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현대시의 고전이자 여전히 유효한 전위 | 양장본 Hardcover)

악의 꽃 (현대시의 고전이자 여전히 유효한 전위 | 양장본 Hardcover)

$18.00
Description
현대시의 고전이자 여전히 유효한 전위,
고(故) 황현산 선생의 번역으로 만나는 『악의 꽃』 완역판!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완역판이 난다에서 출간되었다. 유려하고도 정확한 문장, 원문에 대한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프랑스문학을 소개한 불문학자 황현산 선생이 번역을 맡았다. 이번 『악의 꽃』 번역 원고는 역자가 타계 직전까지 작업한 결과물로, 유족이 역자의 작업실에 놓여 있던 컴퓨터에서 번역 원고 파일을 발견한 것은 두 해 전의 일이었다. 파일의 이름은 ‘악의 꽃(1) 번역 원고’였고, 최종 수정 시간은 2018년 7월 1일 오전 8시 56분이었다. 역자는 곧 마지막으로 입원하였고 2018년 8월 8일 숨을 거두었다. 이번 완역판은 정본이라 여겨지는 2판을 기준으로 삼되, 1판에서 검열되었던 시편 6편을 넣어 벨기에에서 간행된 『떠다니던 시편들』을 모두 싣고, 3판에서 가져온 12편의 시까지 추가한 판본이다. 『악의 꽃』 간행의 역사에 따른 그 전모를 가급적 드러내고자 한 역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악의 꽃』은 현대시의 시작을 알린다는 점에서 시사(詩史)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한다. 『악의 꽃』을 통해 시의 개념이 달라졌으며, 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확장되었다. 17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현대시의 자장은 『악의 꽃』 아래 놓여 있으니 『악의 꽃』은 고전인 동시에 여전히 시의 전위에 있는 셈이다.
저자

샤를보들레르

1821년파리,신앙심과예술적조예가깊은집안에서태어났다.여섯살에아버지를여읜다.젊고아름다운어머니는육군소령과곧재혼한다.명문중학교에기숙생으로입학하나품행불량으로퇴학당한다.파리로상경해법학을공부하지만술과마약,여자에탐닉하며자유분방한생활을한다.불안과가난속에서왕성한창작을이어간다.미술비평서『1845년살롱전』으로작품활동을시작해1847년중편소설「라팡파를로」를발표한다.프랑스최초로미국시인에드거앨런포의책들을번역하여소개한다.1857년시집『악의꽃』을출간하나미풍양속을해친다는이유로유죄판결을받는다.1860년중독과시창작에관한에세이『인공낙원』을출간하고,1863년피가로에미술비평‘현대생활의화가’를연재한다.1866년시집『떠다니던시편들』을출간하고이듬해46세의나이로세상을떠났다.

목차

차례

악의꽃
[1861년텍스트]
독자에게

우울과이상
1.축복/2.알바트로스/3.상승/4.만물조응5.(포이보스가조각상에)/6.등대/7.병든시신(詩神)/8.돈에팔리는시신(詩神)/9.못난수도사/10.원수/11.불운/12.전생/13.길떠나는집시/14.사람과바다/15.지옥의동쥐앙/16.교만의벌/17.아름다움/18.이상/19.거인여자/20.가면/21.아름다움에바치는찬가/22.이국의향기/23.머리칼/24.(내너를밤하늘의둥근천정만큼)/25.(너는우주전체라도네침실에)/26.SEDNONSATIATA/27.(물결치는진줏빛옷을입으면)/28.춤추는뱀/29.사체/30.DEPROFUNDISCLAMAVI/31.흡혈귀/32.(소름끼치는유태인여자곁에서)/33.사후의회한/34.고양이/35.DUELLUM/36.발코니/37.들린사나이/38.환영I.어둠II.향기III.사진틀IV.초상화/39.(내너에게이시구를바치니)/40.SEMPEREADEM/41.그녀는모든것이/42.(무슨말을하겠느냐,오늘저녁)/43.살아있는횃불/44.공덕전환/45.고백/46.정신의새벽/47.저녁의해조/48.향수병/49.독/50.흐린하늘/51.고양이/52.아름다운배/53.여행에의초대/54.돌이킬수없음/55.정담/56.가을의노래/57.어느마돈나에게/58.오후의노래/59.시지나/60.FRANCISCÆMEÆLAUDES/61.식민지태생의한귀부인에게/62.MOESTAETERRABUNDA/63.유령/64.가을의소네트/65.달의슬픔/66.고양이들/67.부엉이들/68.파이프/69.음악/70.무덤/71.환상적인판화/72.즐거운망자/73.증오의통/74.금간종/75.우울(장맛달이온도시에화를내며)/76.우울(나는천년을산것보다더많은추억을……)/77.우울(나는비오는나라의임금과……)/78.우울(낮고무거운하늘이뚜껑처럼)/79.망상/80.허무의맛/81.고뇌의연금술/82.감응공포/83.저자신을벌하는사람/84.치유할수없는것/85.시계

파리풍경
86.풍경/87.태양/88.어느빨강머리여자거지아이에게/89.백조/90.일곱늙은이/91.키작은노파들/92.장님들/93.지나가는여인에게/94.밭가는해골/95.저녁해거름/96.노름/97.죽음의춤/98.가식에의사랑/99.(나는잊지않았다,시내에서가까운)/100.(당신이시샘하던마음넓은그하녀)/101.안개와비/102.파리의꿈/103.새벽해거름


104.술의넋/105.넝마주이의술/106.살인자의술/107.고독자의술/108.애인들의술

악의꽃
109.파괴/110.순교의여인/111.영벌받은여인들/112.의좋은자매/113.피의샘물/114.알레고리/115.베아트리체/116.키티라여행/117.사랑과해골

반항
118.성베드로의부인/119.아벨과가인/120.사탄연도

죽음
121.애인들의죽음/122.가난뱅이들의죽음/123.예술가들의죽음/124.하루의끝/125.어느호기심많은사람의꿈/126.여행

악의꽃
[1868년제3판에서가져온시편들]
처벌당한책을위한에피그라프/슬픈마드리갈/어느이교도의기도/반역자/경고자/명상/뚜껑/모욕당한달/심연/어느이카로스의한탄/한밤의검토/여기서아주먼

떠다니던시편들
1.낭만파의지는해

『악의꽃』에서삭제된금지시편들
2.레스보스/3.영벌받은여인들/4.레테/5.너무쾌활한그녀에게/6.보석/7.흡혈귀의변신

사랑놀이
8.분수/9.베르트의눈/10.찬가/11.한얼굴의약속/12.괴물/13.FRANCISCÆMEÆLAUDES

에피그라프
14.오노레도미에씨의초상화에붙일시구/15.롤라드발랑스/16.외젠들라크루아의〈감옥의타소〉에관해

이런저런시편들
17.목소리/18.뜻밖의일/19.몸값/20.어느말라바르의처녀에게

익살시편들
21.아미나보세티의데뷔에붙여/22.어떤성가신사내에관해서/23.유쾌한카바레

편집자주
역자의말을대신하여

출판사 서평

백년에걸친오해와복권
한시대와그시대의미래를동시에느낄수있는작품
1857년,『악의꽃』은출간직후미풍양속을해친다는이유로재판을받는다.그결과,수록된6편의시는“외설적이고부도덕한표현”을이유로검열을당한다.보들레르는1861년검열당한6편의시를삭제하는대신32편의새로운시를추가한『악의꽃』제2판을내놓았지만,최초의검열판결은무려한세기가지날때까지지속된다.92년이지난1949년이되어서야프랑스법원은다음과같은판결문과함께『악의꽃』의출판금지판결을무효화한다.

고발되었던시들은어떤외설적인표현도포함하고있지않았고예술가에게허용된자유를벗어나지도않았다.특정묘사가그독창성으로인해시집의출간당시몇몇이들을놀라게하고미풍양속을해치고있다는판단을내리게했을지라도그러한평가는시의상징적인의미를무시한것으로정당성이없는것이었다.

그렇다면법적인판단이아닌당대문학적평가는어떠했을까?출간즉시시집을찬상한작가들도있었지만(귀스타브플로베르,빅토르위고등)그만큼많은이가표현을문제삼으며비난을퍼붓기도했다.작품에대한평가보다는특정표현에대한알레르기반응에가까웠던당대논평은이후에도보들레르수용에방해요소로작용하였다.그렇게오해에휩싸였던시인보들레르는1930년대까지도라마르틴이나비니등19세기낭만주의시인들보다낮게평가되었다.
결국현대시의시초라평가받는보들레르의명성은그의계승자를자처한랭보,로트레아몽,그리고20세기초현실주의자에의해,이들의꾸준한노력을통해,백년에가까운세월을거쳐서서히형성된것이었다(랭보는보들레르를“최초의견자,시인들의왕,진정한신”이라평했다).『악의꽃』이단순히당대사회가수용하기어려웠던표현들로채워졌던,‘100년이지난후판금이해지될시집’이라는스캔들로소비될시집이었다면이러한사후평가는불가능했을것이다.『악의꽃』은진정한의미에서‘시대를앞서간’,한시대와그미래를동시에느낄수있는,전통의파괴와전범의확립을동시에해낸,지금도여전히유효한전위이자고전인것이다.

덧없는것을통해영원한것을감각한현대시의시작
저주,추락,불행……『악의꽃』의시인은거의모든시에서이러한단어들로이해될수있는감정을드러낸다.시의이러한정서는그의비극적인간관,원죄의식에서비롯된다.이의식은직전시대의낭만주의자들과(더넓게는기독교인들과)공유하는것인데,이들은인간의탄생을아담과이브의낙원으로부터의추방과연결짓는다.탄생은곧낙원으로부터의추락chute이되고이는곧인간이평생짊어질원죄chuteoriginelle를낳는다.
“비통한불행의선명한광경”(「못난수도사」)에사로잡힌보들레르에게이원죄에서벗어날방도는없어보인다.그는‘생물로서의죄’에서벗어나는것이인간이이세계에서유일하게만들어낼수있는진보라고믿었지만그의눈에인간은수렵을하던시대에나문명을만들어낸19세기에나똑같이짐승일뿐이었다.되레발전된문명이야기한가치의혼란으로인해하늘과인간사이에존재했던조응관계는끊어져이세계의모든것은근원적의미를잃어버리고타락한다.이제이세계는지옥과다를바가없어진다.
이때보들레르는지옥이된세계를자신의창조적공간으로탈바꿈하기를,인간적조건의한계까지밀어붙여새로운조응관계를감각하고이를시적으로재창조하기를열망한다.즉,이전시대의시인들이하늘의신적존재와단단히맺어진,계시를받아적는충실한사제였다면보들레르에이르러시인은스스로가그계시를만들어내야만하는,씀으로써사물에깊이와근원적의미를부여해야하는,보다막중하며거의불가능해보이는임무를맡게된다.

보들레르는『악의꽃』에서자기시대의덧없는것,저열한것을감각함으로써그감각너머에있는영원한것,숭고한것에가닿으려고했다.명상이나관념적성찰등을통해근원적세계에가닿을수있다고믿었던이전시대의사람들과달리보들레르는지금여기서감각할수있는세계를면밀히느낌으로써감각너머의세계를볼수있다고믿었다.이것이곧현대시를낳은보들레르의시적혁명으로,보들레르이후시인들은형이상의세계를그리기위해형이하의세계를떠날필요가없어졌다.되레형이하세계의감각을최대화하는것,그것이시인의임무가된다.
자연스레보들레르의시선은그가머물렀던도시파리의사실적인풍경에머문다.본질적인세계를그리기위해그리스로마신화의영웅과성서속성인들을소환해야했던이전시인들과달리보들레르는넝마주이,썩어가는사체,추한모습의노파,인파속으로사라져간여인을그리기시작한다.사물이불변하는자연과달리무수한것이순식간에존재했다사라지는파리는그에게현기증을야기하며깊은상처를남긴다.상처로예민해진그의감각은곧이어그너머의세계를발견하기에이른다.도시를그린시인,자기시대의모습을세밀하게그린시인보들레르는이렇게시에현대성이라는개념을도입한다.
감각을통해감각너머의세계를감지하기,덧없는것으로부터영원한것을이끌어내기.이두가지를통해보들레르는현대시의“최초의견자”가된다.그를통해연애시는동시에숭고한종교시가되며코를찌르는넝마주이는그리스영웅의숭고함을얻는다.하나는전부가된다.

“죽음이우리를위로하고,슬프다,살게하니,
그것이인생의목적이요,삶의희망”
황현산선생이타계직전까지번역한『악의꽃』,드디어발간
『악의꽃』에서죽음은언제나희망으로제시된다.죽음을통해세계는질적으로완전히변화하기때문이며,탄생이곧추락이라여겼던보들레르에게죽음은이세계로부터의탈출을의미하기때문이다.죽음을통해한계는극복된다.가능성은확장된다.그것은가난하고헐벗은이들을“위로하고”“살게하며”(「가난뱅이들의죽음」),단조로운세계로인해권태에휩싸인이들에게는“새로운것”을향한여정을가능케해줄“늙은선장”노릇을한다(「여행」).(낭만주의에서는인간을근본적으로변화시킬수있는세가지로사랑,혁명,죽음을꼽는다.죽음이후의세계를믿지않는사람이라도하나의사랑과하나의혁명이한인간에게가져다줄전혀다른세계를상상할수있다면보들레르가말하는죽음의의미를이해할수있을것이다.)
그렇지만오해해선안될것은그토록죽음을찬양하던와중에도보들레르자신은단한번도자살을꿈꾸지않았다는사실이다.그가아무리이세계를비관적으로봤다할지라도그가욕망한것은‘빠른죽음’을통한저너머로의회귀가아니라죽음이가져다줄세계를최대한이세계내에서재현해내는것이었다.그는“이세상에서그빛을볼수는없지만,죽는날까지내내시를씀으로써저빛속의삶과가능한한가장가까운삶을이땅의우여곡절안에서실천하려고했다.”

이번『악의꽃』완역판은황현산선생사후5년이지나발간되었다.유족이선생의작업실에놓여있던컴퓨터에서번역원고파일을발견한것은두해전,파일의이름은‘악의꽃(1)번역원고’였고,최종수정시간은2018년7월1일오전8시56분이었다.선생은곧마지막으로입원하였고2018년8월8일숨을거두었다.
선생은생전트위터를활용하여많은이들과소통하고자기생각을가감없이펼쳤는데,2015년9월14일오전5시37분에는아래와같은글을남겼다.

나죽은후에미래가어찌되건무슨상관인가.그러나그미래를말하는나는살아있지않은가.좋은미래가나죽은다음에야온다고해도좋은미래에관해꿈꾸고말하는것은지금나의일이다.그것은좋은책을한권쓰고있는것과같다.

선생은『악의꽃』번역을통해‘좋은책을한권쓰는’그마음을죽음직전까지실천하였다.꿈꾸었던세계를얼마남지않은시간속에서도포기하지않고바로이세계안에서실현하고자했던작은움직임,이것이이번『악의꽃』완역판을내놓을수있었던동력이라할수있을것이다.
또한주석이달려있지않은이원고를최대한그대로출간하기로결정할수있었던판단의기저에는독자를믿었던선생의번역철학이있다.번역은반역일수밖에없음을끊임없이의식하며조금이라도더나은번역을위해노력하였던선생이『악의꽃』번역을생전에마칠수있었던것은그것을읽을독자들의통찰력에대한믿음이있었기때문이다.

나는최근에보들레르의『악의꽃』을번역하면서이상한결심을했다.프랑스어시를한국어로번역하다보면용납할수없는구멍을만들어내는시구들이가끔있다.그래서번역을5년넘게미뤄둔시가있다.그러나그5년동안에내번역의역량이달라졌는가.달라지지않았으며,앞으로5년후에도달라지지않을것이다.그러니저구멍을의식한채내부족한번역을최종번역으로확정해야한다.그리고이확정을결심할때의내자세는지극히능동적이어야한다.그용납할수없는구멍이메워지는것은내번역역량에의해서가아니라두언어를둘러싼문화적환경의발전과독자들의드높아질통찰력에의해서일것이기때문이다.(『황현산의사소한부탁』,285쪽)

※보들레르와『악의꽃』에관한해설은많은부분황현산선생님의생전저작(비평문,산문,강의록등)을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