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것을명쾌하게,복잡한것을단순하게!
수학적세상읽기의즐거움을만나다!
1853년러시아의남하에오스만제국과동맹국들이맞서4년간전쟁을벌였다.크림전쟁이었다.1854년34세의나이팅게일도이전쟁에뛰어들었다.야전병원의간호책임자가된것이다.군당국은전투에만신경을쓸뿐부상자에는무관심했다.모두가전쟁은늘죽음과맞닿아있는곳이라고생각했기에개선은이루어지지않았다.
그러나나이팅게일은전시상황을다르게봤다.‘전쟁터가사람을죽인다’는뻔한생각에속지않았다.세상에참혹하지않은전쟁은없다.그러나전투로죽는병사보다전염병으로죽는병사의숫자가훨씬많다면그것은분명히문제였다.나이팅게일은노트와펜으로모든숫자를기록하며데이터를수집하고분석했다.입원과퇴원,사망자수,사망원인등.전쟁과사망자수를당연시여기며현실을외면하던사람들에게나이팅게일은철저하게숫자에기반을둔데이터를수집하여병원에‘위생’개념을도입한다.사람들의편견어린속삭임보다숫자가보여주는흐름과이야기에귀를기울였던나이팅게일덕분에영국의야전병원에서사망한병사의수가60%에서2%까지하락한다.말그대로숫자에속지않고,자신의직관과경험을수로쌓인데이터와연결할수있었던나이팅게일로인해야전병원뿐아니라전세계의의료시스템이변하게된것이다.
한국에서경영학을공부하다모스크바국립대학에서수리논리학으로박사학위를받은저자박병하.귀국후러시아와부산의영재교육을잇는데헌신하고,유클리드의《원론》을강독하며수학교사들에게수학을가르치는저자가복잡한세상을꿰뚫는수학적사고의힘을보여주는책《속지않고살수있다》를출간했다.박병하박사는수학개념의발달사,수학과인문학의교류,수학교육의대안을고민하며성인을위한수학인문강의뿐만아니라수학교사와아이들을위한수학캠프를진행하며수학이갖는다채로운의미들을한국사회에전달하고자노력한바있다.
박병하박사는모스크바대학에서수학을공부하기전,한국에서경영학을전공하며‘문과’로살았다.그렇기에더욱저자는수학을배우면서상처받은사람들의마음,수학이재밌기보다어렵게느껴지는현실을누구보다잘알고있다.한국에많은수학책들이출간되었지만,독자들의눈높이를이해하고배려하는책은드물다.복잡한수학이론대신현실에서만날수있는다양한사례를책안으로끌고와독자들이한번쯤경험했을법한고민을이책에서풀어낸다.
쇼핑몰할인에숨은퍼센트가어떤의미를갖고있는지,소개팅과면접은몇번까지보는게좋을지,보통사람이나쁜사람보다더위험한이유등,현실을살아가는우리들에게수학이어떤효용을건네며,그것이우리삶에어떤변화를이끌어낼수있는지를설명한다.또한속을수밖에없는상황을평균개념을통해보여주고,정치인과기자들의막말에서벗어날수있는힘을수리논리의기본기를통해펼쳐보인다.마지막으로빅데이터와인공지능시대에수학적사고가어떤힘이될수있는지를알려준다.현실을수로,수를현실로볼수있는힘이삶을어디까지변화시킬수있는지를말해주는이책은‘속지않고살기’를새해다짐으로삼은독자들에게지적호기심과수학적세상읽기의즐거움을선사할것이다.
이게정말수학일까?할인과소개팅
《속지않고살수있다》가기존의수학교양서와다른점은이책이다루는‘소재’에있다.100%할인이공짜가되지않는이유,소개팅을얼마나해야하는지등은기존의수학교양서에서다루지않는낯선이야기들이다.잘안다고생각하지만,정확히알지못하는소재들을통해그안에놀라운수학의원리가숨어있음을보여주는방식은독자들에게흥미로운지점이될것이다.쇼핑몰에서는마감할인,재고처리라며엄청난폭의할인을말하지만실제로만나게되는가격은다르다.그런상황에서사람들은계산을더해보지않고‘할인을했으니저렴할것’이라고생각하며물건을구입한다.박병하박사는당혹스러운그순간을포착해분모와분자에어떤속임수를쓰는지를설명한다.
게다가소개팅을얼마나할지,집을구매하기위해얼마나많은집을볼지,채용을위해될때까지면접을봐야하는지는모두의고민이다.‘그냥아주많이!’라고생각하려는그순간,박병하박사는케플러부터만들어진‘최적중지전략’을설명하며우리의선택과결정에수학적요소를가미할수있음을보여준다.
이게정말수학일까싶은요소들은책전체에배치되어있다.금융위기는예측할수있다는이야기를벤포드의법칙을통해설명하고,착시와착각에서벗어나기위해수학이얼마나큰역할을하는지를보여준다.더정확한그림을그리기위해화가들이수학을사랑한이유,한국사회에서도큰이슈가되고있는막말에대한수학적고찰은이제껏만나지못했던신선한경험이될것이다.
저자가너무나당연해보이는일상을택한진짜이유는따로있다.이책에언급되는사례들은언뜻보면일상이기때문에거짓이나속임수가스며들지못할것이라고생각한다.하지만저자는그안에우리가갖는‘선입견’을설명하고,그것이얼마나허무맹랑한지를밝힌다음,그일상의이면에쉽게속을수있도록설치된생각들을보여준다.특히퍼센트개념은현실을이해하는데큰도움을준다.종종기자들이주가를다룰때평소에는3%올랐다고쓰다가폭락에는3조원이증발했다고쓴다.이렇게취사선택하는기사를보면그것을쓴기자의눈을가만히들여다볼수있어야한다고저자는강조한다.이렇듯수학처럼보이지않는것들에담긴수학을통해,일상과속임수가떼려야뗄수없는관계라는사실을알게된다.일상속의이야기들은독자들을흥미진진한모험으로이끈다.저자특유의재치가보태진일상의이야기들은이책의재미를배가시킨다.
수학을넘어선수학,1미터와지도전쟁
앞서생각하기도전에속게되는사례들을다루면서,동시에이책은사람들이좀더정확하게생각하게된조건들을역사적사실을통해설명한다.
유럽뿐만아니라전세계를변화시켰던프랑스혁명은단순히구체제가몰락하고,공화정이탄생했다는데있지않다.수학적으로도프랑스혁명은의미있는변화를만들어냈다.당시나라마다직업마다지역마다측정단위가달랐다.프랑스혁명은서로다른길이체계를사용하던낡은관행을철폐하고,단일한단위길이를정한다.우리가익히아는‘1미터’라는단위는수처럼길이에대해서도공통언어를갖자는노력이다.1미터라는공통언어를갖기위해6년간원정을떠난프랑스사람들이사용한수학은‘삼각함수’였다.세계사를보면집권한모든정부는도량형통일을제1과제로삼는다.그이유는도량형이난립할때그만큼혼란을불러오고,또한잘해결된다면안정을가져올수도있다는의미이기도하다.1미터라는전세계의기준을만드는데사용된삼각함수는그야말로혼란스러운세상을위기에서구한것이라볼수있다.
수학은세상을구하기도했지만,총성없는전쟁을불러오기도했다.1600년대전쟁이잦은유럽에서지도의필요성이대두되면서다양한수학이사용되었고,1800년대가들어서자유럽의나라들은자신들만의지도를갖게된다.
지도의가장큰문제는왜곡이다.둥근지구를평면에나타내려면어쩔수없이왜곡이발생할수밖에없다.적도지방에해당하는중간부분은원래직사각형에가까웠으니왜곡이적지만북쪽과남쪽의위아래끝근방은원래위도의길이보다많이늘어난다.남극이나북극에가까운국가들은땅이더넓어보이게되는것이다.
물론이런과장을반기는사람들이있다.한때소련은메르카토르지도를보여주며자국민에게대국의위용을자랑했고,반공주의가투철했던미국의국가기관은메르카토르지도를전시하며“이렇게큰공산주의국가가우리를위협하고있다.미국인들이여,경계하라.힘을하나로모으자”고홍보했다.냉전은정치체제의문제가아니라지도를통해서도진행되고있었다.이후‘메르카토르지도’가유럽중심주의라고비판하며,제3세계에서도자신만의지도를발행한다.원을평면으로옮기며일어난왜곡문제가지도전쟁까지연결된것이다.
또한이책은1미터와지도전쟁을통해삼각함수와비례라는수학을넘어현대GPS가어떻게만들어지는지를보여준다.위성들의좌표와시간을계산하여사람들에게알려주는GPS는과연새로운수학이반영된지도라할수있다.그러나저자는새로운기술로만들어진구글어스와구글맵은이전지도가극복하지못했던왜곡의문제를해결하고‘있는그대로’의세계를보여주는것인지를반문한다.지도는태생적으로왜곡문제가남아있으며,각자의상황에따라정보를선택해서보여주기때문이다.저자는삼각함수와비례법,현대GPS기술을설명하며지도를따라가되,이지도가제시하는정보와드러나지않는내용을함께생각할수있어야한다고말한다.수학의알고리즘은중립적이라고느껴지지만,누가어떻게활용하는지에따라수많은통계와정보는때로는한인간을좁은시야안에가둘수도있기때문이다.
수학도사람을속인다?,보통사람이위험한이유
수학을알면확실히‘속지않고살수있다’.수학은전세계사람들이수를통해생각하게만들고,소통하게해주는언어이기도하다.냉정하고차가운언어라수학만알면모든일이해결될것같지만,때로사람을속일때도있다.그래서저자는수학을제대로알아야한다고말한다.
사람에게평균을들이댄혁명은19세기초반에일어났다.이시기는측량과측정과수치들이비처럼쏟아지던시기다.그런데모아놓은데이터앞에서사람들은어리둥절했다.출생아수,범죄자수,신체치수같은인간과연관된측정자료는어떻게써야할지막막했다.돌파구가필요했다.바로그때‘평균인간’이라는개념이나온다.
처음에는영국군인의키의평균을내고프랑스군인의키의평균을내어비교하는정도였다.그러다가몸무게,팔길이,가슴둘레,나이등등온갖요소에대해평균들을구하고다시그것들을결합하면서평균군인이라는관념이만들어지게된다.실제로미국남북전쟁당시링컨대통령은북군에유사이래없던대규모조사를실시하여군대표준을마련했고,북군은전쟁에서승리했다.이표준은이후미국군대체계의초석이되며이후세계의기준으로퍼져나간다.평균인간은거대한통제체제에필수개념이었다.
평균인간의등장이후지난150년동안그리고우리가살아가는오늘도평균인간이라는유령이떠돌고있다.매스컴에서평균연봉,평균소비,평균싸움횟수,평균연애횟수,평균성적을전파할때우리도모르게그것을표준이나이상으로삼는것은아닐까?그래서엄연히실재하는나자신보다내안에웅크린평균인간을먼저생각하게되는,주객이전도된상황이벌어진것은아닐까?
평균은상황에맞게잘찾아내야한다.그리고그렇게잘찾은평균이라도분포를잊지않아야한다.평균은수학적개념이기에개별인간보다앞선다는생각이바로속임수다.누군가평균을말할때,어떻게나온평균인지물을수있어야한다.속지않고살수있는힘은어렵지않다.누군가숫자를건넬때,‘잠깐만요!’라고외치는것에서시작한다.잠시멈춰생각하는힘이수학적사고의기본이다.
이제껏접하지못했지만너무나유용한분야,수리논리학
바야흐로막말의시대다.앞에나서는사람일수록더말을조심해야하는데작금의세상은반대다.정치인은앞뒤안맞는말을하고호통부터친다.언론인은그러거나말거나식의기사들을써낸다.헐뜯기,거짓말,속임수등막말의스펙트럼은넓고전파속도는빠르다.
수학의한분야로잘알려져있지만,쉽게만나지못했던수리논리학.저자는자신의전공인수리논리학의기본기를보여주며막말의위험성을수학적으로고찰한다.저자에게막말의왕은‘일구이언(一口二言)’이다.즉한입으로두말하는것,논리용어로말하면A라고말해놓고notA라고도하는것이다.예를들어0=0이라고해놓고0≠0라고도말하는경우다.수학적일구이언의위험은합리적인전제들이있더라도,일구이언이거기에추가되면,그논리체계는어떤명제든증명할수있게된다는것이다.그래서세상의모든문장은참이된다.0=0(A)도옳고,0≠0(notA)도옳다고말한다면,세상의어떤명제든자동으로증명할수있는천하무적기계가된다.
저자가막말의왕으로꼽은‘일구이언’은수학의세계를붕괴시킨다.일구이언은참과거짓의경계를지운다.아예말끔하게지운다.그러면모든것은참이다.참과거짓을지워버리면세상은아무말이나옳다고떠드는사람들로채워질것이다.속임수와거짓이진실과구분없이쓰인다면말이있을필요가사라진다.그러면세상에는힘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