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 나만의 카미노, 800km 산티아고 순례길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 나만의 카미노, 800km 산티아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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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진은 에세이. 직장생활을 오래 한 사람치고 퇴근 길에 ‘울컥’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그런데 맡겨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칭찬까지 받고 집으로 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면… 뭔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대표님, 저 정말 일을 잘하고 싶어요. 다시 이 길로 돌아온다고 해도, 적어도 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시도를 한 번은 해봐야겠어요.” 지은이는 그 ‘한 번’을 위해 직장을 등진다. 지은이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자신에게 묻기 위해 혼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다.

쌩초보 여행자가 되어 몸으로, 마음으로 길을 구르고 사람들과 부딪친다. 기분에 취해 포도주를 진탕 마셨다가 이튿날 고통에 빠지기도 하고(외국에 나가면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구나!), 여행자들과의 적정한 거리를 고민하며 끙끙거리고, 폭풍 같은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지은이는 혹독하고 가혹했지만, 또 그만큼 충만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이 긴긴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내게 맞는 속도로, 내가 경험하고 싶은 길로 가는 게 나다운 삶이라고.

저자

박진은

“판을짜는기획자
괜찮은에세이스트
찰떡인삽화가
신나는여행자
잘하는요기로살아가기를꿈꾼다“

‘매일매일더나은세상을만드는데힘을보태고싶다’는초심을잃지않는프로직장인이다.프레젠테이션기획자,홍보마케터,디지털마케터,브랜드마케터등다양한분야에서일했다.지금은발달장애인고용을미션으로,친환경화장품과생활용품을만드는사회적기업에서브랜드마케터로일하고있다.

목차


도전의길
파리행비행기/파리입성/파리에서의첫날밤/꼬마가된기분/생장피에드포르로향하는길/순례자사무실/생장피에드포르에서의하루/혹독한신고식/길위의따뜻한동료들/관계는늘어려운숙제/팜플로나에서갑자기눈물이났다/혼자가되기위해길을나섰지만/내면의스위치조절하기/노년의여행자가들려준삶의지혜/느린당신과함께걷기로한이유/밤과와인/각자의길을걷는다/깊은밤의신나는파티/기쁨과슬픔이공존하는마음

사색의길
혼자가두렵지않게되었다/독일에서온모녀와의만남/길위에서배운세가지깨달음/어떤자유의느낌/퉁퉁부은발도잊혀질만큼/부르고스관광의날/나를구원해줄사람/바람과사투를벌이는이유/매일삶의태도를배우는곳/
치유의길카미노/두가지길에대한고민/맛없는보카디요는유죄/시간여행을위한도시,레온

행운의시간
아스트로가에서의시간/벽난로,통기타그리고베드버그/폭설에도계속되는여정/여행중거듭되는선택에대하여/길위에서만나는찬란한봄/어쩐지나는행운아같아/고도1,300미터의산을넘어/꽁꽁언몸과마음에는따뜻한스프를/소음,날씨,관계의삼중고/순례여행도‘장비빨’?/함께고난을겪어내는노하우/계획대로되는일은없지만/산티아고가바로코앞에있는데!/안녕나의친구들!모두‘부엔카미노’

출판사 서평

이길로가는게맞을까

길위지만매일이선택의연속이다.눈앞의길,인생의길앞에서지은이는끝없이질문을던지며자신의목소리에귀기울인다.반복적인직장인의삶이쳇바퀴안의다람쥐처럼갑갑했지만,산티아고길위에서만난사람들,햇빛,공기,나무들이어제의그것이아니었듯,도시에서의나날도실은모두새로운날들이었다.800킬로미터를완주한몸과마음으로앞으로어떤일도거뜬하게해낼수있다는자신감,이런저런사람들을있는그대로바라볼수있는아량과배포가차오른다

지은이는혹독하고가혹했지만,또그만큼충만했던산티아고순례길이긴긴‘배움의시간’이었다고말한다.내게맞는속도로,내가경험하고싶은길로가는게나다운삶이라고.도전의길,사색의길,행운의시간등총3부로구성되었고,정감있는동물일러스트를비롯한스케치는모두지은이가직접그린것이다.

작가의말

“당신에게는당신만의순례길이있다”

길을걸으며내가자주되뇌던문장이다.길위에는나보다체력이좋아나를쉽게앞질러가는사람들도있었고,내게함께걷자고권한사람들도있었다.심지어는호감가는사람이생겨,그의여정을따라가고싶다고생각하기도했다.하지만그럴때마다나는이말을되새겼다.‘모든사람은자기만의카미노가있다.’그리고내게맞는속도인지,내가경험하고싶은길인지,내가함께하길바라는사람인지에대해곰곰이생각해본뒤행동하려애썼다.

책속에서

문제는나였다.하나의큰프로젝트를무사히마치고모두에게칭찬을받았던날,집으로돌아오는지하철에서울컥설움이올라와울음을토해냈다.뿌듯하고기뻐야하는날,왜눈물이나는지나자신도이유를몰랐다.그날이후‘이일을계속해도될까?’라는,마음속에꼭꼭감춰두었던물음이본격적으로고개를들었다.

생장에서만난순례자들까지모국어뿐아니라제2외국어를능숙하게하는모습을보니,부러움과동시에나의언어공부에대해회의가들었다.여행의교훈은그렇게빠르게찾아왔다.

그고지에서씨름선수도날려버릴듯한세찬바람을만났다.가방에씌워놓았던방수커버가벗겨져낙하산처럼부풀었고,그것이바람속에서미친듯이춤을췄다.그덕에나는몸조차가눌수없어두손두발로바닥을기다시피움직이며바람을피할곳을찾았다.

우리에게주어진카미노를자신만의속도와방법으로걷고있었지만,서로를그리워하고걱정하는동료가있다는사실에마음이따뜻해지는밤이었다.

고요속을한참걷고있을때였다.갑자기눈물이났다.바쁜생활에서벗어나여유를온몸으로만끽하던그때,왜그렇게서러운울음이터져나왔을까.이유를알수없었다.다만마음속에서무언가툭,부러지는듯한느낌이들었다.

함께걷는이들모두가서로를걱정하고위험에처하면금세도움의손길을내미는순례길이지만,‘스스로의결정과행동에책임을지는것은오로지자기자신’임을잊지말아야한다는것.그것은사실카미노위에서뿐만이아니라평생내가잊지말아야하는삶의규칙이라는사실을절감한밤이었다.

따뜻한봄의기운이피어오르는시골길위에서나의스페인친구와그렇게작별했다.예정된이별이었지만,그럼에도그날걷는내내그가많이그리웠다.

험악한날씨를견디며혼자걷느라힘든날이었지만,한편으론내마음을보다깊이들여다볼수있었던치유의카미노를걸은날이었다.카미노가끝나면어떤삶을살아갈지모르지만,어쩐지이모든일들이카미노이후의내삶을든든히받쳐줄것만같았다.

산티아고에서는계획이틀어져도늘결론이좋았다.기력이다떨어져터덜터덜들어갔던호스텔에서도결국은이렇게꽤좋은시간이나를기다리고있었으니말이다.계획이없어도인생에는늘좋은일이일어난다.어쩐지순례길은자꾸만내게그렇게이야기하는것만같았다.
---본문중에서