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의 섬 (개정판)

헨젤과 그레텔의 섬 (개정판)

$12.00
Description
“우리의 작고 어린 섬에 대하여”
우주의 느릿한 음색의 고리로 이어지는 세계,
시인 미즈노 루리코의 H씨상 수상작

읻다 시인선 13권. 일본의 시인 미즈노 루리코를 국내에 처음 번역, 소개한 시집 《헨젤과 그레텔의 섬》이 새로운 장정으로 출간되었다.
미즈노 루리코는 1932년 도쿄 오모리에서 태어났다. 그로부터 7년 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그의 유년은 공습과 배고픔, 두려움으로 채워졌다. 쉰의 문턱에서 시인은 어린 날 목도했던 공포를 신비로운 한 편의 시 〈헨젤과 그레텔의 섬〉으로 승화시켰다. 1983년에는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한 시집 《헨젤과 그레텔의 섬》을 출간하고 일본 권위의 시 문학상인 ‘H씨상’을 수상했다. 이후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다수의 시집을 남겼다.

시를 막 쓰기 시작했을 때는, 오롯이 나만의 사상이나 관념을 획득하지 못하면 시를 쓸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쓰는 행위 그 자체로 자기 자신이 드러나는 것이겠지요. 《헨젤과 그레텔의 섬》을 쓰면서, 저는 제게 적합한 시의 문체를 발견했던 것입니다.
-6쪽, 한국어판 서문

시인은 2022년 1월, 90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하여 쓴 서문에 그는 《헨젤과 그레텔의 섬》을 쓰며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해방감을 얻은 것 같다고 적었다. 꿈속에서 연이어 떠오르는 선명한 혼돈의 이미지를 무구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미즈노 루리코의 언어로 우리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섬을 만나보자.
저자

미즈노루리코

1932년도쿄에서태어나도쿄대학교불문과를졸업했다.1964년직장을그만두고지인들과모임을만들어르네기요의《흰말》등동화번역을시작했다.1974년샹송콘서트《동물도감》의작사를맡았으며,1977년첫시집《동물도감》을출간했다.1983년두번째시집《헨젤과그레텔의섬》을발표,이듬해이시집으로H씨상을수상하며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이외에도시집《라푼젤의말》,《개암나무색눈의여동생》,《고래의귀이개》,《유니콘이오는밤에》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헨젤과그레텔의섬
도라의섬
모아가있던하늘
코끼리나무섬에서
나무의집


등대
시간1
시간2
그림자
언덕
그림자새

물고기

물고기의밤
회색빛나무


봄의모자이크

분주한밤
그림자샐러드
말과물고기

시인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상처와슬픔,그원형적기억에대해

내안에잠들어있는한아이가눈을뜬다.
-127쪽,시인의말

전쟁이공식적으로끝난다해도사람들의내면세계에서는쉽게끝이나지않는다.시인안에잠들어있던한아이는눈을뜨고색채와소리와냄새로가득한이야기를들려주다가“불안을견딜수없어걸핏하면낮인지밤인지도알수없는어둠의귀퉁이로달아나숨어”버렸다.《헨젤과그레텔의섬》에등장하는아이들의섬은시인의의식깊은곳에서떠오른어린시절의섬이다.폭력과기근으로둘러싸인숲에남겨진남매의발자국을따라가다보면우리는필연적으로함께길을잃게될것이다.그지점에서숲의정경을둘러보면미즈노루리코가쌓아올린판타지의성을마주하게된다.

깊은숲속에서양치식물의포자가금빛으로쏟아지는소리가났다부뚜막안에서마녀가되살아나고있었다그이의호주머니에더는빵부스러기나조약돌이남아있지않았다그렇게짧은여름의끝에그이는죽었다그것은작고투명한유리잔같은여름이었다그런여름을사람들은사랑이라부르는듯했다
-21쪽〈헨젤과그레텔의섬〉중에서

우리의손이우리도모르게그려나간그생명체들은어디서온것일까나무의집내부는그들의가쁜숨소리로가득하다그들을빛속으로데리고나오기위해서는단한줄의선단하나의점을더하는것으로충분할지도모른다그러나내겐그만한시간이없다
-47쪽〈나무의집〉중에서

코끼리,도마뱀,새,물고기등이책에등장하는여러주체들은생명으로서동등한무게와가치를지닌다.이들이한데모여만드는유토피아와도같은풍경은우리가오래전에잊은한시절의정서에가닿게만든다.미즈노루리코가상연하는동화적인시세계는개인의내부에잠재되어있는“번역도통역도할수없는침묵의세계”이기때문이다.어린날아직이름붙이지못한슬픔과공포,막연한두려움이거기에있다.여름의따갑고투명한태양빛아래비극은더욱선명하고고요한섬에선망가진오르간소리와비명이울려퍼진다.

미즈노루리코와의만남을기억하며

정수윤번역가는옮긴이의말에서“땅속에뿌리를내리고,대지에열매를맺으며,창공으로뻗어나가는나무와같이,하늘과땅을잇는우주적이고자연적인존재로서살아가는것이결국우리인간의숙명이아닐까.나무에서책으로,책에서사람으로사람에서다시자연으로의순환을생각하게하는이한권의시집은,가늠하기어려운우주적거리를넘어오늘의당신에게왔다.”라고말한다.그의말처럼이책의마지막장을넘길때우리는“느릿한나선형음계를타고아무도예측할수없는곳으로무한히흘러”가는미즈노루리코의섬을상상하게될것이다.

(…)나는곧바로번역작업에몰두했다.덤으로시인과숱한메일을주고받으며서로를알아가는즐거움속에서지난계절들을보냈다.이렇게이책은태어났다.
지금이순간,나는시인과내가만나기까지의우주적거리에대해생각하지않을수없다.작가와번역가사이의거리도,책과독자사이의거리도마찬가지로수많은인연을동반한다는점에서그렇다.우리가한권의책을손에들기까지얼마나많은우연한만남이교차하는지생각해보면,달과지구가만나는일만큼이나신비롭고즐거운일이아닐까싶다.
-2016년역자인터뷰중에서

읻다시인선
전세계낯모르는시인들의총서입니다.우리말에만치중하여원어를무시하거나해석과주석에사로잡혀시의언어를잃은‘외국시집’을지양하고,한권의‘시집’으로서아름답게읽힐수있도록시의이미지와호흡,리듬과분위기를옮기는데초점을맞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