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마주하는 시간

나와 마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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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라이너쿤체

1933년구동독욀스니츠에서광부의아들로태어났다.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철학과언론학을전공했으며강의도맡았다.정치적이유로학문을중단하고자물쇠공보조로일하다가1962년부터시인으로활동했다.1976년동독작가동맹에서제명당하여1977년서독으로넘어왔다.서독으로온후파사우근처의작은마을에를라우에정착하여시작(詩作))에전념하고있다.

주요시집으로『푸른소인이찍힌편지』,『민감한길』,『방의음도(音度)』,『자신의희망에부쳐』,『누구나의단하나뿐인삶』이있고,산문집『참아름다운날들』과동독정보부가시인에대해작성한자료3500쪽을정리한『파일명‘서정시’』,그리고『사자레오폴드』,『잠이잠자러눕는곳』,『꿀벌은바다위에서무얼하나』같은동화와동시집이있다.

목차


흩어진달력종이
8월은유
구름없는흰하늘
뒤처진새
혹서(酷暑)
종말의징후
심상찮은파사우
세기의강설(降雪)
영원한삶이있다는강변
로렌부르크의파이프오르간


헬싱키,여명에사라지며
항구가내다보이는포르투에서의장례
우크라이나의밤
젊은젤마메어바움-아이징어시인을위한묘비명
파울첼란기념비
체르노비치
반역자의특권
혁명시
도둑노래


나와마주하는시간
사물들이말이되던때
인간에게부치는작은아가(雅歌)
시인에게요구하지말라
너는누구길래,시인아
로버트그레이가쓴다,시「어스름」을


인간이라는존재
밤에
육십년전내자신의증명사진
너희때문에
쉬운먹잇감
기차여행
문앞의신들
현존기한


늙어
불가역적
말을잃고
와해
비밀통문
우리나이
드물게만꿈은내게로왔다친구로
밤보고서
우리를위한하이쿠
이젠그가멀리는있지않을것

출판사 서평

라이너쿤체(ReinerKunze),
동독정보부가작성한자료3,500쪽을정리한『파일명'서정시'』의주인공이자,
횔덜린상,트라클상,게오르크뷔히너상등을수상한시인이자,
시집출간며칠만에1쇄2,000부가소진되고,두달만에3쇄를찍은,독일인들이가장사랑하는시인.

*
라이너쿤체시인은한시대의문제를올곧고도섬세하게,더없이낮고조용한목소리로증언하며,모든생명있는것들,아름다운것들을따뜻하게바라보며대변하는우리시대의시인,시인외에달리아무것도아닌사람이다.

*
쿤체시인의2018년신작시집『나와마주하는시간diestundemitdirselbst』은특유의간결한시구에삶의깊이와성찰의무게가더해져한층깊고절절해진시43편을담고있다.

*
그중「뒤처진새」는독일어시집에는없는,쿤체시인이한국의독자들을위하여새로지은시이다.

철새떼가,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건널때면,나는기다린다
뒤처진새를

그게어떤건지,내가안다
남들과발맞출수없다는것

어릴적부터내가안다

뒤처진새가머리위로날아떠나면
나는그에게내힘을보낸다
(「뒤처진새」전문)

*
그리고독자들과함께읽고싶은몇편의시들.

「나와마주하는시간」

검은날개달고날아가버렸다,붉은까치밥열매들
잎들에게남은날들은헤아려져있다

인류는이메일을쓰고

너는말을찾고있구나,네가더는모르겠는말,
없다는것만알뿐인

「사물들이말이되던때」

내유년의곡식밭에서
밀은여전히밀이고,호밀은여전히호밀이던때,

추수를끝낸빈밭에서
나는주웠다어머니와함께이삭을

그리고낱말들을

낱말들은까끄라기가
짧기도하고길기도했다

「우리나이」

우리나이
굽히기가어려워지는나이,
하지만쉬워지지
숙이기는

우리나이
놀라움이커지는나이

우리나이
믿음에는잡히지않으며
태초에있었던말씀은존중하는나이

「이젠그가멀리는있지않을것」

이젠그가멀리는있지않을것,
죽음이

깨어나는누워있다
저녁노을과아침노을사이에서
어둠에익숙해지려고

아직은동터온다,
새날이

하지만나는말한다,더는
말할수없어지기전에
잘들있어!

고목나무들앞에서는절하고
모든아름다운것에는나대신인사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