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내마음’대로되지않는영어,
이제크고두텁게‘제대로’공부하자!
영어가아킬레스건이라말하는이들이많다.달달외워야하는단어,문장형식,문법구조…….영어를잘하고싶은마음이굴뚝같은것과는별개로내내잘모르겠고,팽개치고싶고,종내는던져버리고싶었던경험이누구에게나있지않을까?초등학교부터고등학교까지최소12년에걸친의무교육을통해적지않은시간영어를배웠음에도또‘팝’이면‘팝’,‘미드’면‘미드’그렇게매일같이영어를접하는데도대관절영어공부는왜이렇게‘내마음’대로되지않는것인지답답하기만하다.그런데스치듯지나간탄식섞인이문장안에답이있다.왜우리는‘내마음’만신경쓰고,정작‘영어의마음’은단한번도알려고하지않았을까?
여기,우리가영어를대하는방식을근본부터뒤흔들책이출간되었다.인지언어학의관점에서영어가가진광활하고경이로운세계를들여다보는《영어의마음을읽는법》이다.전통적인문법은품사를중심으로‘말’에집중한다.“문법은문법”이고,“어휘는어휘”라는식으로‘언어에대한공부’를‘언어안’에가두는데그친다.그러나인지언어학은여기에‘인간’을더한다.《단단한영어공부》,《유튜브는책을집어삼킬것인가》등의저작을통해꾸준히언어와삶을이어내는고민을붙잡아온응용언어학자김성우가그간시도된바없었던영어의마음을읽어내는진득하고도기쁨가득한여정으로독자를이끈다.
인지언어학,언어학에‘마음’을더하다
저자는오랜시간인지언어학을공부해왔다.인지언어학이란무얼까?언어와사고의관계를탐구하는언어학의한분야를가리킨다.문법구조를이루는형식이아니라,의미에집중하는관점으로서“사고의구조”에서출발하는학문이다.‘(때로는예외도존재하기에무조건들어맞지는않는)복잡한규칙’을‘통째로’외우는기존의영어학습에익숙한많은독자에게는다소낯선영역의이야기이기도하다.
전통적인교실속영어수업을떠올리면,다음과같은선생님들의대사가귓가를선명히울린다.“처음나오면a,그다음에나오면the”,“조동사의‘조’는‘도울조’니까동사를돕는기능이있는거지”,“전치사의‘전’은‘앞전’,뭐앞에?명사앞에!”저자는이런식의설명이틀린것은아니지만문법을‘반드시따라야할규칙’이상으로다루지못한다는점에서,또각각의항목이담는세계를명시적으로알려주지못한다는점에서분명한한계가있다고말한다(209쪽).이를테면“동사를도와주는조동사”라는말에는문법의질서만있을뿐,인간이살아가는세계안에서물리적현실을넘어가능성과의무등다양한세계를경험하는일의놀라움에대해서는생각해보지못하게한다는지적이다.
저자는이책이취하는,그렇기에우리와매우친밀하고밀접한관계가될인지언어학적관점이기존의언어학,그중에서도촘스키언어학과어떻게다른지알아보는작업부터착수한다(19쪽).우선전통적인행동주의심리학에서는‘관찰가능한것’만을중시했다는데주목할필요가있다.이들은언어를습득하는일또한악기를배운다거나운동습관을들이는것과크게다르지않게바라보았고,따라서연구방법또한기존의이론으로충분하다고여겼다.여기에반발한것이언어학자노엄촘스키다.‘보이지않는것’이중요하다고생각한촘스키는1950년대후반새로운언어학을주창한다.행동주의심리학이‘태어난이후학습한것’을관찰했다면,촘스키는‘타고난언어능력’을규명하는데집중한다.또한언어능력의‘단원성’을믿었는데,말을배우는특별한구조가독립적으로존재한다고생각한까닭이었다.이에따르면소리도문법도의미도서로다른영역에존재하는것이었다.그리고바로여기가촘스키언어학과인지언어학이갈라지는지점이다.인지언어학자들은다양한학문분야가보여주는복합적인특징이언어에도나타난다고생각했다.모든것은밀접하게얽혀서상호작용한다는것이이들의주장으로,그간형식언어학의주변부에놓였던‘의미’의문제를언어학의중심으로가져오는계기가된다.요컨대촘스키언어학의뼈대가문법구조의본질을밝히는통사부였다면,인지언어학자들이바라보기에뜻을담당하는의미부가더중요하고긴급한역할을담당했다.인간은의미를만드는존재이고,바로이의미를중심으로언어의형태가발달한다는논리다.
인지언어학의부상이외국어교육에대해갖는함의는크다(28쪽).외국어를배워본사람들은,어느지점에이르면제2언어학습이단순히언어적경험을넘어선다는사실을몸소깨닫고는한다.언어자체가목적이라기보다는,인간이세계를인식하고표현하는도구와만나새로운개념체계를쌓는과정이라는사실을알아차리는것이다.언어를언어안에서이해하려는시도는실패할수밖에없다는커다란전제에뜻을함께한연구자들의움직임이모여,인지언어학은1980년대를거치며본격적인학문분야로발전한다.이후다양한학제간대화,특히신경과학과의접점을통해그범위를확장해가고있으며여러연구와관련논의로눈부신성과를이루는과정에있다.그러나촘스키언어학에비하면여전히‘마이너’한접근으로평가받는것또한사실이다.이러한사정은우리나라도마찬가지로,영어교육을중심에놓고공부해온저자는‘충분한가치를지닌이론이왜현장에뿌리내리지못하는지’질문을던진다.그오랜고민의산물이이책이다.저자김성우는지난10여년간영어교사의입장에서인지언어학을경험할기회를선사하는칼럼을전국영어교사모임이발간하는〈함께하는영어교육〉에게재해왔고,그원고를모아수없이다듬고깎고더하고매만진것이이책이다.
영어의마음을읽는여정에
여러분을초대합니다
책은모두여섯개의장으로구성되었다.언어학습이‘자신과시대를엮어내는일’임을깨닫도록돕는여정의모든과정을각각의장에빈틈없이담았다.1장‘촘스키언어학에서인지언어학까지’는촘스키언어학과인지혁명과의관계속에서인지언어학의탄생궤적을다룬다.저자의살뜰하고단단한설명을따라가다보면생소했던개념과흩어져있던흐름이한데잡혀,먼여정을떠나기전알아두면좋을개괄적인설명이독자안에절로자리잡는다.이어서2장‘생각의근간,은유’에서는의미와사고의체계를만들어내는데핵심적인역할을하는은유를다양한언어표현과함께논의한다.전통적인언어학이론에서는은유,환유,직유등비유적표현을일종의수사적장치,시쳇말로‘있어보이게만드는도구’정도로바라보았다면,인지언어학에서는오히려이를본질적특성이자말의근간을이루는사고방식으로바라본다는사실을심도있게다룬다.3장‘문법그리고품사에숨겨진비밀들’은시제,명사,동사,서법조동사등의용어를생각과경험,세계와연결시킴으로써재미와깊이어느것하나포기하지않고문법을배우고가르칠수있는방안을논의한다.품사중심의학습을넘어,의미를상상하고창조하는도구로서문법을바라보려시도한다.
4장‘영어관사의원리이해하기’에서는한국영어학습자들이가장힘들어하는관사의용법을실타래풀듯차근차근풀어낸다.언어현상의본질을진지하게탐구하는시간을지나고나면,독자들은“세계는하나의총체이지만,가능성으로서의세계는무한히열려있다”는문장위에한참을머물게될것이다.5장‘단어의의미와문장에대한새로운시각’에서는문법및어휘에대한전통적인관점을비판하고구문,접근지점으로서의단어,틀의미론등의개념을통해새로운이해를도모한다.단어의의미는사전적정의로고정되어있지않으며,맥락과경험에따라역동적으로변화함을다양한예문을통해살펴본다.마지막으로6장‘영어와생각은어떤관계를맺고있을까?’에서는언어가사고에미치는흥미로운영향을다각도로탐구한다.“대화를나누는동안세계가만들어진다”는말이과장이아님을적극적으로톺아보는문장들로가득하다.
교재와시험안에갇힌언어를
사고와감정,삶과실천으로해방시키기위하여
책은영어교사와학습자들,다양한인문사회과학연구자들,언어교양에관심을가진독자들이인지언어학에접근할수있는진입점역할을톡톡히해낸다.무엇보다기존학습법에서벗어나새로운관점으로영어를바라보기를바랐던수많은예비학습자들의해갈을돕는반갑고귀한한권이될것이다.
또한책은빈곤한상상력으로가득했던영어학습에서벗어나,능동적으로그어떤가능성과도한계없이연결될수있는회복의기회를제공한다.그무엇이건로딩할수있고,그어떤세계로건접속할수있는영어의세계에첨벙빠져들시간이다.
결국책은영어의마음을읽어내는여정을거쳐,종내에는‘언어의마음을읽어내는삶’을논하고꿈꾸는차원으로독자를부른다.언어는도구이며삶그자체다.인간은몸을가지고세계를경험하고,언어를통해세계를이해하며,은유적사고를통해오감을넘어선추상의세계로인식의지평을확장한다.인간언어의행동을좀더깊게이해하려는일련의시도는구조중심의문법이갖는한계를훌쩍뛰어넘으며,앎의욕구를자극하는유의미한메시지를독자에게전달한다.삶을살피고사회를바꾸는인지언어학의세계로어서오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