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어떤 교수가 내게 항의한다. “‘벙어리’를 ‘벙어리’라고 부르는 것이 뭐가 문제죠?” 다른 교수가 논문 내용을 문제 삼는다. “‘청소부 토끼’, ‘만성염증 청소부! 〈해양 폴리페놀〉’ 등의 ‘청소부’는 ‘환경미화원’과 교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청소부’ 등의 표현을 무조건 차별적 어휘라고 분류하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 한 출판계 인사는 편집자의 ‘정치적 올바름’에 따른 철저한 교정을 불편해하며 말한다. “18세기에 ‘청각 장애인’이라는 말은 있지도 않았는데, ‘귀 먼 사람’을 죄다 고쳐 놓으면 내 생각엔 어색하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알게 모르게 차별과 차별 언어 사용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멋지게 빗대어 말하기 위해 쓰는 ‘꿀 먹은 벙어리’, ‘귀머거리 들으나마나’,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먼 과거에 만들어진 속담은 지금까지도 관련 장애인과 그 가족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로 작용한다. ‘청소부 토끼’, ‘만성염증 청소부’라는 말에서 ‘청소부’가 사람이 아닌 존재에 비유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직접적 차별은 아니겠지만 환경미화원의 관점에서는 크게 불편한 언어 사용이다. 누군가의 불편한 마음에 공감하며 언어를 쓴다면 ‘청소부 토끼’를 ‘환경미화원 토끼’, ‘귀 먼 사람’을 ‘청각 장애인’이라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알게 모르게 차별과 차별 언어 사용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차별은 다른 사람의 약하거나 부족한 면을 헤집고 파고드는 것인데,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벌집 큰아들이라도 모든 면에서 최고일 수 없고, 화려해 보이는 유명 정치인도 어딘가에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재벌집 큰아들은 작은 체구와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학창 시절 친구들이 공놀이에서 끼워주지 않는 차별을 받았을 수 있고, 유명 정치인은 이른바 명문가나 일류대 출신이 아니어서 교류 집단에서 한동안 따돌림의 대상으로 지냈을 수 있다. 방송으로 잘 알려진 한 여성 요리사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당하고 차별받았다고 한다. 하물며 보통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더 자주, 더 많은 면에서 차별과 비하, 혐오의 대상이 된다.
차별은 사람의 본능에 가깝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대상에 편안함을 느끼고 다른 대상에는 불편함, 때로는 불안감까지 느낀다. 다른 존재에 대한 불편함과 불안감의 속마음을 언어로 드러낸 것이 차별 언어다. 차별이 본능에 가까운 것처럼 차별 언어의 사용도 어쩌면 본능에 가까운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높은 윤리 의식과 합리적 이성에 따라 그 본능을 최대한 억누름으로써 사람답게 살고, 함께 어울려 사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 차별과 차별 언어 사용에 무감각한 사람은, 학식이 얼마나 높든 직업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신의 동물적 공격 본능을 숨기려 하지 않는 자들이다.
차별 언어 연구는 사회언어학 분야 가운데서도 사람과 언어 사회에 가장 가까이 서 있다. 이 책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차별 언어가 얼마나 우리들 마음속 깊이, 얼마나 넓은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알게 모르게 차별과 차별 언어 사용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멋지게 빗대어 말하기 위해 쓰는 ‘꿀 먹은 벙어리’, ‘귀머거리 들으나마나’,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먼 과거에 만들어진 속담은 지금까지도 관련 장애인과 그 가족의 심장을 찌르는 비수로 작용한다. ‘청소부 토끼’, ‘만성염증 청소부’라는 말에서 ‘청소부’가 사람이 아닌 존재에 비유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직접적 차별은 아니겠지만 환경미화원의 관점에서는 크게 불편한 언어 사용이다. 누군가의 불편한 마음에 공감하며 언어를 쓴다면 ‘청소부 토끼’를 ‘환경미화원 토끼’, ‘귀 먼 사람’을 ‘청각 장애인’이라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알게 모르게 차별과 차별 언어 사용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차별은 다른 사람의 약하거나 부족한 면을 헤집고 파고드는 것인데,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벌집 큰아들이라도 모든 면에서 최고일 수 없고, 화려해 보이는 유명 정치인도 어딘가에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재벌집 큰아들은 작은 체구와 소심한 성격 때문에 학창 시절 친구들이 공놀이에서 끼워주지 않는 차별을 받았을 수 있고, 유명 정치인은 이른바 명문가나 일류대 출신이 아니어서 교류 집단에서 한동안 따돌림의 대상으로 지냈을 수 있다. 방송으로 잘 알려진 한 여성 요리사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당하고 차별받았다고 한다. 하물며 보통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더 자주, 더 많은 면에서 차별과 비하, 혐오의 대상이 된다.
차별은 사람의 본능에 가깝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대상에 편안함을 느끼고 다른 대상에는 불편함, 때로는 불안감까지 느낀다. 다른 존재에 대한 불편함과 불안감의 속마음을 언어로 드러낸 것이 차별 언어다. 차별이 본능에 가까운 것처럼 차별 언어의 사용도 어쩌면 본능에 가까운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은 높은 윤리 의식과 합리적 이성에 따라 그 본능을 최대한 억누름으로써 사람답게 살고, 함께 어울려 사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 차별과 차별 언어 사용에 무감각한 사람은, 학식이 얼마나 높든 직업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신의 동물적 공격 본능을 숨기려 하지 않는 자들이다.
차별 언어 연구는 사회언어학 분야 가운데서도 사람과 언어 사회에 가장 가까이 서 있다. 이 책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차별 언어가 얼마나 우리들 마음속 깊이, 얼마나 넓은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21세기 차별 언어의 새로운 이해
$2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