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엉겅퀴 -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8

은엉겅퀴 - 봄날의책 세계시인선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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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닌 사람, 라이너 쿤체.
그의 시는 모든 생명 있는 것들, 아름다운 것들을 따뜻하게 바라본 후 만들어졌습니다. 쿤체 시인의 시들 중 가장 울림이 큰 작품 70여 편을 최선을 다해 고르고, 정성을 다해 옮겼습니다. - 전영애(옮긴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시대의 문제들을 올곧고도 섬세하게 증언하는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들은 쉽고 친근한 말들로 이루어져, 시가 특별하고 우아하고 낯선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오고 또 그들 속에 존재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임을 보여줍니다.
저자

라이너쿤체

1933년구동독욀스니츠에서광부의아들로태어났다.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철학과언론학을전공했으며강의도맡았다.정치적이유로학문을중단하고자물쇠공보조로일하다가1962년부터시인으로활동했다.1976년동독작가동맹에서제명당하여1977년서독으로넘어왔다.서독으로온후파사우근처의작은마을에를라우에정착하여시작(詩作))에전념하고있다.

주요시집으로『푸른소인이찍힌편지』,『민감한길』,『방의음도(音度)』,『자신의희망에부쳐』,『누구나의단하나뿐인삶』이있고,산문집『참아름다운날들』과동독정보부가시인에대해작성한자료3500쪽을정리한『파일명‘서정시’』,그리고『사자레오폴드』,『잠이잠자러눕는곳』,『꿀벌은바다위에서무얼하나』같은동화와동시집이있다.

목차

I명상
명상
그때면
야행(夜行)
빠른야행
자살
의미하나를찾아낼가능성
은(銀)엉겅퀴
녹슨잎알펜로제
인간이라는말
죽어가는나무들아래서
작은개
현실같지않던오월어느날
여름에날마다5시30분이면
보리수꽃핀다,그리고밤이다

II키큰나무숲
지빠귀와의대화
민감한길
키큰나무숲은그나무들을키운다
우화의끝
예술의끝
단기교육
조각습작세점
검열의필요성에대하여
한잔재스민차에의초대
아픔새[鳥]
뒤셀도르프즉흥시
장벽

III푸른외투를입은그대에게
사랑
둘이노젓기
푸른외투를입은그대에게
매일
아침의수리
어느계절에나가는산보
기차타고가기
십일월
보리수
당부,그대발치에

IV시
시학(詩學)
만국어동전
자동차를돌보는이유
푸아드리프카
큰화가제슈에대한전설
남십자성
시인출판인
시적,폴로네이즈적순간
하이쿠교실
노령의하이쿠

V메아리시조
동아시아손님
메아리시조
위로를모르는시조
어느분단국을위한씁쓸한시조
서울,궁(宮)
서울의거리모습
서울의선교
메가메트로폴리스서점
노명인과의드라이브
오죽(烏竹)
절너머
옛문체로쓴한국의귀한옛날일
하지만노래속에서는

VI나와마주하는시간
흩어진달력종이
뒤처진새
종말의징후
젊은젤마메어바움-아이징어시인을위한묘비명
나와마주하는시간
사물들이말이되던때
인간에게부치는작은아가(雅歌)
늙어
말을잃고
우리나이
우리를위한하이쿠
이젠그가멀리는있지않을것

출판사 서평

시인외에다른아무것도아닌사람,라이너쿤체.
그의시는모든생명있는것들,아름다운것들을따뜻하게바라본후만들어졌습니다.쿤체시인의시들중가장울림이큰작품70여편을최선을다해고르고,정성을다해옮겼습니다.―전영애(옮긴이)

낮고조용한목소리로시대의문제들을올곧고도섬세하게증언하는시인라이너쿤체의시들은쉽고친근한말들로이루어져,시가특별하고우아하고낯선세계에존재하는것이아니라,먹고마시고일하고사랑하는사람들속에서나오고또그들속에존재하는지극히일상적인것임을보여줍니다.
그의전체시들중,1삶에대한성찰이담긴시들,2낮고도따뜻한시본연의목소리로저항과비판을노래한시들,3사랑시들,4시에대한깊은성찰을담은시들,5한국에대한시들,6특유의간결한시구에삶의깊이와성찰의무게를더한시들,이렇게여섯묶음으로나누어서시인의시세계를한눈에볼수있게했습니다.그중특히사랑시모음인〈푸른외투를입은그대에〉에는시인의아내엘리자베트쿤체가국경이삼엄했던냉전시절,동독라디오에서쿤체시인이읽은시를듣고체코에서보내온편지로시작하여400여통의편지가오간후만나보지못한채로청혼하고지금도함께하고계신,그이들의험난하고행복했던시간들그리고노년의애틋한사랑이잘담겨있습니다.한국에대한시들모음인〈메아리시조〉에는쿤체시인이2005년짧은한국방문후시인의예리하고도애정어린눈길에포착된한국의면면이잘드러나있습니다.
이시집에대한최선의소개는쿤체시인의개성이잘드러난시들을직접,여러편보여주는것이라여겨져,총여섯묶음에서가장대표적인시1~2편을소개하는것으로대신하려합니다.

1.삶에대한성찰이담긴시편묶음‘명상’
〈은엉겅퀴〉
뒤로물러서있기
땅에몸을대고
남에게
그림자드리우지않기
남들의그림자속에서
빛나기

2.낮고도따뜻한시본연의목소리로저항과비판을노래한시편묶음‘키큰나무숲’
〈지빠귀와의대화〉
지빠귀네집문을두드리다
지빠귀는
흠칫하며
묻는다,너니?
내가말한다,조용하구나
나무들이
애벌레들의노래를칭찬하고있어,지빠귀가말한다
내가말한다.…애벌레들의노래라고?
애벌레들은노래를못하는데
노래를못해도괜찮아,지빠귀가말한다
걔들은초록색이잖아

3.연시묶음‘푸른외투를입은그대에게’
〈둘이노젓기〉
둘이노젓기
배한척을,
하나는
별들이훤하고
또하나는
폭풍들이훤하고
하나가
별들을헤치며이끌면
또하나는
폭풍들을헤치며이끌리
그리하여끝에가서는아주끝에가서는
바다가추억속에서
푸르리

〈당부,그대발치에〉
나보다일찍죽어요,조금만
일찍
집으로돌아오는길을
혼자와야만하는이
당신이아니도록

4.시에대한깊은성찰을담은시편묶음‘시’
〈시학(詩學)〉
많은답(答)들이있지만
우리는물을줄모른다
시(詩)는
시인의맹인지팡이
그걸로시인은사물을짚어본다,
인식하기위하여

5.한국에대한시편묶음‘메아리시조’
〈동아시아손님〉
그녀배가고픈가?
아뇨
그녀배가고픈가?
아뇨
그녀배가고픈가?
약간
세번
산(山)에다대고문두드려야한다
세번째에야
열린다?
틈새하나

6.특유의간결한시구에삶의깊이와성찰의무게를더한시편묶음‘나와마주하는시간’
〈뒤처진새〉
철새떼가,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건널때면,나는기다린다
뒤처진새를
그게어떤건지,내가안다
남들과발맞출수없다는것
어릴적부터내가안다
뒤처진새가머리위로날아떠나면
나는그에게내힘을보낸다

이깊고정갈한시편들이,시를아끼는독자들의따뜻한손에,무엇보다"뒤처진새"같은마음에가닿기를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