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길과 곳; 들어봐, 글자의 울음’
시인이 지금 대면하고 있는 세계는 시원의 공간이 훼손된 장면들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그 훼손을 ‘진화’라고 말하고, ‘발전’이나 ‘편의’라고 부를지도 모르겠으나, 이근영에게는 “신문지를 크게 펴서 하늘을 가리는”(「아직도」) 모순 형용의 세계일 뿐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경험과 기억을 전복하기 위해 더 낯선 곳과 먼 곳을 지향한다. 기억에 의존할수록 같은 삶을 살아가고 평면화되고 마는 세계의 질서를 억압으로 느끼며, 질서를 부수기 위해 지금 여기서 이동을 기획하고 말의 깊은 심연 속으로 자신을 내몰고 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글자의 울음”(「동파문자」)과 마주하게 된다. / 박성준(시인문학평론가)
화살나무 (이근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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