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천 년 빵의 역사

육천 년 빵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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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빵의 역사를 읽지 않고 인류 문명사를 논하지 말라

기존의 역사가들은 역사를 정치나 종교, 권력 같은 형이상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와 같은 사관의 독주와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수많은 미시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다른 미시사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스케일의 한계와 관점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기존의 역사에 대한 보충으로서의 '빵의 역사'를 기술하는 책이 아니라, 종교나 정치권력이 아닌 빵, 즉 식량의 문제가 인류 문명의 흥망을 결정해 왔음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증명하는 책이다. 이 책은 '빵에 관한 역사책'이 아니라 '인류문명사에서 빵의 결정적 성격을 기술한 역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시간적으로는 기원전 4천 년부터 현대까지 약 6천 년, 그리고 공간적으로는 이집트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지역에서 펼쳐진 인류 문명사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빵의 역사가 기원전 4천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은 빵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빵이 서양문물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쌀 문화권인 동양문명을 통찰하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식량과 농경문화를 통해 인류 문명사의 심각한 내막을 파헤쳤다는 점에서는 동서양을 가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 책은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생생하고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어 마치 인류역사의 대서사시를 그린 문학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무엇보다 그 방대한 자료 동원에 기가 질리게 된다. 이 책에는 신화, 화학, 농업, 종교, 경제, 정치, 법 등 인류 문명의 핵심적인 분야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책 한권을 쓰기 위해 이렇게 많은 자료를 모을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많은 자료를 하나의 관점으로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야콥은 사회적 혼란이 극심했던 제2차세계대전 전후 시기에 이런 작업을 해냈다. 이 원고를 발굴하여 처음으로 소개한 (이 책은 영역판으로 가장 먼저 출간되었다) 미국 작가 린 앨리는 이렇게 탄성을 질렀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한 작가가 평생을 들여 집필한 유일한 역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버드대학교 도서관의 도서목록에 하인리히 야콥이라는 저자명 아래 무려 37종의 저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어떻게 내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자

하인리히E.야콥

저자:하인리히에두아르트야콥
베를린에서은행가의아들로태어나그곳에서문학과철학,음악,역사를공부했다.그는당대에매우유명하고존경받는시인이자극작가이며소설가였고,베를린최대의신문인<센트럴유러피언>의편집장을지냈다.엘버트아인슈타인,토마스만,프란츠베르펠,슈테판츠바이크,정치철학자한나아렌트,영화감독막스라인하르트를비롯한많은명사들이그의친구이자동료였다.나치치하에서유대인이라는이유로체포되어집단수용소에수감되었다가아내와미국인삼촌덕분에미국시민권을얻어1939년석방되었다.이후뉴욕에서생활하다가오스트리아로옮겨그곳에서사망했다.그는예술과과학분야의지식을두루갖춘20세기의대표적인르네상스적지식인으로손꼽히며,평전·시·소설·역사·희곡등다양한분야의책을썼다.저서로《요한스트라우스》,《멘델스존과그의시대》,《모차르트》등40여권이있다.이책《빵의역사》는저자가필생의역작으로꼽는저서이다.이책은최근그진가를인정받아세계가국에번역소개되고있다.

역자:곽명단
소설과교양서를번역한다.옮긴책으로『별옆에별』『위대한감시학교』『어느뜨거웠던날들』『신이없는세상』『하얀라일락』『행복한그림자의춤』『소공녀』『위험한요리사메리』『배고픔에관하여』『검은감자』『위대한박물학자』『창조적단절』『아름다운죽음의조건』『육천년빵의역사』(공역)등이있다.

역자:임지원
서울대학교에서식품영양학을전공하고같은대학원을졸업했다.전문번역가로활동하며다양한인문·과학서를옮겼다.옮긴책으로는『공기』,『에덴의용』,『진화란무엇인가』,『섹스의진화』,『스피노자의뇌』,『넌제로』,『슬로우데스』,『루시퍼이펙트』,『급진적진화』,『사랑의발견』,『세계를바꾼지도』,『꿈』,『육천년빵의역사』(공역),『교양으로읽는희토류이야기』등이있다.

목차

서문|6

제1장선사시대의빵|11
최초의농부,개미|13
쟁기의발명|21
풀들의경쟁|31

제2장고대의빵|43
제빵의발견―이집트|45
네얼굴에흐르는땀으로―이스라엘|70
씨알의수난―그리스|93
엘레우시스의빵신전―그리스|114
빵은곧정치다―로마|144
빵의신,예수그리스도―로마|168

제3장중세의빵|205
옛땅,새로운사람들|207
수도사,수호신그리고농민|214
방앗간주인은모두도둑이다|230
제빵사가우리를굶주리게한다|247
기아의세기|261
괭이를든사람들|283
피흘리는빵|296
부풀어오르는빵|314
최후의만찬에대한논쟁|336

제4장초기아메리카의빵|355
위대한방랑자―옥수수|357
감자의시대|383
스퀀토와올리버에반스|402

제5장19세기의빵|435
과학은혁명을막을수있는가|437
프랑스혁명의주역,빵|450
빵에패배한나폴레옹|468
빵은면화보다강하다―링컨|484
토지를정복한기계―매코믹|496
대지에게는의사가필요하다―리비히|513
맬서스의도전|527
밀의제국―미국|535

제6장우리시대의빵|565
제1차세계대전과승리의여신,빵|567
러시아의빵―1917년|580
세계지도를바꾼식물학자들|597
농민을구제하라|616
데메테르,다시경고하다|631
빵,건강,사업그리고인간의영혼6|43
히틀러의‘기근협정’|667

후기|700
참고문헌|701
찾아보기|716

출판사 서평

이책은빵과밀의‘황금가지’이다.
―「시카고선(ChicagoSun)」
인류의종교,정치,기술의진보를빵을통해서논하다니,이얼마나대단한일인가!
―스테판츠바이크(StefanZweig)
가장심오한삶의신비가무엇인지알고자하는사람이라면반드시읽어야할책!
―프란츠베르펠(FranzWerfel)
빵의역사라는거대한서사를통해야콥은세계사를개괄했다.요컨대세계의풍속,종교,민간신앙,역병등을빵을중심으로쓴것이다.저자는고대이집트시대부터1943년에이르기까지인류문명사의사건들을낱낱이꿰뚫고있다.대단히매력적인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allStreetJournal)」

이처럼일반독자에게철저한학문적고증을제시한책은찾기힘들다.이책은서양문명에대한광범위한사회연구서로서혀를내두를만큼내용이풍부하고다양하다.야콥이밝혀낸엄청난정보에그저놀라울따름이다.
―「뉴욕타임즈(NewYorkTimes)」

야콥은과도하고무모하게전문화의시대가된오늘,사라져가는20세기백과전서파의몇안되는사람으로평가될만한탁월한작가이다.
―헨리.W.브랜(HenryW.Brann)

전쟁을중심으로역사를기술하는것보다빵으로본역사를쓰는일이몇십배더어려운작업임은말할필요도없다.이것을쓰기위해서는역사적식견과지식은물론시적통찰력까지요구되기때문이다.저자는이세가지조건을모두갖추었으며,그런자신의능력을한껏발휘함으로써의미심장하고도대단히재미있는책을펴냈다.
―「새터데이리뷰(TheSaturdayReview)」


주요내용
예수가빵의신이되지않았다면
나는생명의빵이다.나에게온사람은결코굶주리지않을것이요,나를믿는자는절대목마르지않으리라.―예수

이책에따르면예수는빵의신이됨으로써세계를지배할수있었다.실제로예수는사람들에게'일용할빵'을청하라고일렀으며,설교를할때도농경기술에서차용해온무수한비유에윤리적인옷을입혔다.예수는허기진사람들을위해빵의기적을일으켰고사람들은‘공중에서수천개의빵을만들수있는존재’가바로자신들이그토록열망했던새로운'빵의신'임을더이상의심하지않았다.사람들은땅이소출을내지못해서라기보다는빵에내려진저주,'네얼굴에흐르는땀으로'노동을해야빵을먹을수있다는저주가풀리기를바랐다.그리고마침내예수는죽음을앞두고"먹어라.내가곧빵이니라"라고말함으로써원래의빵의신,데메테르를내몰고빵의신으로서의자리를차지했다.만약예수가빵의신으로서의지위를차지하지않았다면오늘날예수는존재하지않았을지도모른다.

로마는빵으로흥했고빵으로망했다.
아우구스투스에서마르쿠스아우렐리우스까지모든로마황제는빵여신을모시는엘레우시스교도였다.로마시대의제빵사들은일종의공무원이었고,황제는빵의왕으로서,빵의무료배급표를나누어주는제빵사길드의수장이었다.로마인들은빵을정치적구성요소로전환시켰다.그들은빵으로써통치했고,빵으로써세계를정복했으며,빵으로써멸망했다.로마황제는이집트의옥토를사유화함으로써거대한권력을유지할수있었으나귀족과부자들의대토지소유를가능케한라티푼디움경제체제는농민들의몰락을가져왔다.농민들이몰락하자빵이부족하게되었고,더이상수많은속국들을유지할수없게되었다.만약로마제국의통치자들이사상최악의토지정책만펴지않았다면고트족의침입만으로는쉽게멸망하지않았을것이다.

빵앞에서패배한나폴레옹
군대를움직이는것은병사들의위장이다.―나폴레옹

나폴레옹은전쟁에서빵의중요성을누구보다정확하게인식하고있었다.그러나실전에서그는뜻밖의실수를저지르고말았다.너무빨리진격한나머지빵을실은마차들이미처기병대를따라오지못한것이었다.나폴레옹은러시아의곡창지대에도달하면빈곡물마차를채울수있으리라고생각했다.그러나그것은착오였다.러시아군대는퇴각하면서여문곡식이라면마지막한톨까지도모조리가져가버렸던것이다.전쟁사상최악의식량난이시작되었다.빵없이50일이지나자군사들은거의미쳐갔다.굶주린병사들은얼어죽었으며빵한입을서로차지하기위해살인까지벌였다.

한때,프랑스병사들은멀쩡한밀다발을야영장의모닥불에던져넣고,좋은빵의속만파먹고나머지는땅바닥에굴리곤했다.이러한행위들때문에그들은어떤음식으로도허기를채울수없는형벌을받은것이다.빵을위해나폴레옹이실제로이룩한업적은무엇일까?약2백만프랑스인의목숨을앗아가고,동맹국및적국의국민약6백만명을죽임으로써빵먹는인구를크게줄였다.그리고엄청나게죽어간이들의시신은유럽의들판을비옥하게만들었다.그정도가빵의역사가나폴레옹에게감사해야할만한사항이라고볼수있다.

남북전쟁승리의주역,밀
밀은면화보다강하다.―링컨

'승리는빵을가지고있는편의것이다'라는말이나폴레옹전쟁보다더욱명백하게적용될수있는경우가바로미국의남북전쟁이다.면화생산지인남부는밀생산지인북부를이길수없었다.언뜻보기에는남부가훨씬유리해보였다.남부의면화생산량이미국면화수출량의3분의2를차지하고있었기때문이다.그러나면화가식량이될수는없었다.전쟁이나자남부에서는밀가루값이폭등하고기아자가속출했지만,북부에서는굶주리는사람이없었다.남부로식량을나르는모든철도는봉쇄되었지만북동부에서북서부로가는철도는원활하게운행되었다.북부의군인들이식단이바뀌지않는다고불평할때,남부의군인들은자신의셔츠를물어뜯을수밖에없었던것이다.전쟁초기에남부에호의적이었던영국과프랑스가얼마안가서북부쪽으로돌아선데에도그럴만한이유가있었다.남부의면화없이는살수있었지만북부의밀없이는살수없었기때문이다.

인공기근으로인종말살을꾀한히틀러
나치는기근을살상무기로이용했으며그효과를미사일탄도처럼정확하게계산해냈다.히틀러는유럽의기근을만들어내는최고의기술자였다.놀라운나치기계들은거의소리도없이이일을해치워나갔다.인공적인기근으로유럽의인구를말살하는일을말이다.이과학적약탈시스템은전쟁을위한목적이상의것을목표로하고있었다.이는독일의기호에맞게유럽인구를조정하려는계획적인시도였다.히틀러는"인종말살은과학이다"라고말했다.
히틀러와그의공범자들은식량배급에있어서대상을엄격히구분했다.나치의발굽아래있는민족들중일부는허약한농노상태로만들작정이었다.폴란드인이대표적인예였고일부민족은지구상에서완전히추방해버리고자했다.유태인들처럼말이다.이것은전세계인을세종족으로나누어세계를재편하고자하는고의적이고주도면밀한계획이었다.영양상태가좋은지배계층인종,반란을일으키기에는너무나허약한노동계층인종,모조리시체가되어버릴인종,그렇게말이다.그들이선택한인공기근이라는방법은폭격보다잔인했다.

인류문명의7가지단계
모든국가의재앙은순전히농업과결부되어있다.땅을황폐하게만드는수탈적경작은언제나같은절차를밟는다.맨처음에농부들은처녀지에똑같은작물을해를거듭해서경작한다.그러면언젠가수확량이줄어들게되는데그것이바로제2기이다.그러면농부들은새로운경작지로이동한다.제3기는새로운경작지를찾아낼수없어서이전의농지를다시경작하되일년동안농사를짓고다음해에는농지를묵히는휴경제를도입한다.수확은계속해서감소한다.생산량을조금이라도늘리기위해농부들은엄청난양의거름을사용한다.가축의배설물을거름으로이용하기위해자연적인목초지에가축을방목하여기른다.제4기에는결국자연적목초지만으로는가축을먹이기부족하게되어농부들이경작하는땅의일부를가축을먹이기위한사료작물재배에할애한다.처음에는목초지를이용하듯심토층을이용해서경작한다.그러나결국은사료작물재배도휴경제를도입해야할때가온다.제5기에이르면심토층이모두고갈되고밭에서는더이상채소를기를수없게된다.처음에는완두가고사(枯死)하고그런다음토끼풀,순무,감자도자라지못하게된다.제6기에는모든종류의경작이완전히끝나고만다.더이상인간을먹여살릴수없는땅이된다.그렇다면제7기는무엇일까?그것은살인이다.토지의살해다음에는인간의살해가시작된다.수요와공급의불균형은필연적으로지구상의인구를감소시키게된다."이것이바로역사의법칙이다"라고리비히는말했다.어느시대든인간사회의분열과화합은토지를비옥하게유지하기위한것이다.

세계의평화는빵의평화다
모든전쟁에서처음한마디는총성이었지만마지막한마디는언제나빵의목소리였다.―허버트후버

저자야콥은누구보다빵의중요성을온몸으로체험한사람이다.1938년4월,나치가빈을급습하여오스트리아의지식인150명을체포했을때유럽의주요일간지수석기자였던야콥역시체포되어다카우와부켄발트에있는강제수용소에수감되었다.이책의초기원고를아내도라가숨기지않았다면나치에의해불살라졌을것이었다.강제수용소의경험은야콥에게이책을기필코완성하리라는의지를불러일으켰다.죽음의고비를넘기고이위대한원고를마무리하면서야콥은이렇게쓰고있다.

부켄발트의강제수용소에서우리는진짜빵을맛볼수없었다.빵이라고불리는물건은감자가루,콩,톱밥의혼합물이었다.속은납빛이었고껍질은쇳빛이었다.맛도쇠같은맛이났다.이물건은마치고문당하는사람의이마에땀이송송맺히듯표면에물기가배어나왔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예전에먹었던진짜빵을추억하며그것을빵이라고불렀다.우리는그빵이나마사랑했고그것이배급되기를노심초사기다리곤했다.그곳에있던많은사람들이다시는진짜빵을맛볼기회를얻지못하고목숨을잃었다.나는아직살아있다.내가다시진짜빵을먹을수있게된것이그저놀라울따름이다.빵은성스러운것이다.그러나빵은한편세속적인것이기도하다.모든사람들이빵을먹을수있다면더이상좋을것이없다.사람과빵은나란히6천년이라는세월을함께걸어왔다.신의두피조물은원하는모든것을가질수있었던순간이종종있었다."그리고그들은배불렀다"라고성경은말한다.이보다더간결하게행복과만족과감사를표현하는말은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