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식탁 위로 : 레비-스트로스와 함께하는 기호-요리학

신화의 식탁 위로 : 레비-스트로스와 함께하는 기호-요리학

$19.00
Description
인류는 먹는 이야기로 현실의 어떤 문제를 돌파해 왔나!
먹기를 통해 탐구하는 좋은 삶에 대한 신화적 지혜!
“인류 무의식을 형성해 온 신화가 ‘먹기’를 줄기차게 탐구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 속 기호-요리(신화)를 분석하며, 『신화학』에 등장하는 대표 기호-식재인 꿀, 옥수수, 야생돼지, 사람을 중심으로 신화에 숨겨진 자율과 절제, 표면과 이면, 먹음과 먹힘 등의 의미를 짚어 나가는 책.
‘작지만 소소한 행복’ 차원의 문제가 아닌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 하는 관계를 다루는 지혜이자 공생법으로서의 ‘먹기’를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에서 발굴해 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식탁을 차려 준 이 책은, 신화의 다양한 맛을 음미해 보길 권할 뿐 아니라 깔끔한 뒷정리-새로운 관계의 모색까지 당부하고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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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선민

동화인류학자.‘인문공간세종’연구원.대학원에서는한국근대문학을전공했다.마르셀프루스트와프란츠카프카의소설을읽으며위대한작가가되려고했으나실패!^^모든글은시도로서의의미가있다는이치하나를얻고근대문학의산에서하산했다.그때부터어딘가에있을훌륭한진리를찾아다니는대신발밑의작은것들을바라보았다.

지금은‘인문공간세종’에서만난친구들과동화,전설,민담등옛이야기를읽으며밥하고청소하기의인류학을한다.
마르셀프루스트에대한책(『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되찾은시간그리고작가의길』)과카프카에대한책두권(『자유를향한여섯번의시도:카프카를읽는6개의키워드』와『카프카와가족,아버지의집에서낯선자되기』)을냈으며,『그림동화』를인류학적시선으로읽은책(『시작도끝도없는모험,『그림동화』의인류학』)을시작으로『슬픈열대,공생을향한야생의모험』을펴내는등‘인류학’을모험중이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먹텔링의기원을찾아서
전천당의비밀|신의음식으로죽다

1.『신화학』,기호-요리학
신화,자연과문화의매개
신화학,인류무의식의탐구
기호,신화의언어
구조,대칭성모색장치
식사,문화제작술

2.이야기는불로익힌다
자기변용의화염
불의인류사|주어야받는불|불값은목숨값
운명을요리하는기술
절제,다채로운삶을여는지혜|겸손,차이를존중하는능력

3.편식된식재의생태학
꿀:반(反)신석기혁명과화전(火田)의상상력
양의성과주기성|벌의채집예찬|농경의피,눈물

옥수수:축적을경계하는재배윤리
잉여생산,청년을노인으로만드는저주|농부,곡식의말을듣는자|농사,공손한의사소통

야생돼지:고기를먹으면고기가되리니
남아메리카의다자연주의|사냥꾼,자연의중재자|육식,타자의자기화

사람:우리는모두식인종이다
자연사(自然死)란없다|식인,타자의자기화|아무개의누구로먹히고또먹히기

4.식구되기의어려움
친족의기본구조
아버지가아니라외삼촌이다|혼밥은없다,친척을만들자

가족,증여의회로
부부의세계,선물의세계|질병을주고치유를받다

나르시시즘을넘어네트워크로
소녀와‘거리의파토스’|딸아,인연의실을짜라|며느리야,관계를낳아라

에필로그:청소하기의인류학

참고도서

출판사 서평

▶지은이의말

동화의뿌리가되는옛이야기를읽게되면서먹기의문제와다시만났습니다.레비-스트로스가『신화학』에서소개하는무문자(無文字)사회의기원담들은예외없이먹고먹히는일,그리고누가요리할것인가의주제를고민하고있어서놀라웠습니다.그러자‘빨간모자의간식바구니’라든가‘헨젤과그레텔의과자집’이라든가,‘호랑이에게떡을준할머니’라든가,여전히음미되는옛이야기대부분이‘먹는다’라는문제를핵심테마로안고있다는사실이중요하게보이기시작했습니다.인류무의식을형성해온신화가‘먹기’를줄기차게탐구한까닭은무엇이었을까요?인류는먹는이야기로현실의어떤문제를돌파했던것일까요?(…)제눈에들어온것은무문자사회의신화입니다.문자를거절하는사회는인간이먹어야한다면‘관계’를위해서라고분명히밝히고있었기때문입니다.저는이책에서레비-스트로스가소개하는무문자사회의신화몇편을분석했습니다.레비-스트로스가몇십년에걸쳐연구한『신화학』은인류가부단히공생의지혜를발휘했음을논증하는책입니다.최고의공생법은함께하는식사에있으며,신화란그태도를가르친다는것이책전체의주제입니다.제가시도한것은『신화학』자체에대한해석은아닙니다.저는‘무엇을,어떻게,누구와먹어야하는가’라는인류의오랜관심을추적하면서좋은삶에대한신화적지혜를해석해보려했습니다.

▶신화의식탁위로지은이오선민선생님인터뷰

1.선생님의전작『슬픈열대,공생을향한야생의모험』이인류학의고전으로일컬어지는레비-스트로스의『슬픈열대』를새롭게소개하신책이었습니다.이번『신화의식탁위로』는부제가‘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는기호-요리학’인데요,기호-요리학이란무엇인지,그리고신화의식탁으로가는길을왜레비-스트로스와함께하셨는지궁금합니다.
‘사람들은왜이야기하기를좋아할까?’이것이저의출발점입니다.어떤이야기라도하는맛이있지않습니까?^^인생의다양한단짠단짠을느끼게해주니까요.레비-스트로스는여기에하나의의견을덧붙입니다.‘스스로를치유하기위해서’라고말이지요.인간은자신의편견을되돌아보고,이기적욕심을내려놓기위해,타인이겪은온갖모험을이야기했다고요.그는이런태도를‘야생의사고’라고했습니다.
레비-스트로스는무문자사회의신화를연구했습니다.열대의인디언들은문자를거절했는데요,자연의어떤것도가만히있지않기때문에이생기로운현실을응고시키는문자는삶에부적절하다고본까닭입니다.레비-스트로스가찾아보니열대는사람이표범이되고,여인이무지개가되고하는식으로,결국에는모든것이자기자리를옮기며궁극의조화를모색하는이야기로가득했습니다.인디언들이이런이야기를즐긴까닭은표범에게서먹이가된아비를보고,무지개에서하늘과땅을잇는,즉없음과있음을잇는모성을보기때문이었습니다.여기서‘무지개’는비온뒤하늘에떠있는그것을가리키지않습니다.대신‘뭔가가벌어져있음’혹은‘관계가비틀려있음’을암시하지요.또그것의‘연결가능성’도요.이렇게신화의언어는지시체를재현하지않고의미의관계망을견인합니다.하여,레비-스트로스는신화의언어를‘기호’적이라고했습니다.
물론신화(myth)에대한정의는다양할수있습니다.그리스신화처럼다양한욕망과기질을지닌초월적신들의무용담일수도있고요.인류가자기무의식의심층을분석하기위해사용한내면여행의안내서(캠벨)일수도있습니다.민족학에서는신화를각문화의고유한정체성을표현하는상징체계로설명합니다.그런데이런정의들대부분은문자를적극적으로사용한고대국가의옛이야기를분석하면서나왔습니다.이와달리무문자사회에주목한레비-스트로스는신화를‘대칭적사고의보고(寶庫)’로정의합니다.신화는창발하는생명의장안에서누구에게도편중되지않는관계맺기를시도한다고요.
야생의신화들은‘자기’를해체해서광대한숲의네트워크에접속시키자고하지요.이때요리의비유를적극활용합니다.이야기속에서굽기,끓이기,발효시키기는각각‘태운연기로하늘과대지를연결시키기’,‘녹인물로마시는모두를하나되게하기’,‘썩게함으로써만물을생명의근원으로되돌려보내기’로이해되는겁니다.‘먼것은가깝게’,‘편중된것은고르게’,‘살고죽기는함께’인것입니다.이런이야기들은만물과적극적으로연결된삶을살라고자꾸권합니다.저는신화를기호-요리학으로새롭게규정하면서인생의다양한맛을음미하는비법같은것을배우려했습니다.

2.『신화의식탁위로』를‘먹텔링의기원을찾아서’란글로시작하셨는데요,‘먹[食]+텔링(telling)’이란어떤것인가요?단순히‘먹는이야기’만은아닐것같아서요.
책제목을보시고먹방을떠올리실수도있겠습니다.^^요즘먹방유튜버들은엄청난종류와양의음식을먹으면서100만이넘는구독자수와조회수,그에비례하는수입을얻고있다고하지요.미디어에서유행하는예능프로그램들은어디서무엇을먹을까를두고게임을하는것도많더라고요.먹는이야기는만드는과정도먹는모습도과장되어표현되기때문에모두재미있습니다.과로로지친우리에게확실히에너지를주고요.보고있으면영혼이든신체든살이오르는느낌이듭니다.
우리전래동화에는할머니가호랑이에게떡을주는이야기도있죠.사실,먹는이야기는우리만즐긴것이아닙니다.그림형제가수집한민담도사과먹다목에걸리는백설공주,과자의집에갇히는헨젤과그레텔등모두뭔가를먹는문제와관련되어있습니다.인류가먹는이야기를좋아하는까닭은‘먹어야산다’는생의근본조건을음미하려해서가아닐까요?그런데요즘과비교해보면옛날의먹는이야기는‘내가먹힌다’는테마를더중요하게다루었다는것을알수있습니다.백설공주도사과덕분에죽고,헨젤과그레텔도과자때문에죽기직전까지갑니다.과거의먹텔링을듣고있으면정신이든몸이든부서지고쪼그라드는느낌이들지요.저는신구(新舊)의두먹-텔링이보여주는이차이가흥미롭습니다.
먹-텔링은기본적으로무엇을,누구와,어떻게먹을것인가에대해고민합니다.그러니식재료의바삭한질감과달고짠맛자체에집중하는이야기일수만은없고요,근본적으로는‘나도언젠가는누군가를먹여야한다’는절대진리를직시하기위한도구라고할수있습니다.그래서저는먹-텔링을운명학이라고생각합니다.내가먹히게될생명의장전체를통찰하려는시도니까요.도대체어떻게살아야하는지를구체적으로고민하게하는윤리학인셈입니다.

3.이책의‘신화의식탁위’에오른메인메뉴는꿀,옥수수,야생돼지그리고[놀랍게도]사람…입니다.이메뉴는어떤기준으로선정하셨을까요?
레비-스트로스는『신화학』에서남아메리카여러부족의옛이야기를많이소개합니다.각각의이야기들은부족의입사나장례의례를뒷받침했습니다.레비-스트로스는편의상그런신화들을요리의관점에서정리하고제목을붙였는데요(‘날것과익힌것’,‘꿀에서재까지’,‘식사예절의기원’),제가그표제를식재료의관점에서정리해보니제일많이나오는메뉴가꿀,옥수수,야생돼지가되더라고요.그런데신화는기호-요리이기떄문에실제의꿀이나옥수수,야생돼지를다루는것은아닙니다.
신화가좋아하는기호들은모두양의적입니다.이쪽에도속하고저쪽에도속해서,어느편도절대적인진리처는아니라는것을설명하기에좋지요.꿀은곤충이인간처럼발효시키는음식이라는점에서양의적입니다.심지어벌은자연에속하는것처럼보이지만사회생활을하지요.옥수수는껍질을벗겨야먹을수있습니다.안에있는것을밖으로드러내야만하는데,또그안에는수많은알곡이있습니다.표면과이면의관계를사색하기에딱좋지요.돼지는또어떤가요?인간이먹을수도있고경우에따라서는인간을먹을수도있습니다.때문에먹고먹힘의연쇄를설명하기에좋지요.인간의피부아래에있는것이결국누군가의고기라는점에서,껍질을벗겨먹는옥수수를떠올리게도해줍니다.
문제가되는것은사람이지요.남아메리카에전통적으로식인관습이있었다는것은잘알려져있습니다.맨처음인디언을마주한스페인사람들이그들을혐오하게된까닭도‘인간이인간을먹는다’는‘끔찍한풍습’때문이었습니다.그런데배가고파인간을먹는인디언은없었습니다.그들은타인의뛰어난능력을얻고자하고,부족의고상한성질을보존하기위해특별한인간을요리했습니다.
이런까닭에신화에서도인간이먹히는사건이많이나옵니다.하지만이야기속에서먹히는인간은덕없는인간입니다.제욕심만채우려들다가는질병이나죽음의화신이나타나그를먹어버리지요.신화가인간을식재료로삼는이유는사람이면무엇을하고하지말아야하는지가르치기좋아서였습니다.물론이때에도신화는잡아먹히는것을나쁜일로보지않습니다.먹히는그인간은생멸의장에서누군가를살리게될테니복을짓는다고까지할수있습니다.

4.『신화의식탁위로』는‘청소하기’로끝을맺는다는점이인상적입니다.사는건‘먹어치우는’게아니라‘먹고’,‘치우는’일이라는걸당부하시는느낌이기도했고요.선생님께서‘먹기’와‘청소하기’를통해하고싶으셨던이야기는어떤것이었나요.
요즘제가공부하고싶은큰주제는‘밥하고청소하기의인류학’입니다.이번에책을쓰면서밥하기의문제를다르게보게되었는데요,먹고먹히는관계를고민한옛이야기를읽다보니,청소하기도결국은관계에대한예의임을알게되었습니다.잘보신것처럼우리는‘먹고’‘치우기’를따로고민해야합니다.먹기가타인을나에게로불러들이는일이라면치우기는내게로온것을내보내는일이니까요.
신화는치우기를어떻게볼까요?무문자사회의신화에는똥이나오줌,정액과월경혈이야기가많이나옵니다.신화속‘더러운것들’은‘멀고가까움에있어거리조정이실패한’사태를지시합니다.맞습니다.똥은더럽다고들하지만밭에서는최고의거름입니다.신발은식탁위에있을때만더럽습니다.신화는더러움의기호를적극활용해서,삶에치우침이일어나게되는사태를지적합니다.몰래혼자꿀을먹은소녀가똥을덮어쓰게된다는식이지요.
청소의문제에서저에게큰영감을준것은미야자키하야오의애니메이션입니다.미야자키의작품에는실제로요리하고청소하는이야기가함께많이나옵니다.그런데요리하고청소를잘하는주인공은인사도잘하더라고요.청소를하기위해서는깨끗한상태에대한그림을그릴수있어야합니다.신화는,깨끗한일상이란다른욕망을지닌자들이조화롭게함께살수있는방법을찾는과정이라고합니다.우선은싫고나빠보여도결국은함께맞추어살아가야하는관계들로가득한것이이우주입니다.내주변을채우는사물들에게까지감사의인사를보내는행위가곧청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