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의 〈아픈 곳이 모두 기억난다〉는 나날의 삶을 영위하는 일상의 터전 바깥으로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귀로의 이미지들을 예술적 지력선의 중추로 삼는다. 또한 이 여정의 편린들에는 제 실존의 참된 얼굴을 정직하게 되돌아보려는 내면적 성찰성의 벡터가 곳곳에서 휘황한 빛으로 번쩍인다. 이는 시집의 앞머리를 장식하는 첫 시편에 나타난 “횡단하는 여행은/매 순간 과거가 되어/풀썩 쓰러지거나/내려놓는다”(?브레슬라우 여행?)에서부터, 시집 뒷자리에 드리워진 “나는 외출하고 없다,/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네가 책상다리하고 앉아/없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라면을 끓여 먹고 밥 말아 먹고/물도 한 컵 들이킨다.//내 안을 온통 차지하고/언제 떠날지 모르는 네가/싫지 않다”(?류블라니아행?)에 이르기까지 수미일관한 짜임새를 이룬다. 그렇다. 저 성찰의 움직임은 “마음이 헤매고 다녀/거리도 크기도 잴 수 없다”(?월식?)라는 도드라진 형세의 제유(提喩) 이미지에 응집된 것처럼, 시인의 타고난 체질로 짐작되는 역마의 감각 또는 이국취향(exoticism)의 감수성에서 기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두서없는 방랑자의 정서나 무책임한 방임 상태를 만끽하려는 자리로 나아가지 않는다. 도리어 우리들 모두의 나날의 삶에 들러붙은 권태와 타성을 바닥까지 훑어보려는 실존적 고뇌의 깊이를 에두른다. 또한 시인이 제 삶을 지탱하는 정주지를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여로의 과정에서든, 혹은 일상적 삶의 한복판에서 존재론적 비의를 그윽하게 감수하는 경우든, 매한가지의 자취와 흔적을 남긴다. 어쩌면 시인은 시간 여행자의 시선과 감각을 제 삶에서 고스란히 살아 낼 수밖에 없는, 이른바 역마라고 일컬어지는 원초적 기질과 숙명에서 달아날 수 없는 자인지도 모른다.”(이상 이찬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허진석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타이프라이터의 죽음으로부터 불법적인 섹스까지〉 〈X-레이 필름 속의 어둠〉을 썼다. 〈아픈 곳이 모두 기억난다〉는 허진석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집이다.
아픈 곳이 모두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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