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맛에는 이유가 있다 : 인문학에 과학으로 감칠맛을 더한 가장 지적인 파인다이닝

모든 맛에는 이유가 있다 : 인문학에 과학으로 감칠맛을 더한 가장 지적인 파인다이닝

$18.00
Description
“맛은 사회적ㆍ문화적 경험이다!” -사회학자 정소영
“맛은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각적 경험의 총체다!” -의사 성명훈

맛을 둘러싼 인문학과 과학의 대화
사회학자 정소영과 의사 성명훈의 재미와 플레이버가 넘치는 식탁
인류의 역사 이래 가장 풍족한 먹거리를 경험하고 있는 시대. 시선을 끄는 SNS 게시용 음식과 ‘먹방’이 인기를 얻고 있는 한편, 세계 각지의 전통 음식을 국내에서도 흔히 맛볼 수 있게 되었으며, 유기농과 친환경 먹거리 소비도 늘었다. 맛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다층적이다.
《모든 맛에는 이유가 있다》는 우리의 맛 경험을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한다. 하나는 인문학적 고찰로 맛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고, 하나는 맛을 감각하는 인체의 메커니즘을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내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학자 정소영과 이비인후과 의사인 성명훈이 함께 집필에 나섰다. 정소영은 문학과 철학, 사회심리와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미각에 대한 인식의 역사적 변화를 비롯해 오늘날의 미식 트렌드에 담긴 사회적 의미, 음식의 지역성과 세계화 등을 주제로 다룬다. 한편 맛 작용의 핵심 신체 기관인 이비인후과 전문의 성명훈은 인체가 음식물을 섭취하며 맛을 느끼는 기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다채로운 식재료가 지닌 고유한 맛의 의미와 다양한 동물의 진화에서 미각의 변화 양상을 살피며, 생리학ㆍ의학적 관점은 물론 뇌과학, 유전학과 진화생물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최신 연구를 아우르고 있다. 이처럼 대조적인 두 저자의 시각은 독자들이 미각의 세계를 한층 깊이 있게 탐험하도록 돕는다.
이 책은 샐러드-수프-생선-파스타-고기-와인-디저트 순으로 구성되어 해당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풀어나간다.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코스 요리처럼 순서대로 즐겨도 좋고, 단품 메뉴처럼 우선 끌리는 주제부터 살펴보아도 좋다. 우리가 감각하고 경험하는 맛을 둘러싼 다각적 설명은 미각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며, 개인이 겪는 개별적인 맛 경험을 공유하는 데도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것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2년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2022년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저자

정소영,성명훈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과를졸업하고영국런던대학교에서미디어및문화연구로석사학위를,(인)문학의위기담론에대한사회학적분석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런던대학교에서사회과학연구방법론및이론을강의했고,서강대학에서대우교수로재직하며문화이론,도시문화,젠더,테크놀로지에관해강의했다.《맛,그지적유혹》을썼으며,《돌봄선언》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프롤로그―음식으로풀어본‘맛’의모든것_정소영

샐러드
샐러드의맛,이름에서샐러드드레싱까지_정소영
샐러드말고리프레시|소간과버라이어티고기중무엇을드시겠어요?|칸딘스키샐러드와인지적편향|샐러드에담긴욕망|드레싱,짭짤하고새콤하고고소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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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짠맛과단맛과신맛의미묘한균형_성명훈
최초의샐러드드레싱은소금|맛있는음식은짠음식이다?|짠맛과짠맛수용체|왜샐러드드레싱은새콤해야할까?

수프
감칠맛에서아름다운맛으로_정소영
사골육수,모두의힐링푸드|육수는요리의전부!|원조가스파초를찾아서|드디어미감美感을획득한미각味覺
×
제5의미각,감칠맛_성명훈
감칠맛,숨겨져있던맛|감칠맛존재의인정|감칠맛의일등공신,글루탐산|맛의균형을잡아주는감칠맛

생선
생선맛의변화―죄악에서미덕으로_정소영
왜고대에는미인을멸치에비유했을까?|입에맞는음식이건강에도좋다?|모든사람이자신의주치의|언어의성찬,맛을말하다|탐식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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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비린내와감칠맛사이_성명훈
생선의냄새,고약하거나고소하거나|생선살의식감,어떻게다른가|박테리아가자반고등어맛의비밀?|인류의진화는조개에서시작되었다

파스타
정통성과맛의세계화_정소영
당신이먹은카르보나라는진짜카르보나라일까?|미트볼스파게티의정체는?|네이티브테이스터|맛의세계화
×
탄수화물의맛_성명훈
인류의주식,탄수화물|맛과플레이버를만드는과학|우리몸이단맛에끌리는이유|단맛수용체의비밀|동물도맛을알까?|엄마젖은별로달지않다

고기
플레이버와정체성_정소영
고기요리의본질은양념에있다|플레이버원칙|생존과쾌락을위한플레이버|불고기플레이버|미각의경계를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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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볶음의매운맛은미각일까_성명훈
제육볶음의플레이버|매운맛의기능|매운맛의즐거움|캡사이신은고추의생존수단|매운맛도여러가지

와인
언어에담긴와인의맛_정소영
야생베리,바이올렛,작약,다크초콜릿…|미각이저급하다고?|언어의옷을입은와인|감각과정보의협상|맛의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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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풍미,코에서한번,입에서한번,코와목에서또한번?_성명훈
이유있는와인시음법|맛을즐기는데특화된우리몸|반려견에게도와인한잔?|맛은결국뇌에서만들어진다

디저트
맛과기억_정소영
디저트의유혹|기억의문을여는맛|맛,기억의매개|입맛과기억
×
디저트,달콤하거나씁쓸하거나_성명훈
달콤함을거부할수없는이유|달콤한디저트의쓰디쓴진실|달콤함과함께즐기는쓴맛|쓴맛감수성의유전|쓴맛의생태계

에필로그―맛을맛보다_성명훈

출판사 서평

“맛은사회문화적경험이며,편견을통해해석된다”
맛을좌우하는언어와철학,사회적편견과문화적지향

세속적욕망을절제하는것이삶의원칙이던고대그리스인에게식탐은중죄였다.고대철학자들은미각이저급한감각이라며등한시하고심지어죄악시했다.플라톤은미각은생존을위한감각이라며생존이외의목적으로미각을사용한다면육체적쾌락을추구하는것이니경계해야한다고보았고,아리스토텔레스는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순서로감각의서열을정해이후서양철학의전통에상당한영향을미쳤다.게다가로마의의사갈레노스가4가지체액론으로음식과기질의연관성을정리한이후맛에대한이야기는건강과관련된의미로한정되며빈곤해졌다.

그러나프랑스혁명이일어나며미식문화에도전환점이마련되었다.귀족들의호화로운식사를담당했던요리사들이일자리를잃고거리로나와식당을열었고,신흥부르주아들중미식문화의언어와원칙을마련한이른바미식가gastronomes들이등장해맛에대한담론을주도하며미식문학이시작되었다.저자정소영은《요리대사전》을집필하는동안수입이필요해소설을썼다는작가알렉상드르뒤마,마르셀프루스트의기억을일깨워《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를쓰게한마들렌의비밀과문학평론가발터벤야민의무화과탐식경험담까지유명한인물들의에피소드를통해흥미로운이야기를전달하면서,특히맛을표현하는언어의중요성에주목한다.같은음료인데도이름을달리하거나동일한샐러드인데스타일링을다르게하거나와인에다른라벨을붙임으로써다른맛을느꼈다는실험결과등을인용해네이밍과브랜딩의영향력,그속에자리한언어의힘,문화적편견의작용을지적한다.우리의‘맛’경험은단순한미각적반응뿐아니라다양한감각을통해들어오는정보에대한‘인지적반응’을동반한다는것.요컨대미각을체험하는순간다양한편견이개입해그체험을해석한다는것이다.

“맛은혀끝에서시작해머릿속에서만들어진다”
미각이감각되고인지되는생리학적기전과뇌과학,유전학의시사점

같은음식을먹어도누군가는짜다고,누군가는달다고느낀다.이는개인의환경과경험적요소를통해뇌에새겨진인지적편향에앞서,다양하고복잡한생리학적인이유에근거한다.우리의입속,혀의유두와입안과목안의점막에는맛을감지하는미뢰가있고,이속에각종맛을느끼는미각세포가있으며,미각세포에는미각수용체가있다.음식물이입안에들어오면,수용성미각물질이침에녹아미각세포의수용체와결합하고,수용체가받아들인정보가전기신경신호로바뀌어뇌로전달된다.뇌는이신호를해석해맛을구별한다.그런데이러한생리학적기전이개인마다다를수있다.사람마다가지고있는미뢰의수가다르고,나이가들면서퇴화하기도한다.태아일때부터어머니가먹는음식에따라맛의선호가다르게발달할수도있다.특히유전학이발달하면서유전인자들이미각에미치는영향에관한연구가계속나오고있다.단맛과감칠맛,쓴맛수용체를형성하는유전자에따라맛을느끼는정도에차이가있다는것이다.

저자성명훈에따르면,맛을느끼는건근본적으로생존을유지하기위해서다.우리가느끼는기본적인맛은다섯가지로단맛,짠맛,쓴맛,신맛,감칠맛인데,단맛은몸에서필요한에너지원인탄수화물의존재를,짠맛은전해질나트륨의존재를,감칠맛은단백질의존재를알린다.쓴맛과신맛은독성물질또는음식물의부패를알린다.이것은수억년에이르는장구한진화과정의결과다.그런데인간은두발로서고걸으며양손을자유롭게쓰고,불을이용해요리를시작했다.이것은뇌기능의엄청난발달도가져왔다.맛과플레이버를느끼게해주는입,코,목의특별한구조는모든동물중에서유일하게사람만갖추고있다.게다가사람은보통의동물들이기피하는쓴맛과신맛을이용해먹거리에변화와풍미를더하고,다채로운맛의세계를만들어왔다.

미식물리학과플레이버원칙?
개인적감각의차원을넘어사회적영역의공적체험으로확장되는맛

이책의논의는상반된방향에서접근하는듯하지만결국한지점에서만난다.맛에대한감각과선호는생리적인작용이면서사회문화적인요소에크게영향을받는다.우리가음식을먹을때면후각·미각·청각·시각·촉각이모두뇌의안와전두피질에서결합된다.이렇게종합된정보가뇌의맛감각을형성하는데,이맛을담당하는안와전두피질은학습·기억·감정·인지·언어와도연관되어있다.이처럼미식경험이재료의조화로운조합에만달려있지않다는것을알게됨에따라최근에는‘신경미식학’이나‘미식물리학’이라는새로운분야가개척되고있기도하다.이책에서다루는주제는음식의국적과정체성을이루는플레이버원칙,음식트렌드에영향을미치는시대적윤리,대중매체와SNS의영향력,동물의식성에따라다르게진화해온미각수용체,맛과관련된유전형질등다양한갈래로뻗어나간다.흥미로운이야기들은우리일상의한축을이루는식생활을새로운시선으로바라보게한다.

감칠맛이단맛이나짠맛처럼고유한맛으로인식된것은겨우100여년전이고,복잡미묘한와인의맛을다른물질의향과성질을이용해표현하게된지도50년밖에되지않았다.앞으로맛의세계에서얼마나많은비밀이밝혀지고새로운기준이나규범이등장할지는알수없지만,이책은우리가맛을개인적인차원에서느끼는데그치지않고언어로표현하면서더많은사람과공유하기를권한다.여러사람에의해새로운깨달음이더해지면서맛경험의지평이넓어진다면그것이야말로일상에행복과즐거움을더하는일이될터이므로.

책속에서

많은연구가문화적으로형성된개인의인지적편향이맛경험에중대한영향을미친다는것을보여준다.특별한연구결과뿐아니라주변을둘러봐도우리의맛에대한선호가사회문화적인요소에얼마나영향을받는지는금방알수있다.SNS나대중매체에서맛있다고소문난음식들의놀라운인기를보자.인플루언서나‘셀럽’이‘엄지척’을준음식점앞에는어느새긴줄이늘어서있다.유명한경제학자게리베커의이론에의하면,이긴줄자체가사람들이그식당의음식을먹고싶어하게하는중요한요인이다.음식을맛보기전에우리는이미긴줄을통해그음식맛에긍정적인평가를내리고그줄의일부가되길원한다.인기있는작가의소설이나영화나드라마에나온음식들은어떤가.

맛은사회적시대적윤리에도영향을받는다.예전에는이국적인음식을즐기는사람이세련된입맛을가진미식가로여겨졌다.그러나지금은제철이아닌먹거리보다지역의농장에서직접기른채소와닭등을찾는사람들이입맛이더세련되고좋은것으로인정받는다.시대와문화에따라패션처럼맛에도트렌드가생기고이트렌드가맛의기준점이된다.그래서한역사학자는맛을담당하는장기는혀가아니라뇌라고말한다.문화적으로만들어지는뇌를통해맛을평가하는기준이결정된다고설명한다.〈프롤로그―음식으로풀어본‘맛’의모든것〉

연구팀은동일한재료로만든음료수에다른이름을붙여실험참가자들에게마시게했다.실험에참가한사람들은일반인보다맛에민감한전문테이스터,음식소매상,식이전문가,요식업종사자였다.‘겨울향신료WinterSpice’라고이름을붙인음료수를맛본후그들은뮬드와인mulledwine(뱅쇼vinchaud),정향,블랙커런트,계피같은플레이버가풍부한것같으며크리스마스를연상시키는플레이버가느껴진다고평가했다.그런데동일한음료에‘상큼한여름열매들RefreshingSummerBerries’이라는이름을붙인후시음하게하자과일향,상큼함,가벼움,갈증을해소해주는요소들이풍부하다고평가했다.똑같은음료에대해내놓은상반되는평가가놀랍지않은가?참가자들의맛경험은음료의이름을보는순간그이름이그들의마음속에불러일으키는요소들에강력한영향을받았다는것을보여준다.〈샐러드의맛,이름에서드레싱까지_정소영〉

우리가짠맛을가장민감하게느끼는것은소금의주성분인나트륨이온이다.모든염은이온통로를통하면서맛을줄수있지만,나트륨이짠맛을주는데가장강하다.우리가만들어내는침속의주전해질성분은나트륨과칼륨이다.정상적으로혈액의혈장속에는나트륨이약140mmol/L로있는데,침속나트륨농도는보통2~21mmol/L로혈장보다낮다.우리가입안의음식에서짠맛을느끼는것은침에녹은음식물이제공하는나트륨농도가침속나트륨농도보다높을때다.자신의피가입안에서살짝짜게느껴지는것도이때문이다.혈장과같은0.9%농도의생리식염수도약간짠맛이난다.그런데우리입안을적시는침속나트륨농도는때에따라변한다.침샘에서침을생산할때혈액에서빠져나간나트륨을재흡수하기때문에,침속나트륨농도가혈액을구성하는액체성분인혈장보다낮다.침생산속도가빨라지면,나트륨재흡수가줄어들어침으로나오는나트륨이칼륨에비해상대적으로많아진다.그래서같은농도의소금기가제공하는짠맛도식사를시작했을때는살짝짜게느껴지다가식사가진행되면서침속의나트륨농도가높아지면덜짜게느껴진다.〈샐러드,짠맛과단맛과신맛의미묘한균형_성명훈〉

가장맛있어야할엄마젖에단맛이나고에너지로즉각사용할수있는포도당이나설탕이아니라그리달지않은젖당이있는이유가무엇일까?젖당을통해아기에게에너지원을전달하려면우선엄마는젖샘에젖당을합성하는기능을가져야하고,갓난아기는엄마젖속의젖당을분해하는능력을갖춰야한다.아기의소장에는이젖당을분해하는‘락테이스’라고하는효소가있다.또한젖당은모유가함부로감염되지않도록한다는점에서매우중요한의미가있다.이세상에는포도당을사용해번식하는세균과효모가매우많지만,젖당을통해번식하는세균은몇종류되지않는다.엄마의젖샘은감염가능성이적은젖당을생산해아기에게전달해줌으로써감염으로부터모유와아기를지키는방어술을가진것이다.
대부분의포유동물은이유가끝나고어미로부터독립해스스로먹이를찾게되면,락테이스의분비량이점차줄어들다가아예없어진다.젖당분해효소가없어진성인이발효되지않은생우유를마시면,우유속의젖당이소장에서소화되지않고결장으로넘어간다.그러면대장의장내세균이젖당을분해하면서가스를발생시키고설사,경련등이일어난다.젖당이들어있는생우유를먹어도문제가없는사람이라면,성인이되었어도락테이스를생산하는유전자기능을유지하고있는것이다.〈탄수화물의단맛_성명훈〉

사람들이매운맛을좋아하는이유로먼저롤러코스터효과가있다.어떤경험이위험하지않다는사실을알게되면부정적이었던경험이긍정적으로바뀌게된다.하지만사람들은곧싫증을내기때문에더자극적인경험을찾게된다.더스릴있는롤러코스터를타려고하거나더매운음식을먹으려한다.매운맛에는이렇게중독성이있다.그리고뇌는매운맛을통증이나열감과같은자극신호로여겨이를가라앉히기위해엔도르핀과도파민이라는물질을내보낸다.우리뇌속에서자연적으로마약이분비되는셈이다.고추에있는캡사이신이점막에있는열을감지하는통증수용체를자극하면,우리몸은마치뜨거운것에노출된것과같이반응한다.우리몸은고통과위험을감지하게되고이를상쇄하기위해뇌에서는엔도르핀을분비하는데,실제로화상을일으키는열에노출된것이아니기때문에,고통은완화되고은근한쾌감이남게된다.이것은마라톤선수들이장거리를뛸때느끼는희열,곧‘러너스하이’상태와비슷하다.이때는스트레스도줄고,통증도잘느껴지지않는다.실제로장거리경주를한마라토너들의뇌영상촬영을통해서전전두엽과변연계라고하는뇌영역에서엔도르핀을만들어내는것을관찰했다.요컨대매운음식을먹으면마라톤선수가엔도르핀에의해서느끼는것과비슷한쾌감을느끼게되고,더많은엔도르핀을얻기위해계속매운음식을찾게된다는뜻이다.〈제육볶음의매운맛은미각일까_성명훈〉

브리야사바랭의《미식예찬》은와인의맛에관한언어의확장에는큰기여를하지못했지만음식을먹는행위가주관적체험을넘어사회적체험이라는것을밝힌다.《미식예찬》을통해강조되는것은단순한먹는즐거움은‘테이블에서의즐거움’,즉다른사람들과식사를하는즐거움과는다르다는것이다.먹는즐거움은“자연적으로주어지는것이며,가장기본적인필요를충족”시킨다.식욕은영양분섭취라는필요를알리는신호이고그필요가충족되지않는다면고통이따른다.반면그필요가충족되면“매우강렬하고즉각적인만족감이생성되면서개인의생존이보장되고,이는종의영속성으로이어진다”.그러나다른사람들과어울려식사하는즐거움은자연적인것에서벗어나문화적인것에접속하는행위다.식사를함께하는즐거움은단순히먹는즐거움이아니라,그행위의세련미와그로인한만족감으로부터발생한다.

브리야사바랭은이두가지즐거움을명확하게구별한다.즉테이블에서의즐거움은우리의생존욕구,그리고그욕구를충족시킴으로써얻어지는만족감과는오히려거리를두는것이다.이즐거움은“실제로욕구가충족되는순간보다선행할수있으며,그로인하여기대를품게만드는식으로표현된다”고설명한다.배를채우지않은상태에서도생기는만족감이있음을강조하는것이다.“다이닝의즐거움은함께하는즐거움으로,미학적체험과마찬가지로다른사람과그즐거움을공유하도록,서로교류하고특히대접받은요리의좋은점에대해토론하도록부추긴다”고말한다.이는맛이어떤형식으로든언어로유통되는것을전제한다.‘혼밥’이흔해진요즘시대에먹방과음식에관한SNS피드가넘쳐나는현상이바로맛경험의‘사회적’즐거움에대한갈망을방증한다.한테이블에둘러앉아이야기하는대신미디어를통해맛경험을(시각)언어로변환시키며식사의즐거움을공유하는것이다.〈언어에담긴와인의맛_정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