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일본은같은동양문화권에속하는이웃나라이기때문에당연히유사한면도많지만,그문화심리를비교하면한국인과일본인은꽤많은차이를가지고있다.이차이는한국인과일본인사이의사적인대인관계에서부터공적인협력관계에이르기까지여러영역에서크고작은문화적갈등의소지가되고있다.이러한문화적갈등의상당부분은한국인과일본인의핵심적차이인문화적자기관의차이를이해하면피할수있다는것이본서의중심적주장이다.
문화적자기관이란각문화내에서공유되고있는전형적인인간관을뜻한다.한국에서생활한지20여년이된일본인문화심리학자인본인은주체성-대상성자기이론이라는보조선을그으면수많은한일비교연구결과들과개인적으로경험한문화적충격들을체계적으로설명할수있으며한국인과일본인이가지고있는문화심리의구조적차이를밝힐수있다고생각하게되었다.한국은많은사람들이'주연'처럼사는주체성문화이고일본은많은사람들이'조연'처럼사는대상성문화라는관점을가졌을때상대방에대한이해뿐만아니라자신에대한이해도한층더깊어질것이다.상호이해가어느때보다중요해진오늘날,이책은서로를이해하기위한새로운안경을제공함으로써오래된색안경을벗고서로에대한보다선명하고전체적인모습을보게해주는역할을해낼것이다.
오랜기간동안퍼즐조각처럼한국과일본의여러학회지에흩어져있던200여편의심리학관련한일비교연구들을엮어봄으로써한국인과일본인의대조적인문화심리를종합적으로정리해보고자하였다.한국인과일본인의자기개념,자기관련프로세스,언어습관,정서,대인관계,심적에너지,행동양식,뇌활용성향,식습관,양육-발달과정,사회구조,집단정체성등을포함하는최초의체계적인한일비교문화심리학이론을제시함으로써상호이해에도움이되고자한다.본인은한국인과일본인이문화적차이때문에불가피하게느끼게되는위화감과불편함을극복하고보다유연한시각으로상대방의문화와자신의문화를볼수있게될것을기대하면서문화상대주의적입장에서이책을썼다.나는이작업을통해자신도모르는사이에가지고있었던문화적사고와행동의경직성을완화시키고새로운사고와행동의레퍼토리를얻게되었다.나는새로운문화적해석체계를배우면서자신의문화적해석체계를객관화하는데오랜시간이걸렸지만,서로에대해관심이있는이책의독자들은그런시간을크게단축시킬수있을것이다.
한국과일본의문화적경계를왕래하는사람들,즉서로에대한궁금증을해소하고위화감과불편함을극복하여보다유연한시각으로상대방의문화와자신의문화를볼수있게될것을희망하는여행자,유학생,연구자,주재원,결혼이주자와가족들,문화교류관계자,일본인(또는한국인)친구나동료가있는사람,(한국과)일본의영화,드라마,소설,만화,노래등에관심이많은사람,자신의문화를상대화하고싶은한국인과일본인을위해나는이책을썼다.
책속에서
‘외계인’목격사건
지금으로부터20여년전에전라남도순천출신인내아내가도쿄에있는우리집에처음왔을때의일이다.거실에서아버지,어머니와밤늦게까지이야기하는나를,내방에서혼자기다리고있었던아내가입이심심하니편의점에가서뭘좀사오겠다고해서나갔다.얼마후집에돌아와계속이야기하고있는우리를곁눈으로보고말없이조용히내방으로다시들어갔다.잠시후이야기가끝나고나는아내가기다리는내방문을열고들어갔다.그순간나는,사람이먹으면안되는것을먹고있는‘외계인’을침대위에서발견한것이다!
물론내아내가외계인이었다는것은당연히아니다.또한편의점에서사람이먹으면안되는것을팔고있을리도없다.정확하게말하면‘외계인’을본것이아니라일본사람인내눈에는아주낯선20대한국여성의어떤섭식행동을목격하게된것이고그래서놀랐던것이다.아내는침대위에서‘양반다리’로앉아마른오징어를질근질근씹어먹고있었다.
(p.10중에서)
주체성-대상성자기의한일비교
주체성-대상성자기이론의타당성은우선두가지자기관의상대적인강도에있어체계적인차이가실제로존재하는지에달려있다.즉,주체성-대상성자기가문화적자기관으로서심리과정과행동의문화차를매개하는개인수준의내면화된문화를나타내는개념으로인정받기위해서는이론이전제로하는주체성-대상성자기의문화차가확인되어야만할것이다.더구체적으로는주체성-대상성자기이론이타당성을획득하기위해서는한국인은주체성자기가우세하고일본인은대상성자기가우세하다는것이실증적으로확인되어야한다.이론적으로예측된이러한문화차로부터다음과같은네가지가설이도출되며이들은주체성-대상성자기이론의타당성과유용성을검토하기위한핵심적인가설이라고할수있다.
(pp.56~57중에서)
한국인과일본인은문제해결방식에도차이가있다.일상적인일을처리하는방식이다르다.어떠한과제가주어졌을때,한국인과일본인은과제의시작,전개,마무리의3단계로이루어진행동양식에서대칭적인차이가있다는인상을준다.
즉,한국인은일본인에비해성급하고,일솜씨가엉성하며,지속력이떨어진다.반면에일본인은한국인보다신중하고,일솜씨가세심하며,지속력이뛰어난다.
순발력vs신중함
그러나관점을바꾸어보면일본인의강점의이면에는약점이숨어있고한국인의약점은오히려강점이된다.즉,한국인은일본인보다순발력이뛰어나고,융통성이있으며,상황변화에따라방향전환을잘한다.일본인은한국인에비하면순발력이떨어지고,융통성이없으며,방향전환을잘못한다.이러한문제해결방식의차이는심적에너지와관련이있어보이는것들이다.
(pp.177~178중에서)
한국인은일본인에비해지인신뢰(특히고향동료/선후배신뢰,직장동료신뢰)와연고단체신뢰가높다.(다만일본인은지인신뢰중에서학교동창신뢰는한국인보다높았다.)한편,일본인은한국인보다일반신뢰(일반인신뢰,낯선사람신뢰)수준이더높다.
둘째,사회제도에대한신뢰는전반적으로일본인이한국인보다높다.사회기관신뢰에있어서는한국인(M=6.30)은일본인(M=6.68)보다낮게나타났다(특히기업과학교에대한신뢰가낮음;단,언론에대한신뢰는차이없음).
제도공정성신뢰(경제적성공기회,법집행,교육기회,양성평등)에있어서도한국인(M=5.62)은일본인(M=7.02)보다확연히낮은수준이었다.한국인의제도공정성신뢰는지인신뢰,연고단체신뢰보다낮지만,일본인의제도공정성신뢰는지인신뢰,연고단체신뢰보다높다.한국이고신뢰사회로분류되지못하는주된이유가여기에있다.
한국과일본모두정부신뢰가낮은가운데,특히한국은일본보다지방행정부(광역자치단체,한국,M=4.91;일본,M=5.84,기초자치단체,한국,M=4.92;일본,M=6.25)와사법부(한국,M=5.36;일본,M=6.88)에대한신뢰가일본보다낮다.
셋째,한국인(M=6.11)은일본인(M=4.49)보다시민단체(환경단체,여성단체,문화,예술단체)에대한신뢰는높다.
넷째,대통령(수상)신뢰(한국,M=5.16;일본,M=2.43)와의회(입법부)신뢰(한국,M=4.05;일본,M=2.47)그리고중앙행정기관신뢰(한국,M=4.71;일본,M=3.24)는일본인이한국인보다낮다.
한국인과일본인의신뢰구조차이를요약하면,한국인은지인신뢰(특히고향동료/선후배신뢰,직장동료신뢰)와연고단체신뢰는일본인보다높은반면일반신뢰(일반인신뢰,낯선사람신뢰)와대부분의제도신뢰(사회기관신뢰,제도공정성신뢰,지방행정부신뢰,사법부신뢰)는일본인보다낮았다.다만,제도신뢰중에서의회(입법부),중앙행정기관신뢰,대통령(수상)에대한신뢰그리고시민단체신뢰는일본인보다는높다고할수있다.
(pp.223~224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