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없는 삶

시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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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페터 한트케가 보여주는 우리의 일상에서 지속하는 행복에 대한 체험!
전위적인 극과 자전적인 소설로 문학 실험을 이어간 2019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페터 한트케의 시집 『시 없는 삶』. 이 시집은 1960년 후반부터 1986년까지 쓴 시들을 저자가 다시 배치한 모음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저자의 작품 여정을 따라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1960년대 기성 문단을 비판하며 등장한 20대의 작업부터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 작업을 한 40대 초반에 이르는 이십여 년간의 여정을 살펴볼 수 있다. 외할머니의 죽음을 비롯해, 생경한 체험에서 오는 자신이 겪은 첫 번째 감정을 기술하고, 이혼과 딸 아미나를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다르게 되고자 하는 필요에 따라 주의 깊게 아름다운 삶의 형식들을 재발견하길 바라며, 일상을 위한 실제적인 조언들을 묘사하길 바라는 자세로 전환하며 써내려간 시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페터한트케

(PeterHandke,1942~)
오스트리아의소설가이자극작가이며번역가이자시인.독일어와슬로베니아어를함께쓰는오스트리아케른텐주,그리펜에서태어났다.그라츠대학에서법학을공부하던중,1966년『말벌들』이주어캄프출판사에서출간되면서전업작가의길에들어선다.이를계기로같은해,프린스턴대학에서열린'47그룹'에초청된자리에서기존문학에대한통렬한비판으로이름을알린다.그해출간한『관객모독』과이듬해출간한『카스파』를통해'언어극'이라는새로운실험을전개해나갔다.또한시집『내부세계의외부세계의내부세계』,소설『소망없는불행』과『긴이별을위한짧은편지』,일기를묶은『세계의무게』등개인적체험을반추하며자기를찾는시도를이어갔으며빔벤더스와함께〈베를린천사의시〉시나리오를쓰기도했다.

목차

I.내부세계의외부세계의내부세계
1새로운경험15
2시간이라는말24
3열차안내26
4광란질주를위한조언29
5내가그런사람이아닌것은,내게없는것은,내가하려하지않는것은,내가원치않는것은그리고내가원하는것은,내게있는것은,내가그런사람인것은33
6색채론38
7단어의가장자리142
8전도된세계43
9리듬앤드블루스텍스트47
10강물에빠진공에관한추상52
11소유관계56
12읽고쓰기63
13하루가지나는동안64
14점층법69
15세번의법낭독72
161968년1월27일,FC뉘른베르크포메이션75
17철자의형태76
18가명79
19혼동82
20비교불가한것을비교함86
21단수와복수90
22프랑켄슈타인의괴물의괴물프랑켄슈타인93
231968년5월25일,일본의가요인기순위96
24자극적인말99
25거짓이야기105
26간접화법상몇가지대안들109
27어족語族111
28단어의가장자리2116
29고인을애도함:118
30소스라치다121
31시간단위,시공간,현지시간127
32워너브라더스와세븐아츠131
33소용없는사망원인135
34배역139
35내부세계의외부세계의내부세계140
36문장의중단147
37구분하기148
38슬퍼하며언덕위에남겨진자155

II.산책의끝
발라르-샤랑통지하철169
여기있는동안,나는어딘가다른곳에있다170
즉흥시171
나의무엇도서로건드리지않는다172
위협적인시173
늙는다는것175
즉흥시176
보름달177
하늘앞에드리운가지를마주하고178
어제오전179
한밤의껴안음180
그럴지도몰라181
실연182
눈물을흘릴때가있네183
가장놀라운공간184
서정시인은집안에잘있고185
크누트함순을위한론도의파편186
한동안187
왜나를찾아내지않나요188
황금시대189
아침에부쳐190
겨울에부쳐191
사형집행자에게고함192
색깔들193
여름정원의하루194
우물지붕에앉은지빠귀195
낮에는여기나와여기너사이로196
이상한가197
햇빛속을예쁜그녀가지나갈때198
풍경속등나무들199
굽이치며흐르는강물이기분좋아200
여름나무들이수런거린다201
아무도없다202
황무지에우뚝불거진바위203
헤이노래들204
생각은환하게넘치지만205
정적속:광장206
바실리카회당에서의작별207
오스트리아시편208
산책의끝212

III.지속의시

IV.시없는삶
푸른시263
무의미와행복280
시없는삶297
후기/울라베르케비츠315

출판사 서평

아침하늘환하기전에깨어나니,
아직어둑한지붕들위로
굴뚝들은느린연기를풀어내고
새들은"Sinefinedicentes“
모든사랑은살아있으라.
_[아침에부쳐]

“독창적인언어로인간경험의주변부와그특수성을탐구한영향력있는작품세계를보여주었다.”
-스웨덴한림원

“자신의내면은다소나마외부세계에도달할수있는유일한가능성이었다”

이책의1부『내부세계의외부세계의내부세계』는『관객모독』(1966)과『카스파』(1967)라는‘언어극’형태의전위적실험을시詩에서이어간다.한트케의초기작품들은‘언어를통해구성된인간의경험이반영된것이곧현실’이라는관점아래,‘47그룹’에게문제제기했던참여문학과신사실주의에반대하고‘나에게있어하나의가능성은그때마다딱한번만존재한다.그렇다면이가능성의모방은이미불가능하다.하나의서술모형을두번째로사용하게되면더이상새로움은존재하지않고기껏해야변형이존재할뿐’이라고주장을뒷받침하는결과물이라할수있다.
역자의설명과같이“언어를분해하고관찰하며실험하는동안현실세계전체에의문부호를붙이는전위시의면모”가드러나는1부에서는다양한주제와형식을접할수있다.1969년출간당시,신문을콜라주하거나글자의변형,다양한서체를통한강조,구두점활용과행의독특한배치등을통해시의형태적변주를적극적으로활용해주목을받았다.또한시간과경험(체험),죽음,역할극등과같은주제를다루며‘외부세계에대한기술記述는곧내부세계에대한기술이자저자의의식에대한기술이되며,그역또한그러하고,그역또한마찬가지’라는한트케의설명과같이언어의형식을바탕으로자아와타자,자아와세계사이의관계를새로운형식으로기술하고자시도한다.『내부세계의외부세계의내부세계』에서가장잘알려진시중하나는마르셀뒤샹의‘샘’과같은형식의습득물(objettrouv?)을활용한시로다음과같다.

1968년1월27일
FC뉘른베르크포메이션

바브라
로이폴트포프
루트비히뮐러베나우어블랑켄부르크
슈타레크슈트렐브룽스하인츠뮐러폴케르트

경기시작:
15시
_〈1968년1월27일FC뉘른베르크포메이션〉

또한한트케는‘일상적인무언가를문득다른눈으로보고,이를통해그대상을정말처음보게만들려는’목적으로거꾸로관찰하는방식도제안한다.

잠들때내가깨어난다:/내가대상을보는게아니라대상이나를본다;/내가움직이는게아니라발밑의바닥이나를움직인다;/내가거울을보는게아니라거울속의내가나를본다;/내가말을하는게아니라말이나를발음한다;/창문으로가면내가열린다.
_〈전도된세계〉중에서

언어에대한실험에서자신에대한서사로

『시없는삶』의강점은1960년대기성문단을비판하며등장한20대의작업부터우리에게잘알려진〈베를린천사의시〉시나리오작업을한40대초반에이르는이십여년간의여정을일별할수있다는점이다.『내부세계의외부세계의내부세계』의첫번째시인‘새로운경험’에서외할머니의죽음을비롯해,생경한체험에서오는자신이겪은첫번째감정을기술한다.
이와같은방식은60년대,격렬하게문단의관행을비판하며가장새로운방식의문학에전념했던70년대소설가로서의면모를예비하고있다고볼수있다.1970년『페널티킥앞에선골키퍼의불안』을통해전통적서사의변형에대해시도해보았던한트케는이혼과딸아미나를홀로키워야하는상황,그리고어머니의죽음을겪으며,‘지금까지의나와는다르게되고자하는필요’에따라‘주의깊게아름다운삶의형식들’을재발견하길바라며‘일상을위한실제적인조언들’을묘사하길바라는자세로전환한다.1972년쓴『긴이별을위한짧은편지』와『소망없는불행』이이러한변화를가장잘보여주는작품으로알려져있다.이시집의후반부인〈산책의끝〉과〈지속의시〉,〈시없는삶〉은이와같은맥락에맞닿아있다.
딸아미나가태어나고『내부세계의외부세계의내부세계』를출간한1969년프랑스파리로이주한한트케는쾰른에서의생활과미국강연여행이후,1973년다시파리로돌아온다.〈산책의끝〉과〈시없는삶〉이수록되어있던『아직소망이쓸모있던시절』은이시기의페터한트케가일상을바라보는시선을담고있다.

느린사물과얘기를나누어라/느린사물의빛과얘기를나누어라/느림의빛속에있는사물과얘기를나누어라
_〈아무도없다〉
한트케는파리지하철8호선의기점에서종점에이르는여정인‘발라르-샤랑통지하철’에서시작해시선이닿는곳,마음이지나는자리,기억이멈추는장소를스치며계절의감각과사랑의노래를읊조린다.인생의분기점을거쳐형식을통해새로움을추구하고자했던결기를놓아두고호흡을가다듬은시인은삶을관조할준비가되었다고전하는듯보인다.

그러나지금볼수있는것보다/더많이보기를기대하고있다./그리고나는안다,/내가훨씬더/더많이볼수있음을./그런생각을하자,내안에서/숫자를헤아리는조바심이사라져버렸다.
-〈하늘앞에드리운가지를마주하고〉중에서

“언어의장소들이여,언젠가돌아볼지속의시간들이여”

어떤이미지도지속의직관을대체할수는없다.
그러나매우상이한사물들의질서에서끌어져나온다양한많은이미지들은
그작용의수렴을통해붙잡아야할어떤직관이존재하는
바로그지점으로의식을이끌어갈수있다.
-앙리베르그손,〈형이상학입문〉중에서

어디론가떠난여행,놀라운기적의순간,반복되는역경을겪을때,우리는평소와다른시간감각을갖는다.삶에서일어나는사건의속도와강도는일상의그것과엄연히다르다.한트케는‘황홀’과‘지속’을대비시킨다.황홀과지속은불현듯우리삶에찾아오는기쁨이다.하지만“슬픔,고통으로흐려져/돌처럼딱딱하게굳고말았지./나는영영세상밖으로/쫓겨난것처럼느꼈다네,/저순간들을경험함으로써/살아있을권리를잃은것처럼./나는죽을것같았는데/행복에겨워서가아니었다.”라고한트케가말하듯이,황홀은이내내게소외의감정을전해준다.반면지속은우리일상과삶에스며드는평안이자위로다.

지속이란수십년,
우리의인생,세월에관한것;
지속이란생의감정입니다.
-[지속의시]중에서

“이제다시인생이계속이어질거야”

페터한트케는언어극을위시한언어실험에서자전적글쓰기로주제를전환한1971년이후,소설의연장선에서‘불안’이라는주제를해소하는여정을『아직소망이쓸모있던시절』에서보여준다.『시없는삶』의4부에실린세편의시,〈푸른시〉,〈무의미와행복〉,〈시없는삶〉은일련의개인사를겪으며이주했던크론베르크에서다시파리로돌아오는과정을그리며이는불안에서부분적으로벗어나는여정을보여준다.“짓눌린나는/갑자기아무런기억도/미래의생각도없어지고/나는불안에갇혀길게누운채/눈을뜰엄두를내지못한채,/단한번이편에서저편으로/돌아눕지도못하였던그해/겨울밤을다시맞이하였다.다만그때는추위에웅크렸다면/지금은내밖의끔찍함에영문모르고/길게몸을펴누워있을뿐.”에서볼수있듯이막연하고모호하며불안한상태에처해있던곳을떠나파리로향한다.

내가지하도에서올라왔을때
시내는
비구름으로어두침침하고
잠시뒤벌써가로등이켜졌는데,
뱃속에서부터
삶의감정이빛처럼솟아올라와
나는소리내어웃었다.
거리의카페에서몇시간,
맥주를마시고
나는어딘가를바라보았고
기억을떠올렸으며,
바라보다기억을떠올리고
그리움없이
바라보고
또그리움없이
기억하였다.
아무것도나는고정하여
생각하지않으려고했다.
극장엘갔고
거리에머물렀으며
무언가를바라보다
막연한기분이들때마다
눈을깜빡였다.
하지만나는
말을잃지않고
바라보고또바라볼수있었지!
모두가내겐낯선이였기에
나는그들을이해했고
그대로그들을인정했다.
어쩌면나는
나의살인자와도
생각을나눌수있었겠지,
그는또다른나였을테니까.
-[푸른시]중에서

외부세계와내부세계의관계를의식의반영으로이해하고자했던한트케는자신의고통을투영하고강박적으로대상을주의하는자신으로부터해방시키고자한다.이러한시도를통해주위세계가가치를상실함으로써불안이제거되며행복의근거가될수있다는생각에천착한다.삶에대한,그리고늙어감에대한낙관적인희망을그리는〈무의미와행복〉은이렇게끝난다.

어느차갑고환한아침,
될수있는것이
되었던
길고기쁜꿈의여운을
아직도느끼는채로,
?꿈은그자체로이미성취였다?
누군가도시의경계에서넓은하늘을바라보며,처음으로
나이가들고싶은욕구를느낀다.
그리고유리잔을엎지르고서
자기를쳐다보는아이를보고,
그사람은생각한다.
아이가사람을저렇게쳐다보지않게된다면,
그게바로참된것이리라고.
-[무의미와행복]중에서

시詩와함께하는삶

페터한트케는울라베르케비츠의제안으로시집을재구성하면서4부에실린시의순서를역순으로배치한다.〈무의미와행복〉의아이였을,딸에게헌정한이시,‘시없는삶’에는자신의불안과부재를넘어설수있었던가장든든한버팀목인아미나의이니셜,‘A에게,훗날을위해’가붙어있다.

올해가을시간은나없이흘러갔네
생은조용히정지하여있고,그시절
우울을이기려타자를배우던때처럼
저녁이면창문없는대기실에서수업을기다렸지
네온등은물밀듯넘쳐들었고
타자시간이끝나면비닐커버는다시타자기위에덮였네
그렇게갔다가그렇게돌아왔고나는
자신에관해아무런말도할수가없을듯했지
자신에몰두했고그런사실마저자각했지만
절망이아니라오로지만족스러웠네
자신에관한아무런느낌도없이
타인에대한느낌도없이
걸었고,망설이며배회하다
자주걸음걸이와방향을바꾸었지
-[시없는삶]중에서

상실과부재의감각속에서배회하던한트케의일상의중심이된아미나와의일화들,예를들어‘그게아니고’라는말을처음했을때의감동과‘아이의소망도이해할줄몰랐던’아버지에서‘누군가에게책임이있다는것을통해일종의자유를발견’한다.시를통해,다시글쓰기의힘을얻는작가로돌아오는한트케는시집을엮으며우리의일상에서지속하는행복에대한체험을보여주고자했을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