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시 (양장본 Hardcover)

기억, 시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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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기억과 묵지(默識)의 비평
[기억, 시]는 이성모 평론가의 신작 비평집으로, 「실존 의식, 자유와 성찰-살매 김태홍의 시」 「1951년 마산, 김춘수와 R. M. 릴케와의 내면적 거리-김춘수・김수돈 찬역, [릴케 시초-憧憬]을 주목하며」 「마산 3.15 의거시의 정신사」 등 15편의 비평이 실려 있다.
저자

이성모

경남 마산 출생.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2006년 [시와 사람]에 ‘이 시집을 주목한다’, 2012년, 2017년 [서정시학]에 ‘이 계절의 시와 시집’을 연재.
[전봉건 시 연구] [고백, 시] [기억, 시] 등을 발간.
[고백, 시]로 제13회 서정시학상 수상, 2020년 세종학술도서 선정.
[시와 비평] 발행인, 한국시학회 이사, 한글학회 경남지회장, 마산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시애] 발행인. 창원시김달진문학관 관장.

목차

005 책머리에

제1부 기억하다
015 실존 의식, 자유와 성찰-살매 김태홍의 시
052 민족의식, 인간답게 사는 길-월초 정진업의 시
087 조촐한 사람을 향한 경배-백청 황선하의 시
108 대항 담론, 모순과 부조리-이선관의 시
144 경남 문학의 선구적 표징-유천 신상철의 문학

제2부 1950년대와 마산 3.15 의거
175 한국전쟁기 부산, 순정한 시의 정신-[新作品] 제1집에서 제5집까지를 중심으로
190 1951년 마산, 김춘수와 R. M. 릴케와의 내면적 거리-김춘수・김수돈 찬역, [릴케 시초-憧憬]을 주목하며
213 마산 3.15 의거시의 정신사

제3부 말없이, 묵지(默識)
259 흐르는 고임 속의 삶, 숙명적인 시-정남식의 시
272 순정(純正)한 시의 길이 아름다운 까닭-정이경의 시
290 아프니까, 시인이다-최재섭의 시조
309 동심(同心) 동행(同行)의 시학-손연식의 시
328 따뜻한 상처, 후끈거리는 사람, 사랑의 시-신혜지의 시
347 고독, 자유, 구원으로서 지리산 문학-백남오의 수필
362 고백과 모티프의 수필 미학-진부자의 수필

출판사 서평

본 평론집의 표제는 ‘기억, 시’이다. 콤마를 유별나게 붙인 까닭은 개념적 언어로서 ‘기억’, 혹은 기억을 시의 제재로 삼는 것과 다르다는 점을 적시하기 위함이다. 기억의 사전적 의미는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내는 것이다. 이를 사물이나 사상(事象)으로 내면화하여 표상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 ‘기억시’이다.

이에 반해 필자는 기억을 존재론적 관점으로 넓혀 보았다. 말하자면 기억은 본질적으로 망각을 포괄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는 망각이 단순히 어떤 사실을 잊어버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존재 망각으로까지 확장된 개념으로 인유한 것이다. “존재 망각이란 존재와 존재자의 차이의 망각이다. 존재사(存在史)는 존재 망각과 같이 시작한다.”(하이데거, 「숲의 길(Holzweg)」) 근원적인 존재의 진리를 망각한 기억의 절멸이란 그야말로 부정적인 무(negative nothingness)이다.
“현대의 시인은 궁핍한 시대에 살고 있다”라는 하이데거의 부재와 존재의 변증법적 명제를 끌어와서 기억의 논점을 덧보태면 기억이란 부재하지만 존재하는 그 무엇이다. 이른바 현존을 뜻한다. “이젠 아니다(no-longer)”는 그 자체가 그 무궁한 본성의 가려진 도착(到着)이 의미하는 “아직은 아니다(not-yet)”인 것이다.(R. R. 마글리오라, [현상학과 문학], 최상규 역, 113쪽.)

본 평론집은 망각이 “아직은 아니어야 하는” 근원적인 정신사를 복원하는 데에 뜻을 두고 있다. 궁핍한 시대를 살아왔으나 잊힌 경남 지역 시인을 지역 정신사의 구심점으로 환류하고자 한다. 일제강점기, 광복기, 한국전쟁기, 제1공화국, 마산 3.15 의거 이래, 엄혹한 시대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쳐 응전했던 천상병, 고석규의 ‘신작품’ 동인, 김춘수, 김태홍, 정진업, 황선하, 이선관의 시를 통하여 이들의 역사의식과 실존 의식과 대항 담론이 경남 지역의 정신사로 현존하고 있음을 증명코자 한다. 평론집에 있어 지극히 촌스럽지만, 들머리에 이들의 약전(略傳)을 밝혀 적은 까닭이다.

지역문학을 서울 중심의 중앙 문단에 길항(拮抗)하는 단층 문학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지역문학은 다층 문학이 되어야 산다. 이른바 중앙문학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지역문학에 깃들어 있고, 지역 정신을 바탕으로 새롭거나 독자적인 기운을 뿜어낼 때, 비로소 지역문학은 중앙문학과 다른(Différance) 문학으로 설 수 있는 것이다.

뚜렷이 존재했지만, 이를 온전하게 존재하게 하는 동력을 상실한 경우, 망각의 늪에 잠식될 수밖에 없다. 망각이 악덕인 경우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을 망실(亡失)함에 있다. 인간으로서 존엄, 생명체로서 순리의 덕을 따라야 함을 문학정신으로 밝혀 세웠던 이들의 존재가 잊히고 있다. 따라서 이들 문학인의 정신사를 올곧게 되살리는 일은 경남 지역 정신사의 복원과 같다. 더 나아가 이들의 문학정신을 현 단계 지역문학에서 발전적으로 변화하는 생성의 여울목, 혹은 소용돌이로 실존하고자 함이다. 한편으로 현존하는 지역문학인을 집중 조명하는 평론을 덧붙인 까닭은 비평가로서 묵지(默識)의 태도에 따른 것이다. 말없이 남의 말의 참뜻을 깨닫거나 기억해 두고자 한다.
지역문학 실천 운동이란 지역문학의 자료 조사와 발굴 및 보존, 지역문학의 연구와 비평, 지역문학 확산 운동의 기획, 지역문학 프로그램의 창출과 소통 체계 수립, 지역문학 수용자의 정서적・감정적 열망과 기대에 대한 피드백을 근간으로 한다. 이른바 지역문학을 선도하고자 하는 그룹과 지역사회의 현상적 기대 지평과의 일치 혹은 와해에 관한 평가, 지역문학 운동 자체에 대한 부정적 모순 진단, 변화 모색을 통한 새로운 개념의 지역문학을 확대재생산하는 끊임없는 환류를 포괄하고 있다. 본 연구와 비평이 이러한 채널을 활성화하기 위한 모멘텀으로 기능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