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 (번역 방법론)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 (번역 방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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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16 우수저작 및 출판 지원사업 당선작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 전문 번역가 김옥수가 30여 년에 걸친 번역 경험에 학계에서 발표한 논문 백여 편을 덧붙여 강의하며 검증한 내용을 5년에 걸쳐 정리한 책이다.

한글은 우리가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틀이라면 영어는 우리가 주변을 파악하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단이며, 번역은 외국문물을 받아들이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한글 특징을 외면한 번역이 지금까지 다양한 장애물을 배태한 것 역시 사실이다.

한글과 영어는 뿌리도 다르고, 등걸도 다르고, 가지도 다르고, 잎사귀도 다르다. 영어가 과학적인 언어라면 한글은 감성적인 언어다. 이제라도 한글과 영어를 특징별로 하나씩 비교하고 정리해서 한글을 다시 정립하고 거기에 근거해서 영어를 다져야 한다. 그게 한글도 살리고 영어도 익히는 지름길이다.
저자

김옥수

저자김옥수는서울에서태어나외국어대영어과를졸업하고,전문번역가로활동하며저작권중계회사‘임프리마코리아’영미권담당부장,도서출판‘사람과책’편집부장등을역임했다.약300여종에달하는영서를번역했다.대표작으로는《돼지가한마리도죽지않던날》,《아시모프의파운데이션시리즈》,《위대한유산1,2》,《두도시이야기》,《올리버트위스트1,2》가있다.학계에서발표한다양한‘번역방법론’백여편을정리하고25년에걸친번역경력을접목하여‘한겨레문화센터’에서3년동안번역방법을강의하며‘우리말살리는번역방식’을새롭게정리했다.현재는풍자와유머가넘쳐서난해한소설로유명한,영미권최고의작가‘찰스디킨스’대표작을선정해서우리말어법에맞게원작의풍미까지그대로담아내려고애쓴다.‘찰스디킨스선집’을시작으로,영미고전문학전체를새롭게번역하는게목표다.앞으로는‘김옥수번역교실’을만들어서우리말살리는번역방법을후학에게전달할예정이다.

목차

1부이론점검
1장들어가는글
2장번역이란무엇인가?
3장직역인가,의역인가?
4장우리말글이겪은수난사
5장우리말이지닌특징과영어가지닌특징,그리고차이
6장대표적인번역어투
7장영어는명사를좋아하고우리말은동사를좋아한다
8장영어에나오는무생물주어도우리말답게번역하자
9장수동태는능동태로번역하자
10장피동문을피하자
11장관계대명사번역
12장시제가마법을부린다!
13장대명사도우리말로바꾸자
14장동명사와to부정사
15장신체언어,몸짓과표정
16장관계사what과의문사what
17장접속사를잘못쓰면한글이이상하다
18장문자부호에서뉘앙스를찾는다

2부실습점검
1강문단바꾸기와모으기
2강보편적인표현을찾아서
3강나무도보고숲도살피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우리에게한글은세상을이해하는창구며생각과논리를담는그릇이며,밖으로드러내는수단이며,갈등을해소하고사회를발전시키는근간이다.

훈민정음반포는(1446)세계사에서유래를찾기힘든사례다.우연히생긴문자를오랜세월에걸쳐누적하며발전한게한문이요그리스로마문자라면그것을약간바꿔서발전한게일문자요영문자,불문자,독문자등이다.그런데세종대왕은지식인집단을동원해서우리말에가장적합한문자를만든다.

우리말과일치하는글이생겨났다는건우리생각을완벽하게표현할수있다는,우리가주체적으로세계와경쟁할수있다는의미다.하지만한문을사용하는기득권층은언문이라며억누르고연산군은대자보로폭정을비판했다며탄압한다.고종때비로소국문으로선포하나곧바로일본어에억눌리니,우리가한글을떳떳하게사용한건해방이후에불과하다.그러나해방이후에는한문과일본어뿐아니라영어까지한글을왜곡하는게현실이다.이제라도우리글을제대로정립하고익혀서‘정의가강물처럼흐르는사회’를만들며세계와경쟁해야한다.

세계주요국가는어디든모국어를가장중요한과목으로다룬다.미국은초등학교는물론이공계대학원에서도영작문학습에상당한시간을배정한다.독일역시독어학습을가장중시한다.모국어는수학과과학을비롯해모든학문을이해하는바탕이니,모국어를못하면다른과목도잘할수없기때문이다.우리가영어를‘듣기,읽기,쓰기,말하기’로배운다면중국은‘번역하기’를덧붙어서자국어를보호하며발전시켜나간다.

우리는한글을제대로모르고영어학습에매진한다.초등학교때‘철수야,영희야놀자’는내용으로한글기초를깨우치고곧바로영어학습에들어가,영어를독해하며한글을배운다.하지만두언어의특징과차이를외면하니,영어는어렵고한글은망가진다.

한글과영어는당연히뿌리도다르고,등걸도다르고,가지도다르고,잎사귀도다르다.30년에걸친번역경험과최근에발표한학계의연구업적에근거해,두언어의특징과차이를최대한세세히파악하려고노력했다.한글도살리고영어도살리는데도움이되길바란다.

책속으로추가

우리말은동사중심이니,동사를수식하는부사가당연히발달할수밖에없고영어는명사중심이니,명사를수식하는형용사가당연히발달할수밖에없다.여기에서우리말과영어는다양한차이가일어난다.이런차이를무시한번역은명사중심에다이중,삼중형용사를그대로표현할수밖에없다.전형적인‘영어번역투’며그걸보는독자역시그만큼혼란스러울수밖에없다.하지만메이지유신직후에출발어를그대로번역하던일본은당연히명사중심으로번역할수밖에없고식민지를살아가던지식인은그것을비판없이받아들인결과우리말도명사가중심처럼보이게되었을뿐이다.
그래서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이나난중일기(亂中日記),동의보감(東醫寶鑑)등도우리눈에는당연히명사처럼보인다.하지만동사를중시한우리조상에게이것은‘조선왕조에서실제로일어난사건을기록하다’,‘전란을겪는도중에하루하루기록하다’,‘동쪽나라에서소중한의학목록을살피다’는내용이다.‘錄’은‘(공식적으로)기록하다’고‘記’는‘(개인적으로)기록하다’며‘鑑’은‘살피다’란동사니말이다.
‘약포집’이나‘피난행록’을보면임진왜란때세자광해군이왜군점령지를돌아다녀서민심을불러일으키며활동한내용에소제목을붙이는데,‘백성들의믿음을잃지마소서!민심이왕세자를남쪽으로이끌다’는식으로번역한다.그게한자로모이면서명사에익숙한우리눈에명사처럼보일뿐이다.

셋째,대명사에내용을찾아주어야한다.영어는다양한표현을중시한다.게다가주어가꼭필요한데,똑같은주어를계속쓰자니다양성이깨지고주어를생략하자니문장이깨지고,그래서명사를대신하는대명사가나왔다.하지만우리말은대명사를안좋아한다.1,2인칭대명사는생략할때가많고3인칭대명사는명사로풀어준다.대명사를그대로번역하면표현이이상할뿐아니라심하면오역으로이어진다.사례를보자.

Thehopesaredwindlingbuttheyarenotyetdead.
가능성은줄고있지만그래도그들은아직생존해있다.

‘희망은줄어들지만그래도사람들은살아있다’는의미같다.하지만대명사‘그들은’이걸려서원문을보니,‘they’는‘hopes’를받는다.대명사는바로앞에있는동격명사를받기때문이다.그렇다면‘그들은’사람이아니라‘희망’이다.‘희망은줄어들어도완전히사라진건아니다’는뜻이다.대명사가가르치는대상을무시하고아무렇게나번역해서나타난오역이다.대명사를구체적인내용으로바꾸는습관을들이면피할수있다.
넷째,명사중심번역을피하라.영어는명사중심,우리말은동사중심이다.따라서영문번역과정은명사중심언어를동사중심언어로바꾸는과정이다.명사중심으로번역한내용은‘한글이란탈을쓴영어’에불과하다.찰스디킨스가쓴‘크리스마스캐럴’을보면이런표현이나온다.

고딕양식창문사이로스크루지를몰래내려다보던거칠고낡은종이있는오래된성당종탑도안보일만큼말이야.

기다란문장이명사‘성당종탑’을수식한다.명사중심으로번역한대표적인사례다.당연히눈에안들어온다.이런문장은끝까지읽고처음부터다시읽어야한다.그래서이해하면그나마다행이다.원문은아래와같다.

Theancienttowerofachurch,whosegruffoldbellwasalwayspeepingslilydownatScroogeoutofaGothicwindowinthewall,becameinvisible(…)

이것을동사중심으로바꾸면이렇게된다.

오래된교회첨탑에서는낡고묵직하게생긴종하나가고딕창문너머로스크루지를언제나은밀하게내려다보는데,지금은(짙은안개에가려서하나도)안보인다.

영어는‘그래서그렇고그런철수’라는식으로‘철수’를기다랗게수식하는명사중심문장구조다.이런문장을‘철수가그래서그렇고그렇다’처럼동사중심문장구조로바꾸는건아주중요하다.사례를더보자.

수레와마차의무거운바퀴가깊숙한고랑을만들어놓았어.
→짐마차와역마차가묵직한바퀴로깊은고랑을팠거든.

나는말로표현할길없는안도감,안전하게보호받고있다는확신으로진정했다.
→나는뭐라고말할수없을정도로마음이놓였다.안전하게보호받는다는느낌이편안했다.

베시유모가든등불이눈이녹아서흠뻑젖은자갈길과계단에빛을뿌렸다.
→베시유모가등불을들자,자갈길과계단에서녹은눈이반짝거렸다.

다섯째,복수명사관련번역어투를고쳐야한다.우리말은원칙적으로복수형을안쓰고다른식으로처리할때가많다.연설서두에흔히말하는“LadiesandGentlemen!”을우리는“신사들과숙녀들!”이라고하는대신“신사숙녀여러분!”이라고하는식이다.그런데도복수형만나오면“~들”을써서어색할때가많다.사례를몇개보자.

Oldrustedcarsorpilesoftiressatintheyards.
녹슨자동차또는타이어더미들이마당에쌓여있었다.

국내출간서적에실린번역내용이다.‘pilesoftires’를‘타이어더미들’이라고번역했다.하지만‘더미’자체에복수의미가있어서복수형어미‘들’까지들어가는건중복이다.‘타이어더미’로충분하다.그런데‘piles’라는복수형에담긴뜻은외면했다.‘타이어더미가여러곳에있다’는뜻이다.그리고‘yards’란복수형을‘마당’이란단수형으로번역하면서뜻이애매하게변했다.마당한곳에타이어더미가모두쌓였다는인상을준다.하지만원문에서말한‘piles’와‘yards’는여러마당에타이어더미가쌓였다는뜻이다.따라서‘마당에’를‘마당마다’로혹은‘여러마당에’로바꾸어야한다.(실제로주인공이어떤초라한마을에들어서다가,눈앞에쭉늘어선주택풍경을묘사한장면이다.)이렇게되겠다.

마당마다녹슨자동차나타이어더미가쌓였다.

아래는위문장에서이어지는내용이다.

Finallywestoppedatasmallhousejustlikealltheothers.
마침내우리는다른모든집들과똑같이생긴조그만집앞에섰다.

‘alltheothers’를‘다른모든집들’이란복수형으로표현했다.하지만‘모든’이란표현에복수의미가있다.복수개념을중복하면문장이어렵게변한다.‘들’이나‘모든’가운데하나를빼서간편하게바꿔야하는데,형용사‘다른’을붙여서‘집’일반을수식하므로둘다빼는게더좋겠다.그리고‘justlike’를‘똑같이생긴’이라고표현해,집모양새가비슷하다는인상을주었다.하지만여기에서‘justlike’는어느집이나고물을쌓아놓은형편이비슷하다는의미다.그렇다면‘형편이비슷한’정도가좋다.이런식이다.

마침내우리는여느집이랑형편이비슷한조그만집으로다가갔다.

다른문장을더보자.

Thenthefourmenbegantolifttheawkwardmakeshiftstretcher.
네명의남자들은임시로만든들것을들어올렸다.

‘네명의남자들’이란표현이이상하다.‘네명’자체가복수다.그런데도명사에복수접미사‘~들’을붙였다.게다가소유격‘의’는대표적인번역어투다.‘남자네명’이나‘남자넷’으로바꾸는게좋다.
그리고원문에있는‘awkward’는번역자체를안했다.형용사두개로명사를수식하는형상이다.형용사가여러개나오면하나만남겨두고나머지는부사로번역하는게좋다.

남자넷이임시로들것을어설프게만들어서들어올렸다.

지금까지우리는명사를동사로바꾸는등,품사를다양하게바꾸는사례를살폈다.이번에는명사를강조하는영어의독특한용법을살피도록하자.그런다음에우리말어법에맞도록바꾸는방법을익히자.영문법대로번역하는방식을싹잊고우리말특징에맞도록번역하는방식을익히는건아주중요하다.(영역하는원리는역으로정리하면된다.각각의사고방식과특징과차이를이해하는건콩글리시를벗어나는지름길이다.)하나씩검토해서바람직한우리말로바꾸는방법을익히면좋겠다.영작은영어원리에맞도록해야의미가있듯이번역은한글원리에맞도록해야의미가있으니말이다.
영어는행위주체인사람과동물은물론이고행위객체인무생물이나추상적인내용까지주어로사용한다.필요하면주어를가짜로만들기도한다.가주어‘it’다.그래서‘사람이어떤행동을했다’를‘어떤행동이사람에의해행해졌다’로표현하는형식을즐긴다.그래야고급영어가된다.영어에서수동태가발달한이유도바로여기에있다.
그런데이런고급영어를그대로번역하면고급한글이된다고착각하는사람이많다.하지만우리말에서는스스로움직일수있는행위주체만주어로등장하고결과는동사로표현한다.따라서바람직한우리말로번역하려면무생물주어를보어나동사로돌리고사람이나동물을주어로번역해야한다.사례를보자.

법칙1.무생물주어+동사+목적어
목적어를주어로삼고무생물주어를부사로바꾼다.

영어가우리말과제일많이다른것가운데하나는바로시제다.영어는시제자체로다양한내용을말하는데우리말은원칙적으로현재형을통해서느낌으로전달한다.내가‘영어를과학적인언어,우리말을감성적인언어’라고주장하는이유가운데하나다.
시제는한국인이영어를어려워하는가장커다란원인이다.그래서번역어투와오역을만드는공장도된다.영어시제를우리말로정확히옮기려면첫째,우리말에서시제를표현하는방식을익히고,둘째,영어시제를우리말로옮기는방법,특히,우리말에없는대과거를정확히옮기는방법을익혀야한다.

열두시제를가만히들여다보면영어는참과학적인언어란생각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