을밝힙니다.그리고적어도이시대에모국어를저주하고망치는자들의대열에서기를거부한사람이있었다는물증하나는후대에남겨야겠다는비장한소회를털어놓습니다.유유는이런선생의주장에깊이공감하며번역사업을국가적으로추진해야한다는선생의주장과그근거를우리사회구성원들에게널리알려대안을마련하자는취지로작은책을펴냅니다.(구체적인주장과근거는선생이청와대국민청원및제안게시판에올린아래글에잘담겨있습니다.)이책이우리시대‘한인문학자의역사적알리바이’로만남지않도록뜻을모아주시기를한국어를쓰는모든독자들께간곡히바랍니다.

저자가청와대국민청원및제안게시판에올린글

번역청을설립하라

1.미개한중세유럽은선진이슬람문명의학문적성과물을대대적으로번역함으로써스승인이슬람문명을추월하고나아가근대세계를지배했습니다.역사학자들이‘12세기르네상스’라고부르는사건이지요.번역을통해후발문명이선진문명을추월한대표사례입니다.‘번역왕국’일본에는전세계의지식이거의부족함이없을정도로번역되어있어서,모국어만으로도노벨상을탈수있는수준에도달했습니다.번역은일류국가로가기위해반드시거쳐야할선행조건입니다.번역은국력입니다.

2.전세계언어학자들이인정하듯한글은가장과학적입니다.그러나‘콘텐츠’가부족한게큰약점이지요.온시민이한국어만으로전세계의지식·정보를습득할수있게하는일은세종대왕의후손들에게주어진역사적소명이자책무입니다.번역은지식민주주의의
기반입니다.지식민주주의가빠진민주주의는온전한민주주의가될수없습니다.

3.자동번역기시대가온다고합니다.그러나기계도학습을해야합니다.마중물이필요한거죠.번역물이다량확보된언어일수록자동번역기성능이좋아집니다.‘알파고’도수백만개의기보를학습한끝에놀라운실력을갖게되었습니다.4차산업혁명을제대로하려면지금이라도양질의번역텍스트를대대적으로확보해야합니다.역사에는‘월반’이없습니다.지금부터라도착실한준비가필요합니다.

4.서양의동양학연구자들은연구대상동양고전이자국어로번역되어있지않은경우고전텍스트번역작업을최우선시합니다.미국과유럽에서는중국학과한국학전공의석사·박사학위논문절반이상이번역으로채워집니다.그러나우리는번역을학문적업적으로인정조차하지않지요.그들에게동양학이외국학이듯,우리에게는서양학이외국학입니다.서양이동양을자신들의언어로번역하여콘텐츠를확대하듯이,우리또한전세계의정보와지식을모국어로옮겨콘텐츠를축적해야합니다.그것은모국어에대한의무입니다.

5.‘번역청’이아니어도상관없습니다.‘국립번역원’도좋고‘번역위원회’도좋습니다.번역을시장에맡길수없습니다.OECD가입국중일인당독서량최하수준인한국의출판시장은꽁꽁얼어붙은빙하기입니다.번역에뜻을둔우수인력은갈수록줄어들고있습니다.21세기지식정보사회에서지식이고갈된다면나라의장래를낙관할수없습니다.적극적인정부개입과지원만이악순환에빠진번역문제를해결할수있습니다.번역을도로,항만,철도,통신같은사회간접자본으로인식하는발상의대전환이필요합니다.

6.전문연구자는자신들의공부에필요한언어를배워읽고써야하지만교양과기초학문을두루섭렵해야할시민들이외국어로텍스트를읽을경우모국어로읽을때보다학습능률은현저히떨어질수밖에없습니다.전세계언어학자들이“인간은모국어로사고할때가장창의적이다”라고이구동성으로말하는이유를되새겨봐야합니다.

7.‘인문학의위기’란말이나온지가꽤오래되었습니다.한국의인문학은‘학문후속세대단절’을우려할정도로피폐했습니다.번역활동은인문학의‘뿌리’를튼튼하게만드는작업입니다.민주시민에게인문학적성찰은반드시필요합니다.성숙한시민의식없이는민주주의도발전할수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