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쿤체(ReinerKunze),
동독정보부가작성한자료3,500쪽을정리한『파일명'서정시'』의주인공이자,
횔덜린상,트라클상,게오르크뷔히너상등을수상한시인이자,
시집출간며칠만에1쇄2,000부가소진되고,두달만에3쇄를찍은,독일인들이가장사랑하는시인.
*
라이너쿤체시인은한시대의문제를올곧고도섬세하게,더없이낮고조용한목소리로증언하며,모든생명있는것들,아름다운것들을따뜻하게바라보며대변하는우리시대의시인,시인외에달리아무것도아닌사람이다.
*
쿤체시인의2018년신작시집『나와마주하는시간diestundemitdirselbst』은특유의간결한시구에삶의깊이와성찰의무게가더해져한층깊고절절해진시43편을담고있다.
*
그중「뒤처진새」는독일어시집에는없는,쿤체시인이한국의독자들을위하여새로지은시이다.
철새떼가,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건널때면,나는기다린다
뒤처진새를
그게어떤건지,내가안다
남들과발맞출수없다는것
어릴적부터내가안다
뒤처진새가머리위로날아떠나면
나는그에게내힘을보낸다
(「뒤처진새」전문)
*
그리고독자들과함께읽고싶은몇편의시들.
「나와마주하는시간」
검은날개달고날아가버렸다,붉은까치밥열매들
잎들에게남은날들은헤아려져있다
인류는이메일을쓰고
너는말을찾고있구나,네가더는모르겠는말,
없다는것만알뿐인
「사물들이말이되던때」
내유년의곡식밭에서
밀은여전히밀이고,호밀은여전히호밀이던때,
추수를끝낸빈밭에서
나는주웠다어머니와함께이삭을
그리고낱말들을
낱말들은까끄라기가
짧기도하고길기도했다
「우리나이」
우리나이
굽히기가어려워지는나이,
하지만쉬워지지
숙이기는
우리나이
놀라움이커지는나이
우리나이
믿음에는잡히지않으며
태초에있었던말씀은존중하는나이
「이젠그가멀리는있지않을것」
이젠그가멀리는있지않을것,
죽음이
깨어나는누워있다
저녁노을과아침노을사이에서
어둠에익숙해지려고
아직은동터온다,
새날이
하지만나는말한다,더는
말할수없어지기전에
잘들있어!
고목나무들앞에서는절하고
모든아름다운것에는나대신인사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