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 서양 학술용어 번역과 근대어의 탄생

그 많은 개념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 서양 학술용어 번역과 근대어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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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근대어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150년 전 서양 학술 용어와 체계를 번역, 소개한
어느 일본 지식인이 그린 근대지(近代知)의 지도
희철학(希哲学), 가취론(佳趣論), 격물학(格物学), 치지학(致知学), 통고학(通古学), 계지학(計誌学)은 오늘날 어떤 학문을 가리킬까? 이들 각각은 Philosophy(철학), Aesthetics(미학), Physics(물리학), Logic(논리학), Archaeology(고고학), Statistics(통계학)에 대응하는 19세기 번역어로, 서양 학술 체계와 용어를 일본에 도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계몽사상가 니시 아마네(西周, 1829~1897)가 만든 용어다. 니시 아마네는 현대 일본과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학술, 과학, 기술, 예술, 연역, 귀납, 심리’ 같은 단어를 창안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근대 학술사를 독자적으로 연구해온 야마모토 다카미쓰(山本貴光)가, 1870년경 니시 아마네가 ‘서구의 학술’을 쉽게 소개하려고 사숙에서 강의한 내용을 그의 문하생 나가미 유타카(永見裕)가 필기한 강의록인 「백학연환(百學連環)」을 꼼꼼하게 해설한 것이다. 백학연환은 엔사이클로피디아(Encyclopedia)의 번역어로 온갖 학술(百學)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連環)을 뜻한다. 현재 Encyclopedia라고 하면 ‘백과사전’이나 ‘백과전서’를 떠올리지만 이 말의 어원인 그리스어 ‘엔큐클리오스 파이데이아(Ενκυκλιος παιδεια)’는 ‘기본적인 교육과정’, 오늘날의 ‘일반교양’을 말한다. 니시 아마네의 백학연환 강의는 서양 학술의 지도, 즉 학술의 전체상을 소개하면서 일본 근대지(近代知)의 체계를 구상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서구 문물을 이입, 흡수하려 했던 메이지 시대에는 모든 학술을 처음 접하는 상태였으므로 니시 아마네의 설명에는 ‘학술’과 관련된 각종 용어를 번역해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 책으로 ‘일본의 번역과 근대’ 전체를 조망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의 꼼꼼한 읽기와 현장감 넘치는 서술 덕분에 특정 학술용어나 학문 분야를 지칭하는 말이 탄생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야마모토다카미쓰

1971년생.독립연구자이자게임크리에이터.‘메이지현인연구회(明治賢人?究?)’회원.어릴때부터학술과학술의역사에관심을가지고독자적으로연구해왔다.에도말기,메이지시기계몽사상가이자서양철학자였던니시아마네(西周,1829~1897)가1870년경‘서구의학술’을소개한강의를문하생나가미유타카(永見裕)가필기한강의록인「백학연환(百學連環)」을파고들어분석했고,이를웹사이트‘워드와이즈웹(WORD-WISEWEB)’에총133회에걸쳐연재한후단행본으로출간했다.2009년에히토쓰바시대학원에서‘새로운「백학연환」-학술편’을강의했다.
게임<전국무쌍(??無?)>의개발에참여했다.저서로『뇌를이해하면마음을이해할수있을까(?がわかれば心がわかるか)』,『문제가문제다(問題がモンダイなのだ)』,『컴퓨터의비밀(コンピュ?タのひみつ)』,『문체의과학(文?の科?)』이있고,역서로『마인드-마음의철학(MiND―心の哲?)』,『룰스오브플레이(ル?ルズ?オブ?プレイ)』등이있다.홈페이지‘철학의극장(哲?の劇場)’을운영하고있다.

목차

옮긴이서문

들어가며

제1장「백학연환」이라는문서
우선전체를살펴보자/차례를읽다/학술기예/학술의방략/신치지학/진리

제2장백학연환은무엇인가
「백학연환」본문속으로/그리스어철자문제/철자가달라지는이유를추리하다/‘바퀴안의동자’의수수께끼/둥근고리를이룬교양/지(知)의릴레이/정치학의엔사이클로피디아?/‘정치학의엔사이클로피디아’의정체/법학의엔치클로패디/문헌학의엔치클로패디/철학의엔치클로패디/학술의엔사이클로피디아/책으로서의‘엔사이클로피디아’/지식의나무/학역(學域)을변별하다/떡은떡집에서/중국의학술분류

제3장‘학(學)’이란무엇인가
동사로생각하다/술,기,예의원뜻/왜ScienceandArts인가/왜Scio와ars인가/학문의정의-해밀턴을인용/아리스토텔레스의그림자/학에는정의가있다

제4장‘술(術)’이란무엇인가
이치를탐구하여달성하기쉽게한다/술의정의가나오는출전을찾다/‘아트’를둘러싼거대한말전달게임/술의정의는어디서인용했을까/술의정의를둘러싼지(知)의연쇄

제5장학과술
학과술의구별/아트와사이언스는혼동하기쉽다고?/사이언스의동의어/라틴어인용문의출처/‘에피스테메’와‘테크네’/어떤<웹스터영어사전>인가/의학,의술을구체적인예로들다/진리에관여하는두가지방법

제6장관찰과실천
관찰과실천/오용에주의하라

제7장지행(知行)
지행이란무엇인가/가상의적은누구인가/지는폭넓게,행은세부적으로/온고지신/일신성공/지는위로도향하고아래로도향한다/군자는화합하되동화되지는않는다/에도의‘학술’-가이바라에키켄의경우

제8장학술
‘단순의학’과‘적용의학’/‘기술’과‘예술’/<웹스터영어사전>의정의/술의구별을비교하다/만민의학술과진정한학술

제9장문학
문학없이는진정한학술이될수없다/문학의힘/세계3대발명/동서양활판인쇄사정/출판의자유/글은도를관통하는수단이다/글은도를싣는다/글의힘-일본의경우/하늘의도를따라야한다/옛서양에서는학술을칠학으로정했다/휴머니티스/문장학을하려면다음의오학을배워라/어원을밝히는학문인산스크리트

제10장학술의도구와수법
학술과글의관계/학술에관련된시설/다양한전문박물관/특허청이박물관이었다고?/학에는실험이필요하다/공리에만빠지려는걸방지하라/불립문자/서적상의논의/에도유학자들의경우/글은모든사람의이해를돕는게주목적이다

제11장논리와진리
신치지학-진리를탐구하는방법/절대로빼놓을수없는논리학/왜‘연역’이라고했는가/연역을고양이와쥐에비유하다/서적의노예가되어서는안된다/양명은학문에서마음을중요시했지만/귀납법을반찬먹기에비유하다/사과와만유인력/귀납법-정치학의경우/여러학문이탐구하는진리의예

제12장진리를깨닫는길
진리를탐구하는것은학(學),진리를응용하는것은술(術)이라한다/아는것이힘이다.하지만.../진리의가치를중국고전에따라말하자면/지식의연상작용/니시아마네식노트필기법/경계해야할돌팔이의사/진리를아는두가지길/‘음표’를천문학에비유하자면/‘무반’이란무엇인가/소극은적극으로이어진다/우주에서보면극미물/분광분석까지거론하다/산초어라는기괴한물고기/주인과도둑

제13장지(知)를둘러싼함정
혹닉과억단이라는두가지함정/result와knowledge의구별/호랑이라는말만들어도안색이변하다/학문의대율/삼단계설/천둥의삼단계/학에서술로-응용의삼단계/학술에도재능의유무가있다/영민둔완(敏鈍頑)/학술에는재(才)와식(識)이있다/존로크가말하기를/재식을그릇에비유하다

제14장체계와방법
체계와방법/체계-진리를통합하다/체계-건축과중국의우주론을예로들다/기술적(記術的)학문/체계화된역사학이란/방법이란무엇인가

제15장학술의분류와사슬
사슬로연결된이미지/보통학과개별학/‘보통’이란무엇인가/‘개별’이란무엇인가/심리와물리/심리와물리를군사용어에비유하다/심리와물리의관계/학술분류의변화/새로운학술지도를위하여

후기
역시웹스터사전!/이책을내기까지/감사의말/마치며

부록
『니시아마네전집』총목차
「백학연환」총목차
「백학연환」전문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니시아마네의비교문명론적방법과
학문적건축술을따라가게될이책의독자들은
150년전‘그시대’동아시아를들여다보는즐거움뿐아니라,
‘이시대’가필요로하는전체에의새로운통찰에
불현듯이르게될지도모른다.”
-황호덕(성균관대교수,문학평론가)

1.“근대어는어떻게탄생했는가”
한독립연구자가꼼꼼한읽기와
현장감넘치는서술로그려낸근대어탄생의과정

희철학(希哲),가취론(佳趣論),격물학(格物),치지학(致知),통고학(通古),계지학(計誌)은오늘날어떤학문을가리킬까?이들각각은Philosophy(철학),Aesthetics(미학),Physics(물리학),Logic(논리학),Archaeology(고고학),Statistics(통계학)에대응하는19세기번역어로,서양학술체계와용어를일본에도입하는데결정적인역할을한계몽사상가니시아마네(西周,1829~1897)가만든용어다.니시아마네는현대일본과한국에서일상적으로사용하는‘학술,과학,기술,예술,연역,귀납,심리’같은단어를창안한것으로도잘알려져있다.

근대학술사를독자적으로연구해온야마모토다카미쓰(山本貴光)는서양에서이입된지식과번역의문제를파고들다가니시아마네의「백학연환(百學連環)」이라는문서를알게된다.「백학연환」은1870년경니시아마네가‘서구의학술’을쉽게소개하려고사숙에서강의한내용을그의문하생나가미유타카(永見裕)가필기한강의록이다.이책은야마모토다카미쓰가2011년부터2년에걸쳐웹사이트‘워드와이즈웹’에연재한‘「백학연환」을읽다’를다시2년에걸쳐수정,가필한후단행본으로출간한것이다.저자는「백학연환」중에서도「백학연환제1총론고(稿)」를집중분석하면서「백학연환」전체의주요문맥을파악한다.서구문물을이입,흡수하려했던메이지시대에는모든학술을처음접하는상태였다.니시아마네는수강생들이다양한학술간의차이를쉽게이해할수있도록중국고전,유학의예를들거나구체적인이미지를부여하는등다양한각도에서설명하려노력했다.당연히이설명에는‘학술’과관련된각종용어를번역해만드는작업이필요했다.

저자는「총론」원문은30여쪽에지나지않지만이짧은글에「백학연환」의정수가담겼다고보고,한단어,한문장씩읽어가며일본과서구의지식체계가서로얽히며새로운말이탄생하는과정을흥미진진하게추적한다.그과정에서학술(學術,scienceandart),기술(技術,MechanicalArt),예술(藝術,LiberalArt),규모(規模,system),연역(演繹,deduction),귀납(歸納,induction)같은용어뿐아니라,humanity의근대초기번역어가인도(人道)였고(*247쪽),Invention의번역어‘발명’과Discovery의번역어‘발견’이애초에같은의미로쓰였으며(*224쪽),특허청(patentoffice)이오늘날의박물관과같았다(*266쪽)는등의재미난사실도드러난다.이책으로‘일본의번역과근대’전체를조망할수는없겠지만,저자의꼼꼼한읽기와현장감넘치는서술덕분에특정학술용어나학문분야를지칭하는말이탄생하는과정을흥미롭게지켜볼수있을것이다.

2.150년전서양학술용어와체계를번역,소개한
어느일본지식인이그린근대지(近代知)의지도

백학연환은엔사이클로피디아(Encyclopedia)의번역어로온갖학술(百學)이서로연결되어있음(連環)을뜻한다.현재Encyclopedia라고하면‘백과사전’이나‘백과전서’를떠올리지만이말의어원인그리스어‘엔큐클리오스파이데이아(Ενκυκλιοπαιδεια)’는‘기본적인교육과정’을말한다.이는서구에서중세이래자유칠과(‘문법’‘수사학’‘변증론’‘산술’‘기하학’‘천문학’‘음악’)로불린과목,요즘으로치면‘일반교양’이다.니시아마네가한‘백학연환’강의자체는책으로서의‘엔사이클로피디아(백과전서)’를전제로삼았지만,이는현재우리가아는사물전반에관한지식을모아놓은백과사전이아니라19세기당시모든학술을전부살펴볼수있도록구성한12권짜리엔사이클로피디아였다.(그러나저자는당시출간된12권짜리백과사전을특정하지는못한다.*80쪽)

당시일본지식인의기초교양이었던유학에도정통했고,네덜란드에유학하며서구학술을접한니시아마네는“정말로진리를아는사람이라면일본고유의문장〔和文〕으로써야”(*281쪽)한다는생각이었기에동서양의사고를독자적으로결합하여서구학술체계와용어를번역해낸다.일례로philosophy에대응하는‘철학’이라는번역어를만들때주돈이의『통서(通書)』에나오는‘사희현(士希賢:선비는현명함을사랑하고희구한다)’을참조하여‘현철함을사랑하고희구한다’는의미의‘희철학(希哲)’이라고번역했고,이윽고맨앞의‘희’가떨어져나가‘철학’이되었다.(*278쪽)

백학연환강의는학(science,學)과술(art,術)이무엇이며이둘을어떻게구별해야하는지에대한언급으로시작하여,학과술의방법을논하고,논리학정치학물리학기계학천문학화학등다양한학술분야를소개한후,마지막으로학술의성질에따라크게보통학(普通學)과수별학(殊別學,개별학個別學)으로양분하고각학술영역에속하는학문(역사학,지리학,문장학,수학/심리상학,물리상학)을분류하면서끝맺는다.니시아마네는유학이“글,말에만탐닉해서진리를보려하지않는다,오로지‘서적상의논의’이기만하다”(*282쪽)며통렬하게비판하는동시에,『논리학체계』를비롯한J.S.밀의저작들과실증주의자콩트의‘지식삼단계설’을비중있게소개하면서경험이나실험을통한실증이더중요하다고역설한다.그러면서자신만의학술분류를전개하는데,저자는이분류를찬찬히해석해가며때로는감탄도하고때로는의문도표한다.니시아마네스스로도이후계속해서학술분류를검토하며수정해갔다고하니(*455-456쪽),이는백학연환강의가서양학술의지도,즉학술의전체상을소개하면서일본근대지(近代知)의체계를구상하기위한시도였음을보여준다.

추천사

“지식의지도를완전히새로그려야하는시대가있다.전혀다른지식의나무를만나경이로움에뒤흔들릴때도있다.어쩌면지금이바로그런시간일지모른다.메이지일본의건설자니시아마네의「백학연환」을한줄씩새로읽어가는이책은마치보르헤스나미셸푸코가탐색하는이방의헤테로피아처럼,우리가속한지식의세계를낯설게하며왜우리가지금이자리에서이렇게읽고쓰고생각하는지를알게한다.서양학술의연원과체계를그리스어,라틴어,네덜란드어,영어,한문,일본어를연결하며창안해낸니시아마네의비교문명론적방법과학문적건축술을따라가게될이책의독자들은150년전‘그시대’동아시아를들여다보는즐거움뿐아니라,‘이시대’가필요로하는전체에의새로운통찰에불현듯이르게될지도모른다.”
―황호덕(성균관대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