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아수라

봄과 아수라

$15.79
Description
일본 환상 문학의 대가,
미야자와 겐지가 남긴 유일한 시집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담긴
《봄과 아수라》 개정판 출간
〈은하철도 999〉의 원작으로 널리 알려진 동화 《은하철도의 밤》을 쓴 작가 미야자와 겐지. 그가 생전에 자비로 출판했던 유일한 시집 《봄과 아수라》가 새로운 장정으로 출간되었다. 개정판에는 시집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겐지의 고향 이와테현의 지명과, 시 두 편 〈아오모리 만가〉와 〈오호츠크 만가〉의 여행 동선을 짚어볼 수 있는 지도가 함께 추가되었다.
저자

미야자와겐지

宮沢賢治
1896년8월27일이와테현히에누키군(오늘날하나마키시)에서대대로전당포를운영하는유복한집안에서태어났다.자연재해로인해생계에어려움을겪는마을주민들과대비되는자신의윤택한생활에회의를느끼고,모리오카고등농림학교졸업후하나마키농업학교교사로일하다가직접농민의삶으로뛰어들어농촌발전을위해애썼다.동화작가와시인으로서창작활동도꾸준히이어가100여편의동화와400여편의시를썼으나,생전에는시집《봄과아수라》와동화《주문이많은요리점》단두권만을자비출판했으며세간의주목을받지못한채1933년9월21일서른일곱의나이로생을마감했다.사후미발표원고로남아있던《바람의마타사부로》,《은하철도의밤》,《첼로켜는고슈》등이재평가받기시작했고,오늘날에는일본의환상문학을대표하는이름으로자리매김했다.

목차

서13

봄과아수라
굴절률25
구라카케산의눈27
일륜과다이치29
언덕의현혹31
카바이드창고35
코발트산지37
도둑39
사랑과열병41
봄과아수라43
봄볕저주49
지새는달51
골짜기53
햇살과건초55
구름의신호57
풍경59
습작61
휴식65
할미꽃69
강가71

진공용매
진공용매77
장구벌레의춤101

고이와이농장
고이와이농장111

그랜드전신주
숲과사상173
안개와성냥175
잔디밭177
창끝같은푸른잎179
보고183
풍경관찰관185
이와테산189
고원191
인상193
우아한안개195
전차197
연리지199
하라타이검무201
그랜드전신주207
숲의기사209
전선수리공211
나그네213
대나무와졸참나무215
구리선217
다키자와들판219

히가시이와테화산
히가시이와테화산225
개247
마사니엘로251
다람쥐와색연필255

무성통곡
영결의아침263
솔바늘269
무성통곡273
바람숲277
흰새283

오호츠크만가
아오모리만가293
오호츠크만가317
사할린철도329
스즈야평원337
분화만(녹턴)343

풍경과오르골
불탐욕계353
구름과오리나무357
종교풍사랑363
풍경과오르골367
바람이기운다373
스바루379
네번째사다리꼴383
화약과지폐389
과거정염395
잇폰기들판399
용암류403
이하토브빙무409
겨울과은하스테이션411

*
비에도지지않고417
별자리의노래421

옮긴이의말423

출판사 서평

은하계전체를‘나’라고느끼며
현실과환상을언어로스케치하다.

이시들은스물두달이라는/과거로감지된방향으로부터/종이와광물질잉크를엮어/(전부나와함께명멸하고/모두가동시에느끼는것)/지금까지이어온/빛과그림자한토막씩을/그대로펼쳐놓은심상스케치입니다
-〈서〉중일부

‘심상스케치’라는시어에서알수있듯이시집에실린예순아홉편의시는시인의마음속을어지럽히는여러가지생각,눈앞에펼쳐진자연풍경등을보이는대로그린그림과같다.정제되지않은자유로운표현과형식에구애받지않는서술은마치순간적인크로키처럼바람에흩날리듯,물이흐르듯자연스럽다.《봄과아수라》에서겐지는자신만의방법으로세상의모든것(살아있든그렇지않든,혹은눈에보이든그렇지않든)사이에작용하는현상을관찰하여언어적스케치로펼쳐보인다.

동화작가이자농업학교선생이었던미야자와겐지
그의여러삶이시하나에녹아들다

미야자와겐지의작품은그의삶자체라고할수있다.그는어려서자연속을뛰놀며식물과곤충채집,특히광물채집에큰관심이있었다.전당포를운영하는유복한집안에서태어난그는풍족한삶을이어갈수있었음에도집을나와자신이어린시절보았던자연,그속에서공생하는동식물의모습,서로한데어우러진평화로운풍경을《첼로켜는고슈》,《도토리와살쾡이》,《사슴춤의기원》등여러편의동화로옮겼다.
《봄과아수라》에는환상적인동화를썼던겐지의동화작가로서의세계관과상상력이발휘된한편,당시하나마키농업학교에서학생들을가르치던그가관심을두었던음악과종교,화학과지질학과기상학과새로운농업기술등이그의예술성과결합하여섬세하고풍부한어휘로묘사되어단어하나하나곱씹는재미가있다.

그찬란한공간/위쪽에는미나리아재비가피고/(최상급buttercup인데/버터보다는유황과꿀에가깝습니다)/아래에는토끼풀과미나리가자란다/양철세공잠자리가허공을날고/비는후드득소리를낸다
-〈휴식〉중에서

바람과편백나무의이른오후에/오다나카는몸을쭉펴고/있는힘껏손을뻗어/회색빛고무공빛의표본을/미처받지못하고툭떨어뜨렸다
-〈잔디밭〉중에서

이현상의세계속에서/미덥지않은그성질이/이렇게아름다운이슬이되거나/움츠러든작은참빗살나무를/다홍색에서부드러운달빛색으로/호화로운직물처럼물들이기도합니다/이제아까시나무도뽑아냈으니/만족한마음으로곡괭이를내려놓고/나는기다리던연인을만나듯/여유롭게웃으며나무밑으로향하나/그것은하나의정염/이미물빛과거가되었습니다
-〈과거정염〉중에서

특히현실과환상이얽히고설키고삶과죽음이자유롭게대화하며세상모든존재가서로를인식하고조화를이루는모습이시집곳곳에깔려있다.하나의우주속에서모든존재가동등하며나에게녹아들기도하고또는내가녹아들기도한다.선명하게반짝이는자연의모든풍광이고요한눈으로들어가작가의내면을휘돌아독특한언어로내뱉어진다.그과정에서불교와밀접했던겐지의삶또한어우러졌을것이다.

삶에서죽음으로그리고다시삶으로,
슬픔을극복하고새로운봄을맞이하다

행복하고환상적인그의작품에도현실에대한고민과슬픔이내재해있다.당시사회에만연했던제국주의때문에점차인류애와평화에대한목소리가사라지는일에대한고민도있었지만,무엇보다겐지자신을둘러싼현실과그에따른심경의변화가직접적으로드러난다.집을떠나동화창작에몰두하던겐지는얼마지나지않아동생도시코의병간호를위해고향에돌아왔고,농업학교에서교사로일하며농민들의가난한삶과고충을피부로느꼈다.특히그의여동생,도시의죽음을다룬시에서쓰리고안타까운그의내면이고스란히드러난다.

새처럼다람쥐처럼/너는숲을그리워했다/얼마나내가부러웠을까/아아오늘안으로멀리떠날나의누이여/너는정말로혼자서갈셈이니/나에게같이가자부탁해다오/울며내게그리말해다오
-〈솔바늘〉중에서

어째서저기저두마리새는/저리도구슬프게우는것일까/나를구원할힘을잃었을때/나의누이도함께잃었다/그슬픔때문에(...)그슬픔때문에/정말이지저소리도슬프게들린다
-〈흰새〉중에서

스물넷나이에스러진여동생도시를떠올리는겐지의마음과펜끝에는한없이어두운그림자가드리운듯하다.그무거운한숨을이전처럼덤덤하게표현하려해도끝내“무성통곡”처럼터져나오고마는것이다.어쩌면겐지는그의마음에응어리졌던슬픔을여동생도시가죽고나서야비로소터뜨릴수있었던것인지도모른다.하지만그럼에도세상은계속흘러간다.봄이가고겨울이오는것처럼,화산폭발로죽어버린땅에도파릇한새싹이다시돋아나는것처럼삶과죽음은반복되며하나의고리처럼이어지니도시의죽음또한“과거의정염,물빛과거”인것이다.
우리에게는‘미야자와겐지’라는이름이〈은하철도999〉의원작자로널리각인되어있지만,생전출간된책은동화《주문이많은요리점》과시집《봄과아수라》뿐이었고,글을써서받은원고료또한5엔이전부였다.하지만겐지는죽기직전까지도글쓰기를그만두지않았고,꾸준히자신의문체와표현을발전시키며짧은생애동안총백여편의동화와4백여편의시를남겼다.그리고그가사망한해인1933년에서오랜시간이지난지금,미야자와겐지는세대를불문하고가장많이읽히고사랑받는작가로굳건히자리하고있다.

[시리즈소개]
읻다시인선
전세계낯모르는시인들의총서입니다.우리말에만치중하여원어를무시하거나해석과주석에사로잡혀시의언어를잃은‘외국시집’을지양하고,한권의‘시집’으로서아름답게읽힐수있도록시의이미지와호흡,리듬과분위기를옮기는데초점을맞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